경기도 외곽에서 조용히 콩볶는 아재임 ㅎㅅㅎ
혹시 카페 창업하는 분들 혹은 신규 창업하는 사람들이 도움 될까봐 끄적여봄
3년 전 처음 원두 제조업 시작했을 때, 자본도 없고, 빽도 없고, 줄도 없어서 거래처 하나 없었을 때
내 원두를 사용하는 조건에 추출, 아트, 전반적인 카페 관리 메뉴얼을 교육 시켜주는 조건으로 거래처를 만들었음
군 제대 후 부터 카페 일만 하다 보니 이쪽에선 잔기술들이 생기더라.
이러한 조건이 있다보니 나랑 거래하는 사장님들은 카페일은 한 번도 안 해본 경력 없는 회사원 출신, 다른 자영업 하던 사장님들이 대부분임 역시 교육의 힘이란..!
이 사장님들과 3년 정도 거래를 쭉 이어가다보니 사업을 1년도 안 돼 접는 분들도 계시고 지금도 많은 매출을 올리며 지내시는 사장님들도 계시니
카페가 없어지는 과정이 보이더라.
가장 문제는 뭐든 준비 없이 시작하더라.
준비라는 게 상권, 인테리어, 기기, 재료선정 등이 있는데, 상권은 일단 차리고 보자라는 욕심에 뜬금 없는 곳도 있고,
인테리어는 분명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2천 - 3 천안에 끊을 정도인데 4 - 5천 쓰고
장비도 조사 안하고 딜러나 업체에 대충 부탁해서 2백 후반에 살 머신을 4백에 사기도 하고,
(이건 진짜 놀랬어. 2017년형 훼마e98을 410에삼, 명세서봄)
초반부터 아는 게 없이 시작하지 못하니깐 2-3천은 그냥 날리고 시작하더라.
모르니깐 그러지 싶은데 이 정도로 알아보지 않고 준비하나? 싶기도 했음
개업 전부터 이렇게 투자가 생각보다 많게 시작하니깐 유지할 자본이 내가 예상했던것 보다 없이 시작하게되는데.
내가 현금으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유지금이 백만원 가지고 있느냐 천만원 이천만원 가지고 있느냐
이 갭차이 엄청 나더라.
내가 투자한 돈은 큰데 매출은 안 나오고 투자금액 회수가 안 되고,
마음은 급급해지고 불안해지다 손님맞이하는데 웃음도 안 나와.
그러다 손님들 돌아서고,
카페라는 사업은 최소 6개월 길게는 1-3년 정도(특히나 개인카페는) 시간이 필요해
입소문도 나고 ‘아 여기가면 좋은 카페가 있어’ 라는 인식이 생기려면,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거야.
진짜 안타깝더라. 라마면 뭐해 슬레이어 시네소면 뭐해 미토스원이면 뭐해.
자기 커피 알아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돈은 없고 좋은 장비 쓰고 싶고 해서 장비 리스로 사고 할부로 사고 대출 받아서 쓰는데
손님들이 알아는 봐주는데 내가 원하는 매출만큼 오르지 않네? 빚은 쌓이고 버티지 못해서 중고장터로 가는 거지.
다른 이유로는 스킬에 대한 문제도 심한데, 스킬이라는 게 커피 추출뿐만 아니라,
여러 음료에 대한 이해도와 여러 주문이 들어올 때 지혜롭게 움직이는 동선 등이 모든 스킬에 포함이 돼.
커피만 잘하면 모든 커피쟁이들이 대박 나고 잘 살겠지 하지만 카페는 커피가 주력이긴 하지만 장사가 본질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야.
그렇다고 커피가 맛없으면 안 되고, 커피는 ‘당연히 맛있어야되.’ 이건 기본이야.
추출이 기본이지만 그것도 못하는 곳도 많고.. 정말 많지..
한 가지 메뉴를 정할 때 기본적으로 3-4가지 그림을 그려보고 5가지 정도의 제품을 비교해보고 테스트 해본 뒤 출시하는데, 대부분의 사장들이 그러한 시도에 쓰이는 재료비도 아까워하는 게 현실임
대기업 프차들 보면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잖아. 배너도 예쁘게 잘 만들고, sns 취향 음료도 잘 만들고, 개인카페 사장님들이 이걸 따라가기 진짜 힘들지.
보통 많은 초보 사장님들이 정말 놀랍게도 창업할 때 레시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서 받아오는데,
학원, 지인 사장네, 엄마 친구 등 참 레시피 없어서 알바 뽑고 그 친구한테 전에 일하던 곳 달라는 사장님도 봤었음 답도 없더라.
마지막으로 유지 보수 관리 인데.
이거 진짜 안 돼. 갓 오픈한 커피집이 진짜 내취향이고 좋아서 자주 갔는데
어느 날부터 맛이 심하게 가고 이상해진다? 그럼 원두나 그날 사장의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유지관리가 안 돼는 것을 먼저 보게 돼.
나는 교육할 때 기본적인 그라인더 청소랑 샤워스크린 청소 꼭 알려드리고
하루에 한번하면 완전 좋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3-4일에 한 번씩은 해주시라고 꼭 말해
원두 셋팅도 하루에 두 번에서 세 번 정도는 체크하고 제빙기는 꼭 한 달에 한번 내부청소 하시라고 시범적으로 보여드림. 정수필터교체랑
시간좀 지나고 방문 드리면 까먹으시고 샤워스크린은 커피찌꺼기에 떡져 있어 물 사방팔방으로 튀고 그라인더 내부는 원두 찌꺼기 열 받아서 도넛 형상화 되어 있고 이런 경우가 진짜 많아.
사장님들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계가 고장날까봐 무서워서 못하는 사장님들도 꽤 있으셔 그러다 수리기사 부르고 출장비 5-7 만원에 가스켓 6-7천원 하는 거 3만원에 구입하시고 그러다 폐업 처분 및 중고나라행..
이게 개인 카페의 현실이야.
모든 사장님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내가 지금껏 미팅하고 교육하면서 잘 모르시는 사장님들이 이런 모습이더라고.
학원에서 그랬데 자격증만 있으면 장사하는데 크게 지장 없을 거라고 ㅎㅎ
자격증 팔이들 같으니라고..
많은 사장님들이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잘되는 사장님들은 잘 되.
모 네이버 카페에서 불경기네 불경기라 힘드네 징징거리는데 그거 보면 한숨 나오더라.
내 거래처 사장님만 해도 비수기 시작인데 일주일에 꾸준히 15- 20kg 쓰는 사장님들 꽤 많아.
자기들의 문제를 모르고 자존심은 쌔서 받아들이지도 않더라.
아무것도 몰랐던 사장님들이 악착같이 잘 하고 배워서 잘하시는 거 보면 어쩔 땐 소른 돋아.
가끔 거래처 인사차 들리면 신 메뉴라 먹어보라고 하는데 진짜 응용하는 거에 소름돋은적이 한두번 아니었어.
그만큼 카페에 소질 있게 잘하는 사장님들도 많고 아니면 위 내용처럼 흘러가다
오토로 돌리고 자기는 다시 전 직장 들어가고 자기가 하던 가게는 내놓다 안 나가면 보증금만 회수해보고자 무권리로 내놓은 사장님들도 많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혹시라도 내가 카페가 좋아 창업할 생각이 있다면,
이상보다는 현실을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해.
내가 12시간-14시간 매장을 지키면서 음료 10잔만 팔아도 행복 할 수 있을까.
12시간 이상 일하고 하루 쉬는데 하루매출 6-10만원만 벌어도 행복한가.
그리고 수없이 늘어나는 카페들과 경쟁할 만한 스킬과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가.
이 버는 돈으로 가족들 맥여 살릴 수 있을까 장가는 갈 수 있을까.
요즘 늘어나는 카페들 보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차갑더라.
모두 잘되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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