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나날들이었다
속기를 시작하고 항상 불안했었다
의회 티오가 날지 안날지
1명 뽑는데 1등 할 수 있을지
왜 남들처럼 6개월 만에 3급을 못 따는지
공무원 사직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고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2년 동안 하루 종일 타자만 쳤다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다
통장에 돈도 다 떨어져간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갑자기 망했나
그렇게 자신감 충만하던 애가
속기를 시작한 후 자존감이 낮아졌다
자살 생각도 가끔 나더라

새로 시작하는 뉴비들아
나처럼 인생 망하기 싫으면 딴 거 해라
하긴 처음엔 나도 답정너였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천재니까
남들과 다르니까 난 1년이면 충분해
곧장 사직서를 냈지

어제 경기도 공고가 떴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빨리 뜬 거라 깜짝 놀랐다
4월에 반드시 3급을 따야 하는데
지금 80%대 나오는 상황에서 확신이 없어졌다
그럼 또 1년을 날려야 한다
아니 내가 고시를 이렇게 몇 년씩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3급 하나 못 붙어서 그것도 7급도 아닌
9급 속기직 하나 하겠다고 이 과정을 밟고 있는데
남들이 보면 비웃는다 그것도 명문대 나온 애가
내가 사람이냐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12시간째 계속 고민했다
결국 속기를 버리고 일행으로 가기로 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난 정말 속기직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그동안 그 수많은 기회들을 다 뿌리치고 버텨온 거였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처음에 기계 팔아 치우려고 신이 났던 학원새끼랑
지금도 열렬히 활동 중인 카페알바새끼들이 원망스럽다

그동안 조언해준 친구들아 정말 고마웠다
나는 지금 떠나지만 속기의 끈은 놓지 않을 거다
현직이 되어 보고 들은 얘기 전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