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절 「행성을 다스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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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브레이크5 달성시 개방)
마슈
치첸 이차 제단에
태양이 반납되었단 보고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출력이 떨어진 모양이라……
이대로 가면 1시간 후에는 밤이 된다고 해요.
테페우
부쿱의 재치일 겁니다.
태양편력과 제단이 있으면 태양은
신관 말을 다소 들어 줍니다.
태양을 잘 안 보이게 하기 위해 출력을 낮춰
ORT의 눈을 속이려 하는 겁니다.
하베트롯
그 아찌, 눈치 좋은걸.
괜히 테페우의 라이벌이 아닌가 봐?
테페우
라이벌이라니 당치도 않지요.
신관으로선 부쿱이 더 우수합니다. 범생이거든요.
고르돌프
……아름다운 노을이로군.
저 태양이 비록 창조된 것이더라도
이 웅대함은 범인류사에 꿀리지 않을 거야.
내 꿈이던 사파리 랠리가 이렇게 이뤄질 줄이야……
인생도 살고 볼 일이군……
- 그래…… 명계행 랠리였지만 말이야…… - 선택
- ……그러게요. 참 아름다워요
고르돌프
음…… 내 말투에 맞추지 말자……
쪽팔리잖아……
카독
……스톰 쪽의 보고야.
믹틀란의 원생생물 98%의 사망을 확인.
공상수의 씨앗은 공격 대상을 잃어서
97%가 자멸.
현재 이 지저세계에서 생멸활동을 유지하는 건
우리 칼데아와 극소수 디노스하고,
테페우
ORT로군요.
하지만 이제부터 사라지는 건 ORT뿐입니다.
다 빈치
맞아. 스톰 보더의 주포는
발사 시퀀스에 접어들었어.
ORT가 대평원을 지나 수해에 들어간 시점에서
이 싸움의 결판이 나.
……그 뒤에 기다리는 적은
스톰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자.
테페우
죄송합니다, 저희 쿠쿨칸이 폐를 끼치는군요……
철두철미하게 모호한 입장이지요. 그 분.
마슈
아, 아뇨, 결코 그렇지 않아요……!
쿠쿨칸 씨도 입장이 있으시니까요!
테페우
농담입니다. 쿠쿨칸이 이문대 왕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뭐, 범인류사 여러분을 전멸시키는 일만큼은
없을 겁니다.
개인적 희망으로는 쿠쿨칸이 얼른 이 이문대를 졸업하고
여러분의 여행 동료가 되길 바라─── 흐음?
- 테페우?
-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 선택
고르돌프
뭐, 뭐지, 어떻게 된 건가!?
이런 상황은 못 들었는데!
카독
이 생체 반응 수는 뭐야!?
또 사고 터졌어!?
공상수의 씨앗이 모이는 중이야!?
마슈
아뇨…… 이 반응은 디노스예요.
디노스 분들이 이리로 오고 계세요…….
하지만 어째서?
다들 수해 곳곳으로 흩어지셨을 텐데───
테페우
───아아.
그러기로 한 거군요.
코얀스카야
이거 참. 디노스 분들이
도시에 돌아오신 건 반길 일이지만……
지구 외 생명에게 믹틀란이 멸망할 상황에서도
평온하게 담화를 나누시다니……
성숙한 지성체는 이렇게 되는 걸지요……
생각하던 미래랑 다른걸요……
하늘의 틈새에서 쉬는 중인 제 본체는
혹시 섣부른 선택을 한 걸까요?
아니, 감쪽같이 속은 건가요?
그 수상쩍은 도사, 역시 죽여야 했으려나요?
(펄럭 펄럭)
코얀스카야
어머. 저 분은 부쿱 씨?
이거 한바탕 파문이 일겠는걸요?
신관 부쿱
너희는 아직도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는 거냐!
치첸 이차로 돌아왔다면
이 도시에 애착이 있단 거 아니야!
믹틀란은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
저 괴물에 의해 사라질 거다!
이제 4층 아래에 살아 있는 자는 없어!
이대로 뒷짐만 지고 같은 결과를 맞이하려는 거냐!
조금쯤은 투지를 드러내 봐라!
오셀로틀조차 싸웠거늘, 너희는 대체!
서글퍼 보이는 디노스
그 말이 맞긴 합니다만…….
막막해하는 디노스
지당한 말이지만 치첸 이차 파괴에
가담한 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슬퍼 보이는 디노스
싸우는 안 싸우든 절멸은 확정되어 있어요.
우리는 『싸울 이유』를 못 찾겠어요.
못 찾는 이상 행동하는 건 잘못된 거예요.
아무것도 못 이루는 행동에 에너지를 쓸 수는 없어요.
신관 부쿱
너희 진짜───!
……아니. 그렇지. 그렇긴 해.
너희가 아니지. 우리란 표현이 맞아.
바뀔 리가 없지. 없단 말이야.
그렇기에 평온했지. 평화로웠어.
……뭘 어쩌든 믹틀란은 멸망해.
그 최후의 때는 결국 바뀌지 않는 건가…….
???
그런 건 마음에 따라 바뀌지 않겠냐, 생물인데.
너무 똑똑해서 되려 탈났구만, 너희.
디노스들
! 당신은───
공룡왕
미안하다, 재생에 시간이 걸렸어.
이스칼리 자식, 머리만 쏙 빼놓고 아주 난사를 하긴.
신관 부쿱
공룡왕!?
사사, 살아 있었, 아니, 살아 계셨습니까!?
공룡왕
결과는 똑같으니까 의견도 없고 행동도 안 하겠다니,
너희가 무슨 잘 길들여진 노예냐?
공룡이면서 야성미가 너무 없잖아.
와일드 취향 마니아한테 사과해라.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못 이루는 게 뭐 어떻다고 그래.
너희는 지성이 높고 강한 종이야.
낭비라는 개념을 배제해 왔어.
『낭비가 있기에 분쟁이 생기며
낭비가 있기에 낙차가 발생한다』
마야의 방침은 옳긴 옳아.
너희는 『개인적으로 싫어서』 같은
이기적인 이유론 행동할 수 없는 생물이지.
하지만 뭐, 이게 『마지막 하루』 아니냐.
이기적인 짓을 해도 내일로 이어지진 않아.
오늘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해도
내일 그걸 돌이킬 일은 없어.
온화한 디노스
이어지지 않는군요.
저희의 행동은, 무얼 하더라도.
그럼 역시 뭘 해도 결과는───
공룡왕
결과는 바뀌지 않지만 의미는 남아.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죽으러 가는 건 헛된 짓이 아니야.
매일 밤 잠들 때처럼 자각도 없이 끝나느냐,
마지막임을 알고서 끝나러 가느냐지.
그건 낭비나 다름없는 어리석은 에너지 소비지만
소비하는 이상은 반드시 의미가 깃들어.
신관 부쿱
의미가 있다…… 그건 무엇에 있는 겁니까?
저희에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공룡왕
더욱 크나큰 것에 있지.
너희는 태어날 때부터 그걸 배웠어.
현재 너희의 이야기에는 어디에도
『완결』이 낄 수 없어.
너희, 다른 이문대 이야기에 몰입했지?
그 녀석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게』 아니야.
근본부터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더라도
칼데아라는 적에게 패배해서 『완결』된 거지.
너희는 그 싸움을 비웃지 않았어.
끝을 결말(골)로 삼은 싸움에 정당성을 느껴서 그래.
절멸을 긍정하는 것과 끝까지 저항하는 건 완전히 별개야.
요컨대 어디에서 종지부를 찍느냔 거 아니겠냐?
어차피 내일에 남지 않잖아.
그럼 무슨 낭비를 해도 괜찮지 않겠어.
온화한 디노스
그렇군요, 일리가 있습니다.
(척) (걸어감)
서글퍼 보이던 디노스
그렇죠. 많은 생각이 드는 말씀입니다.
(척) (걸어감)
막막해하던 디노스
역시 왕. 부쿱하곤 말솜씨부터가 다르세요.
그렇다면야 NFF 서비스를 이용해야겠네요.
(걸어감) (척)
(척) (철컥철컥)
신관 부쿱 & 코얀스카야
어, 어어어어어!?
총기를 조정하는 디노스A
저는 이 대형 라이플을.
으음, 리코일이 불안정하네요.
폭발력 전도율도 형편없어요.
이거 개조할 수 있는 분 있나요?
총기를 조정하는 디노스B
실탄은 ORT한테 안 먹혀요. 우리의 생체파동을 이용하는 건
어떨까요? 그거라면 시도해 볼게요.
총기를 조정하는 디노스C
저는 실탄을 고집할래요.
두 전자극을 이용해서 총알을 쏘겠어요.
전부터 NFF 서비스 총은 영 허전하더라고요.
15분 내로 개조, 실습, 안정을 마칠게요.
로켓 런처를 조정하는 디노스A
착탄 = 폭발인 로켓탄은 삼갑시다.
장갑을 뚫고 내부에서 폭발. 이게 답이죠.
로켓 런처를 조정하는 디노스B
기왕 쓰는 거 대형으로 하죠.
그리고 안에 자탄을 꾹꾹 눌러담죠.
원리는 다 빈치에게 들었어요.
뭐시기 조약을 위반한다나요. 참 고생이 많아요.
코얀스카야
(광속 시빌라이제이션!
이 분들 실은 위험한 인류 아닌가요!?)
디노스들
그나저나 NFF 서비스는 좋네요.
불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코얀스카야의 존재의의가 의심스러웠는데,
그야말로 구원의, 아뇨, 발견의 화신이에요.
무기를 더 보여 주세요. 더 많이요.
코얀스카야
후후후. 위험한 진화일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요구받는 건 참 좋은걸요.
저는 이제 여러분에게 신앙의 대상이죠?
여신이죠?
디노스들
아뇨, 그냥 편리한 존재죠. 저희 신은 따로 있거든요.
코얀스카야
체엣, 그런가요. 오오미카미, 시무룩했어요.
신관 부쿱
크, 으……!
끄으, 끄으으으응……!
공룡왕
뭐냐, 여기서도 왕따냐, 부쿱?
뭐, 심정은 이해한다.
사람형 사고를 하고 있으면 식겁하지, 저 연대감.
신관 부쿱
그, 그런 거 아닙니다!
녀석들 안에 낄 턱이 있겠습니까, 징그럽게시리!
왕의 설득 한 방에 방침을 바꾸는 줏대 없는 놈들과
저는 다릅니다!
공룡왕
그렇지만도 않아. 너희는 똑같거든.
여기 돌아온 녀석들은
사실 내심 『무언가』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어.
그 『무언가』는
싸움이나 생존을 부르짖는 행위가 아니야.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생명으로서, 종으로서, 그걸 증명하려는 마음.
그게 너희를 달려 나가게 하는 거지. 언제 어디서나 말이야.
신관 부쿱
───흥. 그렇습니까.
알아서들 하라 그러십시오. 저는 결국,
공룡왕
엉? 뭘 그리 여유 부리는 거냐.
준비해. 너는 내 다리를 맡아야지.
뭘 위해 너희 왕이 된 건 줄 아는 건데.
함께 가자, 부쿱.
애초에 쟤네는 싸우는 법을 모르지 않냐고!
혈기왕성한 우리가 앞장서야
뭐라도 되지 않겠어!
- 섀도우 보더를 지나서
- 제4층─── ORT가 오고 있는 방향으로───? - 선택
마슈
다들 지나갈 때 손을 흔들며───
웃으셨어요───
카독
50…… 60…… 치첸 이차에서 살아남은
디노스들이야. 다들 총기로 무장하고 있는데……
설마 ORT를 공격하려는 건가……?
다 빈치
──────.
시온
스톰 보더에서 섀도우 보더에 전달.
현재 디노스 집단이 거길 통과했으리라 봅니다.
디노스들은 무장하고 있지만
우리를 공격할 의지는 없어요.
이건 ORT에 맞서기 위한 출격이에요.
공룡왕이
『가세할 필요는 없어.
칼데아는 칼데아의 책무를 다해라』
이런 말을 남겼어요.
섀도우 보더는 예정대로 합류해 주세요.
주포 발사 시퀀스는 완료된 상태예요.
여러분이 스톰 보더에 도착하는 시간과
ORT의 공격범위가 치첸 이차에
닿는 시간은 거의 동시에요.
ORT 격파 여부는 여러분의 귀환 시간에
크게 좌우돼요. 이상입니다.
(통신 종료)
마슈
──────.
고르돌프
맙소사,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총기를 든 건 뭘 잘못 본 걸 거야!
디노스는 온화하고 총명, 이지적인 인류 아닌가!
모습은 달라도 목표 삼을 가치가 있는 인류의 미래상이란 말이야!
그런 디노스들이 어째서,
(투두두두두두두)
고르돌프
왜 싸우는 거지!? 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
ORT는 우리 힘만으로 격파할 수 있어!
그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고르돌프
저들이 피를 흘릴 필요는 없다고!
없단 말이야─────!
(끼이이익)
다 빈치
고르돌프 군…….
테페우
고르돌프. 액셀을 밟아 주십시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지만 만일의 사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서 이탈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아 참, 무슨 무기가 될 만한 건 있습니까?
간단한 거여도 됩니다. 나이프 같은 거라도요.
- 테페우까지?
- ───어째서? - 선택
테페우
다들 싸우러 가지 않았습니까.
저만 여기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개죽음. 옥쇄.
여러분 눈에는 그렇게 보이실 겁니다.
제 생각도 그렇고요. 이건 피할 수 있으며,
피해도 되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이건 저희에게 비로소 싹튼 윤리입니다.
이를 무시하면 저는 디노스일 수 없습니다.
- ………….
다 빈치
……이거면 될까?
긴급용으로 비치된 서브머신건인데.
너는 덩치가 작은 디노스니까 어지저찌 쓸 수 있을 거야.
테페우
물론이지요. 사용법은 압니다.
안전장치는 차 밖에서 풀겠습니다. 그게 매너지요.
테페우
그럼 이만.
(문 개폐음)
마슈
기다려 주세요!
마슈
가시면 안 돼요, 테페우 씨!
저희가 멈출 권리는 없어요.
없단 건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가만 볼 수는 없어요!
테페우 씨뿐만이 아니에요!
디노스 분들은 투쟁을 택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증오와 차별이 없는 분들이세요.
그런데 왜 지금 제 발로 전장에 나서시려는 건가요!?
죽을 뿐이란 걸 뻔히 아는 곳에 왜……!
마슈
저희는 여태까지 많은 세계를 봐 왔어요.
어떤 과오가 있었더라도,
어떤 죄가 있었더라도, 그 누구도,
단 한 명도 죽어도 될 분들이 아니었어요.
그 중에서도─── 디노스 분들은
정말 훌륭하신 분들인데───
종의 절멸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 희망과
의의도 없는 싸움에, 왜 목숨을 내던지려 하시는 건가요!
테페우
───놀랐습니다.
몹시 강한 분노를 품은 분이셨군요.
아니지요, 온화한 당신으로 하여금 그렇게 외치게 할 만큼
여태 쌓아 온 것이 혹독했겠군요.
마슈.
그 말대로 디노스들에게는 『특별』이 없긴 했습니다.
다들 등가이며 평등했습니다.
그래서 싸움이 없었지요.
하지만 저는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당신은 이슈킥과 대화할 때 표정이 밝으셨지요.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끝에서 하나의 모순을 마주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인간은 평등하며 누구나 귀중한 생명.
특별시해도 될 자는 없다.
그렇다면─── 누구의 죽음도 슬퍼해선 안 된다.
평등, 차별이 없단 것은 그런 것이란 모순을.
마슈
……네.
이슈킥 씨의 말씀은 모두 옳았고───
"누구나 귀중하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는데도
그 뒤의 결론에 주춤하는 제 마음이 있었어요.
……친밀한 이의 죽음과 모르는 이의 죽음.
둘 다 평등하게 대해야만 해요.
그래야 하는데도, 저는 그때───
테페우
네. 그게 저희와 여러분의 차이입니다.
마슈. 차이는 존재합니다. 생기고 마는 것입니다.
생명은 동등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과 친밀한 이의 불행을
모르는 이의 불행보다 슬퍼해도 됩니다.
여러분은 자신과 이어진 것, 자신을 빛나게 하는 것을
추구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인류는 번영했지요.
잔혹하지만 『평등한 세계』여선
저희 디노스처럼 됩니다.
특별을 인정하지 않으며, 특별을 깨닫지 못 하는 생명.
……유일한 친구조차 못 구하는 그런 세계가 됩니다.
마슈
테페우 씨…… 저기.
테페우 씨께서 구하지 못 했단 친구는, 그게……
테페우
네. 저는 그 애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600만 년이나 그런 곳에서 동종도 없이
믹틀란의 생활을 지켜보는 역할에 놓인 그 애를.
그걸 위해 많은 알력을 낳으며 좌절한 끝에
모든 걸 잊기로 하고 은거했습니다.
……저도 다를 게 없는 겁니다.
디노스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걸 받아들이고 말았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이 찾아오셨지요.
범인류사 이야기는 모두 위험했지만
이와 동시에 참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이 동굴에 찾아왔을 때의 충격.
하베트롯과 당신의 신뢰에 찬 목소리.
(플레이어)의 심음이 내는 성실함과 사뿐함.
마린이 기운차게 뛰어다니는 소리.
U-올가마리의 자신만만한 미소.
코토미네 신부의 수상쩍은 언동.
다 빈치의 앳됨과 영리함.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끝이 없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내자를 자처했지만
신세계를 안내받은 건 사실 저입니다.
참 즐거웠습니다.
즐거운 건 좋은 겁니다.
나쁜 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모럴을 준수해야 합니다만. 하하하.
그러니 부디 자신들의 세계를, 행동을
사악한 것으로 느끼며 짊어지진 마십시오.
말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디노스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원망하지도 질투하지도 않습니다.
마슈
그건─── 네.
……네……!
테페우
……뭐,
새로이 드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이 행성에서 6600만 년이나
번영한 인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6600만 년 동안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단 사실이 슬픕니다.
이만한 시간이 있었다면 무언가를 응당 이루어야 했겠지만,
저희는 단 하나도 쌓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게 진정으로───
『평화로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일는지요?
테페우
그 성질 자체가 지성체로서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오답,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뿐이었던 겁니다.
인간은 정답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 국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나중에 가서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는 걸
깨닫기 때문입니다.
지성체인 이상, 절대적인 『정답』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인간의 대답은 언제나 잘못된 『오답』이니까요.
디노스들은 이를 몰랐습니다.
알지를 못 했지요.
하지만 지금에야 비로소 오답을 택했습니다.
6600만 년을 들여 당신들과 똑같은 지평을 목표 삼는
인류가 된 겁니다.
마슈
……똑같, 다뇨.
저희가, 디노스 분들을, 목표 삼는 게, 맞는데.
테페우
그럴 땐 서로의 장점을 합치도록 합시다.
좋은 점만 챙기는 욕심 많은 진화를 꿈꾸는 겁니다.
……흠, 이 이상의 시간은 없겠군요.
(플레이어)에게 할 말은
치첸 이차에서 해 두었지요.
테페우
여태까지 고맙습니다, 마슈.
동굴에서 만났을 때, 무기를 들지 않고
인사 먼저 건네 준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마슈
저야말로───
정중하게 인사해 주셔서 기뻤어요!
안녕히 가세요, 테페우 씨……!
저희를 이끌어 주셔서 고마워요!
디노스들의 공격으로 브레이크6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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