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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있어요 스핀오프 _ #03. 야 최진언

애인있어요(218.146) 2020.05.23 23:45:24
조회 1018 추천 21 댓글 6


전지적 최진언 시점 스핀오프 03. 야 최진언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은 이후 해강이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여 매일 학교에 잘 나오지 않거나 잠을 자던 현우 대신

이제 생활과 법률 시간에 해강이는 내 옆에 앉게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공부를 하고 (나는 공부하는 해강이를 볼 때가 더 많았지만)

나는 계속 해서 해강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었다.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에 4번 이상을 만났고,

해강인 모르겠지만 만나지 않은날에는 가끔 상사병이 나기도 했다.



"야 최진언"


해강이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사실 나에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있었는데 그건 바로 존댓말이었다.

처음에 잘못된 시작 때문에 난 아직도 해강이에게 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상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건지 해강이는 나에게 말을 놓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해강아 하고 불러보고 싶은데 나는 여전히


"해강씨..."


라고 부른다.

그렇게 벌써 한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현우는 나의 호가 야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이번 학기에는 꼭 말을 놓을거라고 다짐해본다.



매일 알바와 도서관 그리고 수업시간 말고

해강이가 유일하게 나를 만나는 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이다.

물론 우연을 가장한 나의 노력이 어느 새 자연스러운 시간으로 이어진거라는 걸

해강이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기말고사가 끝난 금요일

어김없이 학식을 먹던 해강이가 물었다.



"너 내일 뭐해?"

"내일이요? 뭐 없는데요"



그녀가 처음으로 내 스케쥴을 물었다.



"그럼 내일 우리 만날래?"



해강이가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다니..

너무 좋아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망설이는데..



"바쁘면 말구"

"아니야. 아니에요. 내일 괜찮아요"

"그래 그럼 내일 학교에서 12시에 만나자.

나 수업 있어서 간다 안녕"



늦은 내 대답에 다소 섭섭했는 지 한 발 물러서는 듯 보엿지만

그 말에 내가 더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았다.

그 때는 혹시나 약속이 깨질까 걱정스러워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그 날 해강이는 이후 수업이 없었다.




다음 날, 12시

해강이와 3개월 동안 같이 학교를 다녔지만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최진언 미션!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도 하고, 해강아.. 하고 불러도 줘야지



"왔어? 가자"


해강이가 웃으며 내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해강이는 나에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해강이를 따라 걸었다.


어느 골목길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었다.



"해강이 왔어?"


식당 주인처럼 보이는 분이 해강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매일 그녀의 동선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곳은 처음이었다.



"이 학생은 누구야? 남자친구야?"

"그냥 친구에요"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분의 물음에

해강이는 그냥 덤덤하게 말했고

나는 그냥 친구라는 말에도 가슴이 콩닥 콩닥 뛰었다.


우리는 식당에 나란히 앉았다.



"여긴 메뉴가 없어.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아 그렇군요"



잠시 후,

집에서도 볼 수 없는 다양한 반찬들이 한 상 차려졌다.



"와 반찬 되게 많네요"

"여기 내 단골이야"


해강이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단골집도 다녔었구나..

얼른 밥 한숟가락을 입에 넣으며 해강이에게 엄지를 번쩍 들어줬다.



"정말 맛있어요. 최고에요"

"다행이네. 근데 이 집에 한가지 흠이 있어"



내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해강이는 검은 콩을 가리켰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콩밥은 이상하게 먹기 싫더라.."



해강이의 의외의 농담에 웃음이 터져서 밥알이 다 튀어나갔다.

다행히 해강이 옷에 튀지는 않았지만 테이블이 엉망이 되었다.



"아 미안해요. 아.."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에

해강이는 옷을 털면서 괜찮다고 말해줬다.



"진짜 미안해요"



아 오늘 고백은 글렀다.. 싶기도 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근데 그 존댓말 좀 안하면 안돼? 되게 거슬려. 무지 기분 나쁘고"

"네?"

"또또"

"알고 있었네요"

"요가 아니라 있었네"

"알고 있었네"



해강이가 알고 있었다니..

나를 생각하고 의식하고 있었다니..



"앞으로는 반말 해"

"네.. 아니 응"



해강이는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내 밥풀이 튀어있는 그 밥을 해강이는 정말 맛있게 끝까지 먹었다.

그 날 해강이가 웃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환하게 웃으며 밥을 먹는 해강이가 너무 예뻤다.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에도 그녀가 좋았지만

그녀를 알아가는 날들동안 그녀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이 그녀를 제일 사랑하는 날이다.

그래서 난 다시 용기를 냈다.



"해강아. 도해강"

"응?"



그 날 처음으로 그렇게 해강이 이름을 불렀다.

비록 좋아한다는 말은 숨겨야 했지만,


나중에 그 날을 해강이와 이야기 했을 땐,

해강이는 그냥 월급을 타서 밥 한끼 사고 싶었던 날로 기억했다.

난 그 날을 그녀가 점점 알고 싶어지던 날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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