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첫했는데 멘탈 붕괴된 와중에도 생각할 게 정말 많은 극이다ㅠㅠㅠ
그 중에서도 극 첫 장면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오리랑 욕조가 계속 등장하잖아. 그래서 그 의미를 생각해 봤어.


일단 오리는 아까 어떤 횽이랑 댓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각인 효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
조이가 태어나는 순간 처음 본 제이크를 아빠로 인식하고, 제이크는 부모로 태어나는 순간 조이를 자식으로 인식하면서 서로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존재로 각인된 거지.
첫 장면에서 조이가 자기는 오리 싫다고,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 성질을 내는 건 아빠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자립 의지를 드러내는 대사인 것 같아.
마지막 장면에서 제이크가 사실 자기가 오리를 더 좋아했다고 고백하고 조이도 그런 것 같다고 수긍하잖아.
이건 조이에 대한 제이크의 맹목적인 사랑, 부성애를 표현한 것 같고 조이도 그걸 잘 알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서 이후에 혼자 살아가게 될 조이가 너무 안쓰러웠다.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욕조씬. 내가 생각하는 욕조의 의미는 세 가지야.
첫 번째, 조이가 목욕할 때 나오는 욕조.
나는 이 욕조를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공간이라고 해석했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아기에게 양수로 채워진 엄마의 자궁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잖아.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면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진짜 세상을 접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게 되는 거지.
그런데 조이는 안타깝게도 '심각한 장애'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기회를 갖지 못해. 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니까.
욕조씬은 그런 조이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었어.
단순히 씻는 일부터 ㅈㅇ처럼 비밀스러우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일조차 아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조이에게 욕조는 마치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공간이랄까.
그 안에서 조이는 보호받고 또 아빠랑 교감을 나누게 되는 거지.

두 번째, 춤추는 강물 속 서문에 나오는 욕조.
제이크가 나는 이 아이를 물 속에 넣는 것이 두렵다고 하잖아.
여기에서의 욕조는 조이가 태어나서 살아가게 될 현실 세상을 상징하는 것 같아.
갓 태어난 새끼 오리를 데리고 큰 물가에 나오는 어미 오리처럼 제이크는 조이를 물가(세상)에 내놓는 것이 두려운 거지.
이건 이제 갓 부모가 된 제이크의 두려움과 부성애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조이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두고 평생 보호하려고 했던 제이크의 현재 모습과도 연결되더라.

세 번째, 제이크가 죽어간 욕조
이 장면에서 욕조는 죽음의 세계이자 또 다른 세상(고통 없는 곳)으로 가게 해 주는 매개체 같아.
제이크는 조이가 엄마의 자궁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을 분명 지켜봤겠지. 조이는 반대로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지켜봐줌으로써 태어나는 순간 서로 눈을 맞추고 서로에게 각인되었던 관계를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 같아.
제이크가 안락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킬미나우를 조이가 말할 땐 힐미나우"로 들린다고 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계속 이 대사가 머릿속에 맴돌았거든.
제이크의 죽음은 '끝'이라기보다는 고통 없는 세계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마지막에 등장한 욕조는 제이크에게는 또 다른 탄생을 기다리는 자궁과 같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이 장면은 첫 장면의 욕조씬과 대칭을 이루는 느낌이야.
첫 장면에서는 조이를 보호하려는 제이크의 애정이 담긴 공간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제이크를 보호하려는 조이의 애정이 담긴 공간이랄까.


컷콜까지 엄청 오열하면서 보긴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조이가 진짜 세상 속에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상처받고 살아갈 앞날을 생각하면 미치도록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지만ㅠㅠㅠㅠㅠ
결국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맨몸으로 세상과 맞서 싸워야 되는 건 똑같잖아.
내가 대체 왜 이렇게 오열을 하며 봤나 생각해보니 이유가 이거더라구.
나이가 들면서 내 주위를 감싸주던 보호막이 차츰 얇아지고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
그래서 그 보호막을 잃게 된 조이와 누군가의 보호막이 되어주면서 정작 자신은 보호받지 못했던 제이크의 모습이 내 현재와 미래인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가족과 친구의 존재가 정말 크디크다는 것도 더불어 느꼈음. 앞으로 잘해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