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에 다큐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다큐같은 영화, 혹은 영화같은 다큐. 스포트라이트는, 영화와 다큐를 가중평균한 바로 그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영화는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및 조직적인 은폐를 파헤치는 언론을 다룬다. 민감한 부분이고, 관객 역시 불편하다. 특히 가톨릭 신도라면 더욱 불편할 터. 그렇지만 영화는 그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부드럽게 전달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건조하다. 한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어느 정도 진척이 되면 동시간에 일어나는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리고 그 사건 역시 어느 정도 진척이 된다 싶으면 다시 돌아온다. 이래서야 관객이 몰입할 수 있나? 가능하다. 영화는 가장 강렬하게 이를 역설한다. 모든 사건은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이라는 대주제 아래 진행되기 때문에 한 프레이즈 안에 여러 사건들이 같이 진행이 되더라도 관객은 전혀 몰입에 방해받지 않고 오히려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이를테면 요전법 같은 것이다. 궁금한 지점에서 끊고 관객을 궁금해서 애타게 하는 기술. 정작 영화는 전혀 안달나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포인트다. 기자들은 사건을 파내고, 진실에 접근하며, 그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카메라는 이를 언제나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이 건조한 진행 앞에 배우, 연기, 소품 등은 한낱 구성원에 불과하다.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등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데도 이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 외에 어떤 주연상/조연상도 받지 못한 점이 이를 반증한다. 카메라는 배우에게 기자가 특종을 대할 때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 흔한 액션씬도 글쎄, 중간에 마크 러팔로가 달리는 장면 외에는 나오질 않는다. 영화 내내 기자들의 팀웍이 강조되는데 여기서도 주인공은 없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조연이 되어 한몸처럼 움직인다. 영화 자체에서도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인 것을 극중 사건에서도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인 것으로 표현하여 마치 액자식 구성으로 쓰인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영화는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엔딩까지도 spotlight? 단 한 어절로 처리하고 엔딩크레딧 직전에 나오는 자막으로 진짜 엔딩을 대체한다. 그러나 관객에게는 분노를 선사하며 가톨릭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면 음악은 영화를 위해 제작한 음원 말고는 그 어떤 기성음악도 들어가 있지 않다. 영화 내내 임팩트가 필요한 장면이 없으니 한스 짐머의 음악같이 임팩트가 있는 음악도 아니다. 그저 피아노가 멜로디를 짚어주고 스트링과 약간의 클랩 등이 들어간 음악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음악감독에게 개인적인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훌륭한 믹싱과 적절한 사용. 그것보다 더 이 음악을 잘 표현할 말이 있을까. 버드맨의 ost와도 비견할 만하다.

그리고 번역이 참 잘 된 것 같다. 의역에는 오역이 들어가기가 쉬운데 내가 본 바로는 오역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마크 러팔로의 "It could have been you, it could have been me, it could have been any of us. We gotta nail these scumbags! We gotta show people that nobody can get away with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