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본적없고 오늘 하느님석에서 관람해서 사실 연기나 자세한 디텔들은 못봄.

전체적으로 드라큘라 극 자체를 본 뒤 자첫의 느낌을 적어볼게.

드라큘라가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긴 하지만 

나조차도 드라큘라가 뱀파이어다, 또 마늘, 십자가 무서워한다는 설정밖에는 모른 상태로 공연을 보러갔어.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나오는 드라큘라와 엘리자베스의 과거랑 뱀파이어가 된 계기같은 것들이 신선하기는 했지만

엘리자베스의 잔상에서 시작한 미나를 향한 집착인듯 애정인듯한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드라큘라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어.

신에 대한 반발로 스스로를 파멸시키려고 했던건지 악마와 계약을 하는데

그게 사실 스스로 선택한 저주라 드라큘라는 그 저주에서 괴롭거나 딱히 오랜 시간을 살면서 외로워하는 느낌도 보이지 않았어.

그냥 자기가 가진 힘을 유용하고 적절하게 잘 써먹으면서 오랫동안 잘먹고 잘사는 느낌.

그랬던 드라큘라가 갑자기 미나를 만나게 되고 한없이 무너지고 집착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죽음까지 선택하는데

그 사이에 극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드라큘라를 죽이려는 자와 드라큘라의 대립, 그리고 드라큘라가 이용하는 인물들 위주로 나오다보니

드라큘라가 미나를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고뇌나 고민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대답이 그래서 너는 뱀파이어가 될래 아닐래의 선택으로 너무 바로 가는 느낌이어서;;

만약 결말이 그렇게 끝날거였다면 드라큘라가 조금 더 망설이고 자기 자신의 존재와 미나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더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또 하나는 반헬싱과의 마지막 대화 전까지만 해도 드라큘라는 미나는 나의 것 나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일념만 가지고 미친듯이 달렸는데

그렇게 오랜시간 하나의 일념으로 살던 드라큘라가 갑자기 마지막에 마음을 바꾼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어보이지는 않았어.

거기에 루시나 루시의 남편들이야기도 사실 너무 극 전체 흐름과 동떨어져보였고.

중간에 루시 남편찾는 넘버는 너무 뜬금없었고 루시와 아더가 결혼한 뒤에도 왜 그렇게 구남친들을 데리고 다닐까?하는 의문.

굳이 루시라는 인물 없이 미나, 조나단과 드라큘라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했어도 할 이야기가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거기에 반헬싱까지 부인의 죽음으로 인해 복수를 꿈꾸고 드라큘라를 쫓지만

결국 마지막에 자신이 죽여버린 줄리아에 대한 충격인지 너무 쉽게 복수를 어물쩡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것도

반헬싱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중심이 사라진 느낌이라서 좀 어이없었어.

그렇게 1막 2막 내내 이성적이고 냉철하던 교수가 눈앞에서 복수를 포기하다니? 그리고 갑자기 교훈을 주고 떠나버림.

여기에 조나단의 어정쩡한 발음과 엉성한 연기때문에 

원래 조나단이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렌필드는 연기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자첫하는 입장에서 왜 처음에 정신병자가 나오고

이 사람의 주인은 도대체 반헬싱인가 드라큘라인가 하는 의문을 좀 갖게 만들었음.

나중에 미나와의 대화를 통해 극에서 좀 필요한 존재였구나 하는 깨달음을 가졌지만

딱히 드라큘라의 힘이나 능력이 이 캐릭터를 통해서 더 극대화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전반적으로 봤을때 자첫이라서 그런지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있어서 정말 구멍이 많고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 눈에 많이 띄었음.

거기다 넘버들도 대극장 넘버들처럼 화려하거나 웅장한 스케일이 아닌 넘버들이 많은데

그 마저도 프레시 블러드나 러빙유 킵스미 얼라이브 같은 유명한 넘버 몇개 빼고는

귀에 잘 들어오는 넘버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음.

이에 반해 세종 무대 전반을 지하공간까지 포함해서 큼직큼직하고 신박하게 사용한 구조나

극 사이사이에서 보여진 조명이나 전체적인 움직임들은 좋았어.

세트가 높이가 높다보니 장면마다 무대의 깊이감은 좀 떨어졌지만

물 흐르듯이 장면이 전환한다거나 빨간 옷 입은 뱀파이어 언니들의 동선이 무대 구성 때문에 더 새로울 수 있었던 듯.

천장에서 관이 내려온다던가 하는 구성과 마지막에 관 연출도 드라큘라가 좀더 뱀파이어스러울 수 있게 도와줬던 것 같고.

자세히 보지를 못해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나 감정 표현에 대한 후기를 못 적는게 아쉽지만,

멀리서도 음악때문에 몰입이 깨지는 경우는 없었어.

드라큘라가 대사할때 의상때문인가 마이크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몇몇 있었는데

그게 계속 이어져서 좀 아쉬웠고 미나가 컨프롱하면서 초록색 옷 입고 부르는 솔로가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원곡을 모르지만서도 음정이 정확하게 딱딱 찍히진 않았던 것 같아. 

써보니까 아쉬운 점들이 월등히 많아보이지만

자리가 하느님석이어서 그랬던 거랑 아무래도 첫공이라서 아귀가 딱딱 들어맞지는 않았던 것 같음.

여러가지 감안하고 봤을때 자둘을 찍어야겠다! 이런 느낌이 많이 들지는 않는데

내가 드라큘라 극 특유의 흐름을 이해를 잘 못해서 관극이 막 즐겁지 못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

대극장 특유의 무대 사용과 몇몇 넘버들을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할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