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글미안!
난 지금은 어제가 된 14일 공연으로 고흐 자첫했어.
사실 작년 여름에도 너무 보고 싶었는데.. 그때 본진극이 생겨서 폭풍처럼 돌던 때라 다른 공연을 하나도 못 봤었거든. 그래서 앵콜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기간은 짧고, 스케쥴이 이래저래 꼬여서 결국 자첫자막도 못하게 되나 했거든 ㅠ
근데 정말 운명처럼!! 오늘 시간이 딱 나서 바로 아르코 달려가서 현매했어.

아래부터는 짧은 후기야! 자리 후기 다음부터는 스포 있을 수 있어!!

자첫하는 횽들은 2층 별로인 거 같아.. 자첫을 1층에서 했다면 조명 보러 2층 올라오는 것도 좋겠지만, 2층이 음향이 좀 안 좋더라구.
넘버나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대사나 가사가 전달이 잘 안 되니까 좀 힘들었어. 그리고 2층 3열까지는 무대 앞부분이 난간 때문에 좀 잘려!

극 자체는 호! 호호호! 뭔가가 날 강하게 치고 갔다는 느낌은 없었어. 근데 회전문 돌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들더라. 1층 앞열에서 고흐 형제들 표정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고.. 1층 뒤에서 전체적인 그림도 보고 싶고, 2층 다시 올라와서 조명 감상하면서 또 보고 싶고 뭐 그랬어.
그리고 배우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지가 굉장히 궁금해. 빈센트와 테오 둘 다.. 실존인물임에도 표현할 여지가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거든.
빈센트는 그 사람이 갖는 강렬한, 기묘한 느낌이 있잖아.
또 테오는... 형을 사랑하는 동생이자 동시에 형의 그림을 파는 화상이고 형의 후원자이기도 하고. 그 여러 역할들 사이에서 테오라는 인물이 어떤 입장을 취했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니까 마음이 저릿저릿하더라.

사실 얼마 전까지 명동로망스 돌고 있었거든.
보면서 그런 생각도 했어. 장선호가 더 먼 과거의 낯선 땅으로 가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남루한 옷을 입고 사람들한테 미친 놈 소리 듣던 빈센트를 보니까 똑같이 미쳤다고 손가락질받던 이중섭이 생각나더라고.
명동에서 이중섭은, 미래엔 자기 그림이 수십억에 팔린단 말을 듣고도 헛소리라고 화내는 사람이야.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 치여 그 꿈이 바래져 버린... 더이상 꿈을 향해 나아갈 자신감이 없는 그런 사람.
나는 빈센트하고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빈센트 옆에는 언젠가 그의 그림이 분명히 위대하게 평가받을 거라는 확신을 줄 사람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더라.
테오는 형의 든든한 후원군이었지만 동시에 혈육이었고 화상이었잖아. 형인 빈센트 입장에선 테오에게 의지만 할 순 없었을 거 같아. 그래서 서로 격려해주며 그림을 그릴 동료를 찾아 헤맸던 거 같고.
믿었던 동료에게서 버림받았을 때, 빈센트의 마지막 믿음.. 자기가 그림을 그리는 게 잘 하고 있는 거라는 마지막 믿음의 고리가 끊어져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만큼 자둘하고싶어ㅠㅠ


+) 싸인회 후기!
오늘 싸인데이인줄 모르고 갔는데 줄서길래 냉큼 서서 받아왔어 ㅋㅋㅋ 자첫이니까 뭐 대단한 질문을 할 만큼 극을 이해하진 못한 거 같아서, 싸인할 때 서로의 초상화 그려 달라고 부탁했어. 둘다 그림 배운 사람들처럼 쓱쓱 그려 주더라! 같이 보자고 올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