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하려고 애당초 계획했던 곳은 Saint Archer였습니다. 그러나, opening time이 3시여서 미리 확인을 하지 않았던 저는 헛걸음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급히 계획을 바꾸어 근처의 Alesmith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Ratebeer가 선정한 2013년 top100 brewery 중 당당히 1위에, 2014년 리스트에서는 8위에 랭크되어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릴 만한 회사이기에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안고 방문을 하였습니다.

이 회사는 Ballast Point보다 한 해 앞선 1995년에 설립되었는데, 전체 매출로 따지면 발포에 크게 뒤지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거의 대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발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케팅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평일에는 공장 투어를 운영하지 않고 토요일에만 하고 있으며, 테이스팅룸에서 푸드메뉴를 취급하지 않고 술만 팔고 있습니다. 대신 안주를 가져가서 먹을 수 있기에 가는 길에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사 갔습니다.

오늘 시음한 것은 리스트의 1번부터 6번까지였습니다(사진 왼쪽 위부터). 원래는 저 잔 가득히 따라 주지만 이것들을 한잔씩 다 먹다가는 집에 가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반잔씩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봐야 6잔에 11불이니 별로 아깝지는 않더군요.

우선 1번(X), 5번(.394), 6번(IPA)은 그 성격이 거의 비슷합니다. 약간의 hop향이 느껴지는 외에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5번이 그중에서는 상대적으로 hoppy하긴 하지만, 요즘 워낙 "쎈 놈"들을 많이 마셔대고 있는 터라 거기에 비하면 이것들은 거의 순하리 수준이네요. 6번은 오히려 약간의 바닐라향이 느껴집니다.

다음으로 2번(LIL\' DEVIL)은 보기와는 달리 딱 막걸리 맛입니다. 오래 삭은 시큼한 막걸리는 아니고 냉장고에서 막 꺼낸 탄산 막걸리 비슷합니다.

3번(NUT)은 별다른 향이 없고 마셔보면 은은한 캬라멜 색소 맛이 느껴지는데 오래 남진 않습니다. 4번(ANVIL)도 거의 유사한 맛인데 단맛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대신 탄 누룽지 같은 구수한 냄새가 납니다.

테이스팅을 마치고 느낀 소감을 한 마디로 피력하자면....
  "??? ......" 입니다.
전체적으로 맛이 light하고 피니쉬가 길지 않으며, 강한 인상을 주는 뭔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 지속적으로 top list에 랭크되는지 그 이유를 이번 테이스팅에서는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가급적 여러 맥주를 맛보고자 낮은 도수에만 치중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음 방문 때는 고도수 위주로 공략해 보겠습니다.

병따개 하나만 손잡이가 큼지막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드는군요. 잡기도 불편한 다른 회사 것보다 훨씬 낫네요.

뭔가 아쉬움이 느껴져, 집에 오는 길에 다시 Ballast Point에 들러 요즘 주갤에서 혹평을 받고 있는 Indra Kunindra를 먹었는데, 웬걸 엄청 좋은데요. 신선한 카레의 향이 입 안 가득... 한 잔 더 먹을 수도 있겠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