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노웨이아웃에서 트리플 H랑 했던 쓰리 스테이지 오브 헬 경기.

레메 13에서 브렛 하트랑 한 경기는 경기 자체로는 저 경기보다 좀 더 윗줄의 경기 같은데, 

브렛과 오스틴 두 사람의 캐릭터와 상황, 외적인 스토리와 경기장 안에서의 사이콜로지가 모두 맞아떨어진 경기라는 느낌이었다면(뭐 그러니까 만점 받은 경기지만)

저 경기 보고는 "와 오스틴 진짜 경기 잘한다." 이 생각 들었음.

저 경기 시간이 37분 ~ 39분임. 그게 어느정도 시간이냐면 저 경기 이후로 한 경기들 중에 아이언맨 매치 종류 뺴고 일대일로 저거보다 더 긴 경기는 삼치 VS 숀 헬셀 경기 밖에 없는데, 그 경기는 대놓고 느릿느릿 한 경기고.

근데 진짜 장장 40분 동안 주먹, 킥, 루테즈 프레스, 스터너, 백 바디 드랍 이거 밖에 안하는데..... 경기가 되더라.

거기다 보통은 장시간 경기면 한참 싸우다가 현자타임 오면 쉬기 마련인데 미쳤나 싶을 정도로 계속 싸움.

40분 동안 단 한 템포도 안 끊어지고 끊임없이 경기가 이어지는데 경기장이라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걸 보는 기분이랄까...

맥주로 후두려 까고 주먹질 죽어라 하고 아무튼 그렇게 싸우는데도 난잡하다거나 하는 느낌 별로 없고 몰입도 높은게 엄청났음. 

보통 이런 장기전 하면 악역이 주도권을 잡고 길디 긴 시간 동안 선역을 눕혀놓으면 선역은 간혹 반격하면서 버티는게 대체적인 패턴인데

오스틴은 그런거 없음. 오히려 경기 내내 악역인 트리플 H가 죽어라 쳐 맞고 쳐 맞고 쳐 맞다가 간간히 반격 하는 모양새인데, 관중들이 오스틴이 악당 두들겨 패는것을 즐겁게 보다가 악역이 팔자 좀 피려고 하면, 다시 거기서 또 반격해서 두들겨 패면서 통쾌함을 주는 패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장기전을 하면서도 끝까지 상대에 대한 증오심과 이 새끼를 아주 조져놔야겠다... 라는 그런 심리 연기가 계속 느껴지는게 좋았다.

오스틴은 자기 경기력에 대한 말 나오면 "난 기술 몇개 없지만, 뭐 썩 나쁘지는 않은 결과물을 남겼다." 거나, 

"요즘 선수들은 나보다 수만배는 더 기량이 뛰어나지만 이 부분이 아쉽다." 정도로 겸손을 많이 떨던데, 

요즘 선수 중에 저런 극한의 브롤링 매치를 보여줄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요즘 포지션에서는 로만 VS 브레이가 저런 경기를 해야 하는데..

비슷하게 경기 내내 같은 기술만 쓰는 명경기로 릭 플레어 VS 리키 스팀보트 55분 짜리 경기나 릭 플레어 VS 스팅 45분 짜리 경기도 봤는데, 그 경기들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