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벽드씬 이후 어색한 기류는 덕선에게도 있었지
아침 등교길 빠른 걸음에도 정환을 보고 순간 멈칫..

그리고 생각해보면 둘사이 예전과 다른 어색한 분위기에
그간의 사이로 회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빙신아라는 말도 덕선이 입에서 먼저 나왔지..

버스안 정환의 품에서 덕선이의 시선이 꼽혔던 것은
남자애들 속에서 버티기 위해 울끈불끈해진 정환이 팔뚝..
흔히 남자들 후진 때 조수석에 팔 올리는게 멋지다라는
말처럼 이건 덕선에게 정환이가 점점 남자로 각인됨을 알리는 시작이었던 거 같다.
정환이 수학여행날 밤 밀착된 덕선이의 가슴을 느끼고 소꿉친구였던 덕선이를 여자로 느끼게 된 시작점처럼.

정환이만큼 확 올라왔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정환이의 행동이 쌓일때 마다
덕선도 서서히 부랄친구 정환을 무의식적으로 남자로 느끼는 부분이 차곡차곡 쌓였던게..
볼이 벌개진 덕선이 아로아라는 말에 정환에게 네로냐라고 발끈할 때 자신을 지칭하는게 아로아 즉 여자라면 정환이에게 대꾸할때 정환을 아로아에게서 남자 즉 네로라고 해버린거..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정환에 대한 의식에 깔려있는게 자신의 성에 대한 반대, 이성으로 느끼는 기류가 깔려있던 걸 순간적으로 뱉어버린거라 봤다.

그밖에도 별밤 콘서트때의 치마와 사진 찍을 때의 가방끈을 움켜쥐는 손으로 느껴지는 어색한 기운..
동룡이에게처럼 어깨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택이랑 함께처럼 편안하지도 않다. 마치 수학여행 갔다온 날 쫓겨나온 덕선이 손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하던 정환처럼 덕선에게도 정환은 친구의 범주에서 이성의 범주로 넘어간듯 보였다.

선우때의 착각은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감정이 크지만 이 사춘기 시절 풋사랑은 이성에 대한 감정이라긴 보다 선우가 착하고 공부잘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에 있었다.
정환은 선우에 반해 오히려 싫은 존재지만 남자로 다가온다는게 커보인다.

친구들과 대화에서 정환은 단 둘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풋풋하지만 뭔가 야릇하고 이둘의 관계에서 어떤 성적긴장감을 불러키는건 사춘기시절 막 이성에 눈뜬것과 같이 서로를 이성으로 인지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의 층위가 쌓였기 때문이라 본다.

이제 덕선은 반고백식으로 정환을 마음을 확인했다.
허나 아직 자신의 마음은 친구들에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이후 그리 먼 거리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털어놓은 택이의 고백은
정환이의 감정에 잠시 제동을 놓으면서

앞으로의 회차에선
친구들이 덕선에게 너는 정환이를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던 거 처럼
덕선 자신도 아직은 완전히 확실하지 않은 감정,
정환에 대한 덕선이의 감정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