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세상 일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어제 구두쇠였다가도 오늘 돈을 펑펑 쓸 수 있다. 이 행위 자체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왜'다. 도대체 왜 돈을 펑펑 쓰는 것인가.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보상 심리에서 나온 이른바 '돈질'인지, 아니면 그런 엄혹한 시기를 다시 겪지 않기위해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합리적 투자인지. 가치 판단은 '왜'를 생각해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3년간 FA 영입에만 465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런 과감한 투자는 오랜 팀의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사진은 한화가 최근 2년간 영입한 내외부 FA스타들. 스포츠조선 DB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지갑이 요즘 엄청 크게 열리고 있다. 최근 3년간 FA 영입에만 무려 465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2012년 이후 2군 전용숙소와 훈련장, 대전 한화이글스 파크 개·보수 등 인프라 구축에도 423억원을 썼다. 이런 지출은 천박한 '돈질'인가, 합리적 '투자'인가. 쉽게 정의하기 어렵다. 특히 FA선수 영입의 성패는 해당 선수의 성적이 나와야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의 이런 행보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바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보내야 했던 길고 어두운 암흑기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화는 깊은 암흑기에 빠져들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은 한화의 길고도 추웠던 '흑역사'다. 이 때의 한화는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간 부분이 없었다. 성적은 바닥을 기었고, 관중수는 줄어만 갔다. FA 시장에서는 언제나 찬밥신세였다. 심지어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다른 구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인원만 선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늘 실패였다. 괜히 저렴한 선수를 데려왔다가 시즌 중 몇 번이나 교체해 총비용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특히 이 시기의 한화 구단, 특히 프런트의 능력은 최악으로 평가되곤 했다. 구단 운영에 있어 장기적 관점의 비전이나 플랜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선수단의 리빌딩은 갈수록 늦어졌고, 평균 연령은 늘어나기만 했다. 당연히 기량은 갈수록 퇴보했다. 심지어 2010년 주전 3루수인 송광민이 시즌 초반에 갑작스럽게 영장을 받고, 갑자기 군에 입대하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의 한화 프런트 수뇌부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팀을 운영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