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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 리뷰 (연극 내림)

ㅇㅇ(121.88) 2015.11.22 17:00:07
조회 1650 추천 39 댓글 6

안녕? 아폴로 프로젝트 후기를 가져와 봤어.

이미 내린 연극이라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극이 워낙 좋았어서... 

재연했으니 삼연도 오길 기대하며 올려봐. 

중반 이후에 스포일러가 있는데, 스포일러 표시 해 뒀으니 피할 횽들은 거기까지만 읽으면 될거야!

극도 좋았고 연출도 좋았고, 특 배우들이 정말 좋았는데 본문에서 배우 칭찬을 못해서 가슴아프다...


몇 시간 전에도 했던 말이지만ㅋㅋ 소수 어그로 빼고 연뮤갤러들 항상 고맙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 


 

1.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

 

S: 야, 너 좀 괜찮아?

 

E: 훌쩍, 죽을 것 같아.

 

S: 그러게. 열이 이렇게 나는데. 아니 이런 상태로 어제 연극 보러 갔다 왔다고? 아파도 싸다, 야.

 

E: 막공이 코앞이었단 말이야. 어쩔 수가 없었어, 훌쩍. 이번에 못 보면 언제 다시 올라올지 어떻게 알아. 최대한 빨리 다시 와 주면 좋겠지만.

 

S: 쯧쯧, 믿을 거라곤 몸밖에 없는 게 자알 하는 짓이다.

 

E: 요 며칠 잠을 거의 못 자다시피 했거든. 꽤 피곤하긴 했어. 그래도 토요일 오전에 비는 그쳐서 다행이었지. 아침 일찍 나갔다가 빵 한 쪼가리 먹고 바로 연극 보러 간 거거든. 이 연극 보고 난 후에는 바로 종로로 달려가야 했어. 일정은 빡빡하고, 컨디션은 안 좋고, 킁, 그랬지.

 

S: 보고 온 게 이 포스터야? 아폴로 프로젝트. 웬일로 포스터를 받아 왔대? 너 이런 거 잘 안 모으잖아.

 

E: 하하. 그렇게 됐어.

 

S: 좋았나 보네. 어떤 이야기야? 우주가 배경인가?

 

E: 나도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아니야. 아폴로 11호가 발사될 당시 9살이었던 세 소년과 한 소녀의 이야기지.

 

S: 오호. 세 소년과 한 소녀라? 동화 같다.

 

E: 동화라, 그래 동화 하나 들려줄까?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 세 소년이 살고 있었어. 그냥 딱 그 나이 대 남자애들이 할 만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것들이야. 순수하고 철 없지.

 

S: 아기자기하네, 귀엽다.

 

E: 여느 날과 다름없이 천둥벌거숭이처럼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이 소년들은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보게 돼. 그들에겐 정말 경이로운 장면이었지. 저기 멀리에 있던 달에 사람이 발을 디딘 거야. 한 개인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었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었던 그 사건은 세 소년의 머릿속에 깊이 박히게 돼.

 

그리고 그 날 소년들은 또 하나의 역사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지.

 

S: 소녀구나?

 

E: 어. 시골 어른들이 배척하는 무당집 손녀. 어른들은 소녀를 더러 괴물 같은 아이라며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세 소년과 소녀는 이내 친구가 되어 햇빛이 비치나 비가 오나 산과 들을 쏘다녀.

 

아직 9살짜리 어린이들이야. 남자애 여자애 할 것 없이 함께 들판을 쏘다니지만, 그래도 소년들은 남자랍시고 소녀를 챙겨주지.

 

S: 귀엽다. 정말 동화 같아. 예쁜 이야기네.

 

E: 그렇지만은 않아. 부모님들이 엄명을 내린 탓에, 소년들은 소녀와 더 이상 놀지 못하게 되니까. 혼자 남아선 친구들을 생각하며 혼자 놀던 소녀는 머지 않아 떠나게 돼. 무당이었던 할머니가 이 마을을 떠나며 소녀를 데리고 가게 되거든. 어차피 마을에서 배척 당하던 사람들이라, 아쉬워하는 사람 하나 없어. 소년들을 제외하면.

 

그리고 그 후, 소년들은 계속 마을에서 무럭무럭 자라. 소녀가 있을 때와 같이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아폴로 11호의 이륙 장면을 흉내내면서 놀기도 하지.

 

S: 애들은 애들이네. 소녀는 그대로 영영 자취를 감추는 거야?

 

E: 아니, 돌아와. 그들이 17세 되던 해에. 마치 이 마을에 처음 오는 서울 사람인 것 마냥 할머니와 함께 이 마을로 돌아오지. 어른들은 과거 그 마을에 살았던 무당과 그 손녀는 기억하지 못한 채 서울 물을 먹은 그들을 친절하게 받아들여. 하지만 소년들은 알아보지, 소녀를.

 

17살이 되어 다시 만난 세 소년과 소녀는 9살 때와 다를 바가 없어.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고, 아폴로 11호의 이륙 장면을 흉내내면서 놀아. 물론 전혀 변하지 않은 건 아니야. 고등학생들이잖아. 서울 사는 소녀의 삼촌에게 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서울로 놀러 가기도 하지. 학교에서 해적방송을 하기도 해. 방송국 이름은 ‘우주의 아폴로.’

 

S: 아폴로에 대한 동경은 그대로구나?

 

E: 응. 진실을 위한, 진실에 의한, 진실의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뭔가 거창한 것을 할 것 같지만, 아이들이잖아. 그냥 지네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즐기는 정도야. 정치적인 의도 같은 건 하나도 없는 천진난만한 방송이지.

뭐…… 소년들과 소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그 나이 대 애들이라면, 당연하잖아? 하지만 그들 사이는 어설픈 애정보다는 굳건한 우정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다시 떠나게 돼.

 

S: 또?

 

E: 응.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 게다가 마을 어른들이, 소녀의 정체를 알아챘어. 예전에 그들이 배척하던 무당집 아이라는 걸. 서울 사람이라고 했을 때 굉장히 친화적이던 사람들은 할머니의 빈소에 그림자도 비치지 않고, 소녀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게 돼.

 

S: 소녀가 17살이라고 했지?

 

E: 응. 가혹하지?

 

S: 응. 가혹하다. 소녀가 무언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저 무당집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러는 거야? 어른들은.

 

E: 미신이 횡행하던 시대고, 시골이었으니까.

 

S: 그건 핑계가 안 돼. 어릴 때부터 마을에서 배척당하다 떠밀리듯 떠나고, 다시 돌아와선 또 거부당하고 도망치듯 떠나는 소녀의 상처는 누가 책임지란 말이야.

 

E: 그렇지……. 맞아. 하지만 소녀는 그 누구도 원망한 적 없어.

 

S: 강한 아이네.

 

E: 강하지.

 

S: 그래, 그렇게 무럭무럭 큰 소년들은? 이젠 소년이라고 하기도 무색한 나이들이 되었겠다.

 

E: 어. 스무 살이 넘고,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된 소년들은 그 중 한 명의 군입대를 앞두고 지리산으로 캠핑을 떠나. 어릴 때도 그랬듯, 굉장히 평범하고 착한 아이들이야. 대학생으로서 아무 것도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는 것 같다는 고민, 작가로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아예 미래에 뭘 해야 할지 몰라 군대로 도피하는 자신에 대한 고민, 극히 평범하지만 개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고민들을 하는, 그냥 보통의 아이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무전기를 통한 방송을 하는 방법을 접하게 돼.

 

S: 무전기로 방송을 한다고?

 

E: 어. 무전기의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암호명을 정하고, 암호명을 두어 번 반복한 후 용건을 말하는 거야.

 

S: 오호?

 

E: 예를 들면…… “CQCQ. 여기는 아폴로. 여기는 아폴로.” 이런 식으로.

 

S: 아폴로라-. 고등학교 때 하던 방송국 이름도 아폴로였지?

 

E: 그치.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무전기 저편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굉장히 익숙한 목소리가 대답해.

“여기는 광주. 여기는 광주.”

 

S: 익숙한 목소리라면 혹시……?

 

E: 맞아. 소녀였어.

 

 

 




스포일러

 


 

 


 

 

 

2. 재회: 1980년 5월, 광주

 

S: 와아, 말도 안 돼!

 

E: 그치? 정말 말도 안 되게 만나게 된 거야. 소년들은 냅다 소리쳐. “이 문디 가시나야, 니 지금 어딘데!!”

그리고 바로 광주로 달려가. 한 소년의 군입대가 5월 24일이야. 약 5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어서, 빠듯하긴 하지만 가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어.

 

S: 만났어?

 

E: 응. 만났어.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떠들썩하게 부둥켜안고 악수도 하고.

 

S: 그러고 보니, 갑자기 헤어졌다가 이렇게 만난 건 두 번째구나.

 

E: 응. 9살 때 헤어졌다가 17살에 다시 만났고, 그리고 지금 다시 만났고.

 

사실 소년들은 조금 머쓱해 하기도 해. 그 때도, 이번에도, 소년들에게는 소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거든. 9살 때, 소년들은 부모님의 손에 막혀 소녀를 만나러 가지 못했어. 소녀는 혼자 남겨진 채로 할머니 손에 이끌려 마을을 떠나지. 17살 때 역시 마찬가지야. 어른들은 아무도 돌아가신 소녀의 할머니 빈소를 찾지 않았고, 그건 소년들 역시 마찬가지였거든. 어른들의 통제 아래 있었으니까.

 

하지만 소녀는 그런 것 상관없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저 어제 만났다가 헤어진 양 소년들을 대하지.

 

S: 소녀도, 서럽고 섭섭했겠지?

 

E: 소녀도 사람인 이상 왜 안 그랬겠어. 하지만 밝게 웃기만 해.

 

S: 안쓰러워……. 난 어린애들이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거 보면, 가슴이 괜히 찡해지더라.

 

E: ……응.  뭐, 소년들은 광주엔 뭐가 맛있냐며 떠들썩하게 묻고, 소녀는 빙긋 웃으며 “금남로로 가자! 거기엔 뭐든 다 있어!” 하고 경쾌하게 대답해. 그리고 다같이 걸어가는 길에, “오늘이 몇 일이지?” “18일.” 뭐 그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S: 남자애 입대가…… 5월 24일이라고 했었나?

 

E: 응.

 

S: 입대까지 며칠 안 남았네.

 

E: 그치……. 그리고 그들이 금남로에 도착했을 때, 전남대에서 대학생들이 달려 나오는 것을 보게 돼.

 

S: 응?

 

E: 그리고 군인들이 총검으로 학생들을 찍어 죽이려는 것도.

 

S: …………그 날이 몇 일이라고 했었지?

 

E: 5월 18일.

 

S: 아…………….

 

E: 맞아. 그 날이야.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항쟁. 그 때 아이들은 그 곳에 있었던 거야.

 

 

 

 

3. 여기는 1980년 광주

 

S: 아…….

 

E: 이제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한 애들이야.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념이고 정치고 그런 건 건너건너 들어본 것 외에 접해본 적 없던 애들이야. 애들은 이 상황 앞에서 크나큰 두려움부터 느껴. 건너 들은 이야기로, 일단 가방을 버리고, 천천히, 천천히 걸어서 하루 종일 광주 시내를 빙빙 돌아 저녁때서야 겨우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 집에 도착해. 하지만 그 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온데간데 없었어. 어머니는…… 소녀에게 남은 마지막 가족이야. 아버지도 없고, 소녀를 키워주신 할머니도 돌아가셨지.

 

최루탄으로 매캐한 길거리에선 사람들이 죽어가. 점점 더 상황은 심각해지지. 소녀는 소년들에게 이제 되었다며, 이제 그만 돌아가라고 말해. 자긴 괜찮다고 웃으며 말하지.

 

S: ……괜찮을 리가 없잖아.

 

E: 착해서일까? 바보 같지. 평생 누군가에게 핍박 당하면서 살아놓고, 친구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놓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소년들은 오히려 화를 내.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한다!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하고. 기특하지?

 

S: 기특하네.

 

E: 그리고 아이들은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 광주를 헤매. 18일, 19일, 20일, 아무리 헤매도 어머니는 보이질 않아. 집에 돌아오지도 않으시지.

 

S: 소녀 어떡해……. 어머니까지 잃어버리면…….

 

E: 그리고 21일. 그 날 금남로엔 10만 명이 모였어. 아이들만큼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지. 누군가의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자, 누군가의 버스 옆자리에서 졸고 있을 법한 사람들,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신호등을 기다릴 법한 사람들. 그런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그 곳 금남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어. 꽉 막힌 가슴을 안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을 거고, 아이들처럼 그저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나온 사람들도 있었겠지.

 

그 곳에서 아이들은 소리 높여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 “엄마!” “지영이 어머니!!”

 

그리고, 그 수많은 군중, 그 군중의 앞 열에서-

 

S: 들려왔겠지.

 

E: …….

 

S: 총소리가.

 

E: …….

 

S: …….

 

E: ……그래.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어. 겁먹은 소년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뒤돌아 달려. 총소리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겠지. 그 와중에도 소녀를 두고 가진 않았어. 셋 중 누군가는 소녀를 업고 달렸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펑펑 울며 달렸어.

 

그리고, 숨도 쉬지 못하고 달려 집에 도착했을 때, 소녀는…… 죽어 있었어.

 

S: 아……….

 

E: ……소년들은 독백해. 그 날, 그 직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리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다만 미친 듯이 뒤돌아 달렸는데, 소녀를 업고 뛴 게 셋 중 누구였는지, 운 게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S: 어떡해…….

 

E: ……소년들은 굉장히 어릴 때부터 소녀를 알아왔고, 소녀에게 뭔지 모를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어. 그들은 소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줬지만, 소녀는 항상 밝게 웃어줬으니까. 어쩌면 소녀는 소년들의 비밀스러운 첫사랑이었을지도 모르지. 그 지옥 같은 두려움 속에서도, 그만큼 소중했으니 챙겨서 업고 달렸을 거야. 그런 그녀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어.

 

한 소년은 오열해. 한 소년은 끅끅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엎드려 괴로워해. 한 소년은 친구들이 걱정되어 슬퍼하지조차 못하고 있어. ……그러다가, 오열하던 소년이 천천히 일어나. 그리고 어디론가 결심한 듯 걸어가. 그리고 돌아오는 그의 손엔, 무전기가 들려있어.

 

S: ……무전기?

 

E: 엎드려 괴로워하던 소년은 셋 중 가장 음악을 좋아하고, 방송을 열심히 하던 소년이야. 무전기를 들고 온 소년은 친구에게 무전기를 내밀며 말해. “너, 이거 할 줄 알지?” 그제까지 꿈틀거리지조차 못하고 엎드려 괴로워하던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리고 소년에게 소년은 말하지. “우리, 방송하자.”

그리고 소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점점 어두워지는 무대에, 소년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지.

 

“CQCQ. 여기는 광주.”

 

S: …….

 

E: 그리고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음악이 퍼져. 조그마한 소공연장 안을 가득 채워.

 

슬픈 것도 아니었어. 서러운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금남로에서 아이들이 소녀의 어머니를 찾아 헤매는 그 장면부터, 자꾸 눈물이 나더라. 관객들은 그 아이들이 9살이었을 때부터 아이들을 봐 왔지. 아이들이 얼마나 순수한 아이들인지, 또 평범한 아이들인지 잘 알아. 지금까지 아이들이 크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줬던 게 모두 이 마지막 장면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아이들뿐 아니라…… 그 금남로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렇게 평범한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어.

 

재미있는 게, 눈물이 나서 눈이 젖었으니, 따갑던 눈도 진정이 되어야 하잖아? 그런데 반대더라. 오히려 멀쩡하던 눈이 자꾸만 따가워 지더라. 마치 누군가 내 눈에 소금이라도 한 움큼 던져 넣은 것 마냥.

 

 

 

 

4. 여기는 2015년 서울

 

E:  나 원래 팜플렛이고 포스터고 안 모으는 거 알잖아. 그런데 나오는 길에 “선물입니다 J” 라고 적힌 박스에 담긴 포스터가 눈에 밟혀서, 홀린 듯 한 장 뽑아 왔어. 극장 박으로 나오니 그쳤던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리고 있더라. 우산이 없어서 비는 좀 맞았지. 하지만, 우산이 있었더라도 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러고 집에 와서 그대로 약 먹고 잤거든. 거의 기절하다시피 자고 일어났더니 한밤중이더라.

 

S: 푹 잤네.

 

E: 응. 자고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켰는데, H가 메시지를 보내두었더라고. 딱히 별 말도 없이, 뉴욕 타임즈 기사 링크를 몇 개 보내놨더라. 그게 뭔가 싶어서 그냥 들어가 봤어. 그리고 조금 머리가 멍해졌다.

 

서울에서, 최근 몇 년 간 가장 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는 기사였어. 경찰이 7만여 명의 시민들을 향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했다고. 한 노인께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아 의식 불명인 상태라고. 그 분을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려 애쓰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고 있는 영상도 있다고. 이미 50여명이 체포되었고, 경찰은 더 체포할 계획이라 밝혔다고.

 

조금 찾아보니 사진들이 화려하더라.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께서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계시고, 뭔지 모를 하얀 액체로 가득한 물대포를 시민에게 직선으로 쏘는 사진들.

 

S: ……아아.

 

E: 순간적으로 좀 멍했어. 내가 잠을 덜 깼다고 생각했거든. 내가 연극을 너무 인상 깊게 봤구나, 하고 생각했지. 자기 전에 1980년 5월의 금남로로 머릿속이 가득해서, 그 여운이 아직 남아있나 보다, 그래서 비슷한 꿈을 꾸나 보다, 하고 생각했어. 아직 잠이 덜 깼거나, 아직 꿈 속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게 2015년 11월 14일 현실이더라.

 

S: 현실이었지.


E: 소년들과 소녀가 보낸 시간은 이젠 역사가 되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도 모두 역사가 되겠지. 그 때, 역사 앞에 자랑스럽기까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떳떳할 수는 있는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냥 그랬다.


S: 쉽진 않을텐데.


E: 세상에 쉬운 게 어딨어ㅋ

theatre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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