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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갤문학] 솔키문학 - 12

ㅂㄷㅂㄷ(218.101) 2015.11.09 10:00:07
조회 559 추천 1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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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정신없었던 주말이었는지라 스갤은 월요일에야 들어가본 코치였다. 개념글을 가보니 역시나 결승날 소울키의 이야기가 올라와있었다. 목격자들의 후기는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기사가 나는 것도 막지 않은 코치였다. 목격자는 있는데 기사가 안 나면 얼마나 이상하겠는가. 심지어 인증샷까지 올라와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은 철벽좌 정의구현을 외치며 킥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 옆에서 보는데 존나 무슨 액션영화 보는 줄ㅋㅋㅋ ]


[ 나 바로 옆에서 노잼종이랑 같이 나란히 구경함 노잼종 진짜 구경만 하고 있더라 ]


[ 근데 물리적인 체격이 딸리는데 그렇게 눌러서 제압하는 게 가능함? ]


스갤러들은 저게 쉽게 가능한 거냐며 열띈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코치가 긴장하며 지켜봤으나 토론은 김민철이 시간과 정신의 방에라도 들어갔다왔거나 아니면 은둔고수였는데 지금은 프로게이머 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향해갔다. 역시 얘네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멍청한 놈들이라 다행이야..”


“코치 뭐해? 연습 안 해?”


코치는 후다닥 폰을 껐다. 소울키가 돌아갈 때까지 스갤의 ㅅ자도 알게 해선 안 된다고 코치는 다짐했다.


“네네 연습 시작해야죠!”

 





그렇게 예선 하루 전이 되었다. 


“좋아요. 괜찮아요 괜찮아. 무엇보다 이기려고 붙들고 늘어지는 게 매우 바람직해요.”


“난 지곤 못 살아. 그리고 지금 10연패 중이지. 대체 뭐가 좋은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봐 코치.”


이미 키보드는 두동강 나있었다. 소울키는 금방이라도 키보드 조각으로 코치를 찍어버릴 기세였다. 침착해라 나새끼야 정신만 차리면 저그소굴에 떨어져도 살 수 있어.


“왜 그래요! 방금 전 경기도 역뮤탈 선택한 게 탁월했다고요! 빌드도, 전략적인 선택도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그 뮤탈들 지뢰에 다 죽었잖아.”


“......”


유닛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루라고요. 소울키는 자기 병력을, 저그를 너무 믿어서 문제였다. 컨트롤을 해도 어차피 물량에는 장사가 없는 것이다. 저그는... 약해요. 약하단 말입니다. 당신이 아는 저그랑 달라요. 그게 이곳의 현실이에요 소울키님.. 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 오늘도 꿀꺽 삼키는 코치였다. 다음날이 예선이다. 이대로는 스무스하게 개관광을 당할 것이다. 정녕 소울키에게 금단의 빌드, 6못을 가르쳐줘야한단 말인가.

 





예선날 다들 어머나 세상에 저게 누구야 하는 눈으로 소울키를 쳐다보며 오랜만이라고 인사했다. 평소같으면 본척만척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김민철이니까. 코치에게 배운대로 소울키도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했다. 


팔을 걷어부치며 소울키는 자리에 앉았다. 비장한 표정은 그야말로 결승전에 임하는 것만 같았다. 어차피 예선통과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지 생각하며 소울키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제 곧 펼쳐질 아마추어만도 못한 공방양민의 경기력에 코치는 연거푸 마른세수만 했다. 


그때 갑자기 급한 전화가 와서 코치는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그사이 방송스태프가 다가와 경기 방송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코치가 있었다면 바로 제지했겠으나, 스갤 같은 거 모르는 소울키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러라고 대답했다. 


“아니, 저기, 지금 제 선수가 경기중이거든요? 아 그러니까.. 아니 사업상 중요한 이야기인 건 아는데요. 지금 예선 중이라니까요? 하...”


이렇게 생각보다 길어진 통화에 코치가 한참만에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소울키 주변에서 관계자와 선수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외부세상과 차단된 채 소울키는 자신만의 게임세상에 푹 빠져서 죽어라 버티고 있었다. 엘리 일보 직전인 가운데 어딘가 건물이라도 지으려고 뽈뽈뽈 돌아다니는 일벌레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실제로도 저렇게 일꾼을 혹사시킬 것인가. 아무래도 좋았다. 코치는 깨달았다. 엘리를 당하면 당했지 소울키가 GG 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걸. 평소에는 GG를 꼬박꼬박 치는 소울키였다. 하지만, 지금은 예선이니까. 소울키의 마지막 건물이 깨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코치가 여태까지 살아오며 체감한 그 어떤 시간보다도 길었다. 코치는 후회했다. 차라리 6못 가르칠 것을...


“하아.”


경기가 끝나자마자 소울키가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소울키로서는 정말 치열하게 싸운 것이었다. 나름 뿌듯해하며 코치를 쳐다보니 코치는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왜 그래?”


“아.. 아닙니다...”


이어진 경기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주 무난하게 소울키는 멀리멀리 우주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다. 소울키도 예상했던 셧아웃이고 그래도 생각보다 잘 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지구에 온, 전장에서 벗어난 정신체는 생각보다 순수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음, 이제 다 끝났네. 코치도 고생했어.”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소울키와 코치 둘 다 잠시 말이 없었다. 둘 다 이 예선장에 오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소울키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고 코치는 시원섭섭함을 느꼈다. 이제 끝이네. 예선 끝.


“고생했으니까 맛있는 거라도 먹을까요?”


“.....어 그럴까?”


멍하니 있던 소울키는 코치의 말에 조금 있다가 대답했고 코치는 깜짝 놀랐다. 먹을 거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반응하지 않다니! 


둘은 근처 고기집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코치는 잠시 스갤에 접속했다. 제가 없는 사이 경기가 방송되었다는 것은 아까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소울키의 경기를 지켜보느라 뒷목 잡을 새도 없었다. 소울키의 경기가 있었던 뒤페이지로 가보니 핵폐급 경기력에 스갤러들이 OME를 외치며 폭풍같이 분노하고 있었다. 그네들에게 도무지 할 말이 없었던지라 코치는 끓어오르는 혈압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용히 폰을 내려놓았다.


고기집에 도착한 코치가 익숙한 듯 고기 6인분을 시키자 점원이 눈치를 살피며 주문을 받았다. 아마 누가 나중에 합석하겠거니 점원은 생각했으나 그들의 자리에는 끝까지 둘 뿐이었더라. 


“헐.. 왜 이렇게 안 먹어요?”


소울키가 먹는 걸 본 코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 얼핏 봐도 3인분 정도밖에 못 먹었다니..


“별로 입맛이 없군.”


“왜 그래요? 오늘 경기력이 마음에 걸려서 그래요?”


“왜. 내 게임이 그렇게 별로였어?”


입맛 없는 것치곤 고기의 핏기가 가시기 무섭게 입에 넣던 소울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아니었나;; 코치는 움찔했다. 그러나 소울키는 별말없이 식사만 계속할 뿐이었다. 평소에는 거의 마시다시피 먹었는데... 코치는 다 구워진 고기를 소울키의 앞으로 밀어줬다. 


그렇게, 소울키의 예선은 끝났다. 소울키가 지구에 온 목적은 어쨌든 달성되었다. 







출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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