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는 제작할 때 붕어빵을 찍어내는 것처럼 금형(거푸집)에 플라스틱을 부어서 만들어

이때 이형제라는걸 금형에 바르는데, 이걸 바르면 플라스틱이 금형에 들러붙지 않고 깔끔하게 찍어낼 수 있거든

공장에서 사용하는 이형제는 일반적으로 휘발성을 쓰니까 대부분이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되고, 그렇게 찍어낸 건프라는 그대로 가공되서 판매돼

하지만 이형제가 휘발성이라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

이형제는 전부 사라지지 않고 그 잔여물질이 건프라 겉면에 남아 우리가 흔히 아는 번들번들 싸구려틱한 느낌을 연출하게 돼

지금부터가 본론인데, 이형제가 남아서 그냥 싸구려 느낌만 내면 상관없겠는데 이게 또 건프라 취미생활에 여러모로 안 좋아

먼저 독성 물질이야, 신난 마음에 건프라 계속 만지작 거리다 보면 손가락 피부 까진다

그리고 도색에 안 좋아, 금형에 떼어내기 쉽게 바르는 물질이니 도색박리 일어나는건 당연하겠지? 마감제 뿌릴때도 마찬가지고

마지막으로 아, 역시 싸구려 느낌이라 봐주기 힘들다

그러니 이형제는 가급적이면 제거해주는게 좋은 편인데, 다행히 이형제를 제거하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1. 런너를 주방용 중성세제를 섞은 물에 서너시간 불려주기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방법이고, 플라스틱에 부담도 안 가서 먹선을 넣어주기도 편해

하지만 가족들 눈치 보이더라

2. 칫솔과 치약으로 골고루 닦아주기

미싱 생각나서 싫어

3. 부품 별로 사포질해서 제거하기(물리)

노가다가 심하지만 이미 가조립한 건프라로도 할 수 있고 부품 튜닝이랑 병행할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아

귀찮을땐 광택 사포로 살살 문지르기만 해줘도 이형제 제거가 가능해

하지만 클리어 파츠는 광택 사포라도 스크래치가 눈에 띄니까 금지

모빌돌 그년 이형제 제거 전후 비교 (접합선 수정 포함)

광택사포만 사용해서 이형제를 밀어낸 거야, 사진으로 봐선 광택 줄은거 빼고 티가 덜 나지만 실제로 볼 때는 질감 차이가 확 달라졌어

이렇게 이형제를 제거한 건프라는 그냥 날것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차분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

아니, 이게 건프라 본래의 느낌이란 거겠지, 마감 없이도 정말 좋은 효과를 보여줘

그러니 뉴비로서 먹선이나 마감, 도색까지 파고들지 않더라도 이형제만큼은 제거하는 걸 추천할게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