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뭐냐고 물으시면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다만 요근래 머리통 좀 굴리다가 들었던 생각.

DTR은 1차 크랙 이후로부터 로스팅 종료까지의 시간, 즉 Development Time이 전체 로스팅 시간에 대해 갖는 비(Ratio) 잖아요.

근데 이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일단 라오가 말하는 로스팅 방법론이 먼저 적용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즉, 초반에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갖고 로스팅을 시작하고, RoR은 큰 변동 없이 우하향을 하는 전형적인 Fast Start-Slow Finish 형태의 로스팅.

그러니까 가령 예를 들자면 이런 형태가 되겠네요.

이런 전제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경험론적으로 DTR 20~25%에서 맛이 가장 괜찮다는 거지, DTR만 딱 떼어 놓고서 로스팅의 결과물을 평가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

물론 이건 라오 역시 책이나 블로그에서 여러 번 말했던 부분.

실제로 아무리 DTR을 맞춰도 선결조건이 맞지 않으면(1차 크랙 부근에서의 RoR 크래시) 뭔가 아쉬운 맛이긴 하더라고요.

물론 여기에는 생두 수준이나 얼마나 큰 변동이었느냐에 따라 크래시/플릭을 하더라도 먹을만한 맛이 나오기는 하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크래시/플릭을 잘 피해갈 수 있다면 더 괜찮은 맛이 나지 않는가 싶어요.

물론 여기에는 당연히 예외가 있는데, 하나는 라오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극약배전의 경우.

(두 달 전 로스팅이라 위 두 예시와는 BT/ET 모두 측정 위치가 좀 달라요)

예를 들어 이 카이세도의 경우 DTR은 15% 수준인데, 그렇다고 언더디벨롭이 되었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이처럼 1차 크랙에서 크래시 비스무리한 현상 직후 배출하는 프로필의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Slow Start-Fast Finish로 표현되는 디드릭식 볶는 방법론. 아마 평평한 RoR 나오는 그거일 거에요.

요건 저도 잘 아는 분야는 아니라. 아직 시도해 본 적도 없어요. 단지 DTR이라는 지표를 아무데나 갖다대면 안 된다는 예시로서.

라오 책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꽤나 많은 논쟁이 있었던 모양인데, 실제로 해 본 사람들이 만족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많이 조용해진 모양.

결국 방법론적인 차이에서 라오식 볶는 법은 그 중 한 갈래일 뿐이고, 결국 중요한 건 컵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가 아닌가 싶어요.

그 중간 과정 중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