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또한 셔먼의 주전장이었던 만큼 셔먼만 줄창 만드는 나로써는 해병대 셔먼도 한번쯤 만들어볼법한 녀석인데, 그냥 똑같은 녀석을 데칼만 다르게 해서 만드는건 재미없어서 여러 가지를 덧붙여보기로 했음. 태평양 지역 특성을 고려해 도하장비와 불도저를 갖추고, 태평양에서 볼 수 있었던 이런저런 현지개수가 가해진 모습을 만드는 것. 마침 도하장비 장착 사양 M4A3를 만들 수 있는 이탈레리 키트를 구한 터라 이걸로 만들어보기로 했음.

벨제부브(Beezebub)라는 네임드 차량의 그림을 바탕으로 해서 제작함. 도하장비 달린 M4A3 사진 찾기가 힘들어서 구할 수 있던 몇 안되는 참고자료였는데, 이상하게도 해당 차량의 작례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정작 실차량 사진은 찾을 수가 없었음. 도저를 제외한 차체는 이탈레리 키트 그대로 만들었고, 도저는 아카데미 도저셔먼에서 가져옴. 이거 하나 만들자고 재고 남지도 않은 도져셔먼까지 샀다... VVSS 현가장치에 맞는 도저 연결부는 프라판으로 자작했는데, 고증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지만 일부 치수가 안맞아서 완벽하게 만드는건 불가능했음.

 데칼은 이탈레리 키트 것을 그대로 사용함. 별 하나 없이 낙서만 들어있는 단순한 구성인데, 사실 참고한 차량 그림과 동일한 문구와 그림을 넣고 싶었지만 데칼 인쇄할 능력이 안돼서 포기함. 생각해보니 포탑 예비궤도 붙이기 전에 차번 데칼을 붙여줬어야 하는데, 잊어버려서 차번 없는 차량이 되어버림.

 일본군 근접공격에 대비하여 해치를 철망으로 보강하거나 철침을 박아넣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나는 참고했던 차량을 따라서 철망을 설치해봄. 이탈레리 키트에서 도하장비 배기구 처리하는데 쓰는 플라스틱 망이 남아서 이걸로 만들어봄. 순접 자국이 남아서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결과물이 만족스러움. 재료가 모자랄 뻔했는데, 아슬아슬하게 딱 맞아서 다행이었음.

 악명 높은 이탈레리지만, 조립성이 그렇게 나쁜 키트는 아니었음. 2004년 제품이고, 금형은 70년대에 나온걸 우려먹어서 디테일은 많이 떨어지지만, 조립을 못하거나 그런 수준은 아님. 다만 런너를 비닐에 포장하지 않아서 배송되었을 때 일부 부품이 파손되거나 해서 황당했음. 유럽쪽 업체들은 원래 그렇다고 하네;;

 원래 전차를 만들면 승무원을 구해다 넣어주는 편인데, 이번 차량은 해치를 개조했기 때문에 해치를 닫힌 상태로 두는게 낫다고 판단하여 승무원을 두지 않았음. 실전투입된 모습의 차량이지만 이번에도 웨더링은 하지 않았는데, 웨더링 할 실력도 안되는데다가 작품 망쳐가면서 시행착오 하기는 꺼려저서 그냥 기본도색만 했음. 저런 실전사양으로 꾸며진 박물관 전시품이다 하는 생각으로 둬야지.

 저번달에도 저저번달에도 셔먼을 만들었고 이번에도 셔먼을 만들었는데(그것도 M4A3만), 다음달에도 또 셔먼을 만들 것 같음. 아카데미 도저셔먼이 도저만 빠진 상태로 남아있는데, 이걸 재활용하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