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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알라카르트 수업 시간에 만들었던 요리들입니당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8 17:00:02
조회 3304 추천 37 댓글 15

우리가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메뉴판이지만, 실제로 식당의 여명기에는 메뉴라는 게 없었습니다.


길거리 노점에서 늘어놓고 파는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라도 그 날 준비된 재료에 맞춰서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귀족들의 연회에서 따로 주문을 받지 않고 정해진 코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사 먹을 때는 식당에 미리 주문을 해놓거나 출장 요리사를 고용해야 했는데, 이 경우에도 단품 소량 주문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파티를 할 경우에나 가능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변화하면서 획일화된 코스 요리에서 벗어나 먹고 싶은 요리를 먹고 싶은 만큼만 주문하는 방법이 유행하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바로 오늘날 메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알라카르트 (A la Carte), 직역하면 "카드에 따라서" 라는 형식입니다.


손님이 여러 요리의 이름이 적힌 카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그 주문에 맞춰서 요리를 제공하는 방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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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수업 과정의 중반에 다다르면 바로 이 알라카르트 수업을 듣게 됩니다. 언제나 똑같은 메뉴를 만들지만, 의외로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부터 조리를 시작하는 알라미뉴트 (A la Minute) 형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주방 오픈 시간 내내 정신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미리 만들어 놓으면 음식이 식어버리니 몸이 익숙해지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2인 1조로 총 5개의 메뉴를 만들고, 며칠 단위로 담당하는 메뉴를 바꿔가는 식입니다. 메인 메뉴 외에도 할당된 수프를 만들어야 하니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하지요.


가장 처음 만들었던 것은 삶은 연어. 연어를 삶는다고 하면 무식하게 끓는 물에 푹푹 삶는 방법밖에 몰랐는데, 생선이 얼마나 섬세한 단백질인지를 여기 와서 배우게 되었지요.


생선살이 풀어지지 않도록 쿠르부용이라고 불리는 생선 조리용 육수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생선이 덜 익지도 않고 그렇다고 기름이 하얗게 흘러나오지도 않는 그 온도를 딱 맞춰서 조리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한 번에 조리할 수 있는 연어 조각은 3~4개인데, 조리하는 데 최소 5분 이상은 걸립니다. 여기에 미리 썰어 둔 채소 국수와 감자 토르네를 버터에 볶아서 마무리하고, 오븐에 들어있던 로스트 토마토를 곁들이고, 베르네이즈 소스를 생선위에 뿌려야 완성.


요리하는 사람 편하게 주문이 띄엄띄엄 하나씩 들어오면 모르겠는데, 한 번에 대여섯개 주문이 들어오면 눈 앞이 깜깜해질 정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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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프 스튜는 오히려 좀 편한 느낌이었습니다. 


소고기를 자르고, 시어링하고, 와인과 육수를 부어서 끓이고, 곁들이 채소와 매쉬드 포테이토를 준비하는 것 자체는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지만 정작 서비스 타임에는 이미 끓고 있는 스튜를 떠 주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이 메뉴에서 최대의 적은 당근 토르네. 감자보다 훨씬 딱딱하기 때문에 손에 힘도 많이 줘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채소였지요. 힘 조절 잘못하면 손가락을 썰거나, 미사일처럼 당근이 푱 튀어나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튜를 좀 오래 푹푹 끓이면 훨씬 더 맛있을 것 같았는데, 준비 시간이 세 시간 정도밖에 안되다보니 마음껏 끓이지 못한 게 아쉬운 메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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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로 구운 연어와 홀랜다이즈 소스. 채소 역시 그릴로 구웠고, 쌀밥이 곁들이로 제공됩니다.


그릴을 사용할 때는 온도가 충분히 올라와야 하는데, 막상 요리하다보면 온도가 떨어지는 바람에 연어가 석쇠에 들러붙는 게 가장 큰 문제였지요.


그래서 주문 들어오기 전까지는 커다란 팬으로 덮어뒀다가 주문 들어오면 살짝 열어서 생선을 굽곤 했습니다.


홀랜다이즈 소스는 에그 베네딕트 만들 때도 나왔던 그 소스입니다. 보관 온도를 잘못 맞추면 버터가 분리되면서 끔찍한 형상이 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ㅠ_ㅠ


밥은 냄비밥. 집에서 보온밥솥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군요. 우리가 흔히 먹는 쌀과는 달리 길쭉한 장립종이라 좀 풀풀 날아다니는 느낌이 있지만, 볶은 양파와 함께 밥을 짓고 마무리로 버터와 소금으로 간을 하기 때문에 나름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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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카르트 최고 인기 메뉴, 치킨 소테 (Sauteed Chicken). 소테는 달군 팬에 지져서 조리하는 방법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에는 밀가루 묻힌 닭고기를 버터에 재빨리 볶아냅니다.


사진에서는 다리 부위를 사용했지만, 이건 요리하는 사람의 특원이고 원래는 닭가슴살을 이용합니다.


닭고기 조리가 끝나면 망 위에 얹어서 레스팅하고, 그 동안 고기를 구웠던 팬에 와인과 육수, 허브 등을 넣고 졸여서 소스를 만들지요.


하지만 이 요리가 인기가 많았던 진짜 이유는 갓 만든 생파스타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주방에서 가장 먼저 밀가루와 달걀 반죽부터 해서, 손으로 파스타 기계를 돌려가며 면을 뽑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삶아서 버터에 볶아 내는 파스타의 매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소스라고는 버터와 소금 약간 뿐인 파스타였지만 "진짜 맛있는 파스타는 올리브유만 조금 둘러서 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섯 가지 알라카르트 메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습니다.


주방 오픈하고 대략 15분~30분 사이로 매진되는 메뉴인지라 주문이 들어오건 말건 상관 없이, 들어온 재료 다 떨어질 때까지 주구장창 계속 만들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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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만들었던, 로스트 치킨. 닭 한 마리를 통채로 오븐에 굽고 잘라서 가슴살과 다리 한 쪽이 일 인분으로 나갑니다.


치킨을 구울 때 떨어진 기름에 닭날개를 볶고 육수를 부어서 소스를 만들구요.


으깬 감자와 브로콜리, 달달한 비트 졸임이 사이드 메뉴로 제공됩니다.


오븐에서 갓 꺼낸 로스트 치킨을 손 데어가며 자르는 것 빼고는 그닥 어려울 게 없는 요리였지요. 


그러고보니 사진은 로스트 치킨을 담당하고 얼마 안되어서 찍은 거라 그런지 껍질이 예쁘게 잘리지를 않았네요. 


나중에는 비닐 장갑 겹쳐서 끼워가며 뜨거운 통닭을 어떻게 잡아야 그나마 덜 뜨겁게 손댈 수 있는지 요령이 생기면서 좀 더 예쁘게 다듬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약 보름에 걸쳐 알라카르트 수업을 받았습니다.


메뉴의 구성에 대해 이해를 하고, 어떻게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문이 들어오고 5분~10분 내로 조리를 마쳐서 접시를 내보내려면 어떻게 동선을 짜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이제 내 생각을 조금씩 섞어가면서 요리를 구상할 수 있게 되지요.



출처: 기타음식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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