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부음을 듣고
대성통곡하던 어린 이율
가장 맹렬한 슬픔으로 표현되던 어머니의 부재

이서의 화목한 가족에 어머니는 빠져있어
바느질보다 오빠와 칼싸움을 즐거워하는 이서의 모습과
어머니의 따뜻함을 아버지와 오빠에게서 받는 느낌이었지

후에 원득에게도 반정으로 인해 부모가 아니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고백을 보면 이서의 어머니는 부재했던 듯 해

자신의 아들만을 애착하고 율을 음해하는
중전의 모습은 김차언과 다를 바 없으니 모성일 수도 없지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어머니의 자리를 모두 비워뒀어
김차언의 곁에도 아낙은 없지

모든 걸 가진 듯 보이지만 고독해뵈는 이율과
모든 것을 잃고 늘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동네 해결완방역할을 하던 홍심의 모습은 참 묘하게 대비 돼


가진 게 없는 홍심은 다른 이들에게 늘 마음이 열려있고
모두 가진 듯한 율은 제심기만이 중요했어

이서의 오빠와 헤어진 이후의 시간은 어떠했을까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많은 한양을 최대한 멀리 떠나야함을 본능적으로 알게 됐겠지
먹을 것을 얻는 것도 쉽지않고 험한 길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서의 그 시간은 처절하고 처연했을거야

거의 죽게되어 다다른 송주현에서
가장 주변을 잘 살피는 봉화꾼 연씨에게 눈에 띈 이서

부모도 일찍 잃고 가난한 양인 아이였을 연씨의 삶
어렵사리 가족을 이루고 따뜻함을 누리던 어느 날
사고일지 병일지로 잃은 어린 딸과 아내 뱃속의 아들

하늘도 너무하시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삶의 어느 날이었겠지
반정으로 흉흉한 소문이 퍼지던 끝
자신이 위험해질 것보다 눈이 맑고 두려움과 무서움이 가득한 이서의 위태로움을 불쌍히 여긴 아버지

이런 저런 거짓말로 제딸로 이서를 품게 돼
죽은 제딸의 이름을 주고
홍심를 위해서일지 홀아비의 삶에 만족해해
한편으로 제오라비를 찾아나서는
홍심의 매달 사흘의 부재를 보며 홍심조차 잃을까 불안해하지

그저 홍심의 아버지야
박영감이 첩실로 들어와주면 천냥도 내놓겠다는 말에도
미동도 움직이질않아
홍심의 행복만을 바라는 사랑하는 아버지 인거야

홍심이 잃어버린 건 그저 양반가 규수로의 신분 뿐

목숨을 걸고 저를 지킨 아버지와
자신을 지키려 어디론가 떠난 오라비와
자신을 돌보면 죽을지도 모른는데도 아버지가 되준 연씨
넘치게 사랑받은 홍심이

그래서 어머니가 부재했어도
남자들 곁에 자라 강하고 단단한 모습의 남자아이같아 보여도
주변을 돌보고
어려운 이를 살펴주고
이상적인 모성의 모습을 가지게 됐어

이율이 목이 터져라 부르던 어머니
홍심은 어느새 그 그립던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가

원득을 만나
사내아이처럼 강하게만 보이던 홍심이
원득을 통해 홍심의 감춰진 여성성이 드러나게 돼

지게를 고치고 그네를 고치고
새총으로 닭도 잡을 잡는데 능숙하던 그녀가
서툰 바느질로 원득에게 옷을 지어주는 장면은 인상적이지

어머니의 부재로 정서적 성장이 멈춰있던
율의 성장은 홍심곁의 100일만으로
놀랍게 성숙해졌어

흑화에 집착하던 원득이 홍심에게 꽃신을 사주고
자신의 신분을 알았음에도
홍심곁의 원득의 삶이 행복해
잃어버린 기억을 복구하지 않으려하지

율은 그토록 가고싶던 집에 와 있어
홍심이 이서인 줄 깨닫지 못했어도
마음이 이미 알지
그녀의 마음이 그가 그리워하던 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