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콜타이밍은 암전이 되었다가
무대 벽에 분필로 낙서한 것 같은 그림들이 나타날때부터임.
그림들이 다 나타나면 왓슨이 쇼파로 와서 넘버를 부르는데
난 이게 공연의 연장인지 컷콜인지 매우 헷갈렸지만
엄청난 카메라 연사 소리 덕분에 컷콜인걸 알게 됨.
넘버 부르는 컷콜인데 기자회견장인 줄. ㅋㅋㅋㅋㅋㅋ

입장하면서 수표하는 분한테 컷콜 타이밍 물어봤는데
“일단 암전이 되고요 마아악 밝아지면요 컷콜인걸 아실거에요”
난 전혀 몰랐다고 한다.

넘버는 생각보다 좋아서
오슷 교환 펀딩한 과거의 날 칭찬함. ㅋㅋㅋ

무대가 작아서 1열 극싸 괜찮았어.
등짝미는 정중앙 아니면 감수해야할 동선인 듯.

무대가 아기자기 귀엽지만 태풍 불면 날아갈 듯한
아기돼지 삼형제 집 같아서 공연 끝나고 생각해보니
가시 4개로 자신을 지키겠다는
어린왕자네 장미가 떠올라서 짠해졌어.
어린 폴이 자기를 지키겠다고 얼기설기 만들어 숨었는데
폴 자신만큼 작고 약한 집이네.


———- 스포밭————
폴이 본체이고
루시, 기욤, 니콜라이가 폴을 지키기 위해 나타난 인격인데
이들은 모두 그걸 알고 있어.
루시, 기욤, 니콜라이는 폴을 사랑하고 지키려 하고
폴도 그걸 알고 있어.

아빠를 닮았다며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를
기욤(맞나;)이 전기충격기로 공격하고
이들은 도망쳐서 작은 집에 숨어.
난 이 집이 이들의 마음 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잔혹한 학대를 피해 도저히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끝에서
자신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거라고.

그 집에 포춘쿠키를 신봉하는 왓슨이 나타나.
그리고 폴에게 다른 인격들이 널 잠식하기 전에
널 지키라고,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은 없다고 해.
아마 엄마의 학대로 자존감이 낮아진 폴을 격려하는거겠지.

그 순간 폴은 기억해내.
본체는 존이고 자신은 존의 인격 중 하나라는걸.
그리고 루시, 기욤, 니콜라이와 함께 사라지기로 결심해.
존을 위해.
이별은 슬픈 거니까 이때 객석에서 코 먹는 소리 장난 아님.
눈물이 많다면 손수건을 준비하도록 하자.

난 왓슨이 정신과의사인가
전에 이들이 쫒아냈다는 부부도 정신과의사인가했는데
빨강파랑 짝짝이 양말을 신은 시끄러운 왓슨의 정체는
이들의 슬픈 이별장면 뒤로 사라져서 알 수가 없고
이들이 사라진 뒤에 존은 어떻게 될까,
존의 서사가 학대를 피해
자신 속으로 숨어 계속 자고 있다는 것만 있어서
존이 어린 아이처럼 묘사되었지만
실은 정신병동에 갇힌 성인이 아닐까 여러 생각을 했어.

인격들이 모두 뭉쳐서 폴을 지키려 하는 것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존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슬프고.
존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같아서.
루시가 태풍이 오기 전에 집을 튼튼하게 수리해야 한다는데
그 작고 약한 집마저 잃은 존은 잘 살 수 있을까...
도망의 끝에서 존을 다시 밀어내는건 아닐까.
존이 이들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모두 존이니까 더이상 도망가지 않을 힘이 될까.
더이상 외롭지 않게 작은 희망처럼 마음에 남겨지지 않을까.

각 인격이 다 날이 서 대립하는 다른 다중인격 소재 공연에 비해
폴은 학대받는 아이를 위로하듯
인격들을 모두 단순화한 착한 캐로 만들었는데 좋았어.

뮤터뷰에서 엄마의 학대는 방치이지 폭력은 덜하고
새아빠의 채찍소리가 심적인 고통을 주지만
새아빠는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데
폴에서의 엄마가 하는 학대는 언어폭력과 폭행이고
엄마의 무서운 육성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학대가
너무 직접적이라서 트리거 얘기가 나왔구나 싶었어.
엄마가 아이한테
“넌 아빠를 빼닮았구나. 넌 말만 하면 거짓말쟁이야.”
언어폭력 장난 아닌데
객석의 내가 다 압박감이 느껴짐.

승폴이 학대받아 움츠러든 아이 표현 너무 잘하더라.
짹에 올린 글이 생각나는 따뜻한 연기.
란주루시 넘버 너무 좋고 귀여움.
경주기욤은 넘버는 좀 불안한데 합창이 많아 묻혀 괜찮음.
댄시니콜라이는 막춤을 잘추고 마이크에 땀을 잘먹임.
왓슨은 너무 오버스럽게 놀라 시끄러웠지만 사랑스러움.
덜 오버스럽게 놀라면 좋겠음.

그래서 호인데, 약호인 이유는
서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좀 산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