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아의 \'우린 충분해, 서준희 하나면 돼.\'라는 말은 위로나 다짐이 아니었어.

\'우린 지금 충분하다 느끼지 않고,
너 하나면 돼가  아닌 것을\'를 오히려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야.

그럴때 있잖아,
상대에게 하는 말이 사실은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것일 때,
자신이 그러니까 상대방도 그럴꺼라 생각하는 맥락에서 나오는 말들.

윤진아의 \'우린 충분해, 서준희 하나면 돼.\'라는 장면이
따뜻하기보단 서글펐던 이유지.
준희는 그래서 그 씬 처음 등장하는 벤치부터 샛길포옹까지 한마디 대사도 없어.
그 말이 나오게 된 이유,  앞서 구구절절 도저히 입밖으로 꺼낼수도 없을 만큼 잔인한 지금 우리의 상태가 생략되어 있는 거잖아.

농담처럼 했던 준희의 말들
\'부족한게 많아서 그렇지 모\', \'나 때문이란거네?\' 가 진짜인걸 인정하는 뼈아픈 순간.
(\'너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껴서, 모자라서 날 지키지도 갖지도 못한다고 느껴? 그런 너라서 나에게 미안하고, 견디고 있는 내가 애처로워? 그래서 스스로에겐 비참하고 슬픈거라면, 그렇지 않아 )우린 충분해. 난 서준히 하나면 돼\'
이 대사 앞에 생략된 저런 말들을 끝끝네 서로 하고 만거야

그 이후 이들의 관계는 급격히 불안해 질 수밖에 없지.
나에게 과분하기만 한 사랑을 주는 이 남자가 왜 나 때문에, 나를 지키고 사랑하느라 이런 비참함을 겪어야 하는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도피뿐인 것 밖에 없는 남자가 되어야 하는지.
왜 이 여자가 나 때문에 자신이 겪어본 부모에게 버림받는 아픔을 견뎌야 하는지.

자신이 아니라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더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자꾸 이르게 되는거 아니었을까.
백번 양보해서 그렇게 밖엔 이해할 수 없어

예전의 진아였음 준희 뒤에 숨어서 사랑의 호의나 배려라고 여기며 덥석 준희의 손을 잡았을지 모르지.
지금은 그럴 염치도 자신도 없다.
그게 뭐 어때서 말하는 준희는 또 어떻고,
뭐든게 진아모 맘에 안드는 조건 속의 자신을 비하할 수 밖에.
내 아픔보다 상대의 아픔을 보는게 더 힘든 지경에 이른 진아준희가 할수 있는건 뭐였을까.

같이 있을땐 당장에 웃을수 있어도,
나 때문에 그가 또는 그녀가 잃은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미어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