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면 친구는 되어 줄게요 내가
도망치지않고 좋은 친구는 돼 볼게요
오늘만 살기로 했으니깐 나도"

차마 순진의 얼굴을 보고 말 할 수 없어
등을 돌린 채 말을 꺼냈다

오랫동안 순진을 봐오면서
속으로만 수 없이 했던 말이었다
그때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얼어있는 그녀의 마음을 녹여주고 싶었다
내가 옆에 있을동안만이라도


그래서 나는 순진에게 한걸음씩 다가가기로 했다



"나랑 뭐하고싶어요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해요?


"벚꽃놀이해요 봄이오면 같이.
피는것도보고 지는것도 보고"

.
.
.


내가 답하지 않자
다시금 물어왔다

"왜요 벚꽃 싫어해요?"


나는 또 다시 답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못했다
.
.
.

그 후 순진을 보내고
나는 남은 하루를 보냈다
걷고 또 걷다가
저녘무렵 집으로 향했다


무슨 대단한 소원이라도 들은마냥 순진의 물음에 아무말도 하지못한걸 자책하면서
벚꽃이 피고지는 그 짧은시간도
보장할 수 없는 나의 현실에 화를 내면서
.
.
.

어느덧 아파트 앞에 다다랐다
나는 고개를 들어 순진의 집을 올려다보았고
그렇게 한동안 지켜보다
아파트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위에
계단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1층.
2층..
3층...
4층....

층층마다 순진의 물건으로 보이는 것들이 떨어져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 순진의 집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내 현실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나는 5층으로 올라갔다

4층과 5층의 경계선을 막 지날때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살짝 들어 쳐다보니
501호 앞
나의 집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안순진
그녀였다


나는 순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다가가
그녀앞에 섰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 흐느끼고 있었다

또..
또 울고있었다
11년전에도 8년전에도 6년전에도..
내가 볼때마다 순진은 늘 울고있었다
이제 더 이상 그녀가 우는걸 바라만보고 있을 수 없었다



"고개 들어봐요 어서"

"왔어요?"

"이게 떨어져있던데 순진씨 물건 같은데"

"버리려고 왔다갔다하다 흘린모양이에요
버려주세요"

"어떻게 버려요 내가"

"그럼 무한씨가 가질래요?"


"그래요 그럼
내가 가질게요"


"가지는김에 나도 좀 가져주면 안돼요?"


순진은 눈물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따듯한 숨이 나에게 닿을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내 시선은 순진의 눈에서 코로 그리고 입술로 향했다
순진의 입술에 내 시선이 멈췄을 때


내 의식은 며칠 전으로 돌아갔다
.
.
.


며칠 전



"문득문득 생각나더라고요 이상하게 신기하게
딱 두번보고
오랜 인연같은 느낌이 드는게 궁금해요
지금이 감정이 뭔지
10년만이거든요

기억 났어요 무한씨가

힘든 날이어서 기억에서 지웠나봐요"

"많아요?지운기억이"

"적진않네요"


"오늘은 어떤데요 지울거에요?"


"같이할래요?뭐든 그날처럼 같이"



며칠 전 순진이 나에게 찾아왔었다
마침내 그녀가 날 기억이난다고 말했었다
11년간 혼자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날 나는 그녀와 얘기하고 술을 마시고
안하던 것들을 해가며 6년전 그날처럼 뭐든 같이했다


그리고
둘만있는 공간에서
내가 내가 아니었음하는 순간에
나는 순진과 키스를 하려했었다
하지만 그날이 떠올라
그날의 그녀가 떠올라
살며시 뒤로 물러 났었다
물러나면서 내가 말했었다

"하고나면 당신이 오늘도 기억을 지울거 같아서.."

.
.
.
.
.

"나도 좀 가져주면 안돼요?"


나는 순진이 또 다시 기억을 지울까봐 두려웠지만 키스하고싶었다
벚꽃이 피고지는것을 보고싶었다
순진과 함께 오늘만 살고싶었다
간직한것은 잊혀지지않는것처럼
내가 그녀를 잊지않으면 되니깐
내쪽으로 순진을 끌어당겼다

6년 전 그날처럼.


"우선 지금은 키스먼저 합시다"





나의 이기적인 사랑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