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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복 투표하며 떠올리는 나의 야구 이야기.txt

ㅇㅇ(119.70) 2017.05.31 10:00:02
조회 27696 추천 1,065 댓글 289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의 일이다


나는 찬호형을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아버지는 내가 야구하는것을 허락해주시지 않았다


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때까지 야구부를 하셨지만 운동신경이 없다는걸 깨달으신후 야구를 그만두셨다


아버지는 운동신경 없는 유전자 어디 안간다며 야구하는것을 극구 반대하셨지만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야구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 기쁜소식이 들려왔다


일주일 후 학교에서 타자왕 선발대회를 한다는 소식이였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타자왕이 된 후 당당하게 야구시켜 달라는 말을하기로 결심했다


매일밤 놀이터로 올라가 손이 까매질때까지 빠따를 휘둘렀다


그당시의 나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수 있다고 생각했던 노력충이였고 1주일후 타자왕 선발대회에서 당연히 1등을 할줄알았다


대회 당일, 연습때 쓰던 빠따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등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에는 월드컵을 앞둬서 그런지 축구가 특히 인기 많았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 애들은 모두 축구를 했었고 축구 잘하는 친구가 인기도 많았다


좀처럼 학교에서는 볼수 없던 빠따를 보자 애들은 관심을 보였고 그런 애들을 보며 나는 이번 계기로 학교에서 야구붐을 일으킴과 동시에 나도 애들에게 인기를 얻을수 있겠다는 상상을했다


방과후, 타자왕 선발 대회를 신청한 사람들은 교실밖 복도에 줄서있으라는 선생님의 말에 당당히 한손에 배트를 움켜지고 교실밖으로 나섰다


다른 친구들을 살펴보니 개인배트가 없는지 모두 빈손이였고 하나같이 야구 못하게 생긴애들 뿐이였다


축구하는애 안경약골 심지어 여자애들도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이상하단걸 못느낀 나는 무난히 내가 타자왕이 될꺼라 생각하며 싱글벙글했고 혹시나 축구하는애가 운동신경이 좋아서 잘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나 하고 있었다


잠시후 교실밖을 나온 선생님이 참가인원을 체크한뒤 우리에게 타자왕 선발대회 장소를 알려줬을때 비로소 나는 뭔가가 잘못됐다는걸 깨달았다


우리가 타자왕 선발대회를 하러 가야할 곳은 운동장이 아니라 컴퓨터실이였다


그 소리를 듣고 당황한 나는 그대로 빠따를 들고 컴퓨터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 한명이 나에게 왜 빠따를 들고 컴퓨터실로 가는지 물었는데 어버버거리다 타자왕 선발대회 끝나고 바로 집에 갈꺼라서 들고 왔다고 말했다


그러자 내가 어버버하는걸 본 그 친구는 뭔가 눈치 챘다는듯 얄미운 표정으로 혹시 타자왕이 투수 타자 할때 타자인줄 알았냐고 물었지만 난 끝까지 아니라고 하며 바로 집에 갈꺼라서 들고온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타자왕 선발 대회는 시작됐고 나는 독수리 타법으로 100타도 안되는 기록을 찍고 컴퓨터 실을 나왔다


처음 나에게 왜 컴터실에 빠따 들고 가냐고 물었던 친구는 300~500타 기록 사이에 혼자 두자리대 타수를 기록한 내 기록을 보고 "에이~ 야구하려고 한거 맞네~" 라며 나를 놀렸다


그날 타자왕 선발대회의 꼴찌는 나였지만 타자왕의 타이틀을 가져간 사람도 나였다


내 별명은 타자왕이 되었다


나는 그 별명이 너무 싫었고 쪽팔렸다


내 어린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흑역사였던 그날 일과 타자왕이란 별명이 언급되지 않게 야구 자체를 멀리했고(빠따만 쥐면 우와~타자왕이 야구한다~라며 놀리고 타자왕썰을 풀었다) 가끔하던 동네 야구도 일부러 피해서 하지않았다


물론 그 후로는 아버지에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얘기도 꺼내지 않았고 그렇게 야구선수의 꿈을 접었다


고등학교 2학년, 시간이 흘렀고 친구들과 학교 배정도 제각각 받아 아무도 나를 타자왕으로 부르지 않을 무렵이였다


그날은 모의고사가 있는날이라 학교를 일찍 마쳤는데 누군가가 모의고사 끝나고 야구하자며 테니스공과 빠따, 글러브 몇개를 챙겨 왔었다


나도 오랜만에 야구를 함께 했었는데 친구들의 좆같은 스트존 판단 때문에 스탠딩 삼진만 3번 당했다


마지막 타석 파울 2개로 아웃카운트까지 하나 남았을때 벤치에서 나를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타자왕~ 하나쳐라~"


같은 고등학교를 온 몇안되는 초등학교 동창은 나의 별명과 함께 내 타자왕썰을 다른친구들에게 풀기 시작했고 멘탈이 깨진 나는 그날 4타수 4삼진으로 경기를 마치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난 야구 못하는 이미지가 친구들에게 박혔고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만 하면 "닌 야구 좋아하면서 왜 못해?"라는 말을 들었고 안타를 치는 날에도 "야구 좋아하는거에 비해서 그렇게 잘하진 않네"같은 말들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최소 일반인보단 야구 잘한다는 야구부심이 있던 나는 그말들을 견디기 힘들었고 또다시 야구를 접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야구는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하진 않는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내 옛날 흑역사를 다른 사람이 꺼내진 않지만 그날의 기억들이 여전히 내게는 부담이고 야구를 시작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사회인 야구도 해보고 싶었지만 "못하면 어떡하지" "요즘 선출도 많다던데 나는 벤치만 지키는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과 두려움만 앞선다

 

나는 지금 풋살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


두달전쯤이였나 풋살 경기를 끝마치고 돌아오늘 길에 야구를 하고 있는 한무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야구였는데... 야구 하고싶다'


그날 저녁 장문복이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많이 놀렸었는데 군대가서 얘 성대모사 하면서 선임들한테 재롱도 떨었고.


그때는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괜히 미안해진다


나의 타자왕 타이틀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고통스러웠을 힙통령이란 타이틀


그 타이틀을 가지고도 꿈을 포기못해 끝까지 도전하는 그가 대단하고 응원하고 싶다


나이 먹으니 노력만으로는 자신이 원하는것을 이루는게 힘들다는걸 깨달았다


노력한다고 누구나 다 본즈가 되는것도 아니고 트라웃이 되는것도 아니다


내가 어릴때 되고 싶은 사람은 박찬호였다


하지만 흑역사를 겪고 나이가 먹고 현실적으로 박찬호가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지금은 그저 야구를 재밌고 자신있게 할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런 나에게 가장 현실적 아이돌은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음에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장문복이다 


장문복은 나와 많이 닮아있다


호기롭게 시작한 첫도전에서 재기못할 정도로 망가진 기억 


그 아픔을 딛고 다시 도전했으나 전보다 더 엄격해진 잣대로 조롱당했던 날들


남들보다 더 힘들게 노력해도 좀처럼 성취할수 없는 저주받은 재능


흑역사를 아무렇지 않게 애써 웃으며 얘기하지만 한켠으론 아파하는 모습까지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그 아픔속에서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는것이다


난 나와 가장 닮은(그러나 나보다는 더 나은)사람을 조롱하며 웃었다


장문복의 첫순위는 2등이였지만 지금은 탈락위기 32등이다


처음엔 췍길만 걷자는 응원의 메세지(처음부터 응원이 아니라 조롱일수도)가 알아서 걷자는 조롱의 메세지로 바꼈다


나도 처음에는 당연히 데뷔할줄 알고 투표를 안했지만 이제 투표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순위가 낮았다면 모르겠지만 희망을 줬다가 다시 앗아가는건 너무 잔혹한일이다


내가 7년전 줬던 상처를 이겨나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에게 또다시 그런 상처를 주고싶진 않다


내가 다시 야구를 했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그때 나에게 조롱대신 진지하게 야구를 같이 얘기하고 플레이할 친구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쯤 난 취미로나마 야구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장문복이 다른 애들보다 알아서 걷기 힘들기에 그 이유가 나였기에 난 장문복에게 투표한다



출처: 국내야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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