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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창작] [한센츄문학] 시오리코의 스쿨 아이돌 연구보고 한국 출장편앱에서 작성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06 11:25:52
조회 1082 추천 36 댓글 9

														

시오리코의 스쿨 아이돌 연구보고 한국 출장편

활동보고 no.10

주제 : 한국의 식도락

작성자 : 미후네 시오리코

안녕하세요, 미후네 시오리코입니다.

이번에는 G's 매거진의 화보촬영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주제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길을 걷는 저.

한국에서 먹은 음식들은 하나같이 특색있고 맛있었습니다.

잡지에 어떤 음식을 먹는 사진이 실릴지는 모르지만, 그 외에 다른 음식들을 소개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꽤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요.

그렇기에 이번 연구보고에서는 한국에서의 1박 2일동안 저, 미후네 시오리코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간단하게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

Day 1

13 : 07, 영종대교 휴게소, 능이버섯뚝배기불고기

인천공항에 내려서 현지 스태프분들을 만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길. 출장 동안에 먹는 음식은 전부 법인카드 처리가 된다는 말에 너무 설레어 전날부터 굶었기 때문일까요. 부끄럽게도, 차 안에 꼬르륵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미후네씨, 배고프시면 휴게소라도 들렀다 갈까요?'

저는 얼굴을 붉힌 채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얼마간 더 달려 도착한 휴게소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거대한 파란색 곰의 조각상만큼은 기억에 남네요. 한국에서는 나름 여행지로 인기가 있는 곳인 모양인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습니다.

이색적인 풍경을 뒤로 하고 건물 안 푸드코트로 들어가니 눈이 어지러워질 만큼 다양한 음식이 메뉴판에서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것과는 달리 평평한 돈가스로 시작해서, 유부우동이나 라'면'까지. 여기는 일식집이 아닌가 생각하던 즈음, 한국 스태프 분들께서 하나둘씩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발음을 들어 보면 가장 무난한 것은 비빔밥인 모양입니다. 대세에 따르려던 찰나 메뉴판에서 본 것은 비빔밥 위에 잔뜩 올라가 있는 고추장.

저걸 먹었다가는 제 위가 버티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국 분들은 안 그래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신다던데요.

살짝 두려워진 저는 한식 중에서 가장 빨간색이 덜 보이는 뚝배기불고기를 골랐습니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가져온 뚝배기불고기는, 말 그대로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일단은 국물부터. 요리할 때 간을 보듯 후후 불어 한 숟가락 입에 넣어 봅니다.

간장 베이스의 깊은 맛과 함께 약간의 단맛이 느껴집니다. 이후에 따라오는 것은 국물에 녹아있는 살짝의 육향과 능이버섯의 향기. 일본 음식으로 치자면 스키야키 같은 느낌인 것 같네요.

한 젓가락 집어 본 고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씹는 맛이 살아있었습니다. 밥 한 젓가락(한국 분들은 숟가락으로 드시지만, 역시 저는 젓가락이 더 익숙하네요), 고기 한 점, 국물 한 숟가락. 가끔 버섯이나 파도 한 입.

저만의 루틴을 반복해 가는 사이에 고기가 먼저 떨어졌습니다. 아직 밥은 반 공기씩이나 남았건만, 배분을 잘못한 것일까요. 고개를 살짝 들어 옆에 앉은 스태프 분들의 음식을 봅니다.

돈가스 위에 뿌려진 것은 데미글라스 소스일까요? 보면 볼수록 일본의 것과는 달라 보여서 흥미가 생깁니다.

국밥을 시키신 분은... 네? 국에 밥을 통째로 넣어서 드신다구요?

저 분만 그렇게 드시는 것도 아니고, 주변 분들 역시 전부 그렇게 드시고 계십니다. 국밥을 시키신 분도, 라면을 시키신 분도, 저와 같은 뚝배기불고기를 시키신 분도.

스키야키를 다 먹은 뒤에 죽을 끓여 먹은 적은 있지만... 살짝 컬쳐쇼크를 받았습니다.

그래도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겠죠. 눈을 딱 감고 남은 밥을 뚝배기에 털어 넣습니다.

숟가락으로 밥을 꾹꾹 눌러 국물이 잘 배어들게 한 뒤에 한 숟가락을 뜹니다. 국물 때문에 풀어진 밥이 입안에 여기저기로 퍼지고, 죽과는 또 다른 풍미가 느껴집니다.

저는 순식간에 밥을 먹어치우고는, 남은 국물을 뚝배기째로 들어 마셨습니다. 아까 국밥을 시키신 스태프 분께서 이렇게 마무리를 지으셨으니, 분명 이것도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겠지요.

독약을 먹는다면 그릇까지. 사실 일본의 속담은 이 상황을 의미한 게 아니었을까요?

만족스러운 한 끼를 마치고 뚝배기를 내려놓으니 눈앞에 있는 것은 깜짝 놀란 한국인 통역사 분.

'미후네씨, 방금 완전 한국 아저씨였어요.'

제 휴게소 여행은 얼굴이 빨개진 것으로 시작해서, 얼굴이 빨개지며 끝났습니다.

~~~~~~~~~~~~~~~~

20 : 35, 호텔 방, 배달 음식

생각보다 촬영 컨셉을 잡는 미팅이 오래 걸렸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는 쪽이 좋은 사진이 나올지에서 상당히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랜 토의 끝에 결국에는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길거리 음식들을 전부 조금씩 준비하는 걸로 결정되었습니다.

음식의 가짓수를 보니 내일 아침은 굶어야겠네요.

기나긴 마라톤 미팅을 끝내고 나니 벌써 20시가 가까워 옵니다. 밖에 나가서 뭔가를 먹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기에, 배달을 시켜 먹게 되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 달라는 스태프 분의 말씀에 선택을 망설이던 저는 니지가사키 분들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역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양념치킨인 모양입니다. 이것도 빨간색이지만, 맵지 않고 오히려 달다고 하네요.

아이씨에 의하면 뿌링클? 이라는 치킨도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일단 더 득표가 많았던 건 양념치킨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란쥬가 계속 육회육회 노래를 부르는 건 참기 좀 힘들었습니다.

'한국에 갔는데 육회를 안 먹는다고? 딴 건 몰라도 육회는 일본에서 못 먹는다니까?'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육회가 금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지금 제가 찾고 있는 건 배달음식이라구요. 양념치킨을 먹기로 한 저는 통역사 분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여보세요? 메뉴는 정하셨나요?'

'육회로... 아, 아뇨! 양념치킨이요!'

란쥬 때문에 머리에 박혀 버렸는지, 메뉴를 묻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육회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통역사 분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실까요. 왜 부끄러움은 제 몫인가요.

돌아가면 란쥬에게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 그럼 둘 다 시켜 드릴게요.'

통역사 분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육회는 배달이 되는 음식인 건가요?

이름만 육회인 음식이 오는 건 아닐까요?

저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물음표를 띄우며 간단하게 목욕을 마쳤습니다. 머리를 말리려고 드라이어기를 찾을 즈음,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 보니 통역사 분이 보낸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음식 도착했어요. 그쪽으로 들고 갈게요^^'

그 메시지를 보고 허둥지둥 머리를 말려 보았지만, 역시 통역사 분이 오실 때까지 다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머리는 채 마르지도 않은 데다가 오히려 빨리 말리려고 머리를 이리저리 휘저은 흔적이 남아서... 엄청 부끄러웠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문을 닫고는 크게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한숨을 쉬었다가 들어쉬는 공기에 잔뜩 올라오는 달콤하고 기름진 냄새에 마음이 녹아버리네요.

부끄러웠던 과거는 훌훌 털어버리고, 일단 지금은 먹는 데 집중합시다. 당장이라도 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치킨을 뜯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선은 육회부터 먹어보도록 할까요.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를 열어 보니 안에는 빨간색 육회와 무순, 배가 들어 있었습니다. 치킨의 것과는 다른 느낌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데, 아마 참기름인 것 같네요.

흰색 용기에 담겨 있던 계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훌훌 풀어 육회에 부어 넣고 비비니, 고기의 윤기가 더욱 살아납니다.

저는 군침을 흘리며 젓가락을 잡다가, 손을 옮겨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란쥬에게 보냈습니다.

아까 겪은 부끄러움에 대한 소심한 복수예요. 란쥬는 거기서 가만히 보고 계세요.

잔뜩 울려대는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바꿔놓은 다음, 육회를 몇 점 집어 입에 넣습니다.

확실히 생선회와는 많이 다르네요.

생선회에 이 정도로 양념을 해 놓으면 양념 맛밖에 나지 않을 텐데, 육회에서는 그것을 뚫고 고기 자체의 맛이 드러납니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계란 노른자의 부드러운 맛, 소금의 짭조름한 맛에 신선한 쇠고기의 맛이 섞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다음 젓가락에서는 무순과 배도 같이 올려서 한 입에 넣습니다.

무순은 쌉쌀한 맛. 날 고기의 향을 잡아 주며 입 안을 상쾌하게 합니다. 배는 달콤한 맛. 육회 양념의 짭조름한 맛과 어우러지며 단짠이라는 최근 트렌드를 완성시킵니다.

한 입씩, 조금씩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용기의 바닥이 보이고 마네요. 육회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한 통을 다 먹었는데도 배가 전혀 차지 않은 느낌이라는 것일까요.

한국에 오기 전에 라이브도 했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을 속이며 치킨 박스를 엽니다.

아까까지의 참기름 냄새를 바로 지워버리는 강렬한 향기. 박스 안에는 붉고 끈적한 양념에 덮인 순살치킨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렇게 양념이 많으면 눅눅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하며 한 조각을 먹어 봅니다.

바삭바삭하네요! 양념은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요!

튀김옷까지 양념이 배어들어는 있지만 그 바삭함을 잃지는 않은, 그야말로 배달 시간이 만들어낸 환상의 조합입니다.

오히려 갓 만든 것보다 맛있는 것 아닐까요? 갓 만든 양념치킨을 먹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치킨을 몇 조각 입에 넣으면서 '입 안을 상쾌하게 해 줄 뭔가가 없나' 생각하던 찰나 발견한 것은 봉투 안에 숨어 있던 치킨무.

한 입 먹어 보니 양념의 묵직한 맛과 치킨의 기름기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이것만 있다면 느끼해서 치킨을 못 먹는 일은 없겠네요.

20분이나 지났을까요? 저는 치킨의 마지막 조각과 함께, 치킨무를 국물까지 들이켰습니다.

쓰레기를 대강 치워 놓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 이대로 자면 살 찔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도록 하죠!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 통통해진 배를 침대에 누이며 몇 차례 뒹굴거립니다. 내일 먹을 음식은 어떨까 기대하며 고개를 들려고 하는데 왠지 배게가 제 얼굴을 놔주지 않습니다.

아니,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으로요. 입술과 배게가 딱 붙어 있는 것만 같아요.

...어쩐지 입술에서 자꾸 단맛이 나더라니. 이 미후네 시오리코가 입에 양념을 묻히고 먹다니, 어쩜 이렇게 칠칠맞은가요.

치킨 양념 범벅이 되어버린 배게를 보며 호텔 직원분께 마음속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외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들뜬 상태라고는 하나, 지금 저는 너무 풀어져 있어요.

오늘은 자기 전에 전속 드리머 3세트입니다.

~~~~~~~~~~~~~~~~

Day 2

14 : 26, 명동 거리, 길거리 음식

한복은 처음입니다만, 역시 전통 복장에는 익숙한 느낌이 있네요. 치마가 넓어서 기모노보다 움직이기 편하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밝은 초록색 저고리와 연분홍색 치마의 색이 대비되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마치 제가 아유무씨 위에... 아니, 이건 아닙니다. 일에 집중하도록 하죠.

옷을 갈아 입고 현장에 도착하니, 테이블 위에 길거리 음식이 잔뜩 놓여있었습니다. 몇몇은 휴게소에서 본 것 같기도 하네요.

마음에 드는 것부터 하나씩 먹어 보라는 감독님의 말에, 저는 잠깐 고민하다 감자 핫도그를 집어들었습니다.

어제 회의 때 '감자 핫도그'라고 하시기에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감자를 네모낳게 잘라 반죽에 붙이고 튀긴 거였군요.

우리가 흔히 아는 핫도그의 비주얼과는 달리,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겨서 보는 것만으로 묵직한 포만감이 올라오는 것만 같습니다.

역시 아침을 굶기 잘했다고 생각하며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뭅니다.

송곳니가 감자에 꽂히며 '바사삭'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 바삭한 식감은 마치 감자튀김과 같네요. 차이점이 있다면 소금 대신 설탕이 뿌려져 있다는 것일까요?

안 그래도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미아씨가 이걸 먹었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생각하며 핫도그의 막대기를 바깥으로 잡아당기니 이게 웬걸, 하얀색 줄이 핫도그에서 쭉 늘어납니다.

혹시 한복에 묻을까 당황하며 면치기를 하듯 늘어난 치즈를 입 안으로 빨아들이는 저. 감독님이 웃으시는 건 좋은 사진을 얻어서일까요, 아니면 웃겨서일까요.

애써 수습하고 나서 천천히 입 안의 핫도그를 음미해 보니 확실히 고소한 치즈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감자튀김에 설탕에 치즈라니, 칼로리 폭탄입니다. 카린씨는 절대 못 드시겠네요.

감자핫도그 다음에는 회오리감자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제 팔 길이만한 꼬챙이에, 신기한 모양으로 튀긴 감자가 꽂혀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도 안 잡히네요.

마치 오다이바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라도 된 양, 회오리감자를 들고 포즈를 취해 보고는 꼬챙이를 옆으로 돌려 한 입 먹어봅니다.

감자핫도그와 같은 감자튀김이지만, 감자핫도그가 둔탁한 통감자에 가까웠다면 회오리감자는 얇게 저며낸 감자칩에 조금 더 가까운 식감입니다.

올라가 있는 소스는 허니버터라고 하네요. 꿀의 달콤함에 버터의 부드러운 지방맛이 섞여 단짠과는 또 다른 조합을 이루어냅니다.

다음으로는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입니다. 줄여서 컵볶이라고 부르는 것 같네요. 제가 생각한 떡볶이와는 다르게, 진한 빨간색보다는 주황색에 가까운 색깔을 띠고 있었습니다.

매운 것에는 영 자신이 없단 말이죠. 시즈쿠씨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먹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이쑤시개로 떡을 찍어 입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입 안에서 느껴진 것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매콤한 정도의 맛. 제가 뭘 잘못 먹었나 싶어 감았던 눈을 뜨고 감독님 쪽을 바라봅니다.

로제 떡볶이라 하는군요... 로제 파스타처럼 소스에 크림을 섞어 만드는 모양입니다. 원래 길거리에서 파는 건 아니지만, 요새 한국에서는 오히려 원본 떡볶이보다 잘 팔리는 것 같네요.

평정을 찾고 다시 컵 안을 쳐다보니,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재료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떡에 어묵, 조그만 소시지도 있네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재료 하나하나는 일본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한데 모아 소스에 볶는 것으로 떡볶이는 완성되는 것이로군요.

마지막 음식은 달고나. 미리 준비해둔 테이블에 우산 모양이 새겨진 달고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카스미씨와 달고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죠. 최근 왜 이렇게 달고나라는 음식이 인기인지 물어보니 아직도 오징어게임 안 봤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어떻게 봤냐고 하니 당황하는 카스미씨는 꽤 귀여웠죠.

저는 테이블에 앉아 바늘을 들었습니다. 홈을 따라 파내는 거라면 간단하죠.

이런 작업을 할 때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천천히 우산을 새겨나가도록 합시다.

톡, 톡, 톡. 긁는다기보다는 두드린다는 느낌으로 달고나를 분리해 나갑니다.

우선 넓은 부분부터. 우산의 꼭지부터 시작해서 우산살 부분을 섬세하게 두드려 줍니다. 마지막으로는 손잡이를 새겨넣고, 손가락으로 우산을 살짝 밀어 주면...

툭, 하고 우산 손잡이가 부러져 버렸습니다. 손잡이 끝부분은 원래 달고나에 그대로 붙어 있네요. 몇 번만 더 두드렸으면 성공이었을 텐데.

시무룩해진 저는 부러진 우산 모양 달고나를 카메라에 가져다 대고는,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입 안에 넣었습니다.

분명 달콤하지만, 탄산소다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제 기분 같네요.

꿀꿀한 마음으로 카스미씨에게 달고나를 부러뜨렸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금세 답장이 옵니다. '10번 탈락'이라네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드라마 관련 내용인 것 같습니다.

카스미씨,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그거 청소년 관람불가예요.

~~~~~~~~~~~~~~~~

18 : 42, 고깃집, 삼겹살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 한국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는 삼겹살이었습니다. 회식에서 고기를 먹는 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은가 봅니다.

하지만 고기를 굽는 방식에는 꽤나 차이가 있군요. 적어도 저는 솥뚜껑에 고기를 굽는 것은 처음 봅니다. 솥뚜껑 위에서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고, 뚜껑 손잡이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는 된장찌개가 끓고 있습니다.

고기가 다 익어갈 즈음, 주변에서 저에게 건배사를 청했습니다. 어느새 제 유리잔에 따라진 투명한 사이다. 저는 그것을 들고 제가 아는 한국어를 총동원해서 건배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해요! 사랑해요! 건배!

왠지 아따맘마스러워진 건배사이지만 분위기는 좋아 보입니다. 제 건배 구호에 맞추어 모두가 건배를 외치고는 잔을 비웠습니다.

톡 쏘는 사이다의 달콤함을 뒤로 하고, 저는 삼겹살을 한 점 집어 먹어 보았습니다. 분명 삼겹살이라는 한 부위일 터인데, 한 점 안에서도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래쪽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돼지고기의 맛이 납니다. 그 위의 비계는 입 안에 동물성 지방을 뿜어내며 기름칠을 합니다. 더욱 위의 껍데기는 첫 입은 바삭한데 씹을수록 껌과 같은 식감이 되어 씹는 보람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기에 타레 소스나 레몬즙을 찍어 먹듯, 한국에도 다양한 소스가 있었습니다. 일단은 기본 중 기본인 깨소금. 역시 고기는 소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죠.

다음으로는 쌈장입니다. 베이스는 된장인 것 같은데, 살짝 매콤한 걸 보니 고추장이 들어간 것 같군요. 짠맛에 매콤한 맛, 감칠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기에 찍어 먹어도, 오이나 양파에 찍어 먹어도 어울리는군요.

콩가루는 또 특이하군요. 일본에서는 키나코라고 부릅니다만 고기에 찍어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콩가루는 퍽퍽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의외로 삼겹살의 기름이 그 퍽퍽함을 잡아 주며 콩가루의 고소함만을 이끌어 내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쌈을 싸서 먹어 보도록 하죠. 적당한 크기의 상추를 찾아서 그 위에 밥, 쌈장, 삼겹살, 파채에 무쌈을 올리고는 그대로 한 입에 넣습니다. 몇 번 정도는 한 입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크기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제게 알맞는 크기의 쌈을 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겹살도 어느 정도 먹었겠다, 다음으로는 된장찌개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펄펄 끓는 된장찌개를 몇 국자 퍼서 개인 접시에 담습니다. 미리 넣어 놓은 삼겹살 몇 조각도 알맞게 익은 것 같네요.

우선은 국물부터. 후후 불어 입에 넣습니다. 미소시루와는 전혀 다른 맛입니다. 미소시루가 아침에 가볍게 먹기 좋다면, 된장찌개는 깊은 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된장찌개에서도 칼칼한 맛이 나는 것이 한국답다고 생각합니다.

쌈을 싸고 남은 밥은 휴게소에서 배운 대로 된장찌개에 말아 줍니다. 밥과 섞으니 뜨겁던 된장찌개도 먹기 알맞은 온도로 식어 술술 넘어갑니다. 간혹가다 씹히는 부드러운 것은 두부일까요.

이제는 더 먹기 힘들 것 같아 사이다를 홀짝이고 있을 때, 같은 테이블에 앉은 통역사 분께서 손을 들어 뭔가를 더 시키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손을 저었지만, 그저 웃으면서 일단 기다려 보라고 말씀하시네요.

잠시 뒤, 식당 아주머니께서 이것저것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통역사 분은 그걸 받고는 밥을 솥뚜껑에 펴바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아 있던 고기나 김치, 콩나물에 쌈장까지 한번에 구워집니다. 볶음밥의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 먹기는 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볶음밥 위에 날치알과 김가루가 뿌려집니다. 한 차례 비비고는 다시 그 위에 치즈를 잔뜩. 이걸 도대체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요. 저는 어느새 숟가락을 들고 볶음밥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원과도 같은 수 분이 지나고, 저는 드디어 볶음밥을 한 숟가락 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식히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기대를 했던 나머지 입천장을 살짝 데어 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이건 그야말로 한국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동안 한국에서 먹은 맛 전부가 볶음밥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누룽지는 그 맛이 몇 배로 응축되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볶음밥이 예상 외로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과식을 해 버린 저는, 식당 카운터에 박하사탕이 놓여 있음에 안도했습니다. 새 것은 아닌지 약간 끈적하지만, 그래도 더부룩한 채로 고속도로를 타는 것보단 낫죠.

입에 넣은 박하사탕이 다 녹을 때쯤, 밴 차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제 이 도시와도 이별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1박 2일의 짧은 만남. 그러고 보면 아직 한국에서는 하지 못한 것, 먹지 못한 것이 잔뜩 있군요.

고궁도 한 번 돌아보고 싶고, 강남에서 쇼핑도 해 보고 싶네요. 홍대나 합정에서 팬 분들과 만나보고도 싶고, 라이브도 한 번쯤 해 보고 싶어요. 아예 서울이 아니라 부산 같이 다른 도시에 가 보는 것도 재미있을지 몰라요.

저는 그렇게 다음에 한국에 오면 무엇을 할지 생각하며, 미소지으며 쪽잠을 청했습니다.




꽤나 오랜만에 써보는 줄글
한센츄 떴을 때부터 뭔가 써볼까 싶기는 했는데
음식 맛 묘사가 어려워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고독한 시오리코 컨셉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그건 그림이 있어야 되겠다 싶어서
지금처럼 화보촬영 컨셉으로 변경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에 뭐 쓸지는 아직 안 정함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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