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갤SS] 시오리코「아란, 씻을 땐 발버둥치지 마세요」

니코냥 · 2021.12.11 20: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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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의 집

리나「시오리코쨩, 시오리코쨩」흔들흔들

시오리코「ZZZ...」

리나「일어날 생각을 안 하네」

리나「하긴, 어제 3시까지 같이 게임 하다 잤으니 그럴 만도 한가」

리나「음... 슬슬 안 나가면 게임 오프라인 이벤트 시간에 맞출 수 없는데」

시오리코「흠냐... 정말 3천엔으로 이렇게 먹어도 되나요...」

리나「지금 깨우는 것도 미안하고, 혼자 갈까」

리나「아란이랑 같이 있으면 시오리코쨩도 외롭지는 않을 테고」

리나「아란?」

아란「시스템 기동을 시작합니다」

아란「좋은 아침, 리나」

리나「잘 잤어, 아란?」

아란「응! 컨디션 최고야」

리나「다행이네, 지금부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아란「무슨 일인데?」

리나「나는 지금부터 외출 나갈 거니까, 시오리코쨩이 일어나면 잘 설명해 줘」

리나「아, 그리고 13시쯤에는 유우씨가 오기로 했어」

리나「문 잘 열어줘야 해?」

아란「알았어」

리나「그럼 난 이만 가 볼게」

리나 (이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다)

리나 (억지로라도 시오리코쨩을 깨웠어야 했다는 것을...)

~~~~~~~~~~~~~~~~

30분 후

시오리코「Zzz...」

시오리코「으으음...」뒤척뒤척

시오리코「우와앗?!」꽈당

시오리코「아야야...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다니, 제 체면도 말이 아니군요」

시오리코「...이상하네요? 원래 이쪽에는 리나씨가 주무시고 있어야 하는데...?」

아란「좋은 아침, 시오리코!」

시오리코「꺄아아아악!」퍼억

시오리코「누구인가요?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요!」

아란「나야, 아란! 리나의 애완 로봇 고양이!」

시오리코「마, 말도 할 수 있었던 건가요!」

아란「아, 시오리코는 내가 말하는 걸 처음 보던가?」

시오리코「'내가'라니, 고양이는 원래 말 못한다구요!」

아란「아니, 나는 로봇이잖아」

시오리코「고양이 로봇은 말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란「지금 눈앞에서 말하고 있잖아」

시오리코「로봇이 되면 고양이도 말을 할 수 있는 거군요」

시오리코「역시 세상에는 아직 제가 모르는 기술이 많이 있는 모양이예요」

아란「아니, 나는 고양이를 로봇으로 만든 게 아니라...」

시오리코「한펜도 로봇으로 만들면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란「발상이 무서워!」

시오리코「뭔가 잘못됐나요?」

시오리코「한펜이랑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 뿐인데요」

아란「나한테 고양이어 통역기능이 있으니까 그걸로 참아 줘」

시오리코「또 어떻게 동작하는지조차 모를 기능이...」

시오리코「혹시 당신, 아란이 아니라 도라에몽 아닌가요?」

시오리코「미래예요~!」

아란「그쪽도 고양이 로봇이긴 하지만...」

아란「그리고, 그 대사는 하나마루 거잖아」

아란 (뭐, 기계치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려나)

시오리코「잡설이 조금 길었군요」

시오리코「혹시 리나씨가 어디 가셨는지 아시나요?」

아란「그러고 보니, 나도 그걸 말해야 한다는 걸 아까 한 대 맞은 충격으로 잠시 잊고 있었어」

시오리코「기계는 때리면 고쳐지는 거 아니었어요?」

아란 (말을 말자)

아란「리나라면 게임 이벤트 때문에 잠시 나갔어」

아란「시오리코가 워낙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기 미안했나봐」

시오리코「그렇군요」

아란 (뭔가 하나를 빼먹은 거 같지만 괜찮겠지)

아란「커피라도 한 잔 할래? 커피가루라면 찬장에 있는데」

시오리코「끓여 주시는 건가요?」

아란「내 모습을 잘 봐」

아란「끓일 수 있을 거 같아?」

시오리코「늘어나는 손~~~ 이라던가, 없는 건가요」성대모사

아란「난 도라에몽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시오리코「로봇이라도 할 수 없는 건 있는 거군요」

시오리코「살짝 실망했어요」

아란「시오리코에게 있어 로봇은 도대체 무슨 이미지인 걸까」

시오리코「도라에몽이랑 터미네이터 중에 어느 쪽이 좋으신가요?」

아란「...도라에몽으로 부탁해」

~~~~~~~~~~~~~~~~~~~

시오리코「찬장이 생각보다 높은데요?」

시오리코「의자가... 이거면 되겠죠」

아란「게이밍 체어는 받침대로 쓰기엔 별로라고 생각해」

시오리코「영차... 우, 우왓! 의자가 너무 푹신해서...」꽈당

아란「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시오리코「예, 뭐... 오늘은 자꾸 넘어지기만 하네요」

아란「내가 말했잖아」

시오리코「그러게요... 아, 아란! 당신...」

아란「무슨 일 있어?」

시오리코「커피 가루 투성이잖아요!」

아란「그러네~ 있다가 리나한테 닦아 달라고 해야 하려나」

시오리코「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건 좋지 않아요」

시오리코「빨리 씻으러 가죠!」

아란「...응?」

시오리코「자, 커피가루가 정전기 때문에 들러붙기 전에 빨리!」

아란「자, 잠깐만!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은데!」

시오리코「하여간, 한펜도 그렇고 고양이들은 왜 이렇게 씻는 걸 싫어하는 걸까요」

시오리코「빨리 오세요!」질질

아란「시, 시오리코! 얘기를 해 보자! 얘기해 보면 분명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시오리코「도망칠 생각 마세요」쏴아아

아란「야아아아아옹!」

시오리코「아란, 씻을 땐 발버둥치지 마세요」

시오리코「자, 어떤가요? 몸이 깨끗해지니까 기분 좋죠?」쏴아아

아란「죽여...줘...」

시오리코「네? 뭐라고요?」

아란「CPU에 심각한 침수를 확인」

아란「누전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강제 종료합니다」

아란「...」꼬르르륵

시오리코「아란? 물 속에 잠겨서는, 터미네이터 흉내라도 내는 건가요?」

아란「...」

시오리코「아란도 참,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바로 자 버리다니」

시오리코「로봇이라고는 해도 역시 고양이라니까요」

시오리코「씻으니까 이렇게 보기 좋잖아요, 반짝반짝하고」

시오리코「이왕 이렇게 된 거, 리나씨의 방도 청소해 볼까요!」

~~~~~~~~~~~~~~~~

시오리코「일단 보이는 곳은 거의 끝났는데...」

시오리코「안 보이는 곳도 깔끔히 청소해야겠죠?」툭

시오리코「역시나, 침대 밑에서 쓰레기가 잔뜩 나오잖아요」

시오리코「벌써 1년도 넘은 잡지들... 이건 버리는 게 맞겠죠」

시오리코「정말, 12월호 잡지인데 이렇게들 옷을 얇게 입고 있다니」

시오리코「감기 걸린다구요?」휙

시오리코「이건 뭐죠? 세계의 금발 특집?」

시오리코「스쿨 아이돌 활동에 참고할 만한 내용도 아닌 것 같고... 이것도 버리죠」휙

시오리코「1년도 넘은 잡지들에 왜 먼지가 하나도 안 쌓여 있는지는 모르겠지만...」휙

시오리코「역시 방은 깨끗해야죠」휙

시오리코「침대 밑은 이걸로 끝이네요」

시오리코「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 정도는 받아 놓죠」

시오리코「아란? 이 잡지들은 다 버려도 되는 거죠?」

아란「...」

시오리코「아직도 자고 있나요?」

아란「...」

시오리코「아란? 아란?」툭툭

아란「...」

시오리코「서, 설마 고장났다거나 한 건 아니죠?」

시오리코「이럴 때는 인터넷을 켜서...」

시오리코「로봇... 물청소... 고장...」

시오리코「휴, 다행이네요」

시오리코「기계가 물에 빠져서 고장났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시오리코「적어도 물청소를 해서 로봇이 고장났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시오리코「그래도 혹시 모르니, 인터넷에서 본 응급처치를 해 두면 좋겠죠」

시오리코「쌀독에 넣어 놓으면 된다니, 세상에는 이런 방법도 있군요!」

아란「...」

~~~~~~~~~~~~~~~~~

띵동

시오리코「?」

유우「안녕하세요~ 유우버이츠입니다~」

유우「유우인 만큼... 유우버이츠... 크크큭...」

시오리코「유우씨인가요?」

유우「아, 시오리코쨩?」

시오리코「유우씨?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유우「무슨 일이냐니, 리나쨩이 얘기 안 해 줬어?」

시오리코「저는 들은 게 없는데요」

유우「그래? 리나쨩은 집에 없어?」

시오리코「게임 이벤트를 갔다고 하더군요」

유우「아, 그거? 슬슬 끝날 때도 됐고, 조금 있으면 오겠네」

유우「일단 문 좀 열어 줄래? 같이 먹으려고 음식도 들고 왔어」

시오리코「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시오리코「...」

시오리코「그런데 문을 어떻게 열죠?」

시오리코「아란?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아란「...」

시오리코「아란?」

유우「오래 걸리네...」

시오리코「어어어어어어떡하죠」

시오리코「공동 현관문을 못 열겠어요!」

시오리코「페이스 아이디도 리나씨만 인식하는 것 같고...」

유우「시오리코쨩? 일단 진정해!」

유우「내가 리나쨩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유우「여보세요? 리나쨩?」

리나「아, 유우씨? 나 10분 있으면 도착해」

유우「그래? 10분 정도면 그냥 밖에서 기다릴까...」

리나「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왜」

유우「시오리코쨩이 문을 못 열겠다고 패닉 상태야」

리나「아파트 정문?」

유우「응」

리나「이상하다... 아란한테 부탁해 놨는데」

리나「잠깐만 기다려 줘, 지금 열 테니...」

쏴아아아

유우「이게 무슨 소리지...?」

유우「아, 문 열렸다!」

리나「아직 문 열기 전인데?」

유우「그럼 있다가 봐!」뚝

리나「...설마」후다닥

~~~~~~~~~~~~~~~~~~

10분 후, 리나의 집 앞

리나「유우씨, 왜 집에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 거야?」

유우「아니, 이건 막는 게 아니라...」

유우「응!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밖에서 놀고 싶어서!」

리나「오후 3시, 강수확률 70%」

유우「...그, 그렇구나아~」

유우「그래도 바깥이라는 게 꼭 실외는 아니지?」

유우「조이폴리스라던가? 영화관도 괜찮겠다!」

리나「음식, 들고 왔다며」

리나「그리고 시오리코쨩은 왜 집에서 안 나오고 있는 건데」

유우「시오리코쨩이라면 금방 나올 거야!」

유우「그렇지? 시오리코쨩?」

시오리코「그럼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집 안에서

유우「들었지? 시오리코쨩은 잠시 준비할 게 있어서...」

리나「왜 유우씨가 버텨야 하는 건데」

유우「그, 그건...」

유우「여자의 비밀♡」

리나「비켜, 유우씨」홱

유우「우와앗! 리나쨩 언제 이렇게 세진 거야?」

리나「유우씨가 약한 거야」벌컥

시오리코「...아, 안녕하세요?」

리나「시오리코쨩」

리나「왜 인터폰 쪽이 물바다인지 설명해 줄 수 있어?」

시오리코「무, 문이 안 열려서 당황을 한 나머지...」

유우「마시고 있던 물을 엎지른 거지! 그렇지?」

시오리코「네! 물론 그렇죠!」

리나「그렇구나」

리나「시오리코쨩은 샤워기로 물을 마시는구나」

시오리코「...!」

리나「거짓말 할 거면 샤워기는 치우고 했어야지」

시오리코「죄, 죄송해요! 실은 문이 안 열려서...」

시오리코「일부러 고장을 내면 열릴까 싶어서...」

리나「진짜 열렸다는 게 더 신기하네」

유우「리나쨩, 시오리코쨩도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닐 거야」

리나「유우씨, 나 이런 걸로는 화 안 내」

리나「고장난 거야 고치면 그만이고」

시오리코「정말인가요?」

리나「굳이 말하자면 시오리코쨩을 혼자 두고 나간 나도 잘못이 있으니까」

리나「그런데 아란은 왜 작동을 안 한 걸까」

유우「아란? 들어왔을 때는 안 보이던데」

시오리코「아란이라면 자고 있을걸요」

리나「아침에 풀충전 해놓고 나갔는데 벌써?」

시오리코「네! 따뜻한 물로 씻겨주니까 잠이 왔는지...」

리나「...」

유우「시, 시오리코쨩! 아란은 지금 어디 있어?」

시오리코「혹시 몰라서 쌀독에 넣어 놓았어요」

시오리코「괜찮아요, 인터넷에서 로봇을 물청소했다가 고장났다는 이야기는 못 봤으니까요!」

유우「그건 로봇을 물청소한 사람이 없었을 뿐이야!」

시오리코「이상하네요, 기계가 물에 빠지면 고장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유우「로봇도 기계잖아!」

시오리코「그, 그랬던 건가요!」

시오리코「어쩐지 이 잡지는 버려도 되는 건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더라니...」

유우「잡지? 저기 물에 젖은 거?」

시오리코「네, 바깥에 모아 놨다가 한번에 버리려고 했는데...」

리나「...」붉으락푸르락

리나「오늘은 보드 따위는 필요없겠네」

리나「정말 잘된 일이야... 그렇지?」우드득

시오리코「히, 히이익」

리나「빨리 가서 아란 꺼내와!!!」

리나「그리고 내 잡지 컬렉션은 어쩔 거야!!!!」

갤에서 추천받은 주제를 적당히 어레인지

시오리코가 방 안에서 혼잣말 하는 걸로는 분량이 안 나와서

피해자로 아란을 추가함

아란이 제대로 나오는 SS를 써본 건 처음이다

아무래도 고양이는 한펜이 워낙 꽉 잡고 있어서 등장할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이 아닐까

나름 드씨에서 대사도 나온 캐릭터인데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에 쓸 내용은 아직 안 정함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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