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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창작] [물갤문학] 타카사키 유우는 열혈 여자친구의 꿈을 꾸지 않는다앱에서 작성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06 11:16:10
조회 1989 추천 3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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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사키 유우는 열혈 여자친구의 꿈을 꾸지 않는다

1

그것은 어느 평범한 날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세츠나쨩을 집에 초대해 밤새도록 같이 애니를 보다가 잠들어 버린 나는,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금요일 밤이라고는 해도 너무 불태워 버린 것일까.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동안 정신이 또렷하지 않았기에, 처음에 그 현상을 목격했을 때에는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멍하니 오른손을 들어 왼쪽 손등을 꼬집어 보았지만, 평범하게 아팠다. 요새 꿈은 통각도 지원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멍한 머리를 이끌고, 잠에서 깨기 위해 세수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얼굴에 막 물을 묻힐 즈음, 거실에서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악!"

"세츠나쨩! 무슨 일 있어?"

"유, 유우씨... 이건 도대체..."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예요! 당신은 누구죠?"

"분명 꿈인 줄 알았는데..."

세츠나쨩의 비명에 놀라 얼굴도 닦지 못한 채로 거실로 돌아오니, 그곳에는 두 명의 세츠나쨩이 서로를 마주보며 놀라고 있었다. 옷도, 얼굴도, 목소리도 똑같다. 이제는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세츠나쨩이 둘로 분열해 있다는 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도 몰라요! 자고 일어나니 옆에 이 분이 누워 계셨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에 일어나 보니, 옆에서 저 분이 소리를 지르고 계셨어요."

"이 가짜! 빨리 정체를 밝히세요!"

"가짜라니요? 제 눈에는 오히려 당신이 가짜로 보입니다만."

"잠깐, 가짜가 아니라면... 저, 드디어 스탠드 능력에 각성한 거군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유우씨,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진짜 저라고요?"

이렇게 둘의 대화를 들어 보니, 겉모습은 같다고 해도 내용물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느껴졌다. 나에게 익숙한 세츠나쨩은 더 시끄러운 쪽. 대사의 끝에는 항상 느낌표가 붙어 있을 것만 같고, 자연스럽게 오타쿠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쪽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분명 만나본 기억이 있다. 나는 둘의 구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너희들, 이름이 뭐야?"

"유우씨! 저예요! 유키 세츠나요! 혹시 저를 의심하시는 건 아니죠?!"

"나카나와 나나인 게 당연하잖아요? 여자친구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시겠다는 건가요?"

"그렇게 된 거구나."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직도 어째서 세츠나쨩이 둘로 분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단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세츠나쨩이 유키 세츠나와 나카나와 나나로 나뉘어졌다는 사실 뿐이었다.

2

"유우씨, 별일이네. 주말에 전화를 다 걸고."

"리나쨩! 세츠나쨩이 둘로 나뉘었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일단 영상통화 켤게."

나는 휴대폰을 들어 영상통화를 켜고, 눈 앞에 있는 두 명의 세츠나쨩... 아니, 나나쨩과 세츠나쨩을 비추었다. 휴대폰 너머에서 놀란 듯이 숨을 들이킨 소리가 들렸기에 다시 휴대폰을 돌려 화면을 보니, 리나쨩으로서는 드물게도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진 눈과는 별개로, 그녀의 목소리 톤은 평소와 비슷했다.

"옆집에 아유무씨도 있었을 텐데 왜 나한테?"

"리나쨩이라면 뭔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유우씨, 나 고등학생이야."

리나쨩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잠시 뒤에는 통화가 끊겼다. 나는 그 동안 곤란할 때만 리나쨩을 찾았나, 하며 자기반성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리나쨩으로부터의 개인 라인이었다.

[유우씨, 여기부터는 라인으로 하자]

[괜찮지만, 왜?]

[세츠나씨의 멘탈, 걱정되니까]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라인 내용은 비밀]

[세츠나씨에게는 적당히만 알려 주고, 자세한 내용은 숨겨 줘]

통화를 하면 세츠나쨩에게 들릴 테니 라인으로 하자는 건가.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바꾸어 놓고,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화장실로 향했다. 세츠나쨩도 나나쨩도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거두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더 시끄럽게 하면 아유무가 올 거라고 일러 두니 조용해졌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와 문을 잠그고는 휴대폰을 꺼내 리나쨩에게 라인을 보냈다.

[리나쨩, 이제 괜찮아]

[응, 나도 방금 인터넷에서 내용을 대강 찾아 봤어]

리나쨩은 그 라인과 함께 어떤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 주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간 사이트에서는 누가 봐도 수상쩍어 보일 정도로 해괴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었다. 니지가사키 건물이 역삼각형인 이유는 이사장이 일루미나티라서 그렇다는 둥, 복도에서 보라색 구렁이가 발견되었다는 둥. 그 중에는 학생회장이 사실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진실에 근접한 것도 있었지만, 정작 글에 직접 들어가 보면 그 내용은 앞의 것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황당했다. 세상에, 학생회장의 정체가 화성인이라니.

[리나쨩, 이 사이트는 도대체 뭐야?]

[니지가사키 뒷게시판]

[다들 이상한 이야기밖에 안 하고 있는데...]

[하지만 세츠나씨의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는 거기에밖에 없었어]

[어디? 난 잘 모르겠는데]

[1페이지 8번째 글에 들어가 봐]

'여러분은 사춘기 증후군을 알고 있습니까'라니, 아까까지의 글보다도 의심스럽다. 글에서는 소위 '사춘기 증후군'을 사춘기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기인하는 미스테리한 현상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사례로는 주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언제까지나 같은 날짜를 반복하는 것, 그리고 사람이 둘로 나뉘는 것 등이 있었다.

[지금 나보고 이 말도 안 되는 글을 믿으라는 거야?]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유우씨의 눈앞에서 일어났잖아]

[믿는다고 쳐도 해결책이 없어서야]

[글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어봐]

나는 다시 스크롤을 올려, 글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다시 읽어 봐도 해결책은 딱히 써있지 않았지만, 해당 증상의 원인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사람이 둘로 나뉘는 증상의 원인은 자기혐오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 세츠나쨩이 자기혐오라고? 역시 이 게시판, 믿을 수 없는 거 아닐까.

[자기혐오라니?]

[의외야?]

[하지만 세츠나쨩, 항상 긍정적이고]

[그건 유우씨 앞이라 그렇고]

[놀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줘]

[동호회를 다시 만들기 전의 세츠나씨를 생각해 봐]

[동호회를 다시 만들기 전?]

[나는 들은 것 뿐이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동호회를 다시 만들기 전에 세츠나쨩은 어땠더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오다이바에서 솔로 라이브를 하는 세츠나쨩이었다. 그 불타오르는 열정에, 나는 순식간에 그녀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 때의 세츠나쨩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 어떻게 그런 미소를 머금고 공연을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유우씨,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이상한 생각이라니!]

[유우씨가 생각하는 시점 말고, 옥상에서]

옥상이라, 세츠나쨩이랑 다툰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때의 세츠나쨩은 뭔가에 몰려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스스로를 몰아넣고 있는 것만 같았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그때 나의 앞에 서 있었던 것은, 세츠나쨩의 꿈을 부정한 것은 나나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동호회 해체의 원인이 된 것은 세츠나쨩의 과도한 열정이었지만, 그것을 풀지 못하게 만든 것은 나나쨩의 네거티브 마인드. 세츠나쨩의 꿈을 막고 있었던 것이 나나쨩이라고 한다면, 설마...

[세츠나쨩, 나나쨩을 싫어하는 거야?]

[아마도]

[하지만 나나쨩도 세츠나쨩의 일부인걸]

[그걸 세츠나씨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냐가 유우씨의 역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말하듯, 리나쨩으로부터의 답신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사춘기 증후군은 멘탈의 문제. 세츠나쨩에게 다짜고짜 '너는 사실 자기혐오를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기만 하겠지. 도대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며 화장실 안에서 끙끙대고 있으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배 안 아프신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나오세요, 유우씨."

문 앞의 그림자는 그 말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이제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 나는 아까의 리나쨩처럼 한숨을 푹 쉬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거실로 향했다.

3

거실에 서 있는 것은 세츠나쨩과 나나쨩.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는 동안 둘 모두 옷을 갈아입었는지, 아까보다는 구분이 쉬워졌다. 나나쨩은 교복에 안경을 쓰고, 머리를 땋았다. 세츠나쨩은 사복 차림에, 렌즈를 쓰고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나나쨩이었다.

"리나씨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러니까... 음..."

"솔직히 말해 주세요! 유우씨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어요!"

"...세츠나쨩,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던가 있었어?"

"글쎄요... 학생회의 일이 갑자기 늘어났다거나, 성적이 살짝 떨어졌다거나..."

"유우씨와의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않는 것도 있죠."

"나나씨!"

"유우씨한테는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하면서 본인은 아닌 건가요?"

"둘 다 거기까지 해. 스트레스를 늘려서 어쩔 셈이야."

"지금 말하시는 걸로 봐서는, 이 현상의 원인은 세츠나씨의 스트레스라고 봐도 되는 거죠?"

"응.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말끝을 흐렸다. 분명 스트레스가 원인이기는 하지만, 그 스트레스는 자기혐오에서 오는 것. 그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설령 나나쨩이 사라진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나는 나나쨩과 세츠나쨩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표정변화 하나 없이 팔짱을 낀 채로 그저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나나쨩과, 그런 나나쨩을 눈을 찡그린 채로 흘겨보고 있는 세츠나쨩.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유우씨, 일단은 다른 문제도 해결해야 될 거 같은데요."

"더 이상 문제가 늘어나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저야 집에 돌아가면 된다고 쳐도, 세츠나씨는 어쩌실 건가요?"

"그러고 보니... 갑자기 세츠나쨩이 둘이 되어서 돌아오면 부모님도 놀라시겠지."

"가짜 주제에 집도 뺏으려 하는 건가요? 저한테 손해밖에 없는 제안이잖아요!"

"그 말에는 틀린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저는 가짜가 아니라 당신의 다른 면이예요. 둘째, 딱히 당신에게 손해가 될 일도 아니고요."

나나쨩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그 말을 하고서는, 다시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세츠나쨩이라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는지, 설득의 대상을 나로 잡은 듯 보였다. 어쨌든 자기 자신이니까. 어떻게 반응할 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겠지. 오늘 처음으로 마주한 나나쨩의 눈은, 세츠나쨩과 똑같이 생겼지만, 왠지 모르게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착각인가 싶어 좀 더 자세히 보려던 찰나, 그녀는 나의 눈을 피하며 나에게 제안했다.

"유우씨는 이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세츠나씨와 동거해 주셔야겠어요."

"동거요?! 당신,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당신이 손해볼 일 없을 거라고 했죠? 부럽네요, 사랑하는 유우씨와 같이 살 수 있어서."

"그, 그야 우리 집은 부모님도 거의 안 들어오시니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우씨까지! 그러면 학생회 활동이나 수업은 어떻게 할 건데요!"

"그건 제가 하죠. 세츠나씨는 방과후에 슬쩍 등교해서 동호회 활동만 하시면 됩니다."

"...나나쨩은 그걸로 괜찮아?"

"뭘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는데요."

"세츠나쨩은?"

"...유우씨, 이 사건이 끝날 때까지만 실례할게요."

세츠나쨩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나쨩은 그런 세츠나쨩을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안경 뒤편으로 자신의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 나나쨩은 한동안 세츠나쨩을 바라보다가, 세츠나쨩의 책가방을 들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나는 나나쨩을 잡아 두려고 했지만, 뒤에서 세츠나쨩이 옷 소매를 잡으며 그러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나나쨩은 방문 앞에서 뒤를 살짝 돌아보며, 인사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

"그럼 방해꾼은 먼저 가 보도록 하죠."

나나쨩은 그 말만을 남기고 방을 나가 버렸다. 잠시 뒤에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한참동안이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나쨩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되어 발을 옮기려는 찰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서둘러 현관으로 가 보았지만, 이미 그곳에 나나쨩은 없었다.

4

혹시 나나쨩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해서 저녁에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나쨩은 제대로 집에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받은 전화에서는, 특별히 딸을 의심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나는 방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세츠나쨩을 바라보았다.

세츠나쨩은 언제나처럼, 밝은 얼굴을 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어제보다도 얼굴이 밝아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콧노래까지 부르며 게임을 하는 그녀에게서는, 한 조각의 어둠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세츠나쨩은 정말로 나나쨩을 싫어하는 것일까. 자신에게서 나나쨩이 떨어져 나간 것이 그렇게나 기쁜 것일까. 묻고 싶은 말은 산더미같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세츠나쨩에게 평소처럼,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건넸다.

"그 게임, 재밌어?"

"글쎄요... 아유무씨가 좋아하실 것 같네요."

"그런 것 치고는 엄청 즐기고 있는 거 같은데."

"그러게요, 왜 이렇게 즐거운 걸까요?"

세츠나쨩은 그 말을 마치고는 눈을 화면에서 떼어, 나를 바라보았다. 흔들림 없는 회색 눈동자는 내 마음속을 꿰뚫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어느새 그 눈동자를 아까 본 나나쨩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겹쳐 보고 있었다. 세츠나쨩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바라보자, 나는 시선을 돌려 그녀의 눈을 피했다.

"아직도 나나씨를 신경쓰고 계시는군요."

"...어쩔 수 없잖아.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해야죠."

세츠나쨩은 그 말을 하고는, 다시 게임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 순간조차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녀는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평소의 세츠나쨩이었다면 벌써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 이런 사소한 일탈조차, 원래의 그녀에게는 꿈꿔 오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런 나날을 반복하면 스트레스가 풀려 나나쨩이 사라지는 것일까? 세츠나쨩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원인이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세츠나쨩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나나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나나쨩,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공부나 하고 있겠죠. 어제 놀다 온 만큼의 분량을 채우기 전까지 휴대폰은 압수당했을 거고요."

"그래도 주말인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

"스트레스가 쌓일 만도 하죠?"

"나나쨩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결과적으로 똑같은 거 아닐까..."

"유우씨, 아까부터 나나씨 얘기만 하시는데요."

"..."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더 이상 말하면, 화낼 거예요."

세츠나쨩은 그렇게 말하고는, 게임 화면을 껐다. 검은 화면에 비치는 것은 나나쨩과 똑같은, 세츠나쨩 자신의 얼굴. 세츠나쨩은 그 얼굴을 보기 싫다는 듯이 게임기를 소파 위에 대충 던져놓고는, 상반신을 일으켜 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생각해보니, 나나씨가 받는 스트레스를 상회할 만큼 이쪽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버리면 되죠!"

"...그렇네, 오늘 밤도 어제처럼 불태울 거야?"

"아뇨, 내일은 유우씨와 데이트나 가려고요. 그러려면 빨리 자야죠."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안 갔었지."

"내일은 평소와 다르게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 있다구요? 놀이공원이라도 갈까요?"

"그거 괜찮네. 항상 가고 싶어했잖아."

"그럼 저녁 먹고 나서, 어떤 순서로 놀이기구를 타야 가장 재밌을지 얘기해 보죠!"

세츠나쨩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듯,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말했다. 나 역시 세츠나쨩과 놀이공원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 시간에도 공부하고 있을 나나쨩을 생각하니 순수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월요일에는 나나쨩과도 대화를 해 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5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하시는 건가요."

"그냥, 나나쨩도 알아둬야 할 거 같아서."

학생회장석에 앉아 서류를 읽고 있던 나나쨩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눈만을 살짝 돌려 나를 잠시 흘겨보고는, 다시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눈앞에서 차가운 태도를 보여주면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왜 세츠나쨩과 있었던 일을 나나쨩에게 말했을까. 세츠나쨩과 나눈 사소한 대화부터, 데이트를 하면서 일어난 일들, 나나쨩에 대한 세츠나쨩의 생각까지.

"당신은 세츠나씨의 멘탈케어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나나쨩도 세츠나쨩의 일부잖아."

"세츠나씨의 일부인가요."

나나쨩은 쓴웃음을 지으며 쥐고 있던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도장을 꺼내어 인주를 묻혀, 서류 위에 쾅 내려찍었다. 도장이라는 거, 원래 저렇게 세게 찍는 거였던가. 나나쨩은 도장을 찍은 서류를 책상 구석에 치워 놓고서는, 다음 서류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적어도 세츠나씨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요."

"그러게..."

"그럼 저도 하나만 여쭤볼게요. 유우씨는 저희 둘 중에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누구를 고를 건가요."

"그, 그렇게 물어봐도..."

"대답해 주세요. 긍정적인 면인 유키 세츠나와, 부정적인 면인 나카가와 나나. 누구인가요."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하는 회색 눈동자. 그 눈동자는 그녀를 처음 마주했을 때만큼이나, 아니, 그때보다도 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갈구하듯이, 갈망에 찬 그 눈동자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이 아름다웠다. 나는 그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로 말했다.

"...한 명 뿐이라니, 고를 수 없어."

"당신이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요."

"..."

"당신은 정말,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시군요."

"우유부단해서 미안해."

"비꼬는 거 아니예요. 그런 당신을 독차지할 수 있는 세츠나씨가 부럽네요."

나나쨩은 그 말을 마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나나쨩. 과연 그녀는 불평이란 것을 해본 적이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어떤 불평도 없이 척척 해내는 그녀는 분명 대단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불행하다고도 생각되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관측할 수 없는 그녀의 옆모습에서는 일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옆모습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실 말은 다 끝나셨나요? 저는 아직도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 같습니다만."

"나나쨩, 사실 아직까지 숨기고 있던 게 있어."

"중요한 일인가요?"

"너와 세츠나쨩이 분리된 이유, 단순히 주변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야."

"..."

"자기혐오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게 진짜 원인이야."

"...그거, 세츠나씨에게는 이야기하셨나요."

"아니, 지금 이걸 아는 건 너랑 나, 리나쨩뿐이야. 오늘 저녁에는 세츠나쨩에게도 이야기하겠지만."

"그럼 왜 저에게 먼저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나는 이대로 끝나는 건 싫어. 제대로 풀지도 않고 어영부영하다가 네가 사라져 버리는 건 절대 좋은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건 세츠나씨에게 이야기하시던가요."

"도와줘, 나나쨩. 세츠나쨩은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나나쨩은 조용히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고는, 그 위에 자신의 안경을 벗어 얹어놓았다. 이렇게 보니 정말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나나쨩은 내가 그녀와 세츠나쨩을 겹쳐 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 눈 사이를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며 나에게 말했다.

"피곤하네요. 혼자 있고 싶으니 이제 나가주시겠어요?"

"알았어. 내일도 올게."

"유우씨."

"왜?"

"내일 음악실로 세츠나씨를 불러 주세요. 유우씨도 같이, 4시 반이요. 거기서 모든 걸 끝내죠."

나는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지만, 나나쨩은 의자에 기대 앉아 천장만을 보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학생회실의 문을 닫고 나왔다. 문을 닫기 전에 조그마한 한숨소리가 들린 것은 나의 착각일까.

6

"원, 투, 쓰리, 포, 원, 투, 쓰리, 포..."

언제나의 연습 풍경. 학년별로 분리해서 각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단련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세츠나쨩의 움직임일까. 세츠나쨩과 나나쨩이 분리된 뒤로 맞이하는 첫 연습이었지만, 세츠나쨩은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댄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움직임은 정확하다. 표정은 밝다. 동작에는 절도가 있다. 그런데도 느껴지는 이 공허함은 뭘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근거림이 부족하다.

"유우 선배, 너무 세츠나씨만 보고 있는 거 아니예요?"

"...아, 시즈쿠쨩."

"아무리 사귀고 있다고는 해도, 편애는 안 된다구요?"

시즈쿠쨩은 장난스럽게 말하며 내 옆에 앉았다. 나라고 해서 모두를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세츠나쨩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현상의 원인이 자기혐오라는 것은 어떻게 전달해야 하며, 내일 4시 반에 나나쨩이 담판을 짓자고 말한 것은 또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만약 세츠나쨩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마음을 그녀에게 밀어붙이는 것은 옳은 일일까. 내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시즈쿠쨩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그쪽을 돌아보니, 시즈쿠쨩의 손가락이 내 볼을 찌르고 있었다.

"걸리셨네요."

"시즈쿠쨩, 나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야."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혼자서 끌어안고 있어봤자 결론은 안 나니까요."

"엄청 개인적인 일인데."

"그럼 더더욱 얘기하셔야겠네요. 제가 또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니까요."

시즈쿠쨩은 내가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도 모르면서, 가슴을 편 채로 말했다. 진짜로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자기혐오에 관련된 문제라면 그녀는 분명 스페셜리스트일 것이다. 당장 그녀 자신이 그것 때문에 고민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 스페셜리스트를 믿어 보기로 했다.

"시즈쿠쨩, 자기 자신이 싫어진 적 있어?"

"알면서 말씀하시는 거죠?"

"자신이 싫어진 나머지, 싫어하는 부분을 떼어서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수도 없이 많죠."

시즈쿠쨩은 그렇게 말하며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말 한 마디에는 상당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후회, 절망, 좌절. 하지만 티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에서는, 그런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온갖 감정들을 뛰어넘어 결국 자기혐오를 극복했으니까.

"그럼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그 때로 돌아가서 그 부분을 떼어 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래?"

"지금의 저라면 단번에 거절하겠죠. 하지만 그때의 저라면... 아뇨, 역시 거절할 거 같네요."

"왜? 그렇게나 버리고 싶어했잖아."

"그건 분명 반대쪽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제가 그쪽을 싫어하는 만큼이나, 그쪽도 저를 싫어할 거라는 얘기예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

"보통은 그런 생각 안 해요. 거기에, 유우 선배는 자기애가 강하시니까요."

"내가 자기애가 강하다는 생각은 더더욱 해본 적이 없는데."

"자기혐오가 심한 사람 곁에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있어 줘야 해요. 그 넘치는 사랑으로 남을 채워 줄 수 있으니까요."

"...알고 있었어? 세츠나쨩의 얘기인 거."

"말했잖아요? 스페셜리스트라고. 동족끼리는 알아보는 법이니까요."

시즈쿠쨩은 그렇게 말하며 세츠나쨩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츠나쨩은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한 채로 휴식시간을 가지며, 같은 2학년과 떠들고 있었다. 시즈쿠쨩은, 세츠나쨩의 그 얼굴에서 나는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멍하니 세츠나쨩을 바라보고 있으니, 시즈쿠쨩이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나씨 쪽도 제대로 신경써야 한다는 얘기죠."

"시즈쿠쨩?! 도대체 어디까지..."

"아, 저기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하나 더 오네요."

"시즈코! 또 유우 선배를 독차지하고 있어! 나도 유우 선배랑 수다 떨고 싶은데!"

우리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과연 시즈쿠쨩은 모든 것을 알고 말한 것일까. 카스미쨩과 이야기하며 머리를 살짝 식힌 뒤에 생각해보니, 역시 그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시즈쿠쨩은 정론을 말했을 뿐이고, 나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놀라 버렸을 뿐이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즈쿠쨩이라면 이미 이런 상황을 겪어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둘과의 대화가 끝난 뒤, 다시 연습이 시작되자 나는 세츠나쨩을 바라보며 나나쨩을 떠올렸다. 나나쨩도 세츠나쨩을 싫어하고 있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을 해도 소용없을 것만 같았기에, 나는 일단 세츠나쨩에게 내일 나나쨩과 만나달라고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7

"유우씨, 이제 오셨어요?"

"응. 벌써 씻었어?"

"네. 목욕물은 그대로 놔뒀으니 써 주세요. 저녁은 제가 만들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적인 말을 하는 세츠나쨩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 아무래도 같이 돌아온다는 것은 아유무에게 들킬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지기에, 학교에서는 세츠나쨩이 조금 더 일찍 돌아오기로 되어 있다. 갓 목욕을 마쳤는지 피부에 살짝 붉은기가 도는 세츠나쨩은, 내 여벌 파자마를 몸에 걸치고는 저녁 시간대에 하는 어린이용 애니를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다.

"아니야, 저녁은 내가 만들게."

"유우씨의 집에 얹혀 사는데도 매일 유우씨만 요리하게 만드는 것도 죄송하고... 저도 돕게 해 주세요!"

"그러면 그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네, 뭐든지!"

"내일 4시 반, 음악실에서 나나쨩과 만나기로 했어. 와 줄래?"

"...지금 흐름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싫으면 안 와도 돼."

"내일부터는 이 애니, 제 시간에 못 보겠네요."

세츠나쨩은 그 말을 하고서는, 더는 말을 꺼내지 않고 애니를 보는 데 집중했다. 화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렇게 말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세츠나쨩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나는 세츠나쨩의 머리맡에 앉아, 세츠나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5분 정도가 지나 애니가 끝나고, 세츠나쨩은 머리를 살짝 들었다. 그리고는 머리맡을 툭툭 치며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나는 자리를 조금 옆으로 옮겨, 세츠나쨩의 머리를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부드럽네요. 살짝 땀 냄새도 나고."

"역시 씻고 올 걸 그랬나?"

"아뇨. 지금이 좋아요."

"그건 무릎배게 얘기야, 아니면 나나쨩이 없는 게 좋다는 얘기야?"

"둘 다요."

"세츠나쨩, 나나쨩을 좋아해 줄 수는 없을까."

"제가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아마 나나쨩한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하겠지?"

"그쪽도 저를 싫어한다구요? 그 동안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는데요..."

세츠나쨩은 눈을 여기저기로 굴리며, 나나쨩이 어째서 자신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10여초 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점점 얼굴이 굳어 가던 세츠나쨩은 결국에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그동안 너무 제 생각만 했나 봐요."

"너무 그러지 마.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

"유우씨, 저는 내일 나나씨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까요? 이제 와서 죄송하다고 하면 나나씨는 사과를 받아 주실까요?"

"분명 받아 줄 거야. 세츠나쨩이 진심으로 말한다면."

"나나씨를 싫어하는 제가 말한다고 진심이 느껴질까요?"

"그럼 거꾸로 물어보자. 왜 나나쨩을 그렇게나 싫어하는 거야?"

"보고 있으면 이게 진짜 저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 사소한 거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 하나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세츠나쨩은 그렇게 말하며 눈가를 찌푸렸다. 나나쨩과 세츠나쨩. 동전의 양면에 전혀 다른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 그녀들은 분명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과연 그녀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그녀들을 봐 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나로서도, 그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본 세츠나쨩은, 일부러 내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 내가 세츠나쨩을 위로하려던 것이 반대가 되어버렸다.

"유우씨."

"응?"

"생각을 너무 많이 했더니 배가 고파졌어요."

"그거 참 만화같은 이야기네."

"유우씨의 집에서 먹는 저녁도 이게 마지막이겠죠?"

"왜 그래, 곧 죽을 사람처럼."

"저, 유우씨가 만든 오므라이스가 먹고 싶어요."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게."

"위에는 케첩으로 사랑한다고 써 주세요."

"그걸로 되겠어? 세츠나쨩의 눈앞에서 케첩을 뿌리면서, 직접 사랑한다고 말해 줄게."

"...고마워요. 유우씨 덕분에 나나씨를 마주할 용기가 생겼어요."

"지금 대화에서?"

"제가 유우씨를 좋아하고, 유우씨도 저를 좋아한다. 저한테는 그게 제일 큰 격려예요."

세츠나쨩은 어느새 평소의 세츠나쨩다운,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일 모든 일이 끝난 뒤에도 이런 미소를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이제 내가 아닌, 세츠나쨩과 나나쨩에게 달려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츠나쨩은 괴로운 마음을 안고서, 그러면서도 있는 힘껏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있는 힘껏 두 사람의 등을 밀어주는 일. 나는 세츠나쨩의 머리를 몇 차례 쓰다듬은 뒤, 오므라이스를 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8

약속시간은 4시 반이었지만, 나는 4시쯤에 이미 음악실에 도착해 있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억누르며 음악실 안을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에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로 했다.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으니, 누군가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려 문 쪽을 보니, 이미 열려 있는 문 옆에는 교복 차림을 한 세츠나쨩이 서 있었다.

"나나씨는 아직 안 오신 건가요?"

"그러게. 그래도 아직 약속시간까지는 많이 남았으니까."

"또 피아노 앞에 앉아 계시네요."

"여기 앉아 있으면 신기하게 진정이 되는 느낌이야."

"이젠 제법 자세도 갖추어졌네요. 처음 뵈었을 때는 전혀 안 어울렸었는데."

"이젠 엄연히 음악과니까."

"지금 생각해 봐도 신기하네요, 어떻게 음악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었는지."

"좋아하니까. 세츠나쨩이 음악을 좋아하게 만들어줬으니까."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다는 건 좋은 일이죠. 그걸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도요."

"그것도 세츠나쨩이 가르쳐 줬었지."

"...아뇨, 그건 유우씨가 가르쳐 주신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세츠나쨩의 눈은 왠지 모르게 회한에 차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언제나 좋아함을 무대 위에서 힘껏 외치는 세츠나쨩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눈이었다.

"유우씨, 피아노 좀 쳐 주실래요?"

"새로운 곡도 많이 칠 수 있게 되었는데, 리퀘스트 있어?"

"체이스가 좋아요. 유우씨가 쳐 주신 첫 곡이니까요."

"알았어."

나는 그 말을 하고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뒤 연주를 시작했다. 건반 위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발로는 필요하다 싶을 때마다 페달을 밟는다. 여유가 있는 부분에는 내 나름의 어레인지를 더해 본다. 옆에 세츠나쨩이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피아노를 치는 일이 즐겁다. 이 즐거움도 세츠나쨩이 준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을 많이 주었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내가 1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연주할 때, 갑자기 등 뒤로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세츠나쨩이 갑자기 백허그를 해온 것에 나는 깜짝 놀라 피아노 연주를 멈추었지만, 내 손은 이미 세츠나쨩에게 잡혀,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우리의 손은 건반 위에서 겹쳐져서, 하나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손은 떨려서 음정도 틀리고, 페달은 아까부터 하나를 계속 밟은 채로만 있다. 엉망진창인 곡. 하지만 검은 피아노에 얼핏 비쳐 보이는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보고 나서야 그녀가 세츠나쨩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역시 서툰 게 좋네요."

"세츠... 나나쨩."

"어라, 눈치채셨나요?"

"세츠나쨩은 과거에 갇혀 있지 않으니까."

"저한테 있어 행복한 기억은 이것밖에 없었으니까요."

"..."

"유우씨, 좋아해요."

그것은 예전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대사였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세츠나쨩의 고백은, 아무런 수식어도 없었기에 오히려 더욱 와닿았다. 하지만 이번 고백은 달랐다. 항상 자신을 속여오던 나나쨩이 처음으로 말하는 진심.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나쨩은 나를 더욱 강하게 껴안으며 말했다.

"세츠나씨보다도 제가 먼저 유우씨를 좋아했어요."

어깨에 물기가 느껴진다. 세츠나쨩의 얼굴을 한 나나쨩은, 내 어깨에 턱을 기댄 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피아노에 비친 그녀의 얼굴뿐. 나는 어쩌면, 그 동안 계속 나나쨩을 정면으로 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세츠나쨩 세츠나쨩 세츠나쨩..."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동호회 부실 앞에서 세츠나쨩을 찾고 있었다. 음악실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나는 세츠나쨩의 다른 동영상을 추천해달라고 말했었다. 그녀와 옥상에서 만났을 때, 나는 세츠나쨩이 동호회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녀가 세츠나쨩에게서 분리되어 나왔을 때, 나는 '세츠나쨩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이렇게 되어서도, 나는 나나쨩을 세츠나쨩의 일부로 보고 있었다. 그녀가 세츠나쨩이고, 세츠나쨩이 그녀인데도.

"유우씨,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미련 없이 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나나쨩..."

"세츠나씨에게 사과도 할게요. 세츠나씨가 싫어하는 일은 다 제가 할게요. 그러니까..."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고개를 돌려 음악실 문을 보니, 세츠나쨩이 서 있었다. 나나쨩은 나에게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나를 더 강하게 껴안았다. 하지만 세츠나쨩이 문을 닫고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자, 겁을 먹었는지 포옹을 풀고는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9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네요."

"...저도 당신이 싫어요."

"매사에 부정적이고, 진심은 숨기고, 불만이 있어도 아무 말도 못 하죠."

"세츠나쨩, 진정해..."

"항상 혼자서 끙끙 앓고, 위선적이죠. 이제는 추하기까지 하네요."

세츠나쨩은 그렇게 말하며 한 발짝, 한 발짝씩 이쪽으로 걸어왔다. 세츠나쨩이 걸어올 때마다 나나쨩은 뒷걸음질쳤지만, 애초에 창문에 가까이 있었기에 얼마 도망치지 못하고 세츠나쨩에 따라잡히고 말았다. 이제는 코가 닿을 수준까지 가까이 온 세츠나쨩. 세츠나쨩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래도, 방금 당신을 보고 깨달았어요. 당신은 역시 저였다는 걸."

세츠나쨩은 그렇게 말하고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나나쨩을 껴안았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게.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란 나나쨩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저는 그 동안 제 약한 부분을 당신에게 떠넘기고 있었어요. 아까 당신에 대해 말한 건, 전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거였는데."

"..."

"어디 그것뿐인가요. 학생회장의 책무도, 엄격한 집안도 모두 던져 놓았죠. 그리고서 저는 좋은 부분만 가져갔어요. 스쿨 아이돌도, 애니도, 유우씨도."

"세츠나쨩..."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죄송해요. 저에게로 돌아와 주세요.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고 싶어요."

"...싫다고 한다면 어쩌실 건가요."

"시, 싫으신 건가요? 그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돌아와 주세요!"

세츠나쨩은 당황했는지, 포옹도 풀고 양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나나쨩은 한동안 그런 세츠나쨩을 바라보고 있더니, 피식 웃었다. 나나쨩의 첫 미소였다.

"역시, 당신한테 진지한 모습은 안 어울려요."

"그, 그런가요..."

"네, 제가 없으면 안 되겠네요."

"그 말씀은..."

"딱히 당신이 좋아서 돌아가는 건 아니예요. 당신과 함께 있으면 유우씨를 더 오래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돌아가는 거지."

10년 전에나 유행했을 법한 정석적인 츤데레의 대사를 말하며, 나나쨩은 그 동안 축 늘어져 있던 팔을 뻗어 세츠나쨩을 껴안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에, 나나쨩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세츠나쨩은 아까까지 나나쨩이 있던 자리를, 오랜 친구를 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세츠... 세츠나쨩, 맞지?"

"뭐, 일단은요. 이제 구별하는 건 의미 없겠지만요."

"분명 둘이 싸울 거라고 생각했어."

"오늘 여기 오기 전까지는,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랑 나나씨의 공통점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럼 왜..."

"공통점, 있었잖아요."

세츠나쨩은 그렇게 말하며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내가 깜짝 놀라 세츠나쨩에게서 떨어지자, 세츠나쨩은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유우씨에게 매달려서 사랑을 갈구하는 나나씨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만약 유우씨가 나나씨를 선택하셨다면, 저라도 저러지 않았을까."

"...나나쨩을 받아들여 줘서 고마워. 나는 아무 도움도 안 된 거 같지만."

"아뇨, 유우씨 덕분에 나나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었고, 유우씨 덕분에 나나씨와 제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는 나나쨩이, 아니, 자신이 싫다거나 하지는 않은 거야?"

"그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 저 자신으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싫은 건 싫은 거고. 역시 그렇게 한 순간에 좋아질 수는 없는 거겠죠."

문득 시즈쿠쨩의 말이 떠올랐다. 자기혐오를 하는 사람 옆에는, 그것을 채울 만큼 넘치는 사랑을 퍼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세츠나쨩을 그만큼 사랑해 준다면, 두 사람 몫을 사랑해 준다면 세츠나쨩도 언젠가는 자신을 좋아할 수 있게 될까.

"그럼 그만큼 내가 세츠나쨩을 좋아해 줄게."

"제 안의 나나씨가 질투할지도 모르는데요?"

"한 사람이 된 거 아니었어...?"

"그래서, 대답은요?"

"두 사람 분량의 사랑을 해 줄게."

"양다리 걸치시는 건가요?"

"한 명 뿐이라니, 고를 수 없다구."

"좋네요, 양다리. 이렇게 된 거 반지도 두 개 맞출까요?"

세츠나쨩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왼손을 흔들어 보였다. 분명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겠지. 세츠나쨩이 또 자신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모님에게 정체를 들킬지도 모른다.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좋아함을 부정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옆에 있을 것이다. 내가 세츠나쨩을 좋아해 주는 한, 그녀는 언제까지나 불타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츠나쨩의 왼손을 그대로 잡고는 음악실을 나가서 부실로 향했다. 복도로 나가자, 비어 있는 오른손에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 바람을 느끼고는, 세츠나쨩을 보며 미소지어 보였다. 가자, '우리'의 좋아함이 있는 장소로.



갤에서 추천받은 주제로 써봄
원래는 다른 추천받은 주제였던 '유우를 덮치는 얀데레 세츠나'랑 섞어서
나나가 음악실에서 덮치려는 거 세츠나한테 들키는 전개로 가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수습이 안 되더라
그 소재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쓰도록 하겠음

세츠나가 참 시리어스 쓰기 좋아
개인적으로 어두운 면이 있는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해서 쉽게 써지는 듯
그런 것 치고는 지금 쓴 게 세츠나 두 번째 시리어스라서 놀랐음

제목이라던가 사춘기 증후군은 청춘 돼지 시리즈에서 따온 거
싴쨩도 나오고 재밌으니까 한 번 쯤 보는 걸 추천
싴쨩 에피랑 극장판 때는 울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에는 리에라를 쓰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확실하진 않음
물셔틀 스미레 보고 생각난 게 있기는 한데 ss로 완성이 될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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