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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창작] [물갤문학] Just be Friends앱에서 작성

니코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30 11:57:00
조회 974 추천 1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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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혹시 카나타씨 어디서 못 보셨어요?"

"카나타쨩? 글쎄... 또 어디서 잠이라도 자고 있겠지."

"아, 오늘은 보건실 침대가 끌린다고 말했던 거 같아."

"네, 감사합니다!"

동호회에 들어온 뒤로부터, 내 방과후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우선 학교 옥상을 찾아 본다. 없으면 정원으로 발을 옮긴다. 그래도 없다면 카나타씨의 반으로 향한 뒤, 남아있는 분들께 말을 걸어 본다. 이랬는데도 찾지 못했다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타임 오버. 오늘은 운이 좋았다.

타임 오버라는 표현을 했지만, 딱히 우리의 연습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카나타씨는 내가 없다고 해도 항상 아슬아슬하게 연습시간에 맞춰 일어나니까. 교내를 돌아다니며 카나타씨를 찾다 보면, 어느새 카나타씨가 뒤에 서서 내 등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놀란 나머지 폐에서 튀어나오는 호흡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성대를 건드리면, 카나타씨는 '오늘도 시즈쿠쨩은 귀여운 소리를 내네'라고 말하며 웃는다.

아무것도 모르던 동호회 초기에는, 깨우지 않으면 진짜로 연습에 안 올 것만 같아서 찾아다녔다. 깨우지 않아도 카나타씨가 일어난다는 것을 안 다음에는, 자다가 일어나 바로 운동을 하면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찾아다녔다. 동호회가 잠시 해체했을 때는, 나와 카나타씨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이 싫었기에 찾아다녔다. 그렇게 카나타씨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씩 만들었다.

동호회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이제는 내가 카나타씨를 찾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모든 이유가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가능했다. 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카나타씨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단순히 카나타씨와 둘만 있게 되기 위한 핑계였다는 것을.

아아, 나는 코노에 카나타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그 마음을 드디어 긍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사랑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장 처음 끌어내다니, 나는 역시 모두와 다르구나, 하고 생각해버린다. 과연 카나타씨는 오사카 시즈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사람의 후배? 친한 여동생?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고백을 받았을 때, 카나타씨는 어떻게 반응할까?

거절당할지도 모른다. 어색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미움받을지도 모른다. 물론 카나타씨는 상냥하니까 겉으로 티는 안 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로 남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두렵다. 무섭다.

그냥 친구사이로 남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있어 최선이다. 고점은 낮지만, 저점은 한없이 높은 선택지. 미움받기 싫었기에 평생을 연기해왔던 오사카 시즈쿠라는 여자아이에게 있어, 고백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도박수였다.

그럼에도, 뭔가 특별한 관계는 되고 싶다. 좀 더 카나타씨의 품에 안겨있고 싶다. 카나타씨가 나를 더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 카나타씨가 나를 독차지해줬으면 좋겠다.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는 없는 주제에, 큰 리턴을 바란다. 욕심을 넘은 오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스스로도 쓴웃음을 짓는다.

나는 카나타씨가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쪽 다리를 일부러 질질 끌며 보건실로 들어간다.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카나타씨에게 돌봐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발을 삔 연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카나타씨를 향한 이 마음을 숨기기 위한 연기에 비한다면 말이다.

2

"...씨, 일어나세요. 카나타씨."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목소리에 눈을 떠 보면, 거기에 있는 것은 시즈쿠쨩. 내 몸이 그녀의 손길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면, 일어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나는 눈을 살짝 돌려 시계를 본다. 연습 시간 30분 전. 이 정도면 쉽게 일어나지 못할 만도 하다. 나는 눈을 비비며 상반신을 들고, 시즈쿠쨩에게 인사했다.

"시즈쿠쨩, 오늘은 꽤 빨리 왔네."

"카나타씨의 학우분들께서 아마 보건실에 있을 거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렇구나~ 다음부터는 말을 아껴야겠는걸."

나는 그렇게 말하며 두 팔을 머리 위로 뻗어 기지개를 켰다. 전신의 근육이 깨어나는 감각을 느긋하게 느낄 새도 없이,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감각. 시즈쿠쨩이 내 손을 잡았다.

"자, 빨리 부실로 가요."

"아직 30분이나 남았다구. 더 느긋하게 가도 되지 않을까?"

"부실에서도 쉴 수 있잖아요."

시즈쿠쨩은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 손에 힘은 별로 실려있지 않다. 동호회 초기에는 꽤나 강압적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지. 시즈쿠쨩도 많이 유해진 것일까. 하지만 단순한 상냥함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즈쿠쨩의 손은 너무나도 떨리고 있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시즈쿠쨩의 손을 의지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잠에서 덜 깬 척 하품을 하며 시즈쿠쨩을 천천히 관찰한다. 나를 끌고 가는 시즈쿠쨩의 손에는 힘이 없었고,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으며, 왼쪽 다리는 질질 끌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깜짝 놀라 시즈쿠쨩의 손을 놓고는, 그녀의 왼쪽 다리를 만져보았다.

"카, 카나타씨? 어딜 만지시는 거예요!"

"시즈쿠쨩, 많이 아파?"

"아무것도 아니예요. 빨리 부실로..."

허벅지 쪽은 아니다. 나는 천천히 손을 쓸어내리며 시즈쿠쨩의 다리를 검사한다. 무릎을 타고 종아리를 지나 발목에 다다랐을 때, 시즈쿠쨩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나온다. 발목을 삐었나?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닌지, 만져 본 바로는 대강 만진 것만으로 눈치챌 만큼 발목이 심하게 부어 있지는 않았다. 양말을 신고 있었기에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간단한 처치를 해 두면 괜찮을 것 같다. 나는 시즈쿠쨩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시즈쿠쨩,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

"진짜 별거 아니라니까요. 오다가 발을 헛디뎌서 살짝 삔 것 뿐이예요."

"가끔은 카나타쨩한테 의지해도 좋다구? 이래봬도 보건위원이니까."

나는 시즈쿠쨩이 혹시 불안해할까봐, 일부러 가슴을 쭉 펴고는 자신있게 말했다. 이제는 내가 시즈쿠쨩을 끌고 갈 시간이다. 아까의 시즈쿠쨩과는 다르게, 나는 손에 힘을 주어 망설이는 그녀를 끌고 보건실로 들어갔다. 시즈쿠쨩의 얼굴이 아까보다도 더 붉어진 것 같지만, 그건 못 본 척 넘기도록 할까.

3

실수였다. 카나타씨가 보건위원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그저 카나타씨의 어깨를 빌리는 정도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그것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양말을 벗어 맨발을 드러낸 채로 보건실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심각한 얼굴을 한 채로 내 발목의 여기저기를 만져 보고 있는 카나타씨가 있었다. 카나타씨는 보건위원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데도,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발을 만져 준다는 상황에 살짝 묘한 기분을 느껴 버린다.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카나타씨의 진지한 얼굴을 내려다볼 때마다 심장이 뛰어서, 발목을 만지는 카나타씨가 내 심장 박동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딱히 붓거나 멍이 들지는 않았네. 일단은 냉찜질을 좀 해 두자."

"카나타씨, 익숙하시네요."

"보건실 침대를 쓰고 싶어서 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보건위원이니까."

카나타씨는 그렇게 말하며 보건실 냉장고를 열어, 얼음주머니를 꺼내 왔다. 그리고는 내 다리를 천천히 침대 위로 올려, 발목 위에 얼음주머니를 살짝 올려놓는다. 카나타씨의 온기에 익숙해져 있던 발목에 갑작스레 퍼지는 냉기에, 나는 몸을 살짝 떨어버린다.

"오늘은 연습 금지. 나도 옆에 있어줄 테니까 푹 쉬어."

"그, 그치만 살짝 삔 것 뿐이고..."

"특별히 카나타쨩의 베개를 쓸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사실은 카나타씨가 연습을 땡땡이치고 싶으신 게 아니고요?"

"선배의 따뜻한 마음을 그렇게 해석해 버리면 곤란한데~"

카나타씨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내 어깨를 뒤로 살짝 밀쳤다. 상반신이 풀썩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진다. 머리 쪽에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카나타씨의 배게가 놓여 있다. 카나타씨가 항상 얼굴을 파묻는 배게에 머리를 대고 있다니, 진정할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스레 부끄러워져서 카나타씨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돌려 카나타씨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도 배게에 뺨을 부비며, 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카나타씨, 잘 때 내 생각 해주려나.

"그럼 냉찜질만 끝내고 부실로 같이 가자."

"냉찜질은 얼마나 걸리는데요?"

"적어도 30분? 한 숨 자면 금방이야~"

"제가 카나타씨인줄 아시나요? 그렇게 쉽게는 잠에 들 수 없다구요."

"자장가라도 불러 줄까?"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이 용기는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기에 나온 것일까, 아니면 카나타씨의 배게에서 나는 향기에 취해서 나온 것일까. 어차피 카나타씨는 나를 계속 재우려고 할 테니, 이렇게 된 김에 조금은 더 욕심을 부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리광을 부려 본다. 카나타씨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말실수를 했나 싶어 불안해질 즈음, 등 뒤의 매트리스가 움푹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찾아온 것은 머리카락을 누르는 부드러운 감촉. 카나타씨의 손이다.

"이러고 있으니까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 같네."

"집에 고양이 안 키우시잖아요."

"맨션이 애완동물 금지거든."

"그럼 저라도 키워보실래요?"

"시즈쿠쨩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뒤에서 앞으로. 손이 이맛자락에 닿을 쯤에서 다시 뒤에서 앞으로. 머릿결을 따라 쓰다듬는 그 손에서는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게 하려는 카나타씨의 배려가 느껴졌다. 나는 목을 살짝 가르랑거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주인의 품 안에서 잠드는 고양이와 같이 서서히 잠들었다.

4

보건실 안을 채우는 것은 시즈쿠쨩이 새근새근 잠을 자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시즈쿠쨩을 쓰다듬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는, 발치에 위치한 이불을 끌고 와서 시즈쿠쨩의 몸 위에 살포시 덮는다. 마지막으로, 발목 위의 얼음주머니를 치워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치우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목을 한 번 더 살펴보았지만, 역시나다. 발목은 멀쩡했다.

"그야 쉬고 싶은 날도 있겠지..."

상대가 좋았다고 해야 할까, 나빴다고 해야 할까. 이래봬도 보건위원이다. 발목을 접질렸는지 아닌지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시즈쿠쨩이 그러는 데에도 이유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 카나타쨩한테는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살짝 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를 의지해 주는 것은 기쁘다.

[오늘은 좀 늦을 거 같아. 시즈쿠쨩이랑 천천히 갈게.]

동호회 단체 라인방에 메시지를 남긴다. 메시지 옆에 읽었음을 표시하는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다가, 10에서 멈춘다. 아, 시즈쿠쨩이 아직 확인을 안 했겠구나. 이러면 시즈쿠쨩이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게 모두에게 들켜 버리겠다. 나는 시즈쿠쨩의 핸드폰을 들어, 라인 메시지만 확인해 놓고 다시 끄기로 했다.

시즈쿠쨩의 휴대폰은 잠겨 있지 않았다. 조금은 방범의식을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라인 앱을 켠다. 그 사이에 멤버들이 메시지를 보내 놓은 모양인지, 내가 보낸 메시지는 저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름 저장하는 방식이 너무 딱딱한 거 아닌가..."

타카사키 유우. 우에하라 아유무. 나카스 카스미. 다들 풀네임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이쨩처럼 모두를 별명으로 저장하는 것보다는 알아보기 쉬워서 편하기도 하고, 효율을 중시하는 시즈쿠쨩이라면 그럴 거 같기는 했지만.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내가 보낸 메시지까지 이동한다. 아사카 카린. 미야시타 아이. 카나타씨♡. 잠깐, 왜 내 이름만 이렇게 저장되어 있는 거지.

그 순간, 시즈쿠쨩이 침대 위에서 뒤척였다. 나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잡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시즈쿠쨩이 고개를 여기저기로 움직이다, 이쪽으로 얼굴을 돌린다. 살짝이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천천히 그 입이 열리더니, 속삭이듯이 무언가를 말한다.

"카나타씨... 사랑해요..."

5

말해 버렸다. 분위기에 취해서, 말해 버렸다. 어리광을 너무 부린 나머지, 말해 버렸다. 말해서는 안 될 것을, 말해 버렸다. 아까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된다. 웃고 있었던 카나타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미소 대신에 얼굴을 채운 것은 당황의 감정. 나는 어떻게든 내뱉은 말을 수습하려 한다.

"아뇨! 지금 말은..."

"이, 이야... 카나타쨩, 사랑받고 있구나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는 카나타씨는, 여기저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이 나를 향하는 일은 없다. 카나타씨는 아까까지 나와 잡고 있던 손을 옮겨 머리를 긁적인다. 카나타씨가 곤란할 때 하는 행동이다. 나, 카나타씨를 곤란하게 해 버렸구나.

"그야 카나타쨩도 시즈쿠쨩을 좋아는 하지만... 의미가 좀 다르달까..."

"..."

"좋아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나한테는 시즈쿠쨩이 친한 여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방금 제가 한 말, 잊어 주실 수 있나요."

"아, 알았어! 내일부터는 다시 어제처럼. 맞지?"

맞기는 뭐가 맞아. 이젠 '어제처럼' 돌아갈 수는 없다. 선배와 후배 사이로 돌아갈 수 없다. 고백을 한 사람과 그것을 거절한 사람이라는 관계만이 남는 것이다. 말을 걸면 어색하게 받아 주고, 대화를 이어가기 껄끄러워지고, 그러다 결국에는 서로 피하는.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은 싫다. 미움받는 것은 싫다. 그 상대가 카나타씨라면, 더더욱 싫다.

"그럼 카나타쨩은 먼저 가 볼게... 시즈쿠쨩도 슬슬 들어가 봐."

"잠깐만요, 카나타씨! 가지 마세요!"

나는 손을 뻗어 카나타씨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카나타씨는 나에게서 등을 돌려, 순식간에 달려 나갔다. 나는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왼쪽 발목이 아파 움직일 수 없었다. 분에 넘친 행복을 추구한 나머지 해 버린 거짓말에 대한 응보라도 되는 듯이, 내 왼쪽 발목은 나를 붙잡고 놔 주지 않았다.

"카나타씨... 가지 마세요... 저를 버리지 마세요..."

뜨거운 눈물이 오른쪽 볼을 적신다. 히끅이며 나오는 딸꾹질 때문에, 이제는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쳐 보지만,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몸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왼쪽으로, 다시 오른쪽으로 흔들린다. 세계가 통째로 흔들리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아."

익숙한 천장이다. 눈 앞에 있는 것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카나타씨. 아까까지 내 몸을 흔들어 깨우려고 했는지, 왼팔에는 카나타씨의 양 손이 올라가 있었다. 오른쪽 볼에서는 물기가 느껴진다. 카나타씨를 마주하기 두려워서 다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배게는 축축했다. 나는 아까까지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로 돌아온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카나타씨의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는 다시 울었다.

6

"시즈쿠쨩, 이제 좀 괜찮아?"

"못 보일 꼴을 보여 드렸네요."

"도대체 무슨 꿈을 꾼 거야? 엄청 울던데."

"...그건 말 못 해요."

이제야 시즈쿠쨩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둘만 있을 때 어리광의 강도가 올라가는 것도. 그럼에도 일정 선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 것도. 절대 직접 말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나를 유도하는 것도. 오늘 발목을 다친 척을 한 것도.

그녀가 나에게 품는 호감은 오래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아이는 나를 진지하게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나에게 고백해 준다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내 쪽에서 다가간다면 그녀는 어떻게 반응할까. 또다시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앞으로의 관계를 불안해한 나머지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마는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며, 나를 거절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표정이 어두워졌는지, 시즈쿠쨩이 나에게 가냘픈 목소리로 말을 걸어 온다.

"카나타씨... 혹시 제가 잠꼬대로 뭔가 말했나요?"

"응? 아아, 그러고 보니 엄마를 엄청 찾았지."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핫, 들켰어?"

"저는 지금 진지하다구요."

"걱정 마,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카나타씨, 저 엄청 무서운 꿈을 꿨어요."

나한테 거절당하는 것이 그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을까. 꿈에 나올 정도였을까. 새삼스럽게,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시즈쿠쨩이 엄청나게 작아 보였다. 비를 맞은 길고양이같이 처량해 보이는 그녀를 가만히 놔둘 수 없어서, 나는 양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카, 카나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서웠구나, 시즈쿠쨩."

"...네."

"걱정 마. 카나타쨩은 언제나 곁에 있을 테니까."

이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시즈쿠쨩을 상처입히지 않을 수 있는 한계치. 지금 단계에서 시즈쿠쨩에게 사실은 잠꼬대를 들었다거나, 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양이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일정 선을 지켜가며 다가가야 하듯이, 지금의 시즈쿠쨩에게는 일정 선이 필요하다. 마지막 한 발자국은 자신이 내딛도록 해야 한다.

그 한 발자국, 언젠가는 내딛어 준다면 좋을 텐데.

7

그 한 발자국, 언젠가는 다가갈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8

우리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서로를 껴안고만 있었다.





갤에서 추천받은 주제
줄글 치고는 짤막하게 썼다
달달한 연애물 하나 썼으면 씁쓸한 것도 하나쯤 써야겠지

시즈쿠는 생각보다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고 생각함
애니에서는 그 원인을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잡았고
8화에서 각성했으니 2기에서는 적극적인 시즈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모두가 잊고 있었을 보건위원 설정을 살려봄
엠마랑은 다른 의미로 모두를 품어줄 수 있는 설정인데 잘 안 쓰여서 아쉽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다음에도 간간히 쓰겠음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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