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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창작] [SS] 페르소나 제 2장 (3) (完)

Sakuligh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6 16: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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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시작하기 전, 유우에게 문자로 카스미가 혹시 와있느냐고 물었더니 오늘도 동호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객석에도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역시 와줄 리가 없었다. 관객석에서 그저 지켜보고 나가는 정도의 성의조차 허락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나에 대해서 모멸감을 품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의상 준비를 마치고 준비실에 멍하니 앉아 있었더니, 부장으로부터 괜찮냐는 물음이 날아들었다. 나는 옷의 긴 자락을 잠깐 어루만지고는 별것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어디선가 빌려온 가쿠슈인 제복 차림이었다.


“아니, 별것 아니라고 하기에는 연극 전에 이렇게 네가 멍해 있는 건 드문데. 정말로 연극에 아무 지장 없는 것 맞아?”


“연기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요.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니까, 무대 위에서만큼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할 거에요.”


그녀는 미심쩍은 표정을 드러내 보이고는 이내 침묵했다. 나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아갔는지에 관해선 이미 그녀에게 꽤 중요도가 낮은 일이 되었으리라. 그토록 간단히 자신의 마음의 일부분을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생생한 애정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힌 후로는 이 감정이 사라져 있는 순간을 조금도 상상해낼 수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감정이 떠오르고 마음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무대 시각이 다가왔다. 그것으로 나의 카스미에 대한 애정은 일종의 애절한 자비의 호소에 가까워졌다. 단지 나의 노력의 결실을 사랑하는 자가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각별한 소원이었다.


......언제 보아도 아찔한 무대의 외로운 조명 아래에서, 부장의 얼굴은 연기에 임할 때의 그 진지함과 완벽성에 대한 일종의 집착이 온전히 드러나 있었다. 나는 기나긴 옷자락을 이끌고 무대 위로 올랐다. 그리곤 새로이 등장한 아름다운 인물에 쏟아지는 수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마치 자신이 직접 그 관객이 된 듯이 상상했다. 그 상상에서 나의 마음은 사랑했던 자의 노력을 거센 감정의 파도 속에서 침묵하며 지켜보는 카스미의 시선에까지 향해 있었다.


중간에 그런 장면이 있다. 기차역에서 이별하는 장면에서 잠깐 관객석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 분명 존재했다. 왠지 나는 그때 수많은 관객석 안에서 카스미의 얼굴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분명 내가 시선을 순간적으로 쏟은 위치에는 그녀의 잿빛 머리카락 위의 금빛 머리핀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어두컴컴한 관객석 안에서 카스미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있는데 찾지 못하는 것인지, 없어서 찾지 못하는 것인지 그것조차 불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나를 분명히 보러 와주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의 흘러넘치는 마음은 과거의 여러 순간처럼 쉽게 감정의 쇠퇴를 허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파할수록 이 감정은 그것을 가연물로 삼아 더욱 뜨겁고 거세게 불타올랐다.


연극이 끝나고, 나와 부원들은 분명히 저번 연극보다도 더 큰 박수 소리를 받았다. 비록 여러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지는 연극이지만 그 박수는 어째선가 나의 성장의 증표와도 같은 존재로써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나는 그 박수 소리 안에 카스미의 자그맣고 귀여운 손이 내는 소리도 섞여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극부원들 모두가 무대에서 대기실로 빠져나와 연극이 끝났다는 여운에 잠겨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오직 나만이 연극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과 그에 따라 몸 전체에 스며든 미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부장은 어느 때처럼 그런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의상을 벗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보러 와주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지?”


“네. 보러 와달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었지만요. 저라도 다시는 이런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지만 왠지 보러 와주었을 것만 같아서...”


“분명 있었을거야. 그녀라면 틀림없이 시즈쿠의 무대를 보러 와주었을 거야. 그녀라면 그렇게 간단히 시즈쿠에 대한 마음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 물론 네가 사과해야겠지만.”


나는 그런 뻔한, 돌이켜보면 별다른 의미 없는 말에도 정말로 카스미가 보러 와주었을 것만 같은 위안을 얻었다. 사랑은 너무나도 간단히 이성의 눈을 멀게하고 단지 그 감정 자체의 거대한 흐름, 그것을 따르는 인식과 행위밖에는 쫓을 수 없도록 나의 존재 자체를 지배해왔다. 나는 연극부의 뒷풀이라던가 그런 건 애초부터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지금 당장 관객이 다 빠져나가기 전에 이곳에서 뛰쳐나가 그녀를 찾아내고 말겠다는 결심밖에는 떠올리지 않았다.


빠르게 교복으로 갈아입고 주위의 부름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드넓은 복도를 따라, 이미 상당히 흩어져 돌아가고 있는 학생들 틈을 뛰어갔다. 내가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켜보러 왔다는 걸 들키지 않도록 연극이 끝나자마자 객석에서 빠져나갔음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교문으로 바로 가는 게 가장 적합해 보였다.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외부의 얼어붙은 공기가 단숨에 식혀나갔고, 감정의 흐름으로 쉴 틈 없이 돌아가던 머리를 금세 진정시켰다. 교문으로부터 이어지는 널따란 길은 어렴풋한 노을의 주홍빛으로 따스하게 덮여 있었다. 이미 교문으로부터 나온 몇몇 학생들만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이미 카스미는 꽤 멀리까지 나갔고, 그녀의 발길은 아마 집으로 향해 있을 것이다. 그것 외에는 그녀가 갈만한 곳을 마땅히 떠올려낼 수 없었다.


카스미의 집을 향해 가던 도중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떨어진 도시에는 인공적인 무수한 불빛들과 우울한 그림자, 그리고 피부를 괴롭히는 예리한 겨울 공기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당장 카스미를 품에 안고 그 작지만 뜨거운 체온을 간직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곧 다리가, 내가 그녀에게 이별을 선고받은 돌 계단을 옆에 끼고 있는 낭만적인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위에 카스미가 있었다. 노란색 머플러를 연약한 목에 두르고 손은 자켓 주머니에 단단히 넣어둔 채 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강가의 풍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고, 단지 금빛 머리핀만이 불빛 아래에서 밤하늘 위의 별을 연상시키는 반사광을 내뿜었다.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애달픔을 땅 위에 새기고 마침내 그녀 옆에 서 있기까지, 그녀는 냉랭한 바람에 외로이 굳어버린 것만 같았다.


감정이 한계까지 차올라 결국에는 터져버릴 것만 같은 심장의 힘에, 미처 말로 표현되지 못한 숨의 새하얀 안개가 차가운 겨울의 세계 속으로 유유히 흩어져갔다. 나는 감정의 표현법을 잊어버렸다. 그녀가 나의 연기라는 악습을 산산조각 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나는 감정을 그럴듯한 말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면은 더 이상 나의 말과 행동들을 다듬어주지 못했고, 단지 나의 생생한 감정이 안에서 미처 표현되지 못하여 애처로운 몸부림을 이어갔다.


“카스미씨!”


어딘가 물기를 머금은 듯한 목소리가 자신도 놀랄 만큼 듣기 흉하게 한겨울의 공기를 찢어놓듯 퍼져나갔다. 그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나를 향해 그 자그마한 얼굴을 기꺼이 보여주었다. 그다지 화난 것 같지도, 슬픈 것 같지도 않았다. 무언가에 대한 체념의 우울이 스며든듯한 건조한 얼굴로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연극, 봤어?”


어째서 다른 사과나 애정의 말이 아니라 그런 어긋난듯한 말이 갑자기 튀어나왔는지는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카스미는 그저 보일 듯 말듯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했다. 그리고는 “잘했어.”라고. 단지 그 짧은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는 고개를 돌려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하기 앞서 몸이 먼저 터져 흐르기 시작한 감정의 흐름에 자신을 온전히 맡겨두었다. 나는 한 순간에 뛰어가 매달리듯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내가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무엇보다 따스하고 상냥한 온도가 차가워진 피부를 뚫고 들어가 나의 깊은 내면 안까지 마침내 닿아 그 사랑을 전해왔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나는 간단하게 울음을 터트렸다.


감정을 제대로 된 언어로 표현하지조차 못한 채, 그저 그녀의 등에 매달려 울음인지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절대로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한 각오로 거세게 끌어안았는지 끌어안은 몸으로부터 자그마한 저항이 느껴졌다. 얼핏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순간, 새하얀 비말이 눈물로 흐려진 시야 안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눈이었다. 이번 겨울의 첫눈이 지금 나와 카스미와의 세계 안에 조용히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어린 아이가 된 듯이 하늘에서 하염없이 그저 떨어지기만 하는 눈을 보고는 터져 흐르던 마음의 열기를 가까스로 식혀갈 수 있었다. 어느샌가 나의 팔의 힘은 풀렸고, 카스미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란 머플러 위에 자그마한 눈송이 하나가 떨어져 금세 이슬로 변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나의 부끄러운 마음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 집에 올래? 그런 모습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응, 데려다줘.”


그녀의 뒤에서 시선을 그녀의 발에 고정한 채 뒤를 따랐다. 붉게 부어올랐을 눈가와 코를 눈을 가득 실어나른 바람이 고통스럽게 내리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발걸음과 표정이 지금의 바람만큼이나 건조하자 문득 불안해졌다. 내가 과거 그녀의 행위에서 어떠한 감정도 받았지 못했을 때 나타났던 표정 또한 저런 식으로 잔인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카스미의 따스한 집 안에 들어가자 신체가 곧 피로를 호소해왔다. 연극으로 인해 상당한 집중력을 소모했던 것과 방금 전의 울음을 통해 그녀에게 감정을 쏟았던 일에 연약한 나의 신체는 강한 피로를 느꼈다. 그럼에도 강렬한 감정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서, 나는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그녀의 방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서있을거야 시즈코. 갈아입을 옷 줄테니까 샤워하고 나올래?”


“응, 그래. 그게 좋겠어.”


나는 얼떨결에 카스미의 노란색 잠옷을 받았다. 샤워를 하고 정신을 좀 차리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제와서 시선 같은 건 개의치 않고 속옷 차림으로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를 하니까 꽤 감정의 바다가 잠잠해졌지만 점차 활동을 시작하는 이성이 나의 행위의 부끄러움을 끝도 없이 일깨워주었다. 그리곤 문득 이런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여태까지 오직 카스미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갈아입은 잠옷에서는 그녀 특유의 뽀송뽀송하면서도 어딘가 축축한듯한, 그러나 보드라운 향기가 났다.


욕실에서 나왔는데 카스미가 보이지 않나 싶더니, 그녀는 방 옆에 달린 작은 베란다에 나가 있었다.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수 많은 눈송이들을 쫓는 그녀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고 순수하게 보여서 나는 그녀의 모습을 새하얀 눈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추운데 뭐하고 있었어?”


“그냥, 눈을 좀 보고 싶어서.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까.”


나는 말해야만 했다. 자신이 그녀에게 저지른 죄를 자백하고, 그런 잘못 후에야 결국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깨달았다고, 그러니 용서해달라고 말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괴롭게 들릴지 지금의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나의 마음을 이미 그녀는 예감하고 준비하고 있으리라.


“저기, 카스미씨. 나, 꼭 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 카스미씨를 찾아왔어.”


“이미 알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꼭 말하지 않아도 돼.”


“아니, 말해야만 해. 내가 카스미씨에게 큰 상처를 입혀서 사죄하고 싶다는 것과, 그래 놓고도 실은 카스미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마지막 말들은 카스미와 나의 입술이 맞닿으면서 나는 자그마한 소리에 녹아 들어갔다. 기나긴, 그러나 정지된듯한 입맞춤이 끝났을 때 나는 흘러들어온 눈 한 송이가 나의 입가에 닿아 어느새 자그마한 이슬로 변해 입술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나의 세계 안에서 그녀의 입술에도 눈이 날아와 살며시 내려앉았고, 나는 그 입술을 다시금 마주하여 나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가 눈처럼 녹아 마침내는 하나가 되는 순간의 눈부신 찬란함을 지켜보았다......


그 후로 우리는 바로 침대에 뛰어 들어가 사랑을 나누었다. 이런 표현이 허락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사랑을 나누었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나는 저번에 미처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행위에 있어서 그녀보다도 더 크나큰 사랑을 부어볼 수 있었고, 그로써 사랑받는 기쁨뿐만 아니라 사랑을 주는 기쁨마저도 온전히 이해했다. 제대로 된 ‘첫’경험의 감상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내가 앞서 적어왔던 다른 행위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기 때문에 적어두지 않겠다.




*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또 다시 바다에 갔다. 카스미는 바닷바람이 추우니까 싫다고 했지만, 내가 저번처럼 바다의 풍경과 함께 있는 카스미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고 싶다고 하자 이내 얼굴을 붉히며 좋다고 했다. 정말로 아이 같으면서도 상냥하다.


카스미는 저번에 나와 함께 왔었을 때와 적당히 비슷한 위치에 서서, 이번에도 나에게 웃어주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 뒤로는 주홍빛 노을이 아니라 투명하고도 푸른 하늘이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과 내가 그 미소에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왔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저번처럼 텅 빈 바닷길을 따라 걸었고, 저번처럼 파도의 가장 길게 퍼져나온 얇은 물 조각조차 우리의 발을 젖게 하지 못했다. 맞잡고 있는 손 옆으로 예리한 바람이 한 줄기 지나갔지만 어째선가 조금도 시리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아마 그녀의 손이 그런 것쯤은 쉽게 이겨낼 정도로 따스하기 때문이리라.


문득 이렇게 걷고 있으니, 지금이 어떤 낭만적인 말을 하기에는 제격인 순간이라는, 그런 막연한 충동이 들었다.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면 지금이 가장 좋을 것이다. 평소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나름대로 분위기 좋은 곳에 와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들을 많이 본 것 치고는 어떠한 그럴듯한 말조차 생각해낼 수 없었다. 당연히 연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포장해서 근사하게 전달해보고 싶었다.


“저기 시즈코.”


“응?”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 그냥, 그냥 한번 말해보고 싶었으니까.”


그런 점을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카스미가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상냥함과 따스함을 건네는 것을 마주할 때면 항상 몸이 어딘가 견딜 수 없어 하는 것을 느꼈다. 생전 상냥함이라고는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나도 상냥해져야만 한다. 내성을 기르면 좀 더 견디기 쉬워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그녀의 표현에 내가 둔감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지금 이대로여도 좋을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어디선가 보아두었던 생소한 단어를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이것이라면 충분히, 적어도 내가 듣기에는 근사한 말이고, 카스미라면 왠지 알지 못할 것 같으니 그다지 부끄럽지도 않을 것 같았다.


“카스미씨.”


“응.”


“나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페르소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말하고 나니 부끄러웠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라고 밝은 미소로 답해주니 더욱 더 부끄러웠다. 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가, 입맞춤을 받고는 이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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