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블럭들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옵션이나 모드는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컨텐츠의 감소와 빠른 질림을 가져온다고 생각함.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1. 카고 용량 배율

처음엔 카고 재료도 부족한데 기지 용량은 꽉 찼고, 재료들 모아둔거 버리긴 싫고, 여러가지로 난감할게 많다는건 충분히 이해함. 배율10배 먹이고 널널하게 겜 하는게 왜 나쁨? 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먼저 함선과 기지의 형상이 이상해짐. 어차피 샌드박스가 기반인지라 우린 결국 함선과 기지 디자인 깎는게 주 컨텐츠가 됨. 함선과 기지가 커지려면 보통 리액터, 엔진, 스러스터, 카고 등 각종 기능블럭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뼈대를 잡아주는데, 카고 배율 10배를 먹여버리면 카고가 들어갈 개수가 당연히 10%로 줄어들겠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함선은 스러스터 덩어리만 보이게 될거고, 기지는 콩알만해짐. 왜냐고? 카고가 함선과 기지에서 제일 넓은 면적을 잡아먹거든. 그걸 감당하기 위해 함선도 기지도 커지는건데, 당연히 카고가 적으면 다 작아지지. 디자인 깎는데 심각한 애로사항이 생기게됨. 아머블럭 덩어리로 크기를 키우는데도 한계가 있음. 블럭 자체 무게로 스러스터가 더 늘고, 기지는 빈 공간을 그냥 아머블럭으로 채우고 앉아있게 될거임. 또한 한번에 잔뜩 캐놓아버리니 채광을 자주 안나가게 돼서 집돌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 스엔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돌을 캐서 더 많은 돌을 캘 기계를 만드는 게임"인데, 돌 캐는 컨텐츠의 빈도가 줄면 할 일의 대부분이 사라지는거지. 용량 증가는 무게의 증가로도 이어지는데, 이건 이 다음에 풀겠음. 개인적으로 카고 용량 배율설정이 왜 인게임 월드설정에 있는건지 의문임...

2. 스러스터 출력 강화

창작마당에 가면 고연비로 막강한 출력을 내는 엔진들이 있음. 당연히 편하지. 편하고 말고. 스러스터 10개박아야될 출력을 1개로 퉁칠수 있다? 재료도 덜들고 전기나 수소도 덜 처먹는다? 굉장히 맛있어 보일 수 밖에 없음. 근데 이런 모드는 보통 대형 확장모드의 옵션품같은 존재임. 대형 확장모드팩들은 미친 떡장갑, 깡화력의 적이나 특수 고중력 행성 전용 광물로만 만들 수 있는 더 튼튼한 블럭 등이 존재함. 또한 이런 특수광물들은 드럽게 정제비율도 짠 편임. 같은 무게의 철 광석에서 철이 1 나온다면 얘네는 0.01 나오나? 싶을 정도로. 또는 정제시간이 지랄같이 긴 경우도 있고. 이런 모드서버에서는 광물 수송량이나 장갑 및 무기, 기동성의 추가확보가 필수적이기에 특수광물을 이용한 고성능 블럭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일반광물용으로도 내놓은거임. 아니면 그냥 모드 제작자가 타협점을 찾는 빌딩의 재미를 전혀 모르거나. 이런 모드들을 사용하면 카고 용량배율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망치기 십상임. 카고와 컨베이어가 함선의 뼈대를 잡는다면, 스러스터는 외부 디테일을 잡아줌. 근데 함선은 캐피탈급인데 각 방향 스러스터가 한개씩 달려있어 봐. 굉장히 꼴사나울수 밖에 없음. 1번과 2번을 보면 "그럼 카고 배율 10배 박고 스러스터 출력 10배 쎈거 넣으면 딱맞겠노 ㅋㅋㅋ" 하는 사람 있을건데, 틀린 말은 아님. 근데 맞는 말도 아니야. 함선 한척이 함선 10척분의 짐을 지고 다니고, 기지 하나가 기지 10개 분량의 짐을 물고 있으면 굉장히 빠른 현타가 옴. 함대의 확장과 대형함 건조의 첫번째 이유는 함대의 수송용량 확장임. 오히려 전투는 함선이 작고 집중방어가 되며 기동성이 높을수록 유리함. 근데 굳이 대형함을 만드는건 한번에 옮길 양이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라는거임. 대형 수송함을 만들면 방어전을 치를 함재기가 필요해지고, 소행성대 채굴을 맡을 채굴선을 주기할 내부 격납고가 필요해지고, 그렇게 점점 큰 함선에서 함대가 되어가는거임. 특히 AI블럭으로 전투드론을 만들 수 있게 된 지금, 함재기의 다량운용이 가능해지기도 했지. 근데 함선 용량이 기본적으로 10배씩이나 되면 캐피탈급 함선은 커녕 코르벳급 만들어놓고 나면 더이상의 확장 의욕이 생기기 힘듬. 그러면 상기 서술했던 초대형 기함이 이끄는 함대 컨텐츠는 사라지는거지. 왜 이렇게 자세하냐고? 나도 100시간 언저리 했을때는 카고 배율 3배수 넣고 다녔거든. 디자인 씹창나고 함급 올릴 의욕이 안들어서 그냥 접었다 복귀했었음.

3. 광물 정제속도 옵션

이건 안건드는게 좋긴 한데 겜 널널히 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건드려야 할 옵션이라고 생각함. 세계 설정에 보면 정제속도, 정제효율, 어셈블러 광물 소모량 감소 등이 있음. 정제 속도는 시간 없는 사람들은 어느정도 건드릴만 한데, 이겜 정제속도 은근히 느린편임. 물론 느린 정제속도 버티려고 리파이너리를 기지에다 도배하긴 하지만, 막 포드 타고 떨어진 시점에는 그게 불가능하단 말이지. 하루 한두시간 할 수 있는데 며칠동안 돌만 파고 있어봐. 사람 미친다고. 이런 경우엔 초반에 잠시 높였다가 리파이너리 1개 건설 후 1~3배까지 낮추면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음. 근데 이것도 계속 높여두면 리파이너리가 줄어들면서 기지 왜소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모듈의 필요성을 망각하게 되니 지속 사용은 비추천함.

4. 사용을 오히려 추천하고싶은 모드

우선 내가 늘 말하고 다니는 build info, build vision 3.0이 있음. 블럭 자체의 정보 및 함선 패널 등에서 알면 좋은 여러 추가정보를 표시해줌. 기본기능으로 넣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음. 그리고 각종 무기 추가모드와 MES관련 모드는 충분히 적응한 이후에 상당히 좋은 컨텐츠 추가가 될 수 있음. 기존의 심심한 개틀링, 포 3종, 레일건, 무유도 로켓 대신 각종 대공포, PDC, 유도미사일, 거함거포 다연장 포탑, 배터리를 존나게 처먹는 레이저/에너지 포탑 등등, 굉장히 다양한 무장들과 Bullet trail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고, 느긋하다 못해 너무 정적인 스엔을 전쟁통으로 만들어줌. 물론 NPC Weapon Upgrade모드도 함께 넣어야 쌍방 화려한 화력전을 펼칠 수 있음. 최소 중형함 한번 만들어보기전에는 넣지 마라 대비도 못하고 털릴수도 있음;; 식량 시스템 추가 모드도 할만 함. 우리 우주공돌이들은 로봇인건지 아무것도 안 먹고 사는데,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모드임. 맛있게 처먹고 살쪄서 운동도 하고 농사짓고 동물 사냥한다고 로켓쏘고 별 짓을 다 하게 만드니 충분히 적응한 뒤엔 넣어볼만함. 워터모드도 좀 사기적인 모드긴 한데 상당히 재미있는 모드임. 행성에 그냥 물채워버리는 모드인데, 밀폐공간의 넓이만큼 부력이 생김. 싸우다 빵꾸나면 걍 꼬로록이여~ 해상함대를 꾸리고 2차대전 컨셉의 무장팩으로 떡칠하면 거함거포 2차대전 전함의 뽕을 채울 수 있음. 지금 내가 꼭 넣는 모드 중 하나.

마무리 하자면 기능블럭들의 성능을 과도하게 건드리는 모드나 옵션들은 안그래도 얼마 안되는 스엔의 컨텐츠를 박살내버리는 1순위 악이고, 멀티플레이라도 하게 되면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자신만의 특이한 함선 디자인을 잡을 기회조차 빼앗길 수 있음. 절대 쓰지 말라고 강요는 못하겠지만, 쓰면 스엔의 진짜 재미를 못느끼고 탈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봄. 지금 뉴비 몇명 들어왔는데, 모드로 잠시 편하게 하다 빨리 접어버리지 말고 고생고생하며 배우고 함선 설계시의 카고 용량, 함선 크기, 성능과 연비 등을 저울질하고 타협하는 재미를 알아 갔으면 좋겠음. 창작마당에선 잘 만든 채굴선, 수송선, 전투함 등을 구경해보는것도 좋음. 생각지도 못한 구조나 마음에 드는 설계사상을 도입하고 변형하다보면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기게 될거임. ㅅㅂ 쓰다보니 점심시간 다 날아가고 글은 개틀딱새끼 연설마냥 길어졌네...

한줄요약

앵간하면 바닐라로 기초 단단히 배우고 딴짓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