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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세상에 공짜 투자 유치는 없다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218.50) 2007.05.29 10:44:55
조회 1542 추천 0 댓글 2


“ 죄송합니다. 우리 회사는 먼저 일본 국내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뭐라고요?”
“오늘 예정된 투자 상담이 취소됐습니다. 미리 연락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2004년 2월, 첨단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일본 후루카와전공을 방문했을 때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일행이 막 회사에 도착해서 투자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데, 상담 계획이 취소됐으니 그대로 돌아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닌가.

보통 투자유치 상담이 약속되어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미리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인데 우리 투자유치단이 도착해서야 취소 결정을 알려주는 것은 분명 예의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외국의 투자유치단과 상담 계획이 잡혀 있다가 미처 취소하지 못했다면 예의상으로라도 만나주었을 텐데 그들은 달랐다.

무척 당혹스러웠다. 서로 쓸데없는 시간을 줄인다는 효율적인 면만 본다면 후루카와전공의 일처리 방식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더욱이 설명회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며칠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한 실무 담당자들의 속상함을 어떻게 표현하랴. 모두들 말이 없었다.

“자, 갑시다. 어쩔 수 없잖습니까? 그래도 계속 연락을 취하세요.”
나는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나오면서 상대방 실무자에게, 다음에라도 계획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사실 투자유치단은 전날 스미토모와 NHT, 오키전기 등 3개사와의 투자 상담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한껏 고무되어 있었는데, 아침부터 후루카와전공을 방문해 그런 일을 겪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투자유치단에 동행했던 한 중앙언론사 기자는 전날까지 “실무자가 다 준비하고 지사가 와서 사인만 하는 이런 식의 투자유치는 누가 못합니까?”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그런 그도 내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서야 만감이 교차했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이 실무적으로 결정된 다음에 지사가 형식적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던 모양이다.

다음날 방문한 기업에서 투자 상담이 잘 되어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자 기자는 첫날과 달리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한다. 투자 상담 내내 조마조마하며 지켜보았는데, 설왕설래 끝에 결국 투자가 성사되자 저도 모르게 박수가 쳐질 정도로 애국심이 발동하더라는 것이다. 
그날 우리에게 퇴짜를 놓은 후루카와전공은 일년 전인 2003년 10월에 직접 만나 유치상담을 했던 기업이다. 다시 만날 것 같지 않았던 이 기업을 나는 9개월 후에 다시 만난다.  

2004년 중반 이후 파주에 LG필립스 단지가 가시화되고 경쟁사인 치소 Chisso와 호야를 비롯한 일본기업들이 외국인 전용단지 입주를 결정하는 등 세계적인 첨단 LCD산업기지로 조성되자 후루카와전공이 입장을 급선회했다. 자기들만 소외될까 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서둘러 MOU를 체결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해 말 다시 일본으로 날아갔다. MOU가 체결되자 이번에는 오히려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졸라댔다. 완전히 입장이 역전된 것이다.

‘아, 바로 이런 거구나.’
비즈니스맨들이 역경을 뚫고 계약을 이뤄냈을 때 느낄 법한 통쾌함이 어떤 것인지 나는 그때 제대로 맛보았다.

우리가 한 외국기업과 MOU를 체결할 때 사인하는 시간은 불과 10분이다. 그러나 사인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전에 수없이 많은 미팅과 프리젠테이션, 밀고 당기는 협상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짧은 경우는 1년 내외의 시간이 걸리고 수년을 끌면서 진행되는 것도 있다.

항상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건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야말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가 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유치를 위해 한번 해외에 나가면 보통 열 개 내외의 기업들과 만나고 오는데 한 회사마다 자료 준비는 보통 A4용지로 50쪽 내외가 된다. 거기에는 접촉하려는 회사의 기본 상황은 물론 주요 제품과 실적, 국제적인 시장흐름을 비롯해 기술적인 가치 평가까지 잘 압축되어 있다. 투자유치 담당 공무원들은 첨단기술 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자료를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수천 장의 자료를 뒤지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 전문가에게 의견을 청취하며 밤새워 정리한 결과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우리 공무원들의 이런 노력에 나는 항상 고맙고 가슴 뭉클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자료들을 결코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떠나기 전에 미리 내용을 숙지하고 비행기에서도 반복해서 또 공부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저녁 일정을 마치고 난 후 다음날 만날 기업들에 대한 자료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마지막으로 회사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또다시 읽어보며 어떤 말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내가 찾아간 회사의 CEO를 만나 그 업종의 전문용어 하나둘쯤 어색하지 않게 구사하고, 업종의 현황이나 기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우리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심지어 가족회사의 경우라면 부모와 가족에 대한 얘기까지 곁들이면 이내 정서적으로 가까워진다.
투자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개 실무자들이 현장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다가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내가 나서서 보충설명을 하곤 하는데 직원들이 할 때보다 도지사가 직접 설명을 하면 상대방의 눈빛부터 달라진다.
얼굴마담으로 따라왔겠지 하다가 상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정말 도지사가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고 확신을 갖게 되는 모양이다. 이런 것이 다 서로의 친밀도를 높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고 마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비로소 ‘짧은 10분’의 MOU체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한 기업의 투자설명회가 끝날 때마다 ‘이제 다섯 개 남았구나.’, ‘이제 두 개 남았구나.’ 하며 일정에 남은 업체 수를 세는 버릇이 생겼다. 한 기업, 한 기업을 만날 때마다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랄까. 마침내 예정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면 비로소 “후유~”하는 긴 숨과 함께 긴장되었던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

사인만 하는 투자유치라고?
세상 어느 분야, 어느 일에도 공짜는 없다. 화려한 조명 뒤에는 기나긴 시간 우리 공무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흘린 땀방울이 흥건하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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