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자과 편입시험 보고왔어.
 면접이라고는 항공정비사 면허 시험때 건교부에서 파견나온 시험관이랑 1대1로 오랄 테스트 했던거 말고는 해본적이 없어서 잔뜩 긴장했는데 5명씩 들어가서 그나마 덜 긴장했지.

교수님들은 참 좋은분 같았어 그래서 조금 덜 긴장한 것일수도 있고..

 원래 난 공부랑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어, 그나마 비행기를 좋아하니 정비 기술 배워서 군이든 뭐든 빨리 취직을 하고 비행기 근처에서 일해야 겠다고 생각했지(현재는 외국 항공사를 염두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이게 하다보니 꽤 재밌더라고. 고등학교 야자 일수가 다 합쳐서 한달도 다 안되는 놈이 공부가 재밌다니.. 하다보니 성적도 그럭저럭 나오고 그냥 가는거 보다 학사 취득하고 가는게 유리할거라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항공정비 배우면서 학점은행으로 학점 인정받고 독학사 시험도 치고 해서 2년만에 항공정비공학사 학사 취득 예정이 되었지..

 그런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 웬지 허전하더라고. 뭔가.. 조금만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이대로 끝내면 아깝지 않나? 이것으로 만족스러운가? 뭐 이런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밑에 동생 두명이 곧 대학을 다니게 될꺼라 편입은 처음부터 염두해두질 않았어. 그런데 동생 한명이 국립대 들어가고 나머지 한명은 일정 학점 넘으면 아버지 회사에서 장학금이 나온다는거야, 그때부터 욕심이 생기더군. 나도 어쩌면 공부를 조금 더 해볼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끝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공부는 하고싶을때 해라고 하시더라. 그때 먼저 떠오른게 산업대였어. 사촌형이 노원에 살아서 그 근처로 다닐일이 몇번 있었거든. 항공산업기사 시험도 산업대 옆에 있는 경기공고에서 쳤고(시험은 붙었지. 터가 좋아서 그런가?..).. 게다가 국립이니 학비 부담도 적고. 그래서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산업대로 가라고 하시더라고. 이번에 대한항공 사내 기술훈련원에 산업대출신이 꽤 뽑힌것 같다면서(자세한 숫자는 사내 대외비 취급이라서..) 추천하셨지.

 그래서 과를 찾아보다 보니 기자과가 있더라.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계과보다 좀더 폭넓게 배울수 있다고 하고 로봇이랑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무인항공기쪽에 관심이 있는 내가 배울게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되었어.

각설하고.

오늘 면접을 보는데 나 빼고는 대부분 자동화, 메카트로닉스쪽에서 지원을 했더라.
교수님들이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전공이랑 관련이 된걸 물어보시니 꿀먹은 벙어리 마냥 제대로 대답을 못했어.
교수님중 한분께서 볼트가 공차가 있어서 헐겁거나 빡빡할때 어떻게 해야 되냐고 질문 하시는데 다른 응시자들은 KS규격이 어쩌고 설계에 오차가 어쩌고 하는데 난 할말이 없더군. - -)
그 와중에 교수님이 날 보시면서 항공정비쪽에선 어떻게 하냐고 물으셔서

"저희는 록타이트를 발라버립니다"

라고 말했더니 다들 웃으시더라고.
웬지 교수님들 앞에서 병맛 인증한거 같아서 꺼림칙해(..)

한가지 아쉬웠던건 inner loop와 outer loop에 대해서 물으셨을때. 대답을 못했다는거.
항공전자장비에서 자동항법 파트에서 배웠던 내용인데 머릿속에서 정리해서 말하려 하니 그냥 다음 질문을 하시더라고.

뭐, 지금와서 아쉬워 해봤자 별 쓸모도 없으니 관둬야지.



그냥 없는 글솜씨에 주절주절 넋두리를 해봤어. 10일이면 당락이 결정되는데 당이든 락이든 결과에는 순응해야 하고.. 만약 붙으면 그땐 학교에서 직접 얼굴 볼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