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던레인의 예언자' 앞에 서있다.

어째서 노인이 수십년간 만나지 않았던 예언자를 만나러 왔을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야 한다.

요 며칠간, 노인은 다른 사람들의 뒷처리와 궁금증 해소를 위해 도움을 주는것이 주 업무가 되어있었다.

그것들이 며칠 내내 노인을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슬프게도 노인은 쉽게 거절할 줄 아는 성격이 아니었다.

당장 어제 아침에는 '브렐리나 메리온' 이라는 학부생의 실험을 도와주려 했다가 황소, 말, 개로 변했다.

'그래도 알트머보다는 낫다.' 노인은 생각했다.

동물로 변했던날의 저녁에는 멍청한 카펫놈의 실험을 도와주기 위해 화염망토를 두르고 미든으로 내려갔다.

언데드에게 효과가 좋은 화염망토라기에 기꺼이 도와줬지만, 병신같은 화염망토의 폭발로 노인이 언데드가 될 뻔 했다.

'내가 입원하면 그 틈에 내 물건을 훔치려고 그러나 보다.' 노인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이틀전엔, '온문드'라는 젊은 노드 친구의 아뮬렛을 되찾아 주기 위해 흡혈귀 소굴을 다 뒤집어 놓고 왔다. 

정확히는 젊은 노드 친구의 아뮬렛을 쥐고있는 엔씨어의 마음이 동할 만한 지팡이를 찾기 위해 뒤집어 놓은것이다.

'남에게 일을 맡기는걸 보니, 소븐가드로 가긴 힘들것이다.' 노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사실 노인의 기분이 언짢아진 것은, 그저 남의 뒷처리나 하는 인생이 되어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 노인은 톨프딜 에게 실험용으로 드래곤의 심장 비늘을 건네줬고 톨프딜은 그것으로 '드래곤피부' 라는 변화 주문을 만들었다.

톨프딜은 선심껏 노인에게 주문을 내어주었고, 노인은 시험삼아 그 마법을 사용해봤다. 

사용 결과, 성능이 너무 과하게 좋다.

피부 마법도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어 진 노인의 피부와 옷까지 드래곤가죽이 뒤덮었다.

게다가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마법은 도무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석학의 머리띠 하나로 하늘을 날 듯 기뻤던 노인은, 다시금 자신과 톨프딜의 차이를 깨닫고 축 처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노인은 윈터홀드로 돌아가는 길에, 죽음을 바라는 늙은 오크까지 만났다.

'침대에 누워 죽지 않겠다.' 라며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해달라는 오크의 장례식을 손수 치러준 노인은 괜시리 더 슬퍼졌었다.

'나는 이룬것도 없이 침대에서 죽게 될텐데, 멋진 죽음을 선택한 저 오크가 나보다 나은것 같다.' 

노인은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우울한 며칠간을 보냈던 노인은, 오늘 아침 특별한 부탁을 받았다.

회복마법 학과장인 '콜레트 마렌스' 노인에게 던레인의 예언자를 만나고 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확히는 예언자가 가지고 있는 회복마법의 지식을 가지고 와 달라는 것이었다.

노인도 던레인의 예언자를 알고는 있었다. 학교에 머무른지 50년이 넘어갔으니까.

젊은 시절에는 호기심에 못이겨 답을 얻기 위해 종종 찾아가곤 했지만, 나이를 먹은 후에는 호기심이 줄어 딱히 내려오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호기심이 준 것이 아니라 너무나 뻔해진 자신의 미래가 궁금하지 않아진 것이 아니었을까.

노인은 온갖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추스르고 예언자에게로 갔다.

예언자는 왜 이곳에 노인이 내려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부탁받은 일이 있으니 일단은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노인은 예언자에게 시험을 받았다.

노인은 오로지 자신의 마법 능력 하나로 세 유령의 공격을 버텨냈다.

물론 그 마법중엔, 톨프딜이 만들어준 드래곤피부 마법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법을 쓸 수 있는것은 노인의 능력이다. 노인은 오롯이 버텨내었다.

시험은 끝났고, 노인은 버텨내었다.

콜레트 마렌스가 부탁했던 일은 이제 끝난것이다.

그리고 노인은, 조용히 입을 열고 자신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날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해.'

그리고 노인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예언자를 보았다.

하지만 예언자는 그저 빛나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씹새끼.

이른 시간이지만, 노인은 대학 다리위에서 무너진 도시를 구경하러 나왔다.

어쩌면 이 좆된 도시가 노인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언자가 말을 아낀것이다.

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혹은 이런뜻이 아닐까, 노인은 생각했다.

노인이 내일 아침 일어나지 못한다는 뜻.

노인은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