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5월 14일

SK와이번스와 카카오 히어로즈의 경기가 4:4로 팽팽하던 9회 말
덕아웃에 있던 박정권 감독은 서서히 고개를 숙여 신발끈을 묶고 있었다.

그가 묶고있던 신발끈은 다름아닌 오늘 은퇴하는 최정의 스파이크
신발끈을 열심히 묶어주는데 위에서 짜증섞인 소리가 들린다.

"이건 안풀리게 묶어줬어야지... 나 경기중엔 예민한거 알잖아"

"허허허... 5년 선배에게 신발끈이 뭐야 신발끈이... 늙어서도 여전하구나..."
박정권 감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윽고 9회 말, 1사만루로 역전기회를 잡은 SK와이번스의 마지막 공격
박정권 감독은 결심을 한듯 감고있던 눈을 뜨고 말한다.

"대타 최정"

"6번타자 대타 최정"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지자 이윽고 경기장이 술렁인다
'좆정 대타?' '쯕새끼 미쳤나 코갤러새끼가' '그래도 지 은퇴식인데 희플은 치겠지'

방망이를 뒤집어 무게추를 뺀 최정은
한걸음 한걸음 타석으로 다가선다.

'빠라라 바라밤! 최! 빠라라 바라밤! 정!'
그의 응원가인 둥글게둥글게가 문학구장이 떠나가라 울려퍼진다

초구는 한가운데 스트라이크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울리자 최정은 아차한듯 눈을 감고 잠시 고개를 젖힌다
이어서 들어오는 포크볼, 원바운드로 포수 미트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최정은 이번엔 꼭 홈런을 날리리라 다짐하며 배트를 고쳐잡는다.
그러나 그런 각오가 무색하게 하이패스트볼에 속으며 시원한 선풍기질을 하고만다.

'저새끼는 은퇴식까지 지랄이야' '속보) 2031년 KT WIZ 감독 콱정권'
솩갤은 분노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런 팬들의 성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큰거 한방만 생각하는 최정에게 4구가 날라든다.

'딱!'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짧은 정적이 이어진다.

결과는 몸에 맞는공, 밀어내기로 4:5 SK와이번스의 역전승

"은퇴날까지도 여전하구나..." 박정권 감독의 한마디와 함께
스스로 자신의 은퇴식을 마친 최정이 행가래를 받는다

이윽고 경기가 끝나자, 은퇴식과 함께 최정의 등번호인 14번은 영구결번이 되어
26번 옆에 통산 사구갯수인 360이라는 숫자와 함께 자리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