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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오에스랑 유진이랑 만나는 문학 - 2

ㅂㄷㅂㄷ(218.101) 2015.10.27 22:30:53
조회 846 추천 11 댓글 6

1편은 여기있당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ign&no=47088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유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유진은 에스오에스의 집무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바깥세상의 일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말했던대로 히어로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 역시 바쁜 몸이어서 유진과 오래 같이 있을 수는 없었다. 에스오에스는? 잘 있냐고 묻는 연락 한 번 오지 않았다.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간절해지는 유진이었다. 혐성 터지는 동료들이 그리웠다. 돌아가면 성주가 기어올라도 손목을 꺾지 않으리.


“아, 마침 있었... 뭐하냐 너?”


홀로 남겨진 지 사흘째 되는 날, 심심함을 못 이기고 집무실 안을 왔다갔다하다가, 뽕 맞은 저글링마냥 폴짝폴짝 뛰어댕기다가, 급기야 침대 위에서 뜬금없이 물구나무서기에 도전하고 있던 유진은 갑작스럽게 집무실에 들어선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유진은 당황하며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저그 바이러스에 뇌라도 감염됐냐. 어쨌든 빨리 여기 싸인해.” 

“아, 저... 저기..”

“뭔지는 묻지 마. 그냥 해.”


그러면서 침대에 뻗어있는 유진을 향해 그는 서류를 훅 내밀었다. 유진의 시야를 가린 종이 위에는 영어인지 한글인지 모를 글자들이 가득했다. 유진은 일단 손으로 서류를 치웠고 그제야 참으로 익숙한 얼굴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새끼는 없었다. 모두가 동물원 원숭이 보듯 했었던 그 검사시간에 저새끼는 안 보였었다... 왜 저새끼는 없었냐고 에스오에스에게 차마 묻지 못했다.


“...나.. 에스오에스 아니에요..”

“농담할 시간이 없으니 그럼 지금 당장 읽고 싸인해주시죠 에스오에스 정무관님?”

“아니 정말 아니라니까요;;”


일어나 앉을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누운 채로, 특유의 약간 울먹거리는 듯한 눈빛을 쏘아보내며 유진은 말했다.


전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진짜 에스오에스가 히어로와 나란히 들어왔을 때 유진은 레인에게 멱살 잡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남의 집무실에서 무슨 행패야.”

“아니 내 잘못이 아니라 완전 똑같이 생긴 걸 어쩌냐!”

“레인, 이쪽 에스오에스가 더 통통하잖아.”


넷은 집무실 한쪽에 놓여있는 탁자 앞에 모여앉았다. 레인이 억울한듯 항변하자 히어로가 얼어붙어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유진의 뱃살을 쿡쿡 찌르며 히죽 웃었다. 히어로가 아니라 정말 김준호였다면 당장에 손가락 부러뜨린다고 윽박질렀을 것이나 지금의 유진은 예예 뱃살 마음껏 찌르십시오 등살도 내어드리겠습니다 모드였다. 그들이 화를 내든 웃든 아직은 프로토스들이 무서웠다. 


그 사이 에스오에스는 레인이 들고 온 서류를 집어들고 휙휙 넘기고 있었다. 서류 마지막장까지 다 읽자마자 에스오에스는 온힘을 다해 서류를 집어던졌다. 레인이 히히 웃으면서 서류를 받아냈다.


“이런 작전에 동원할 암흑기사는 없으니까 그런 줄 알아.”

“에헤이, 그러지 말고 한번만 도와줘.”

“네가 집행관이라서 감이 안 잡히나본데...”

“너도 알잖아 암흑기사 칼질 몇 번에 전세 뒤집히는 거.”

“들키면 그냥 끔살이지만.”


듣고있던 히어로의 일침에 레인은 끄응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싶은 유진이었지만 다시 한 번 흘깃 본 서류의 글자는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것들이었다.


“유진, 레인이 협조 요청한 작전이라는 게 에스오에스 입장에서는 희생이 매우 클 수도 있어서 그러는 거야. 암흑기사는 수가 적은 편이거든.”

“그걸 왜 설명해줘.”


히어로가 설명해주자 에스오에스가 차갑게 말했다.


“유진의 직업을 생각하면 의외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지 왜.”

“평범한 테란은 몰라도 돼. 그리고 레인, 이 작전에 난 협조할 수 없어. ‘이도저도 아닌’ 희생만 나올 거야.”


에스오에스의 단호한 태도에 레인의 표정도 소위 말하는 재미없는 표정이 되었다. 팔짱을 낀 채 레인은 에스오에스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전이라는 게 혹시 암흑기사들을 멀티로 밀어넣어서 견제하고 주병력은 본진에 들어간다든가 큰 전투를 한다든가 뭐 그런 건가요?”

“오, 그래. 정말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지.”


유진이 사용한 단어를 전부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레인은 감탄했다.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온 거나 다름없는 유진이 서류를 읽을 수 있을 리는 없으니 그저 대화하는 걸 얼핏 듣고서 작전을 짐작해낸 것이다. 유진의 직업이 대체 뭐길래.. 싶은 레인이었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니라는 건... 에스오에스님이 보기에는 암흑기사 약간 보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나 싶은 거고요.”


에스오에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오에스와 레인을 번갈아가며 보던 유진은 조곤조곤하게, 매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암흑기사들을 더 보내면 되잖아요?” 





“유진, 전쟁은 게임처럼 졌다고 다시 시작할 수가 없어. 죽은 암흑기사는 돌아오지도 못해.”

“저도... 알아요...”


히어로의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유진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집무실 안에 정적이 흘렀다. 침묵을 깬 건 레인의 시원한 웃음이었다. 


“아하하, 아, 웃겨. 에스오에스, 이 자리에서 바로 작전 수정하지. 두 배 더! 여기 쓰인 수보다 두 배 더 보내줘.”


히어로와 유진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둘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레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에스오에스는 서류를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탁자 위에서 굴러다니는 펜으로 싸인했다. 으에엑!!! 히어로와 유진의 입이 벌어졌다.


“좋아. 이 정도 수는 되어야 승산이 있지.”


그러면서 휘하의 템플러들을 호출하기 위해 에스오에스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전개된 상황에 유진은 어리둥절해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서류를 다시 이리저리 살펴보던 히어로도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런 둘이 웃겼던지 레인은 피식거렸다. 


“집행관님, 거 웃지만 말고.”

“유진의 말을 듣고 한둘씩 찔끔찔끔 보내느니 많이 보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뿐이야. 나도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되게 소극적으로 써낸 숫잔데, 오히려 많이 투입하는 게 희생이 덜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 에스오에스도 같은 생각을 한 거겠지.”


저는 저런 미친 집행관이랑 정무관 모릅니다, 라고 히어로의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유진도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레인을 쳐다봤다. 


“그래, 보통 테란은 이런 자리에 있으면 겁먹어서 입을 열지 않아. 설사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뇌가 있는 이상 겁도 없이 군사를 더 투입하자는 말은 더더욱 안 하지.”


레인은 매우 재밌어하며 유진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굴러들어온 또라이냐?  





그리고 며칠 뒤 유진은 레인과 에스오에스의 합동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히어로에게 전해들었다. 예상치 못한 수의 암흑기사들이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저그의 확장기지구역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바로 후퇴해서 암흑기사부대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뻔한 유진을 히어로가 놀라며 붙들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유진은 히어로를 올려다봤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고.. 괜히 나 때문에...”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결정권자는 레인이랑 에스오에스인데. 으이구, 생긴 건 에스오에스랑 똑같이 생겨서는 맘 약한 거 보소. 그러면서 암흑기사들 더 투입하자는 말은 어떻게 했냐?”


작전이 실패해서 암흑기사들이 죽는다고 해도 책임은 레인과 에스오에스가 지는 게 맞겠지만... 유진은 그래도 마음 한켠이 무거웠던 것이다. 레인은 분명 제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그랬으니까. 유진도 알았다. 히어로의 말대로 이것은 게임과는 다르다는 것을. 죽은 자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제대로 잠도 못 이룰만큼 후회가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에스오에스는 자기 부하들을 절대 허투루 희생시키지 않아. 아니다 싶었으면 끝까지 싸인 안 했을 거야. 그래 뵈도 에스오에스 착해.”


어쩐지 설득력 없는 소리가 끼어있는 것 같았지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진짜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아아, 빨리 돌아가고 싶다. 난 언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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