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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키스》라는 이름을 가진 인형소녀 -fin-

생강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5.24 00:02:38
조회 282 추천 3 댓글 1

번역-winters


《마스터》가 최후에 남긴 어색한 미소를 기억해낸다.


추억 속의 《마스터》는 수수한 표정으로 웃고있다.


「알고 있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났다는 것 뿐. 진실은 지금도 모른다. 시체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묻고 장사를 지냈다고 하지만 그것 조차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우리들은 왕을 찾았지만 왕좌는 이미 빈 껍데기나 다름 없었다.」


「......없었던거네.」


「아아, 분명 왕은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버린 것이라고 모두가 말했지만... 아마도 어둠에 사로잡혀 사람으로서의 삶을 버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그래서 황폐해진 이 성을 옆 나라인 우리가 접수했다. 왕은 더는 없었고, 기사단도 붕괴했고, 국민들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당연한 흐름이겠지. 멸망한 나라는 대국에 흡수된다.


「그래서 이 나라는 한번 멸망했었다. 이곳을 우리가 접수하는 것을 막을 자도 없었지. 그것이 이 나라에 일어난 비극의 이야기다.」


「......비극」


「그것이 내가 알고있는 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멸망해가는 나라를 진짜로 멸망시킨 희대의 악인의 이야기.」


「......」


「하지만...그것 만이 다는 아니다.」


「......?」


「그가 이 성을 공격하자 주변의 나라를 공격하던 골렘들이 이 나라로 돌아왔다.」


「......그 말은 즉?」


「이 나라 왕의 악행은 그에 의해 막아지게된 것이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어째서 그런 전투를 걸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는 죄를 범하긴 했지만 더 큰 죄로부터 이 나라를 구했지.」


「......고마워.」




그에 대한 진실은 나밖에 모른다.


마음에 따뜻한 색의 꽃이 피었다.




모든 것은 운명의 실이 비틀리고 얽혀 생긴 비극이었다.


만약 《마스터》에 의해 창조된 골렘들이 없었다면, 왕의 품행이 악하지 않았다면, 기사들이 없었다면.


운명의 실이 하나라도 다른 방향을 가르켰다면, 비틀리지 않았다면, 결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마스터》는 자신의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을 쓰러뜨릴 자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악인이라 불려도 긍지를 걸고 싸웠던 명예 높은 마술사로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쓰러질 숙명을 알고 운명에 저항한다.


그것은 자포자기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운명에 용기로 대항한다.


사실(事実)의 뒷편에 숨겨진 진실(真実).


남아있는 진실의 이야기가 언젠가 밝혀질 때가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예를 표하고 성을 나왔다.


《마스터》를 쓰러뜨린 기사는 먼 땅으로 여행을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연스레 행선지가 결정됐다.


그것이 《마스터》의 이야기의 전부다.


그리고, 나의 반신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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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끝, 그리고 시작




「...긴 이야기가 되버리고 말았네.」


소녀는 옷자락을 정리하며 의자 대용으로 앉아있던 가방에서 일어났다.


우아한 원피스가 웨이스트·벨에 부는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기사여.」


한 차례의 바람이 전장을 불어오듯이, 소녀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나는......운명을 믿지 않아. 그때부터 오랜 기간동안 여행을 다녔지만...... 이곳에서 당신과 만나게 된 것은 분명 필연이겠지.」


변함없이 먼 곳을 바라보며 소녀는 말했다.


「......그의 명예를 걸고, 감사를」


소녀는 손을 내밀었다.


「......당신이 그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더 슬픈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


맞잡은 손은 양질의 도자기와 같이 윤택하고 차가웠다.


「......나의 《마스터》를......나의 소중한 사람을 막아줘서 고마워.」




주인의 명예를 지켜준 기사에게 소녀는 깊은 감사를 표한다.


악인으로 평가받는 그의 명예와 진실을 이제는 그녀와 기사만이 알고 있다.


그 피부는 차가웠지만, 분명 소녀의 마음은 따뜻하겠지.


지금까지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왔고, 앞으로도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가겠지.




「《마스터》는 결코 슬퍼하지 않았어. 운명에 저항했을 뿐.」


「《마스터》가 사랑하고 증오했던 사람들은 모두 힘껏 살아가고 있어.」


「《마스터》가 살았던 세계는 넓고... 그리고...... 아름다웠어.」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의미는 삶 그 자체에 있었다.」




황야의 지평선에서는 석양이 지고 있었다.


노을 빛으로 물든 하늘은 소녀의 뺨도 붉게 물들인다.


소녀는 모든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직하게 웃었다.


「.......해가 저물어가네. 금방 추워지겠어.」


나는 춥지 않지만, 라고 소녀는 미소지으며 재차 기사에게 손을 내민다.


「......자, 갈까?」


- 끝 -




















사람과의 인연을 얻고,


처음으로 알게 된 것.


여행의 이유도 깨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름도 없는 무덤 앞에서


추억 속의 스승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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