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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 상플) 사막 2

바람의온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6.29 23:19:15
조회 1686 추천 54 댓글 4

밑에 사막 읽어주고 댓글 달아준 횽들 고마워 ㅜㅠ

다른 형식의 글은 써봤어도 소설/상플은 처음이라 부족한 게 많을텐데...

단편으로 끝내려다가, 뒤에 이야기 붙일 수 있을 거 같아 급하게 써보았어.

분량이 애매한지 다 올라가질 않아서, 짧지만 두개로 나눠서 올릴게. 



본방하고는 캐릭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비담은 조금 더 수줍고 서툰 소년 같고.

각성한 덕만은 마음 내보이는 데 조금더 적극적이고.

사실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내 사심이 100% 반영된 것임 ㅎㅎ


----



 이튿날 즉위식은 단촐하게 치뤄졌다. 물론 선대왕들의 즉위식 대비 단촐했다는 의미이지, 즉위식 자체가 초라하거나 볼품없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하늘도 덕만의 즉위를 축하하는 듯 맑고 청명했고, 새 시대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와 걱정도 남달랐다. 신라의 자랑인 정교한 황금 관을 쓰고 금실로 수놓은 붉은 대례복을 입은 덕만은, 자신 앞에 머리를 조아린 신하들과 백성들을 내려 보았다. 언니의 죽음 이후 그토록 갈구해왔던 왕의 자리에 비로소 오르게 된 것이다. 꼭 쥔 두 손에 담겨 있는 것이 성취감인지 불안감인지 혹은 외로움인지, 덕만도 아직은 그 정체를 잘 알 수 없었다.



 왕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야 하는 첫날인데, 자신도 모르게 자꾸 비담에게 눈길이 향했다. 마음을 다잡고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도, 자꾸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그러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비담의 또렷한 눈매가 두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지만 비담은 고개를 들어 집요하게 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젯밤 한없이 감싸주고만 싶던, 어느새 자신을 미혹해 마음 한 자락을 내보이게 만들던, 그리고 지금은 검은 옷 뒤에 슬픔과 욕망을 감추어 둔 사내. 뜨겁고도, 차가운.




  - ...... 안되겠습니다. 



 어젯밤 눈가와 이마를 스치듯 지나간 비담의 입술이 덕만의 입술을 향해 내려왔다. 슬픔에 잠겨 까칠하게 메말라 있기는 했지만, 따뜻한 입술이었다. 숨결을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나 농밀한 일이었던가. 덕만의 숨소리가 조금씩 흐트러지며 비담의 옷자락을 쥐었다가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을 때였다. 비담이 갑자기 입술을 떼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안 되겠다는 말을 두세 번 반복하였다.



 - 내일이 즉위식이지 않습니까. 옥체를 상하실까 염려됩니다.



 지독하게 강렬한 연모이기에 비담은 오히려 입술을 뗄 수 있었다. 내일 가장 빛나는 자리에 우뚝 서야 하는 사람을 지금 흐트러트릴 수는 없었다. 덕만의 하얗고 가느다란 몸 구석구석 제 입술을 묻고 싶었지만, 대례복이 걸쳐질 몸에 제 욕망의 낙인들을 남길 수는 없었다. 유화들이 보면 무어라 수근댈까. 때가 때이니만큼 덕만에게 괜한 추문을 안겨주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근심과 염려가 많았다고, 비담은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덕만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근심이 되고 염려가 되었다. 



 이성적인 판단은 언제나 덕만의 몫이었는데. 오래 함께 있다 보니 비담에게도 그런 면모가 옮아간 것인가, 덕만은 설핏 웃음이 났다. 비담의 말이 옳았고, 그의 염려가 고마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담의 손길과 입술이 떨어진 자리에 시린 바람이 들었다. 덕만이 하릴없이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비담이 한 손으로 덕만의 손을 덮으며 다른 손으로 어깨를 둘러 안았다. 덕만도 비담의 등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가만히 숨을 골랐다.



 - 계속 여기 있을 것이냐?

 - 보는 눈이 있을 테니, 공주께서 먼저 나가심이 옳을 것입니다.

 - 언제부터 그렇게 걱정이 많았다고. 비담답지 않다.

 -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왜 이럴까요



 다시 처음의 숨결을 되찾은 덕만이 몸을 일으켜 문가로 향했다.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분명 가야할 길이 있었다. 뒤에서 비담의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 ...... 기다리겠사옵니다.



 덕만은 잠시 비담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미실의 방을 나섰다. 살펴 가라는 말이었거나, 편히 주무시라는 말이었다면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겠다는 말에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에서야 그에 대한 연정을 깨달은 덕만으로서는, 내일이면 왕이라는 자리에 올라야 하는 덕만으로서는 어떤 약속도 해줄 수가 없었다. 자기 마음을 깨닫고 그 한 자락 내보이는 것도 이리 어려웠는데, 약속을 하고 반드시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인강전으로 걸어가는 내내 덕만은 서럽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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