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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덕] 깨어나다

D(222.236) 2016.03.23 14:25:12
조회 3074 추천 17 댓글 5


안뇽 횽들.



이번꺼는 팬픽이라기보다는 걍 썰이얍

62화 장면 이후로  그 속의 비담이 문득 다시 눈을 뜨니 원래 자신과 여왕은 연인이었구 둘은 서로를 품는게 거리낌없을 수 있는 세계에 와있었다는 머 그런이야기

대충 배경은 구르다에 이어지는데 비담이가 드라마속 스토리라인의 비다미야. 오늘은 걍 막 썼구 망상하는게 정리되면ㄴㄴ..길게.. 써보께..


봄되니까 날 좋구 졸리당 오후 힘내자우



=======================================




<!--StartFragment-->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그러니,

지금 그 말을 전하러 갈 것이다.



*




눈앞이 흐렸다. 등에 박힌 화살의 날카로운 촉이나 뱃속 깊이 들어온 칼날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다만 그저 흐렸을 뿐이다. 

침전하는 이 마음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반지를 손에 쥐어 주었을 때 그대는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숨겨, 어디 론가에 보호해서, 나를 들먹여서 나를 방패삼아 제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로부터.

그대의 연모가 나의 간절함이 깨지지 않기를. 그러나 기실 그것을 깨뜨린 것은 나다.

망친 것은 내가 맞다. 미생의 말은, 그다지 틀리지 않다.

분하게도.



*




덕만아.

내가 없으면 네 이름을 불러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는데.  지켜주겠다고 해놓고선. 언제나 옆에 있겠다고 해놓고선. 내가 잘못했다.

유신은 그랬지. 자네의 연모가 폐하께 고통이 되어서는 아니 되네. 그러나 이 연모는 분명 너를 향할 때부터 상처 주는 그런 것이어서.

스승님이 말한 것처럼 내가 손잡이 없는 칼이라고 한다면 그대는 언제나 그 칼을 하얀 맨 손으로 붙잡아 주는 사람이었다.

하다못해 그것이 아프다는 말조차도 하지 못하도록 나는 그저 매달렸었다.

그리고 , 결과는.



*



후회해.

헤어지고 싶지 않은데. 행복해지고 싶은데. 네 곁에 있고 싶은데.

천년의 이름도, 황좌의 자리도, 너의 슬픔 앞에서는 얼마나 ......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인가, 하고.



*



비담은 눈을 떴다.

전신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허억, 숨을 몰아쉬려고 했지만 그조차도 잘 되지 않았다. 죽을 것 같다.


아니,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인데?



" ㅡ 허억, 윽..! "



시야가 돌아왔다. 처음에는 눈에 비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어서 비담은 그저 손을 휘적였다. 사실 지금 움직이는 것이 자신의 팔이 맞긴 한건지,

자신이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자신이 살아는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두려움, 깊은 물과도 같은 두려움에 마음이 집어삼켜져 비담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작게 울었다. 부를 이름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매달릴 이름이. 안 그러면 비담은 비담이라는 형태를 유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덕만. 덕만아.  자신 속에 새겨진 가장 영원한 단어를 겨우 떠올린다. 입에 대는 것만으로도 몸을 짓뭉갤 듯 한 그리움이, 안타까움이 고통스러웠다.  네 울 것 같은 얼굴이, 우리가 행복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허탄한 소망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아팠다. 그것은 전부다 칼날이다. 살짝 닿는 것만으로도 찢어지고 베이는, 그런 칼날.

그러다가 비담은 누군가 제 팔을 잡아오는 것을 느꼈다. 제 볼을 쓰담아 오는 것을, 머리를 쓰담아 오는 것을.



누구? 물을 것도 없이 갑자기 시야가 맑아졌다.  눈앞에 있는건.



" 비담."



너는.



" 그래, 덕만이가 여기 있어. 여기에."

그리고 순간 모든 것이, 갑자기 멈췄다.




*



" 그 천하의 사량부령이 회의에 나오지 못했다..? 죽을병이라도 걸린 게 아니고서야 어찌."

"어허. 다 핑계지요. 사저가 아니라 인강전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다지 않습니까."

" .. 그거 참, 우리 폐하께서도.. 뭐 두 분이 각별한 사이인 것은 월성에 드실 때부터 알았지만.."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는 신료들 사이에서 승만은 빈 황좌와 사량부령의 자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돌렸다. 새벽에 여왕이 내린 안건사항을 상대등 용춘공이 그대로 진행할 것이기에 오늘 하루 정도야 국정에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참으로 빈틈없는 여자. 승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다. 한 나라의 여왕이 색공지신을 제 궁으로 들여 이틀간을 내보내질 않는다.. 저도 나오질 않는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오랜 능력이었다. 하나도 구멍은 내지 않고 온전하다. 가지고 싶은 것은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당신은 도대체 무엇에 그렇게 조바심을 내는가? 이렇게 스스로를 불리하게 만들 정도로 그 남자에게 왜 전전긍긍하는가?



" 오리는 제 어미를..다시 택하지 않는다, ....인가."



후원에서 그녀가 했던 말을 곱씹으며, 승만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도 보았다.  반대이지 않은가? 오리가 다른 것은 보지 않도록 당신이 제 가슴에 품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오리는 후원에 나가면, 월성을 나가면, 밖으로 나서면 다른 것을 택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폐하께서는 두려워하시는 게 아닌가요?




*



"..내가 얼마나 잤어?"

" 이틀을, 내리잤지."



비담은 저를 쓰담아오는 덕만의 손길에 나른하게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죽을 것처럼 아프고, 두렵고, 무서웠는데. 네 손길이나 목소리에 네 체취나 네 품에 이렇게나 평온해진다니.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겨우 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너의 얼굴을 담으려고 애를 쓴다. 사랑스럽다는 듯 한 그 눈빛을, 그저 눈 감았다가 뜨면 잊혀질 그런 네 표정 하나하나를 바라면서 일평생을 살아왔다. 이네들이 천년의 이름을 권력을 황좌를 바라볼 때 나는 너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너만 있었으면 되었는데. 너의 연모, 너의 사랑만 받을 수 있다면 되었는데. 그러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을 자신은, 과연 역사의 장기말로는 터무니없이 그릇이 작은 것이다.



" 다 꿈이야. 잊어버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화한 풍경 속에서 여왕은 비담에게 그렇게 속삭였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분명, 모든 것이 진짜 같았는데. 칼로 베이고 화살에 맞고 너는 울고 나는 네 이름을 차마 다 부르지 못하고.. 윽.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막혔다. 목이 조이고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떠올리지 말자, 떠올리지 말자, 스스로 되뇌어 비담은 겨우 여왕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꺼운 천으로 창이 가려져 방 안은 어스름한 어둠이 드리워진 새벽 같았지만 밖도 그러하리라고는 알 수는 없었다. 네 침상. 따스한 온기. 품. 그대는 너무나 익숙하게 나를 품고 어르고 달래온다. 우리가 본래, 이래왔었던가 . 그랬었던가. 이렇게나 그대의 품에 안기는 것이, 너를 부르는 것이, 네게 기대는 것이 이다지도 쉬운 일이었던가.



" 비담, 그만 악몽은 잊구, 어서."



떠오르는 의문들을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명령하듯이 너는 내게 말한다. 그것을 그네동안 이어졌던 그 어떠한 황명보다도 옳다 여기며, 나는 금세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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