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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과 병원

이러이러한 증상은 조현병 증상인가요? or 증상만 보고 무슨 병인지 알 수 있나요?
-조현병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에 맞춰 진단 기준도 존재하지만 조현병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은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면담이나 심리검사 없이 증상만 보고 병명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조현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타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이러이러한 약을 먹고 있는데 조현병인가요? or 처방약만 보고 병명을 알 수 있나요?
-보통 조현병에는 항정신병제를 쓰고, 조울증에는 기분조절제를 쓰고, 우울증에는 항우울제를 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빌리파이처럼 세 가지 질환 모두에 효과를 보이는 항정신병제가 존재하며, 조현병 환자일지라도 기분증상이 있거나 조현정동장애인 경우에는 기분조절제와 항우울제를 쓸 수 있습니다. 조울증에서도 조증 치료를 위해 세로켈 같은 항정신병제를 투약합니다. 그러므로 처방약의 종류와 용량만 보고 병명을 알 수는 없습니다.

ㅇㅇ병은 심한 병인가요? or 병명만 보고 증상이 심한지 알 수 있나요?
-조현병(혹은 조현정동장애)가 가장 심하고 조울증과 우울증 순으로 증상이 심각하고 중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반적인 경향이나 통념이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 증상의 심각도와 예후는 환자마다 다릅니다. 조현병 환자라고 할지라도 사회생활을 무리없이 하는 경우가 존재하고, 우울증 환자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과연 조현병이 우울증보다 무조건 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약을 먹고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증상이 사라지나요?
-환자마다 다르지만 양성증상은 보통 일주일~한 달 정도에 사라지며 음성증상은 수개월 간 존재하기도 합니다.

병명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병명은 자신의 주치의에게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모종의 사유로 자신의 병명을 직접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의 발급을 의뢰하시면 그 서류에 병명이 나와 있습니다(통원확인서는 안 됨). 처방전에도 질병코드가 적혀 있어 병명을 알 수 있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를 확인하면 병명이 나와있지만, 심리검사는 참고용이므로 실제 진단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병코드가 무엇인가요?
-질병코드는 여러 질병과 사인을 체계별로 분류하여 그 기호를 달아 놓은 것입니다. 의료기록을 정리하거나 통계를 내는 데에 이용됩니다. 정신질환은 F로 시작하며, 조현병은 F20, 조현정동장애는 F25, 우울증은 F32, 조울증은 F30과 F31(대표적인 코드)입니다. 나머지 코드는 http://www.koicd.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옮길 때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이전 병원에서 진료기록과 진료의뢰서와 처방전을 발급받아 가시면 됩니다. (6개월 내에 시행한) 심리검사 기록이 있으면 결과지도 함께 받아서 새 병원에 가져다 주면 됩니다. 이들 준비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히스토리(병력) 진술과 처방약 실물로 대체할 수 있지만 되도록 준비물을 지참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과 병동의 생활은 어떠한가요?
-병원마다 다르지만 보통 기상 및 취침, 식사, 투약, 면담, 치료프로그램 진행, 단체 산책 등이 규칙적인 일정에 의거하여 이루어집니다. 투약은 스스로 먹지 않으면 약을 강제로 먹이거나 약을 먹이고 입을 벌리게 하여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치료프로그램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노래방, 원예, 미술, 종이접기 등이 있습니다. 가끔 탁구장이나 운동기구를 비치하여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단체 산책은 의료진의 동행 하에 산책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병동의 종류로 개방병동과 폐쇄병동(보호병동, 안정병동)이 있습니다. 어느 병동에 입원하게 될지는 입원의 종류(자의, 동의, 보호)와는 무관하며,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결정됩니다. 개방병동은 외출이 자유로운 편이며, 폐쇄병동은 사용 가능한 물품이 제한적이고 외출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보통 긴 끈, 날카로운 것, 보조배터리 등의 둔기류, 라이터 등 자신이나 의료진 또는 다른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물건들이 반입 금지 물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휴대폰은 반입이 가능한 곳도 있고, 특정 조건(유심 회수, 카메라 사용 제한) 등을 만족해야 사용하게 해주는 곳이 있으며, 보통 사용 금지인 곳이 많습니다. 책은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고 비치된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합니다. TV도 취침시간 전까지는 시청 가능합니다. 정신병동에는 격리와 강박이 있는데, 격리는 격리 전용 1인실(안정실)에 환자를 혼자 두는 것이고(의료진이 CCTV로 관찰합니다), 강박은 환자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격리와 강박은 환자가 불안정하여 자신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을 때 시행합니다. 퇴원은 자의입원의 경우에는 자유이며, 나머지는 주치의와 보호자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정신과 병동에서 폭력행위가 일어나나요?
-많은 노력을 통해 사라져가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의료진에 의한 폭력과 환자에 의한 폭력 모두가 아직은 존재합니다. 부산의 정신과 의사가 퇴원 명령에 불복한 환자에게 살해당한 사건과 경남에서 남자 간호사의 폭행에 의해 정신질환자가 사망한 사건( http://www.mindpo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4090 ), 부산에서 환자 간 살해사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426/95252214/1 )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폭력을 겪지 않고 무사히 퇴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는 더 많습니다.

심리평가 보고서가 중요한가요?
-심리검사는 환자의 심리상태를 진단하기에 유용한 수단이지만 보통 실제 진단에는 임상면담을 통한 주치의의 판단이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보통 심리검사는 참고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정신장애 진단이나 병사용 진단서 발급 등에는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장애등급은 어떤 상태여야 받을 수 있나요?
-GAF척도가 51점 이상 60점 이하인 경우가 정신장애 판정의 최소 요건입니다. 그 외에는 공단 의사들의 판단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일반인이나 일반 정신과 의사는 장애등급이 어느 정도 나올지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대인관계
조현병 환자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증상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환자 자신의 노력이 동반된다면 얼마든지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필자도 친구 몇 명이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요?
-환자를 평소처럼 일관되게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환자의 모든 행동을 받아줄 순 없지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지지적으로 대해주세요. 만약 환자가 자.해나 타해를 할 땐 단호하게 대응하시되 '나는 너의 행동에 화가 났을 뿐 너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인을 주세요. 만약 환자를 정말 이해할 수 없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환자와의 만남과 연락을 피하고 관계를 끊는 것이 서로에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치료받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1차적으로 증상의 심각성과 치료의 필요성을 들어 환자를 설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병식이 결여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은 우선 가족들만 가서 의사에게 상담을 하거나, 다른 증상을 치료하자고 꾀어 의사에게 면담을 받게 하세요. 진단을 받았더라도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환자가 약을 거부하면 먹는 음식이나 음료수에 약을 몰래 타서 먹이시기 바랍니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로 속여 약을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주변인들이 몰래 먹일 수는 없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고 병식을 갖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강제입원이라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그것이 만능은 아닙니다. 자신을 입원시킨 가족들에 대해 앙심을 품거나, 퇴원 이후에 의료진과 처방약을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최후의 경우에만 강제입원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상담과 사회 서비스
정신건강센터는 어떤 곳이고 무슨 일을 하나요?
-정신건강센터는 각 지역의 정신질환자에게 사례관리 서비스와 치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지역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곳입니다. 사례관리 서비스란 정신질환자 개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지속적인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병원 면담처럼 약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대인관계는 어떤지, 사회생활이나 직업적 기능은 어떠한지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에 동행하거나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치료 프로그램은 정신과 병동이나 낮병원과 비슷합니다.

낮병원은 어떤 곳이고 무엇을 하나요?
-낮병원은 정신과 병동과 퇴원의 중간적인 형태로 낮에는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과 어울려 치료 활동에 참여하며 관리를 받고, 일과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환자는 잘 통제된 안전한 환경에서 대인관계와 사회적응을 연습해볼 수 있습니다. 치료 프로그램과 일과는 다음 예시 사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어떤 곳에서는 낮병원 환자들에게 바리스타 등 직업재활을 시키기도 합니다.

조현병 환자에게 상담이 도움이 되나요?
-급성기에는 상담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물치료가 최우선적입니다. 그러나 급성기가 지나고 상담이나 사회적 지원을 병행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조현병에서 인지치료가 시행되기도 하며 이를 주제로 한 책이 존재합니다(조현병과 망상장애의 인지치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21960 ).


직업, 사회생활
조현병 환자도 일을 할 수 있나요?
-급성기에는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과업 수행을 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급성기가 지나고 치료가 잘 진행되면 직업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에게는 어떤 직종이 적합한가요?
-조현병 환자는 모든 직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직업의 종류가 아니라 근무 조건입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곳, 휴가를 제공하지 않는 곳, 군기를 빡세게 잡는 곳, 진상들을 상대하기 쉬운 곳 등은 정신질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조현병 환자도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을 전공하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할 수 있나요?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 많은 동기가 바로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정신건강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지식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면 전공하거나 종사하여도 문제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자신과 타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나 간호사의 경우에는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정신질환이 언급되어 있지만 의료인에 적합하다는 진단서가 있으면 괜찮습니다.

취업할 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회사가 알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회사는 지원자나 직원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군, 경찰, 법원, 국정원, 조종사 등의 특수 직종에서는 지원자의 동의를 얻어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원자가 거부한다면 임용에서 탈락됩니다. 남자의 경우는 더러 병역 상태나 군번을 통해 정신질환 유무를 유추하는 곳이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