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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인생 살면서 부모님 덕분에 흙수저는 이제 벗어낫다

힘내자(222.99) 2015.11.07 01:02:49
조회 281 추천 3 댓글 2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해도 우리집 흙수저라 할 만했다.


지방 광역시 변두리에 살았다.  

아버지가 내가 2살때 하우스를 지으시고 거기에서 중딩때까지 먹고 자랐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화장실이었다

너네 그거 아냐? 시골가면 논 같은데에 물 대려고 가져다 놓은, 애들 키만한 검정색 고무대야

그걸 땅에 묻고 고무대야 위에 나무를 덧대서 발판을 만든 푸세식중의 상푸세식 화장실 ㅋㅋ

나는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내가 2학년때까지는 국민학교였어) 화장실에서 똥을 못누고 집 옆에 산에가서 똥누고 그랬다.

똥싸려고 밑을 보면 진짜 똥통에 빠져죽을까봐 존나 무서웠거든

집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방구석은 쥐새끼들 놀이터였고 여름에는 현관문 바로 앞에서 뱀도 몇번씩 봤다

어렸을때부터 이런거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단련되서 웬만한 바퀴벌레, 지네 이런것들은 그냥 때려잡을수 있는 배짱이 생긴건 안 자랑이다.


암튼 이런 열악한 주거환경 속이었지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부모님이 워낙 노답이라 이혼해서 고아원행 집단자살 이런 막장테크트리는 안 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남매의 교육에 대해 관심도 있으셔서 없는 살림이었지만 동네 구멍가게 보다 작은 보습학원이라도 보내주셨고

내가 저녁에 늦게 집에 들어올때면 차타고 5분거리 버스 정류장까지 차로 나오셔서 나를 데리고 오곤 하셨다.

학교일에도 협조적이라 학교에서 어머니들 동원해야할 일들이 있을때마다 어머니는 항상 앞장서서 학교일을 도와주시곤 했다.

그러나 역시나 문제는 아버지가 벌인 일들이 죄다 족족 망해서

우리 가족은 손가락만 빨면서 지낸 날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땅주인이라는 사람이 우리가 무단으로 들어와서 무허가 가건물을 짓고 살고 있으니

고소당하기 싫으면 한달에 땅값 임대료를 얼마씩 달라고 했던걸로 기억한다.

그 돈이 진짜 얼마 안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돈마저 내지 못해서 땅주인이라는 사람한테 

온갖수모를 당하는 부모님을 보는것은 어린 나이에 꽤 충격이었다.

방에서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나중에 이 세상에 있는 돈 내가 몽땅 쓸어 담아서 태워 없애버려야겠다는, 

그래서 우리 부모님처럼 돈 없는 사람들도 수모 안당하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어처구니 없는생각도 했다.(리틀 빨갱이, 리틀 아나키스트였음 ㅋㅋ) 

세상사 아무것도 모르는 코흘리개 꼬마가 일단 돈을 많이 벌어 쓸어 담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까지할 수 있게되었다. 그때가 초등학교3학년땐가 4학년때였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일찍 철이들어버린 아이의 모습만큼 세상에서 가슴아프고 슬픈 모습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내 모습도 투영되고)

빚쟁이들의 독촉 전화에

분명히 옆에 부모님이 있음에도 알아서 눈치껏 엄마 아빠 나갔다고 구라뻥을 치고

너 엄마아빠 있는데 거짓말한거면 찾아와서 다리몽뎅이 분질러버릴거라는 빚쟁이들의 위협에

무서워서 눈물도 찔끔찔끔 났지만 뒤돌아서면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공부해서 성공하겠다는 일념만 있었다.  

고등학교때 쉬는날 어머니가 정확히 무슨이 일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옆에서 도와드리기도 할 겸 따라나선적이 있었다.

정수기 비데 점검해주고 간단한 수리를 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많이 울컥했다. 어머니가 여자의 몸으로,

50넘은 아줌마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무거운 정수기를 옮기고 필터를 가방 한가득 들쳐메고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겠나.

부모님이 이렇게 고생스럽게 일해서 돈버는데

책상에 편하게 앉아서 공부하는게 뭐 힘든일이라고. 그때 어머니를 따라 나섰던 그날의 경험이 공부하는데 많은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었다.


공부는 공부대로 나름 했지만 먹는것만큼은 비루하기 이를데 없어서

하루에 한번내지 두번은 꼭 라면을 먹었고

요즘에 흙통령이 전파하는 돼지뒷다리살을 그때 물리도록 먹었다.

그리고 뼛국도 마찬가지. 

어디 식당에서 거의 버리기 직전의 쓰레기급의 뼈다귀를 어떻게 구해와서 

우리고우리고 더 이상 국물이 우려나오지 않을때까지 한 보름동안 국으로 뼛국만 먹었던 기억도 있다.

이정도면 진수성찬이었고 내가 가장 많이 먹었던 메뉴는 간장이랑 참기름 김가루 넣어서 비벼먹은 밥이었다.



이렇게 쥐구멍에도 볕들날 없을것 같은 우리집에도 한줄기 빛이 찾아오기 시작한것은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때 쯤이었다.

어머니가 우리반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어머니를 어떻게 우연히 만나게되었는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친구어머니께서 자기네 상조회사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 친구 아버지께서 그 상조회사 우리동네 지역 본부장을 맡으셨는데 일손이 많이 부족하시다는 거였다. 

어머니는 장례 관련한 일이라 맨 처음에는 꺼려하셨다. 하지만 이 일이 결코 부끄러운일도 아니고 지금은 크게 보잘것없지만

5년 10년 후에는 이 시장이 어떻게 발전될지 모른다는 친구어머니의 조언을 받아들여 함께 일을 하시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이제 대학교를 보내야하는 아들딸 생각에 더 이상 다른 길이 없음을 직시하시고 장례지도사의 길로 뛰어드셨다.

아버지의 마이너스 손에 대한 확실한 의심이 있었을때라 상조회사일을 해봐야 달라질게 있겠나라고 반신반의 한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죽음을 대하는 데 정말 열과 성을 다한 부모님의 모습에 사람들도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 아버지의 수완도 매우 훌륭하셔서 우리 부모님이 근무하시는 상조회사는 이제 규모도 많이 커지고 사업도 반창해서

대중매체 광고를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회사가 되었다.


여담이지만 얼마전에 고모가 돌아가셔서 아버지께서 염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아니 혐오하는 사람이 하나밖에 없는 고모였다. 생전 할머니께도 저 시팔년(고모) 뒈져도 나 가지도 않을거니까 연락하지도 말라고.

평생을 고모와 그렇게 사셨던 분이었지만.

방망이 깎는 노인 버금갈 정도의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고모에게 예와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아버지 정말 좋은 일 하신다,

아버지 아들로 태어나서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그래도 숨좀 쉬면서 살수 있게 된것도

어쩌면 아버지가 저런 좋은 일을 하시기에 아버지의 손을 거쳐간 망자들이 우리에게 복을 줘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나는 부모님이 우리남매가 한창 커가는 시기에 찌글찌글고 힘들게 살아왔던 시기에 

우리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키워준거에 대해 엄청 감사함을 느끼고 존경해 마지 않는다.

아직도 부모님께서 돈 벌고 계시고 (60이 넘었는데 일을할 수 있고 수입이 있다는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돈 중 일부는 아직도 빚갚아 나가는데 쓰고 있긴하지만 이제 앞으로 과거보다 나빠지진 않을거라 확신할수 있다.

앞에서 내가 공부 졸라 판 얘기를 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거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런건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애들 가르치며 나름 보람있게 살고 있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구김살 없이 자란 내 모습에 나는 만족한다.

그리고 힘들었을 시기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이 사람들 덕분에 이 악물고 잘 살아야지 하며 버틴것도 있다)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들도 분명히 있다. 그 분들이 힘든 우리 가족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더 노력해서 그런 위치, 자리까지 올라가 힘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냥 두서 없이 싸질러 놓은 긴 글 

니네가 좋아하는 몇줄 요약해줄게.


1. 부모님 하는일이 하는 것마다 망해서 고등학교다닐때까지 미천한 흙수저 집안

2. 하지만 부모님 의식은 깨어 있어서 우리 남매 배우는것 만큼은 잘 해줬음

3. 주변의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지금은 갱생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음

4. 부모님 알라뷰 땡큐. 나도 주변에서 힘들게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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