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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영 인터뷰 3 - 바자

ㅇㅇ(218.38) 2015.12.10 20:52:10
조회 2480 추천 57 댓글 8
														


류혜영, 결핍에 관한 행복한 시선

몇몇 작품 속에서 류혜영은 발랄한 여자였다. 영화 <잉투기>의 괴짜 소녀, 설경구, 박해일과 호흡을 맞췄던 <나의 독재자> 속 배짱 넘치는 아가씨, 드라마 <스파이>의 사랑스러운 국정원 요원. 하지만 마냥 밝아 보이는 그 얼굴엔 항상 이면이 존재했다. 절망과 환희, 반항과 순응, 삶의 양면을 격의 없이 오가는 배우. 그녀의 연기는 결코 균일하지 않고 때로는 거칠다. 정형화할 수 없다는 것. 수많은 신인 여배우 중 류혜영에게 시선이 가는 이유다.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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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가 첫 드라마다. 영화 <잉투기>나 <나의 독재자>에 비해서 비중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섭섭하진 않나? 화장실 갔다 오면 쓱 지나가버리는 역할이에요. 매 회마다 한 번 씩은 꼭 나오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면 볼 수 없는. 하지만 제 위치나 상황에서는 오히려 감사해요. 사실 분량과는 상관없이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확 끌렸어요.


<잉투기>나 <나의 독재자>에서 연기한 인물들은 내면에 결핍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파이>의 은아는 넉넉한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부족함 없는 아이다. 확실히 그렇지만, 나는 촬영장에서 결핍을 느껴요. 첫 드라마다 보니 두려움이 무의식 중에 불쑥 튀어나온다고 할까요. 좀 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표현하고 싶은데 은아에게도 미안해요. 영화의 긴 호흡에 익숙해 있던 터라 드라마가 낯선 건 사실이죠. 워낙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니까 불만족스러워도 그냥 가야 하거나 TV로 처음 모니터 할 때도 많아요. 처음에는 자괴감에 어쩔 줄을 몰랐어요. 사실 지금도 계속 적응하는 단계예요.  


영화에 비해서 특유의 일상연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비중보다는 장르의 문제일까? 단편 영화 <서울 연애>에서는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여자친구가 있는 선배와 아침을 맞이한 후 “자요? 짬뽕 먹을래요?”라는 대사도 무척 앙칼지게 잘 살리더라. 
배우는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하는데, 사용법을 잘 알아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촬영 전 감독님에게 솔직하게 다 오픈하는 편이에요. 드라마는 감독님과 만날 시간이 적다 보니까 스스로 생각해야 했던 부분이 많아 그 부족함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또 내가 경험해봤고 확신이 드는 건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열어놓고 수용하는 편이거든요.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들이 다 차곡차곡 쌓이는데 이게 맞나 싶으면 저것도 옳은 것 같고. 혼란스러웠죠. 후회까진 아니지만 겁내지 말고 감독님을 더 괴롭혀 볼걸,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작위적이면서 감정적인 연기가 있는 반면 밋밋하지만 일상적으로 보이는 연기가 있다. 당신은 후자에 가깝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연기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할로 머무는 게 아니라 그 인물 자체로 사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현장에서 뒹굴면서 마음을 쓰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좋은 배우에 대해서만 고민했었지, 좋은 연기에 대해서는 지금 딱 답을 내기가 힘드네요.


그렇다면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인가? 눈이 좋은 배우에 본능적으로 끌려요. 연기할 때 눈에 뭔가가 있는 배우가 있어요. 눈은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좋은 눈은 영화에서 잊히지 않는 순간들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제니퍼 로렌스 같은. 특히 <윈터스 본>은 제니퍼 로렌스의 눈을 빼면 말할 수 없는 영화예요. 


연기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던 순간을 꼽는다면? 몸과 마음 모두 힘든 게 정말 끝까지 차올랐을 때 오히려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를테면 <잉투기>의 영자는 굉장히 외로운 친구잖아요. 부모님도 안 계시고 친구, 형제도 없이 늘 혼자인데, 정작 본인은 외롭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죠. 촬영을 중반까지 마치고 어느 날 집에 갔는데 너무 외로운 거예요.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내가 한두 달 동안 영자로 살았구나, 라는 느낌에 울면서도 기분이 참 좋았어요. 앞으로도 힘든 것만 계속 하고 싶어요. 이상한가요?(웃음)    


첫 상업영화 <나의 독재자>의 오디션 당시 미국에 있어서 영상 통화로 오디션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까지 이해준 감독이 당신을 고집했던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바로 ‘으하하’ 하는 제 웃음소리….(웃음)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첫 상업영화인데, 현장에서도 두려움 없이 그냥 신나게 했거든요. 독립영화와 환경이 정말 달랐어요. 의상 때문에 고민 안 해도 되고, 늦게 끝나도 버스 끊길 걱정도 없고. 여기선 그냥 연기만 생각하면 되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제 완전히 프로의 현장에 들어왔으니까 연기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게 없었어요. ‘나 연기만 하면 돼? 감사합니다!’ 하고 마냥 들떠서. 조심성도 없고 어떻게 보면 왈가닥인데, 그럴수록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은 더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알고 보면 2007년 <여고생이다>로 데뷔한 ‘중고신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8년가량 열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왔다. 열악한 상황도 많았을 텐데, 연기에 대한 꿈을 쭉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인가? 재미있었으니까요. 내게 촬영 현장은 정말 소중한 곳이에요. <여고생이다>를 촬영하면서 야식을 먹는데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전까지 ‘행복’이란 단어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실체를 만진 느낌이랄까. 스타가 되겠다는 생각 없이 시작한 건 맞지만, 가끔은 욕심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어요. 왜 나를 몰라줄까, 나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잘할 수 있는데,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데…. <잉투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된다.” 돈도 못 벌고, 미래도 불안하고, 힘들지만 계속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을 받아야 하는 거니까, 기다리는 시간을 잘 버텨내면서. 그렇게 계속 쌓이는 거죠.


독립영화가 그리운 순간은 없나? 많아요. 상업영화도 좋지만 독립영화만의 재기발랄한 매력이 있잖아요. 하지만 더 성장한 다음에 하고 싶어요. 제가 독립영화 발전에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럴 만한 힘이 없어요. 얼마 전에 개봉한 <꿈보다 해몽>이라는 독립영화에 유준상 선배님이 개런티 없이 출연하셨거든요. 유준상이란 배우가 작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받겠죠. 그런 행보가 참 멋있는 것 같아요. 


진지한 이야기도 신나게 하는 모습이 이제껏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결핍과 발랄함을 함께 갖춘 소녀들과 몹시 닮았다. 요즘엔 어떤 날은 무척 즐겁다가 다음 날에 괴롭다가,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거예요.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으면 다들 너답지 않다고 하는데 ‘정말 나다운 게 뭘까? 내가 하면 그게 나다운 거 아닌가?’ 싶었어요. 다르게 생각하면 ‘또 다른 내가 이만큼이나 있었구나, 새로운 나를 발견해서 즐겁다’ 이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난 어떤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리면 그렇게만 살게 될 것 같아요. 어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봤어요. 넌 누구냐는 질문에 줄리아 로버츠는 나이나 직업 같은 프로필을 읊죠. 거기서 “그게 아니라 진짜 네가 누구야?” 하고 되묻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이건 평생 동안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봐야만 하는 거죠. 그래서 문득 스스로 되새겨야 할 문장이 떠오르면 꼭 메모하는 편이에요. 틈날 때마다 돌아볼 수 있도록.


최근에 적었던 것을 말해줄 수 있나?‘행동이 아니라 생각하기를 더디하고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마저 멈춰서 안주해버리는 내가 무섭다’.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정형화되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니까요.


제니퍼 로렌스를 좋아하는 것 역시 정형화된 것에서 탈피하는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기존과 다른 역할이 있다면? 요즘엔 로맨틱 코미디에 끌려요. 나만의 러블리함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좀 ‘돌아이’ 같은 거, ‘못생겼고 이상하게 하고 다니는데 사랑스러울 수 있네?’ 이런 느낌 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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