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번 궁금해서 지난 5월에 했던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한 민간인 학살편을 봤다. 뭐 딱히 기대를하고서 본 것은 아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말그대로 자의적인 해석과 조작이 판을 치는 에피소드였다. 아니 그냥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한 우크라이나 전쟁 편은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였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가짜뉴스에 대해서 언급을 한 이 에피소드에서는 러시아는 악이고 우크라이나는 정의라는 아주 자의적이고 끼워맞추기식 전제를 바탕에 두고 시작한다. 심지어 러시아가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의 문제가 가짜뉴스라는 식의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에서 자행된 민간인의 죽음을 전적으로 러시아군 탓으로 돌린다. 이 과정에서 인용하는 이들의 증언은 죄다 우크라이나측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과, 우크라이나편을 드는 종군기자,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옹호하는 인터넷 유저들이다.

1991년 소련 연방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정치적으로 보여왔던 동부와 서부의 정치 대립은 얘기하지도 않고, 전 우크라이나 국민이 젤렌스키 정부를 따르는 것처럼 묘사한다. 가짜뉴스에 대한 언급도 어이가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러시아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전쟁으로 진실이 드러나며 가짜임이 밝혀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트위터를 포함한 각종 SNS에 올라오는 자료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상당히 많이 조작된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측에서 조작한 내용들도 많다. 예를 들어 네오나치 조직인 아조프 부대 텔레그램에 자신들이 친러 민간인을 죽여놓고 시신을 땅파놓은 구멍안에 내던지는 영상이 있다. 이러한 영상은 페이스북에 올렸다가는 가짜뉴스로 판정된다.

즉, 서구나 우크라이나 측도 공개된 자리나 SNS 상에서 검열을 하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러시아군이 했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린 부차학살만 봐도 그렇다. 우크라이나군이 부차를 수복했을 때, 아조프 부대 간부인 보츠맨이라는 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삭제한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다.

"파란색 띠 안찬 애들은 다 쏴도 되는건가?" "당연하지!"

실제로 부차에서 죽은 민간인들의 시신을 보면, 죄다 하얀색 띠를 차고 있다. 하얀색 띠는 이 전쟁에서 친러성향의 인사를 의미한다. 또한 학살된 시신들 중에는 러시아군 전투식량을 소지한 민간인 시신도 있다. 이들의 옷이 벗겨진것을 보면 소지품을 검사받은 후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4월 2일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에서도 부차에서 부역자를 색출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부차학살에 대한 또 다른 근거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국제법적으로 금지된 무기인 플레셰트 탄을 민간인에게 사용했다는 우크라이나발 주장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인다. 서구 언론들은 민간인 시신들의 사망 시간이 러시아군의 부차 점령 당시라고 추정하며, 러시아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었는데,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 포격을 날려서 자폭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쟁에서 플레셰트탄을 사용한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거짓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플레셰트 탄을 사용하고 있고, 2014년에 시작된 돈바스 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도네츠크 등 민간인 주거 지역에 플레셰트 탄을 쏴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맥락 따위는 1도 얘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렇게 한쪽 이야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불리하니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탐구하고 밝혀낸다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심각한 언론 플레이를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네오나치 조직을 키워왔고, 앞에서 비롯한 플레셰트 탄을 포함하여 드론 무인기와 같은 각종 전쟁기계을 지원해온 나라는 바로 미국이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선 1972년 베트남 전쟁 당시 닉 우트가 찍은 사진인 '네이팜 소녀'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며 베트남 전쟁의 반전여론을 높였다고 말한다.

이 또한 자의적인 비교다.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 전쟁은 애초에 프랑스 식민지 지배가 남긴 잔존지역에 미국이 자의적으로 응오딘지엠 정부를 세워 대다수 민간인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자행하다가,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여 전면적인 침략을 자행했다. 반면에 러우전쟁은 연방해체 이후 생긴 동부와 서부의 갈등에서 러시아가 명분적으로 동부를 구한다는 이유에 따라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의 포로셴코 정부는 동부에서 온갖 탄압과 학살을 자행했다. 러시아어를 쓰는 이들이 많은 곳에서, 러시아어를 못쓰도록 강요했고, 아조프 부대와 같은 네오나치 조직을 보내 포격과 폭격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놈으로 몰려 학살당한 우크라이나인들도 많다. 즉 이들을 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던게 이번의 러시아다.

따라서 대다수 동부인들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인을 환영했고, 실제로 그런현상들이 일어났다. 다만 국내 언론에 보도가 안됐을 뿐이다. 즉 돈바스 민중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에게 심각한 탄압을 받았고, 네오나치들은 유치원을 포격하고 노조사무실에 방화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런 사실마져도 외면한다.

나는 간혹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다. 그러나 이번에 본 에피소드는 단연 역대 최악이었다. 우크라이나측의 조작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1도 의심하지 않는 방송측의 악의성과 자의성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전쟁 끝나고 나서 어떻게 말이 바뀌는지 한번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