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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과 생성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8.08.28 20:45:08
조회 490 추천 13 댓글 7



- 또는 생의 마감과 재탄생, 혹은 끝과 또다른 시작 -

너무 오래 묵혀두고 있던 글이지만
마무리는 하고자 해서...

긴 글이지만 읽어주면 감사...


종영 여운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은 채 역시나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준 드라마였어.  아름다운 결말과 앞으로의 나날이 어떨지 상상해보는 즐거움까지 그 동안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휘몰아치는 전개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매회차 엔딩과 더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거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소멸과 생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 첫화에서 인남과 엄마인 오로라 박사는 아빠 남정우의 죽음을 계기로 남회장의 부름에 의해 강제로 헤어졌어.  첫회 시작부터 죽음과 헤어짐이라는 두 개의 소멸이 발생해.  그리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들을 꼭 닮은 (이제는 외모 뿐 아니라 원칙이나 기능까지도 닮았다는 걸 알고 있지) 인공지능 로봇 남신1을 만들어.  또 하나의 아들의 재탄생, 즉 생성이야.  남신1은 남신2와 남신3로 거듭나며 재탄생을 반복하지.  그러다 충격적인 1화의 엔딩, 인간 남신의 사고로 인한 소멸이 발생해.  물론 생명을 잃은 건 아니지만 누워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는 소멸에 가깝지.  1화에서만 세번의 소멸과 세번의 생성, 이것 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다이나믹함이 예고 되었던 것일지도 몰라.

로남이는 사고를 당한 인남이의 대신이 되어주기로 결정해.  평화롭고 조용하고 행복했던 나날이 종료되고, 긴장감 넘치고 자신을 숨기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이로서 존재해야만 인정 받는 삶이 시작 돼.  예측이 불가능하고 거짓말만 늘어놓는 소봉을 만나면서 자신을 완전히 숨기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늘어감에 따라 위장했던 삶에 균열이 생성되지.  

그리고 소봉의 경우는 격투기 선수로서의 삶이 소멸되었고 경호원으로서의 삶으로 재탄생해.  그닥 만족스럽지도 않은 삶 돈이나 벌자는 심정으로 몰카 범죄까지 벌이지.  그게 들키는 바람에 (물론 짜고 치는 판에서 들키는 수순이었지만) 경호원의 삶도 위기였다가 소봉의 호기심과 서이사 모략의 결탁으로 다시 개인 경호원이 돼.  인남의 경호원을 접고 로남의 경호원으로서의 시작이야.  자율 주행차 시범 주행 사고로 로남이의 정체가 틀통나면서 스파이에서 조력자로 변신하게 되지.  그 이후 깡통 로봇 꼬봉과 주인으로, 로봇과 인간 사이의 최초의 친구로, 그리고 연인으로 둘의 관계는 점점 발전하고 깊어져 가.  로남 역시 인남인척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삶에서 소봉에게만큼은 자기를 온전히 보여 줘도 되는 변화가 시작되었지.  이게 얼마나 나중에 커다란 결과를 가져오는 지 둘은 모르는 상태로 말야.

이 드라마에서 끊임 없이 보여주는 소멸과 생성, 끝과 시작, 생의 마감과 또다른 탄생 중에서 머리가 띵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몇가지가 있어.

하나는 인남의 의식 불명 종료와 살벌한 귀환 선언이었어.  드라마 흐름상 서종길을 물먹이려면 저게 인남이어야 하는 건 맞기 때문에 컵을 깨뜨려 피를 흘리는 것까지는 예상을 했지만 그 뒤의 인남의 표정 및 반응과 대사가 소름끼쳤지.  그러면서 로남 인남 투트랙의 널뛰기 서사가 긴장감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했어.

그리고 또다른 하나는 오로라 박사의 죽음이야. 인남과 로남의 엄마로서 생성에 관여했지만 킬스위치를 만듦으로써 소멸을 주관하는 자로 다가가는 듯 하다가 결국은 제어칩으로 로남이를 살리고 엄마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엄마라는 말로 본인을 희생하지.  엄마가 인남이를 정신차리게 할 열쇠일 것 같긴 했지만 그렇게 마지막까지 갈 줄은 몰랐던만큼  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엄마가 얼마나 처연하고 안타까웠는지.  덕분에 인남이는 정신 차리고 개망나니 남신 청산하고 개인척 하는 남신 정도로 다른 삶을 살게 되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로남이의 소멸을 꼽지 않을 수가 없지.  더 이상 인간 남신인척 하는 거짓 삶의 마침표를 찍고 인공지능 로봇으로서 당당하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갈 다짐과 선언을 하기가 무섭게 킬스위치가 작동해 버려.  오로라 박사의 불완전한 제어칩에 킬스위치가 재작동되고 그로 인해 완전한 소멸이 얼마 안 남은 시간에서조차 로남인 자신의 본분을 다 해.  사랑하는 소봉을 울리면서까지 로봇이면서 인간에 가까워져 간 로남은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이타적인 행위인 타인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숭고한 희생을 통해 본인의 소멸을 택하고 인남의 삶을 지켰지.  

본방 볼 때 엄청 긴장하다 킬 스위치 시간이 다 지나기 전에 로보워치를 스스로 빼는 순간 안심을 해버려서 (인남인척 하기 위한 행동이라 개연성 넘치는 전개에 감탄) 해피엔딩을 예감했지만 그래도 로남이가 무표정으로 바다 깊숙이 서서히 가라앉는 장면은 보는 사람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게 했고 그 직후 전원이 꺼져버린 데이터센터는 어떤 형식으로든 소멸이 발생할거라 그 전에 짐작은 했었음에도 혹시나 모를 불안감을 안겨 줬어.  1년 간의 기나긴 소멸의 시간을 끝내고 로남이 소봉에게 돌아왔을 땐 많은 기능을 잃어버린 평범한 인간에 더욱 가까워져 새 삶을 예고했고.  기능은 잃었지만 기억은 잃지 않아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덤으로 보여준 남회장과 서종길의 악인으로서 권력을 누리고 본인의 욕심을 채우려 남을 해하는 삶의 강제 종료와 벌 받으면서 무력하게 지내는 삶의 시작은 사필귀정의 전형적인 결과라 할 수 있을 듯.

이렇듯 이 드라마는 소멸과 생성의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고 새로운 길을 찾고 선택하고 버리면서 그렇게 어떻게 살아가면 인간답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듯 해. 더불어 인간갑게 살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대본집이 담백해서 내가 느낀 감상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은 접하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그리 느낀 거면 그런 거겠거니 하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해서 무엇을 끝내고 무엇을 시작할지 잘 생각하면서 다들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안녕... 너도 인간이니...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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