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DDR 매니아층에서 종종 들리는 '한국판 DDR은 판정이 이상하다' 라는 이야기에 대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분석을 해보고싶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나라별로 판정을 다르게 해놓았을 리는 없고 그럼 차이가 있다면 하드웨어적인 측면일텐데, 조금 비약적일지도 모르지만 발판의 입력과 관련된 I/O 시스템은 나라별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남은 요인은 모니터. 제조사에 따라 인풋랙이 극명하게 갈리며 가격대도 천차만별인 이 모니터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까.

모니터 인풋랙에 따라 리듬게임에서의 판정선 위치가 바뀌게 된다는 건 당연한 사실. 이곳만 봐도 IIDX 유저들이 자신이 원하는 모니터가 탑재된 기기를 찾아다닌다거나 모니터 별로 판정선 옵션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라별 DDR의 모니터 차이에 대해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녹화된 DDR 플레이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하여 플레이어의 입력이 모니터에 나타나기 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하는 것. 이것으로 대략적인 인풋랙 차이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를 위해 사용한 2가지 영상. 왼쪽은 한국 기기의 플레이 영상, 오른쪽은 미국 기기의 플레이 영상. 인풋랙 측정을 위해서는 발판과 모니터가 모두 담긴 영상이 필요했고, 둘 다 60프레임 영상을 사용했다.

측정 방법은, 패널에 발이 닿는 타이밍과 실제로 화면에 판정이 나타나는 타이밍의 차이를 계산하는 것.

먼저 한국 DDR의 프레임 측정. ↓ 패널을 밟은 후 7프레임 후에 화면에 판정이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은 미국 DDR. → 패널을 밟은 후 5프레임 후에 판정이 뜬다.

물론 위 2개의 장면 말고도 정확도를 위해 각 영상을 여러차례 분석해본 결과, 한국 DDR은 주로 7프레임 후에 반응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가끔씩 6프레임으로도 측정되기도 했고, 미국 DDR은 5프레임과 6프레임이 적절히 섞여있었다. 이는 인풋랙이 들쑥날쑥하다는 의미 보다는, 게임이 각 프레임을 내보내는 타이밍과 카메라가 각 프레임을 녹화하는 타이밍이 어긋난다던지 등에 의한 측정 오차가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한국 DDR의 영상 출력이 미국 DDR보다 1~2프레임 정도 늦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한국 DDR에서는 1~2프레임 정도 더 일찍 밟아야 다른 기기에서의 판정과 같아진다는 것. 그것도 그렇지만 양측 다 저정도 인풋랙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매우 놀랐다. 일본의 백기체도 측정해보고 싶었지만 위와같이 녹화된 60프레임 영상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다.

원래라면 보통 인풋랙을 측정하려면 도구를 이용해서 양 측에 동일한 신호를 보내어 관측을 하는 것이지만 여건이 안 되니 이런 무식한 방법을 썼다. 요즘엔 타 게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판정 타이밍 조절 옵션을 DDR에도 제공한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인 것 같지만 이놈들은 만들줄 모르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