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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잊지 않아야 하는 것]모바일에서 작성

유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2 17:10:50
조회 844 추천 13 댓글 2
														
5부 완결 이후 이야기입니다. 외전과는 다른 세계관이에요.




--------------------




부산 남포동 인근 자갈치 시장. 대학생 쯤 되는 금발의 한 여성이 인상을 찌뿌린 채 무언가 찾고 있다. 주변 상인들의 계속되는 구애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찾아 나아가는 이 금발의 여성은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봐야 자갈치 시장에서 찾을 거라고는 해산물이 다겠지만.



'분명히 이쪽인데...'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감각은 분명, 자신이 찾던 그것에 대한 감지. 안그래도 찡그린 인상이 더 찌부됐다. 온갖 신경을 자신의 오감에 밀어넣는 초집중의 상태. 그녀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뒤를 돌아 전력질주 했다. 그리고 오징어 한마리를 사가려는 중년의 여성을 발견했다.


"아줌마!!!!!! 그거 저 주세요오오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광기 서린 눈으로 자신이 고른 오징어를 달라고 하는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 앞에 중년의 여성은 당황한 나머지 오징어를 놓쳐버렸다. 그리고 오징어가 차디찬 바닥에 부딫히는 순간. 조그맣게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오징어 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감사합니다아아아!!!!!!!!"


설화 파편이었다. 금발의 여성은 설화파편을 낚아채고 잽싸게 사라졌다. 물론, 오징어 값은 중년 여성의 몫이 됐다.


[설화 , '오징어 김독자와 조우한 옛 동료'가 깔깔 웃습니다.]


"무슨 설화 이름이 이래??"


헉헉거리며 뛰어가던 신유승이 멈춰서는 설화 파편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김독자가 귀환자로 부산에 떨어져 이길영과 이지혜, 그리고 자신과 조우했을 때의 기억이 담겨있었다. 순간 따뜻함을 느낀 신유승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저씨 보고 싶다.'








*










부산에서 얻은 새로운 '김독자 설화'를 들고 온 신유승을 반기는 것은 한수영이었다. 새까만 트레이닝복 세트를 맞춰서 입은 한수영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몰골을 한 채로 박물관에 들어온 신유승에게 핀잔을 주었다.


"꼬맹아. 왜 이리 늦었냐."


"오징어 설화가 자갈치 시장에 있어서 하루종일 걸렸어요."


"지금 바쁘다고. 오늘 새벽에 또 '김독자 설화'가 발견됐거든? 그니까 그거 주고 다음 장소쪽으로 가봐. 좌표는 한동훈이 보내줄거야."


"엥. 또요? 역시 우주적 존재라 그런지 파편이 너무 많나봐요.."


그리고 이 텅 빈 박물관 안을 채우는 것이 바로 그 파편이었다. 이곳은 공필두의 땅인 충무로의 한 박물관이다. 애초에 박물관이 지어질 땅이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강압으로 박물관이 지어졌다. 물론 강압적인 태도를 취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왔는데 아저씨 설화 조금만 보고 가면 안돼요..?"


한수영은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기며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래.. 적당히 보다 가라. 보려고 모으는 거니까 보긴 해야지."


방금 전까지 우울한 듯한 표정을 짓던 신유승은 한껏 들뜬 표정으로 입술을 파르르르 떨고는 콧김까지 내쉬며 어떤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마치 아이돌 팬 사인회에 처음 온 팬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굿즈 샵에 들어간 오타쿠 같은 모습이었다.


[설화, '김독자의 성생활'이 신유승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습니다.]


"앗."




깜짝 놀란 신유승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설화가 사라졌다. 곧이어, 다른 설화가 신유승을 맞이했다.




[설화,  '재앙의 왕을 사냥한 자'가 용맹하게 어필합니다!]



순간 아주 약하게 스파크가 튀어오르며 설화 상영기가 작동했다. 아무래도 전설급 설화라 그런지 연쇄반응이 있었다. 설화 상영기는 에일렌의 발명품이다. 확실히 실력있는 화신의 발명품 답게 전설급 설화 상영도 문제 없었다.


"역시.. 아저씨.. 짱 멋있다.."



이러다 침이라도 흘리겠다 싶을 정도로 입을 벌린채로 집중하는 신유승. 그렇게 한참이 지나 시간 감각 마저 무뎌질 때 쯤 한수영이 들어와 고함을 지르며 내쫓은 후에야 설화 상영기가 꺼졌다.


"수영 언니!!! 제발 저것만 보고 갈래요!!!!!!"


신유승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지만 이미 목덜미를 잡힌 채로 박물관 밖으로 끌려나온 후였다. 곧이어 얼굴 바로 앞까지 한수영의 얼굴이 다가왔다. 신유승은 공포감을 느꼈다. 예전에 암흑성에서 5급 악마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지금 보이는 이 여자의 얼굴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을 주었다.



"다음 파편 수집해오기 전까지 출입금지."


한수영의 그 말을 끝으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남은건 신유승의 딸꾹질 소리 뿐이었다.


















*
















2년전.


신유승은 공단의 광장에서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시간이 비거나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때 문득 그래왔다. 그러면, 언젠가 짠 하고 나타날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해서.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가...! 이상..!"


저 멀리 어디선가 소란이 일어난 듯 시끄러웠지만 신유승에게는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한수영이 유중혁과 싸우거나 한수영이 유상아에게 시비걸거나 한수영이 이지혜를 구박하는 경우일테니.


츠츠츳!



갑자기 스파크가 공단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신유승은 벌떡 일어났다. 시스템은 분명 부서졌는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으려 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던 그날의 악몽이 갑자기 신유승을 덮쳤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를 죽이던 그 때가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에 생생하게 자신의 심장을 짓밟고 지나갔음을 느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신유승은 눈을 꽉 감고 주먹을 쥔채로 그 자리에 서서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아...아.....으...."


그날, 한 소녀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그러나 살아남았고 끝내 구원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잃어버렸다고 해서 잊어버릴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 줄 사람이 자신 뿐이기에.


"유승아! 정신차려!!!"


그런 그녀의 양 쪽 뺨을 손바닥으로 찹. 하고 붙잡은 것은 유상아였다. 유상아는  갈 곳을 잃고 자해하고 있던 신유승의 기억을 붙잡고 흔들었다.


"빨리 가보자."


아. 신유승은 떠올렸다. 김독자가 머물고 있는 병실. 지금 이 상황의 답은 구태여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김독자가 깨어났을 것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신유승은 조그맣게 새어나온 눈물 한 방울을 닦아내며 유상아의 손에 이끌려 차에 탑승했다. 이설화의 병원에 도착하고나서 신유승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계속 달렸다. 그러다가 넘어져 계단에 무릎을 박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일행들이 뻗은 손을 잡고 더 힘차게 뛰어갔다. 그리고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엔.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김독자가 있었다.









*








김독자가 돌아오고 한동안 공단은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가 하나되어 김독자의 귀환을 축하했다. 누군가는 오열했고, 누군가는 미친듯이 하루종일 웃기만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를테면,


"뛰고 오겠다."


유중혁 같은 사람이 그랬다.


"사부! 마시라고! 어딜 토낄라고 그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지혜가 유중혁의 옷소매를 잡으며 만류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모든 이들도 유중혁에게 다가가 붙잡고는 강제로 자리에 앉혀버렸다. 그리고 그 옆자리엔 축제의 주인공이 앉아있었다.


"난 아무것도 안했어."


변명하는 듯한 김독자의 말에 괜히 짜증이 난 유중혁은 대답하지 않는 것을 대답으로 했다.


"술게임하자! 술게임!"


평소같았으면 이지혜를 막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오늘은 모두들 동조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김독자는 우리엘이 월드투어로 공단에 없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번 술게임이 왕게임이었으니까.


"5번 누구에요? 5번이 왕이에요."


이때 유중혁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일순간 정적이 일어났다. 그제서야 아차 싶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을 때, 유중혁이 말했다.


"내가 왕이다."


한수영이 배를 잡고 쓰러지듯 웃어제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그렇지! 너가 왕이긴 하지. 패.왕.유.중.혁!"


깔깔깔 웃던 한수영이 유중혁과 다시 눈이 마주치고 이내 모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가장 취해있던 이지혜를 빼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색하고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현성은 장교시절 대대장과 1대1로 만나 식사하던 자리가 떠올랐다. 그렇게 식은땀 흘리며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한지 5분이 지났다.


"김독자. 네놈은 어떻게 돌아온거냐."


"엥. 사부? 왕게임 그렇게 하는거 아닌뎁."


옆자리에 앉아있던 정희원이 이지혜의 입을 틀어막고는 다른곳으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안절부절 못하던 이현성도 뒤따랐다.


"물어봤으면 대답을 해라."


"눈 떠보니까 공단 병실이던데?


[해당인물의 발언이 '진실'임을 확인했습니다.]


"뭐야 스킬도 써지는거야?"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유중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뛰러 가보겠다."


누가 말릴틈도 없이 유중혁이 사라졌다. 살짝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코를 골기 시작한 이길영 옆에서 엄청나 기운으로 김독자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저씨."


김독자는 묻고 싶었다. 수능은 봤는지. 밥은 잘 먹는지. 어디 아프지는 않는지. 남자친구는 생겼는지. 이 밖에도 수십 수백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한마디만 하기로 결정했다.


"잘 지냈어?"










*










김독자가 돌아오고 1년이 지났다. 중간중간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질 때가 있었지만, 금방 돌아와서는 1년 내내 일행들을 만났고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독자 형 또 사라졌어!"]


["아니거든? 지금 완전히 잘 느껴지거든? 너는 모르지?"]


["야, 똥개. 내기할래? 독자형 나랑 지금 게임하기로 했었거든?!"]


["그래. 가보자고 이 벌레야!"]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방에서 한수영이 김독자를 뒤에서 꼭 끌어안고 있었다.]


["어."]


[문이 닫혔다.]


["뭔데?"]


[문이 열렸다.]


["아."]


[문이 닫혔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잠시들린 유중혁이 다가와서는 문을 열었다. 신유승과 이길영이 말릴 틈도 없었다.]


["음?"]


[이번엔 문이 닫히지 않았다. 김독자와 한수영이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문이 닫혔다.]


[다시 열렸다.]


[두 사람 동시에 큰 소리로 오해라고 소리쳤고 유중혁은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사라졌다.]


[이길영은 말했다.]


["어.. 치킨 살게.."


["그..래.. 지금 먹으러 가자."]




이런식의 일상이었달까.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김독자가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저씨 못봤냐?"


"봤어도 내가 왜 알려주냐? 똥개같은 너한테."


"뭐래. 벌레만도 못한 놈이."


"벌레는 소중하다. 똥개야."


"너보다 소중하긴 해."


요즘 열아홉은 이러고 노는건가?라고 생각한 한수영은 둘의 대화를 뒤로한 채 공단 광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화신인 신유승도 못 찾을 정도면 김독자는 대체 어디로 간걸까. 혹시 그녀가 예상하던 그게 맞다면... 그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


한참 말싸움을 이어가던 신유승이 갑자기 우뚝 서서는 한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귀신을 본 사람 같았다. 그 모습에 이길영이 당황한 듯 두리번 거리다가 신유승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이름을 불러댔다. 하지만 신유승의 시선은 한곳을 향해 있었다.


"아저씨...?"


신유승이 이길영을 밀쳐내듯 빠르게 뛰쳐나가더니 공단의 모퉁이 지역의 한 폐공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폐공장에서 느껴지는 경이롭고도 심장을 도려낼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신유승을 따라 달려온 이길영과 한수영. 그리고 무언가 직감한 듯한 한수영의 긴급호출에 부리나케 달려오는 김독자 컴퍼니 일행들이 보였다.


"아....아.....!!으아....!"


눈 앞에서 천천히 아주 작은 단위로 분해되며 사라지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를 향해 달려가 껴안은 채 신유승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유중혁이 거짓간파를 사용해서 김독자가 돌아온 경위에 대해서 물었을 때 김독자는 교묘하게 질문을 피하고 모두를 속였다. 하지만 신유승은 벌렁이는 김독자의 콧구멍을 보았다. 거짓말을 할 때의 김독자를. 신유승은 아주 잘 알았다.



"안돼!!! 제발... 안돼...안돼요... 아저씨.."


뒤늦게 하나 둘 도착하는 김독자 컴퍼니 일행들의 표정이 충격에 휩쌓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달려가 김독자를 껴안았다. 이대로 또다시 잃을 수 없다고. 다시는 헤어질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하루에 한번 잠깐 다녀오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미안합니다. 여러분. "


"아저씨..이게 무슨 드라마인줄 알아?"


이지혜가 울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김독자는 한명 한명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담아두고 싶은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화신 신유승이 보였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김독자는 이번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가지마!! 제발... 아저씨.. 가지마세요... 아저씨..."


그런 신유승을 김독자는 안아주었다. 따뜻한 온기. 서로의 체온을 공유한 두 사람은 어느새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신과 배후성의 마지막 인사였다. 김독자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한수영을 보았다.


"너.. 이 나쁜새끼...."


입술을 앙다문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한수영의 입에서 간신히 한마디가 나왔다. 뜨거운 눈물의 한 점이 한수영의 뺨을 타고 흘러 입술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철 소나기가 지나가듯 한수영의 뺨을 타고 무수한 점들이 흘러내려갔다. 어떤 점은 턱에 맺혔고, 어떤 점은 폐공장 바닥을 적셨다. 또 어떤 점은 코 끝에 맺혔다. 이 점들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이게 우리의 마침표인거야?"



김독자는 쓸쓸하게 웃어보였다. 어느새 그의 눈에도 점이 맺혀있었다.


"...고마워. 잊지 않을게."


그 말을 끝으로 한수영은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흐느끼듯 울다가 점차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끝내 천천히 다가가서는 모두가 안고 있는 김독자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파묻혀 울기 시작한 한수영에게 김독자는 대답했다.


"나도. 잊지 않을게."


육신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 한 사람. 유중혁이 이제 막 폐공장에 들어섰다.


'고생했다.'



김독자는 알 수 있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스킬 따위를 쓰지 않아도 유중혁은 말하고 있었다.



'편히 쉬어라.'



김독자는 그런 유중혁을 향해 풋, 하고 웃더니 한숨을 내쉬며 폐공장의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보였다. 뺨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인지 빗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독자의 몸이 완전히 소멸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소멸되어 사라진 육신의 조각 조각이 뭉쳐져 하늘로 뻗어 올라갔다. 비를 뚫고 저 하늘로 올라가던 하나로 뭉쳐진 조각들이 굉음과 함께 퍼져나갔다.




[설화 파편, '우주적 존재의 허무함'이 소리지릅니다!']
[설화 파편, '독자를 위한 독서'가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 거립니다!]
[설화 파편, '오징어 김독자와 조우한 옛 동료'가 눈물을 훔칩니다!]
[설화 파편.....]




수억개의 설화 파편이 드높은 상공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공단 근처로, 어떤 것은 알 수 없는 먼 어딘가로, 또 어떤 것은 우주로 뻗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아...."


흩어지는 설화 파편들을 바라보며 신유승은 생각했다. 이젠 영영 보지 못하는구나라고. 다른 이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 한 사람 빼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았으며, 그 누구보다 포기하지 않던 회귀자였던 다단 한명의 인물.


"잃어버렸다고 해서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어느 한 소설을 즐겨보던 독자의 마지막 구원이 끝났다. 그는 독자였다.














*















다시 현재.



한강변. 신유승은 강가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년전 김독자가 사라질 때의 설화를 방금 찾아냈기 때문에, 먹구름이 낀 하늘이 괜시리 더 울적하게 느껴진다.



"아저씨 잘생겼다."



황금빛이 나는 설화 파편을 매만지던 신유승은 다시 그 설화 파편을 들여다 보았다. 그렇게 몇번을 더 들여다 보았을까. 어느새 신유승의 바지는 눈물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눈물자국 위로 빗물자국이 덧씌워졌다. 비를 맞으며 울던 신유승의 어깨를 짚으며 금방이라도 위로해줄 것만 같은 김독자가 설화 파편의 기억속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보고싶어요..."


그 순간, 누군가가 어깨를 짚었다. 깜짝 놀란 신유승이 고개를 들자 한수영이 그곳에 있었다.


"궁상떨지 말고 이리내."


"어떻게..?"


"산책하다가 우연히. 못믿겠지만."


"...믿을게요."


가만히 설화 파편을 들여다보던 한수영은 말했다.


"이번 '김독자 설화'는 꽤... 슬프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쳐진 눈을 한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가자."


그들은 '김독자 설화'를 모으고 있다. 수억개 중 극히 일부만을 찾아냈만, 그것은 살아가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들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되찾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들이 기억하는 한 김독자는 그들에 곁에서 숨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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