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진정한 단일 자아’를 가진 개인은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따라서 스스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민주주의는 현대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채택된 정치체체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개인은 좌뇌와 우뇌, 신경계와 호르몬 등이 서로 보완하고 간섭하며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유기적 알고리즘의 집합체이며, 이 알고리즘들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에 따라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으로 각자 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자유의지도, 자아의 단일성도 존재하지 않으며(물론 자유의지의 정의와 범주에 따라, 단일한 자유의지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여지도 충분하다), 이론상으로는 이러한 알고리즘들의 작동 원리와 주어진 환경을 외부에서 분석함에 따라서 개인을 그 개인 자신보다도 훨씬 잘 알 수 있고 따라서 그 개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개인보다 외부에서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정이 주어지게 되었다

또한 사회와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서 개인이 개인적/사회적으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지속적으로 이전에 비하여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개인적/정치적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결정에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기 위해 의사결정의 과정을 언론이나 자신이 신뢰하는 타인 등에게 과도하게 위임하게 되었고, 애초에 이해관계가 불일치하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잘못 위임하게 되거나, 위임의 대상자들이 위임받은 결정권을 부적절하게 사용하였다. 개인 스스로보다는 결정 위임의 대상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하게되는 상황이 늘어나게 되었기에,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이 저해되고 정치에서 개개인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즉, 현대에 들어 개인 결정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첫 번째로 개인에게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주체가 변화하고 있다. 지금껏 이러한 주체는 개인 스스로라고 인식되었으며, 개인을 측정하고 수집할 도구가 부족하였던 시기에는 실제로 그러하였으나,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개인에 대한 이해가 증가함에 따라 개인을 구성하는 알고리즘과 그 알고리즘을 해석할 능력이 있는 외부 관찰자가 이 역할을 대체할 가능성이 등장한 것이다. 두 번째로 현대에 들어 개인의 많은 의사결정이 경제적 이유에 의해 미디어를 위시한 개인의 외부에 위탁, 왜곡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의견이 유통, 강화될 경로를 더욱 확대시킴으로써 이러한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

개인의 의사결정이 곧 국가 전체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는 개인의 결정의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민주주의가 현대 세계의 주류 정치제를 차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국내적인 문제를 비롯하여 국제정세에 이르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처한 이러한 위기에서 빠져나와 개개인의 이익과 의사가 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개인을 알고리즘적으로 분석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도울 수 있는 새로운 정치도구를 고안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