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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갤문학] Vice Versa앱에서 작성

하목금지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3 11: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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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20분, 시곗바늘은 점점 더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책장속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무엇을 희망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신의 구원을 받을 수는 있는가.
그 질문들은 썩어문드러진 내 영혼을 사로잡다 못해 점점 더 옥죄여오기 시작한다.
이어 곧 그 이야기들을 나를 위해 노래로 부른다.
이 노래는 그저 새벽감성에 흥얼거리는 노래가 아니리. 노래라기보다 신을 향한 구원을 요청하는 신호에 가깝다.
세상이란 너무 넓은 바다속에 표류하고 있는 나를 구원해주오. 나는 지금 여기있다오.
잠이 든 구원자는 서제 옆 방에서 자고 있을까.
구원자의 꿈자리에는 내가 차있으려나.
그럴 일도 없겠지, 내 이야기는 창녀의 어젯 밤의 하루보다 더 지겨웠을테니.
이내 곧 책장 사이 꽂혀져있는 낡은 크림색 일기장을 꺼내 읽는다.

과거에는 어느 목장에 들린 듯 했다.
하지만 폐쇄된지 79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한때는 나라를 대표했던 목장이 어찌 이리 방치되었던가.
시대는 건강한 소를 원하지 않았다.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방치되고 사라져 오래된 시인들만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때는 시인조차 찾을 수 없었다.
빗장은 썩었고, 그 너머 잔뜩 돋아난 들풀잎들은 목장 바닥뿐만 아니라 내 기억마저 잠식해버렸다.
돌에 끼인 이끼는 수레바퀴 아래서 내게 예술은 실패한 인생의 대가라고 속삭였다.

전화음은 내 상상, 혹은 기억의 추적을 깨우기 충분하다.
내 실패를 비꼬거나 놀리기 위해 전화했음이 분명하다.
신호음은 곧 음성으로 바뀌었지만, 오직 한 사람의 음성뿐이다.
모든 언어는 침묵의 대가라고 했던가.
호젓이 서재를 지키고 있던 내게 돌아온 대가는 비참한 비수뿐이다.
그 빌어먹을 작자가 말하는 사이 내 시선은 창문을 향했고, 꺼져버린 가로등과 가로수를 향했다.
내 기억들은 점점 익기 직전의 푸른 나무에 넣어두었다.
그러자 내 기억이 대답하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이 무의식중에 말한다.
"얼마 못 가 너도 날 볼꺼야. 그땐 너도 노래나 불러"
그는 나를 시라고 부른다.

나의 기억이 없는 나를 과연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또한 어느 마법같지 않은가.
허나 이 또한 길지 않겠지. 허나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항상 내 기억엔 내가 있지만, 진짜 나를 본 적은 없었다.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지껄이다보니 내 직업에 당도한다.
거리의 시인.
모두가 날 그렇게 불렀다.
누군가는 나를 시인의 왕이라고 불렀지만 전부 의미없는 짓이다.
왕 또한 결국 민간인아닌가.
결국 인간에 민감한 민간인이 만든 상황극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왕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각자의 왕국에서는 왕이다.
허나 내 가짜 왕국은 넓은 바다속에서 아직까지도 표류중일 뿐이다.

이내 곧 내 왕국의 서민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여자와 밤일을 끝마친 친구는 꿈을 꾸고 있으려나
아버지는 지금도 늙어가고 있으려나
그때 술을 끊는다는 주정뱅이놈이 내 고요한 서재의 적막함을 깨버렸다
아마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이 집에 간 모양이지.
위로 혹은 치료따위는 전혀 못 하는 난 대체제가 될만한 위인이 아니다.
난 오히려 슬픔의 진원지다.

가끔씩 나도 내가 도무지 뭔지 모르겠어서 사람들에게 묻는다.
대답이야 뻔하지.
내게 돈을 받았던 인물은 여인의 나체처럼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인물이겠지.
내가 축가를 불러줬던 그 사내는 날 웨딩마차의 축복이라 부를 것이다.
서로에게 너무 시시하게 끝난 첫사랑은 신이 납치해간 처녀의 눈물이라 부를 것이다.
머리의 피도 안 마른 어린 놈들은 날 선과 악으로 나눴으리라.
날 선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은 내가 사라지니 부질없이 슬픈 얼굴로 날 불렀다
그들에게 해줄 위로는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빌어먹을 술주정뱅이던 축가를 들었던 놈이건
그런 무리들은 나를 가슴을 꿰뚫는 화살이라 부른다고 했다.

내 정체성이 사라지는 마법은 길지도, 어렵지도 않다.
항상 내 곁에 마법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지만 그들은 꼬리표 앞에 달린 무언가를 모른다.

슬슬 모르겠다
내가 화살처럼 사는지
화살이 선과 악처럼 사는지
선과 악이 나처럼 사는지
대체 누가 사는건지

내가 삶을 향한건지
삶이 죽음을 향한건지
죽음이 날 향한건지
대체 무엇이 무얼 향한건지

의미없는 콧노래만 흥얼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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