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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76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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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당 떨어져..."
신음에 가까운 한숨을 내며 책상 밑에 비치된 작은 냉장고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꺼낸다. 애용하는 소형 냉장고는 오로지 요괴MAX 전용 수납 공간이었다.
책상 위에 흩어진 대량의 빈 깡통을 옆으로 치우고 엎드리며 캔을 딴다. 탄산이 터지는 상쾌한 소리는 흐려진 내 마음을 맑게 하기엔 역부족이었고 기대던 사람이 사라진 리클라이너 의자만이 삐걱거렸다. 그 둔탁한 소리가 내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방음시설이 잘 된 나의 방은 바깥의 소란과는 무관한 세계다. 익숙한 탄산의 자극과 설탕의 단맛, 카페인으로 인해 각성한 뇌와 달리 무거운 몸을 리클라이너 의자에 기댔다.
"사람의 마음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볼 수 있으면 좋겠어..."
재택근무는 외부 스트레스도 없고 직장보다 훨씬 선호하는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너지 드링크를 자판기까지 사러 가지 않고도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에게는 낙원과도 같은 장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한쪽이라도 익숙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
방금 전에도 클라이언트에게 설명이 잘 되지 않아 예상 시간보다 회의가 길어져 완전히 지쳐버렸다.
"베리타스 부실이 그리워..."
꿀꺽, 달콤한 탄산을 들이킨다. 자극이 목구멍을 찌른다. 그 시절 요괴MAX는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치히로 선배도 있었고, 코타마 선배도 있었고, 마키도 있었다.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얼굴을 내미는 히마리 부장도 있었고──그리고 그 사람, 선생님도... 요괴MAX를 사들고 만나러 와주고 있었다.
계속 혼자 있으면 괜히 사람의 피부가 그리워진다... 물론 이상한 의미는 아니다. 아테나 3호가 있다고는 해도 왠지 모르게 누군가의 존재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선생님에게 끌리는 이 마음. 분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같은 건 변명이고 그냥 단순하게 외로워져서 선생님이 보고 싶을 뿐이다.
『선생님, 잠깐 시간 되면 와줄 수 있어?』
깊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단말에 메시지를 입력한 나는 평소에 3분 정도 걸리는 퇴고를 하지 않고 곧바로 송신 버튼을 눌렀다.
***
"아, 선생님. 우리 집에 어서 와."
현관문을 열자 빗소리가 들렸다. 머리카락에서 빗방울을 떨어트리며 조금 숨을 고르는 남자. 나의 갑작스러움 부름에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서둘러 갈게."라며 달려온 그에게 "물이 뚝뚝 떨어지네."라고 농담처럼 말하자 조금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역주: 원문은 水も滴る로 직역하면 물이 떨어진다는 의미지만 성적 매력이 있고 아름답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쓰임}
"갑자기 소나기라니. 일기예보도 믿을 수 없네."
그런 성실한 사람에게 거짓말했다. 물론 키보토스의 일반적인 예보로는 오늘 하루는 흐리기만 할 터였다. 하지만 재미 삼아 만든 나의 일기예보 AI가 도출한 예보는 정확히 이 시간부터 소나기가 온다고 말하고 있었다.
"샤워부터 할래? 아, 이상한 의미는 아니야?"
비에 젖었으니 머리 감고 싶지? 라고 말하며 갈아입을 옷 한 벌을 건네주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바라며 준비해둔 큼직한 스웨터다. 속옷은 없지만, 이라는 말은 간신히 삼켰다.
흐린 유리창 너머로 옷 스치는 소리가 난다. 항상 내가 씻는 곳에 그가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들떴다.
마침 업무는 끝났다. 디스플레이를 끄고 주방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증류주를 꺼내 유리잔에 담고 마시고 있던 요괴MAX를 블렌딩했다.
인터넷에서 본 칵테일인데 꽤나 중독성 있다. 과음하면 숙취가 생기거나 중독되거나 할 수 있어 좋지 않지만 여기에는 선생님과 나밖에 없으니 괜찮을 것이다.
"아, 선생님. 나왔구나. 일단 한 잔 해."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샤워실에서 나온 선생님에게 칵테일을 건넸다. 둘이서 가볍게 잔을 부딪히고 마셨다. 처음 마셔보는 선생님은 "조금 색다른 맛이네."라며 웃었다.
그리고 내가 권하는 대로 칵테일을 계속 마신 선생님은 꽤나 취했다. 처음에는 내 업무 고민이라든가 최근 키보토스 이야기라든가, 그런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파도치는 바다에 떠 있는 부표처럼 고개를 흔드는 그에게 "침대에서 조금 쉴래?"라고 권유했다. "그럴 순 없지."라며 거절하는 그를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선생님 옷도 다 젖었잖아? 마르려면 시간도 걸리니까."
내키지 않는 눈치던 선생님도 몸은 한계였는지 침대에 쓰러졌다.
눈꺼풀을 감고 조용히 숨을 쉬는 그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평온한 표정. 이 순간을 영원히 즐기고 싶어졌다.
──저기, 선생님. 선생님에게 우리 집은 편안한 장소야? 이렇게 무방비하게 자각 없이 내 앞에서 잠들다니.
"인터넷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에너지 드링크도 잔뜩 있어. 거기다가 그... 나도 있고..."
독신 여성이 독신 남성을 집으로 부르는 의미를 선생님은 조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마음,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나의 마음도 수치화할 수 있다면 좋겠다. 태평하게 잠꼬대로 "하레..."라고 꿈속에서 나를 부르는 선생님에게 천천히 입을 맞췄다.
"하레...?"
선생님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 눈치 없기는.
여기까지 와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한다.
"진짜... 차려진 밥상을 마다할 거야? 아, 방금 말은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도 좋아?"
두 번째 키스도... 익숙하면서 달콤한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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