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소설핫산) 블루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12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1 22:10:20
조회 3930 추천 33 댓글 16
														

번역기


14527자


1화

모음

원본


이전화


에필로그 후편




"사쿠라코님......!"

"마리."


시스터후드,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로 덮여 장엄한 분위기가 감도는 신성한 장소. 그 자리에 모인 수녀복을 입은 학생들. 그녀들 앞에서 나타난 시스터후드의 수장인 사쿠라코. 거대한 문을 열고 대성당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평소 같은 복장과 기색을 두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구호기사단에서 치료를 받던 그녀였지만 이번에 퇴원 허가가 내려져 시스터후드로 귀환한 것이다.

대표로서 모두의 한 걸음 앞에 서서 그녀를 맞이한 마리는 안도의 미소를 띤다.


"부재 중인 동안 대단히 폐를 끼쳤습니다."

"아, 아뇨, 그럴 리가――! 사쿠라코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다친 곳은 이미?"

"네,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했습니다. 상태만은 아직 만전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손가락 끝을 움켜쥐고 쓴웃음을 짓는 사쿠라코.


"할 일이 산더미니까요."


시스터후드도 앞선 소동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쿠라코 개인으로서 해야 할 일, 집무가 쌓여 있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 수는 없다.

게다가 조인식 회장에 도착해서는, 폭발로 의식이 날아가 눈을 뜨고 보니 모든 게 끝나 있었다니――시스터후드의 수장으로서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그녀는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재건 작업과 그에 따른 조직 개편에 관해서는 남달리 활발하게 움직일 심산이었다.


"그러고 보면, 히나타는――"

"아, 그게........"


사쿠라코는 주위 학생들을 둘러보다 문득 물었다. 줄지어 선 시스터들 속에 낯익은 그녀의 모습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일에 마리는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핬다.


"히나타씨는 아직 구호기사단 쪽에...... 정의실현위원회 분들과 함께 마지막까지 전투를 벌였기에 상처가 깊어 복귀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담당자 분이."

"그런가요......."


히나타는 그 폭발의 현장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전투에 참가해 마지막까지 유스티나 성도회와 교전을 이어갔다고 한다. 전선에서 회수되어 이송된 그녀는 온몸에 멍과 타박상, 총상이 남은 심한 상태였다고. 상처는 대충 아물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깨어나지는 않았다.

유스티나 성도회였을 때면 몰라도 시스터후드의 이름을 내걸었을 때부터 이 조직은 항쟁에서 한발 물러난 곳에 계속 서 있었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투면에서 현재 학생들은 과거의 정예와 비교해 한발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 그러나 그 평온함을 좋아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것도 있다.

불간섭에 의한 거짓 평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처를 시스터후드에 가져다 주었다.


"그렇다면, 히나타가 복귀하기 전에 시스터후드를 재조직하도록 하죠."


사쿠라코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선언한다. 줄지어 선 학생들을 둘러본 그녀는 확고한 의지 아래 단호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이제부터는 저희[시스터후드]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트리니티의 변화에 맞춰 더 바람직한 쪽으로――협력해 주실 수 있겠죠?"

"......네!"



"......음."


어렴풋이 열리는 시야, 번져가는 그 너머로 기억에 없는 흰색이 보인다. 몇 초, 생각을 덮는 안개에 멍하니 그것을 올려다보고 잠시 후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몸의 묘한 딱딱함, 등이 아파 무심코 몸을 비틀고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비강을 간질이는 약품 냄새, 누군가의 목소리, 발소리. 시선만을 움직여 주위를 둘러본다.

방은 작은 개인실이고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소리는 거기서 들리고 있었고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걷는 구호기사단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자 군데군데 붙은 거즈와 망붕대. 테이프로 고정된 그것을 바라보며 그녀――히나타는 중얼거린다.


"저는, 대체......?"


목소리는 몹시 메말라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기침을 하다보면 바로 옆에 비치된 캐비닛에 물병과 컵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그쪽으로 손을 뻗어보지만 손끝이 살짝 닿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복도를 걷던 구호기사단 중 한 명이 히나타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 눈을 뜨셨군요, 와카바 히나타씨.......!"

"어, 아, ㄴ, 네......?"


갑작스럽게 이름을 불려 눈을 크게 뜬 히나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시트를 잡아버린다. 그녀는 눈을 희번덕이는 히나타를 몇 초쯤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복도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누군가를 데리고 돌아온다. 그 학생은 히나타의 병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살짝 손바닥으로 안을 가리켰다.


"선생님, 이쪽입니다."

"고마워."


그녀가 데려온 것은 낯익은 인물――선생님이다.

그는 히나타 옆까지 다가와서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묻는다. 선생님의 모습은 여느 때처럼 제복 차림이었고, 그 한쪽 눈을 붕대로 가리고 있었다. 검붉은 피는, 배어나오지 않았다.


"히나타, 날 알겠어?"

"서, 선생님....... ㄴ, 네, 알아요. 어, 그러니까........?"

"여기는 트리니티 본교사 옆 구호기사단 병동이야. 안심해도 돼."

"병동......"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의 말에 히나타는 아직 꿈속같은 모습으로 화답한다.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이런 곳에 있을까 생각했다. 선생님은 히나타를 잠시 바라보더니 옆에 준비되어 있던 컵에 물을 부어 내민다.


"마실 수 있어?"

"가, 감사, 합니다......"


내민 그것을 받고 히나타는 살짝 컵에 입을 댔다.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는 물은 너무나 맛있게 느껴졌고, 자신이 제법 오랜 시간 잠들어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메마른 목을 축이자 어느 정도 생각이 명료해진다. 작게 숨을 내쉬고 다시 내민 선생님의 손에 컵을 건넨다. 마음이 편해진 그녀는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나, 어째서 이런 곳에......?


자랑은 아니지만 히나타는 자신의 몸이 나름대로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구호기사단에 신세를 진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 서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머리에 둔한 통증이 느껴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선생님의 머리――붕대에 덮인 오른쪽 눈이다. 눈을 가리다니 얼마나 큰 부상을 입은 걸까. 그 상처는 괜찮은 걸까. 그런 일을 남의 일처럼 멍하니 생각하다.


불현듯, 불길 속에서 쓰러진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읏.......!?"


그것은 정말로 섬광처럼 뻗어나간 기억. 선생님의 얼굴은 절반이 피투성이에, 피부가 벗겨져 심한 상태였다. 그것을 자신은 알고 있다. 알고 있을 터였다――그렇다면 자신은 왜 여기에? 거기까지 생각하고 그녀의 상처가 희미하게 쑤신다. 그래, 자신은 선생님을 보내기 위해서, 정의실현위원회와 난을 피한 시스터후드 멤버들과 후위를――


"마, 맞아요, 저, 저는, 싸우다가, 그래서.......!"

"히나타."


아리우스는? 유스티나 성도회는? 트리니티는? 같이 싸우던 동료들은 어떻게 됐지?

시트를 밀어젖히고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히나타를 선생님은 온화한 어조로 제지한다. 선생님의 손이 어깨를 잡고 그 눈동자가 바로 옆에서 히나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백해진 채 빠르게 뛰는 심장을 자각하며 히나타는 선생님을 올려다본다.


"괜찮아, 진정해. 싸움은 다 끝났어. 이제 위험한 일은 없고, 다른 모두도 무사해."

"끝, 났어.......?"


끝났다――싸움은, 끝났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히나타의 몸을 다시 침대로 밀어넣는다. 말을 뇌 속에서 되새긴다. 그것은 거의 실감되지 않는 말이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고, 주위는 거의 적뿐이고, 아프고, 괴롭고.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싶더니 다음에 일어났을 때는 모든 게 끝나 있고.

히나타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서, 선생님도 다른분들도....... 무사하신가요――?"

"물론, 히나타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 다른 시스터후드 학생들도, 정의실현위원회의 모두도."

"그...... 런, 가요."


선생님의 몸에는 부상 흔적이 보인다. 그렇지만 확실히 선생님은 살아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싸운 멤버들도. 그렇다면 자신은 역할을 다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굳은 몸에서 힘이 빠졌다.

깊디 깊게, 한숨을 내쉰다. 가슴속에 뒤섞인 불안이나 공포 같은 것들이 한숨과 함께 빠져 나간다. 아플 정도로 움켜쥐었던 주먹이 느슨하게 풀리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고개를 숙이고 그렇게 말을 꺼낸 히나타.

그런 그녀의 시야 속에.

흔들리며, 안에 든 것 없는 선생님의 왼쪽 소매가 비쳤다.


"아――"


작게 새어나오는 소리.

그리고 그 눈이 휘둥그레지고, 그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됐던――죄악을 떠올린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어느정도의 죄를 지었는지를. 자신의 손이 한 결과를, 그녀는 이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되었다.


"히나타――?"


몸이 굳어져 입술을 떠는 그녀의 모습에 선생님은 의아한 기색으로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그녀의 흔들리는 시선이 자신의 몸에 향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 끝은 흔들리는 왼쪽 소매를 주시하며 놓지 않는다. 선생님은 흔들리는 왼쪽 소매를 손으로 누르고 몹시 미안한 표정과 함께 고했다.


"......필요한 일이었어. 히나타가 마음에 담아둘 일이 아니야. 오히려 그런 일을 하게 해버린 내 잘못이지――너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해버렸어, 정말 미안."

"아, 아뇨, 그, 그건, 제가........"


선생님의 말에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어째서 선생님이 사과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 자리에서 선생님의 팔을 빼앗은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이 손이 선생님의 왼팔을 찢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뛰고 가슴이 삐걱인다. 온몸의 핏기가 빠지며 얼 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거기서 히나타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나는 팔 대신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 지시한 것도 나 자신이고,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히나타. 부디 자신을 탓하지 말아줘."

"읏......"


선생님의 말에 히나타는 말을 삼킨다. 선생님의 말대로 그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의 팔을 빼앗았다는 그 죄악은 평생 그녀의 삶을 따라다닐 것이다. 선생님의 그 팔을 볼 때마다 분명 생각날 터. 심성이 고운 소녀이기 때문에, 확실한 책임감을 느끼는 그녀이기 때문에, 그 죄책감은 한층 강하게 그 몸을 괴롭힌다. 그것이 필요한 일이었다고, 누군가 해야 했던 일이라고, 그렇게 이성으로 이해하고 있어도 감정이 그녀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다.


"히나타."

"........."


선생님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손을 내민다. 아직 약간의 흉터가 남은 손끝, 반창고와 테이프를 두른 그것을 히나타는 응시한다. 그 상처투성이의 손을 히나타는 잡을 수가 없었다.

무서웠다.


왜냐하면――그렇게 간단하게, 어이없게, 선생님의 신체[팔]이 끊어졌기에.


"으읏――......."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입가를 가린다. 위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을 텐데 모든 게 역류할 뻔했다.

간신히 삼킨 혐오감과 불쾌감, 무엇보다 뱃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불안과 공포. 그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려고 그녀는 떨리는 어깨로 이를 악문다. 긴장을 풀면 그대로 울부짖을 것 같았다.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간신히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눈앞에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있기에 견딜 수 있는데, 그 선생님 자신이 그녀의 죄악을 증명한다는 끔찍한 모순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히나타."


다시 한번,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응하지 않는다――답할 수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자신이 히나타의 손을 잡았다.

선생님보다 조금 작고, 곱고, 가는, 하지만 쉽게 선생님을 죽일 수 있는 그녀의 손을.


그 손끝이 닿는 순간 히나타의 몸이 움찔하고 크게 떨렸다. 서서히 이마에 땀이 배어나고, 그 얼굴이 푸름을 지나 하얗게 된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떨며 굳어진 몸으로 그녀는 외쳤다.


"아, 안돼요! 선생님, 손을 놔주세요! 저는, 또――!"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몸째로 떨어지려는 히나타의 손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땀이 밴 채 결코 힘을 넣지 않도록 활짝 편 그녀의 손바닥. 그것을 감싸듯 부드럽게, 선생님은 잡는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똑바로 히나타의 눈을 바라본다.


"자, 괜찮으니까. 따라해봐, 천천히 해도 괜찮으니, 다시 잡아봐."

"으으.......――으으으으."

"무서워하지마. 나는 그렇게 쉽게 상처입지 않으니까."


히나타의 손바닥을 감싸는 부드러운 감촉. 그것은 선생님의 온기였고, 자신이 움켜쥐면 쉽게 부서지는[피투성이가 되는] 것이었다. 창고 작업 중에 몇 번이나 반복해 버린 실패, 아주 조금만 힘을 줬을 뿐인데, 힘을 잘못 썼을 뿐인데, 비품이 파손되고 꺾인다. 몇 번이나 본 광경이었다. 그때마다 반성하고 시말서를 쓰며 다음에야말로, 하고 벼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선생님 상대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일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혹시, 만에 하나, 억에 하나――자신이 실수하면, 힘을 잘못 쓰면.

『그렇게 된다』라는, 그 실제 체험을 수반하는 결과가 그녀의 뇌리에 박혀, 선생님에게 닿는 것이 그녀에게 너무나도 두려운 일로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그런 그녀의 두려움을, 염려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넘어온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스함이, 선생님의 상냥함과 신뢰를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전해왔다.


"언제나 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닌, 그저 악수. 천천히 손끝에 힘을 주고 상대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괜찮아...... 히나타에게는 쉬운 일이야."

"후우, 후우――......"


선생님이 미소지으며 손을 두 사람 앞으로 들어올린다. 손가락을 휘감으며, 큰 손끝이 히나타의 손등을 쓰다듬는다. 히나타는 몇 초, 헐떡이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터질 것 같은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필사적으로 공기를 찾아 입을 연다.

눈앞에 있는 자신과 선생님의 손.

뒤얽히는 그것을 바라보며 히나타는 목을 떨었다.

괜찮다고, 선생님은 다시금 말한다.


"읏 후우――.......!"


크게, 숨을 내쉰다. 펴진 손끝이 천천히 접힌다. 손끝이 꼴사나울 정도로 떨리고 두려움으로 눈을 감고 싶어진다. 하지만 선생님이 말한다면, 다름아닌 그의 말이라면, 히나타는 공포심을 억누르고 조금씩――정말 조금씩, 손끝을 굽히며 힘을 쏟는다.

몇 초, 수십 초, 몇 분에 걸쳐 접히는 손끝. 그 손톱 끝이 선생님의 피부에 닿는 순간, 흠칫 그녀의 어깨가 떨린다. 순간적으로 손을 펴려 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동자에 손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 눈동자에 깃든 빛이, 히나타의 등을 강하게 밀어주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펴려던 손끝을 더 움직인다. 손가락의 안쪽으로 선생님의 손바닥을 감싸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힘을 줘서――선생님의 손을 꼭 잡는다. 손바닥 전체에 전해지는 따스함, 선생님의 온기. 그것을 실감하며 히나타는 막혀 있던 숨을 모두 토해낸다. 손바닥과 이마, 그리고 등에 흠뻑 땀이 흐르고 있었다.


"――봐, 괜찮지?"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환히 웃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다소 강하게, 히나타에게 있어서는 부드러운 힘으로 움켜쥔다. 이어진 그것이 히나타에게는 두려움을 극복한 증거나 다름없었다.


"맞닿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줘. 나는 히나타가 상냥한 아이라는 걸 아니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서, 선생님......."

"나는 히나타를 믿어, 그러니 부디 히나타도 나를 믿어줘."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서로 맞닿을 수 있다. 사양 따위는 필요 없이, 그렇게 쉽게 자신은 상처입지 않는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웃는다. 그것을 부디 믿어달라고――히나타는 그 말에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생님의 손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 이마를 문지르며, 마치 참회하듯, 기도하듯――그녀는 뺨을 적시고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히나타를 잘 부탁해, 조만간 시스터후드의 모두가 병문안 올 수도 있으니까."

"ㄴ, 네, 맡겨주세요! 선생님도, 그, 조심하세요......!"

"응, 고마워."


병실을 떠난 선생님은 구호기사단에게 히나타를 맡기고 복도를 걷는다. 스쳐가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며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일정을 짜고 있었다.

이번 건으로 샬레로서 움직여야 할 곳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식, 비공식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쇄도하는 연락. 품에 넣은 태블릿에는 온종일 메일이나 착신이 도착하고, 모모톡에 이르러서는 읽지 않은 건수가 『999+』가 되는 형편.

사실은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싶기는 하지만, 매사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걱정을 끼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선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트리니티 내부의 일이 정리되면, 포고라는 형태로 무사함을 알리고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만날 필요가 있겠지. 모든 것이 정리되는 데는 1주일일지, 2주일일지, 적어도 한동안은 바쁜 생활이 계속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했다.


"――선생님."

"오, 하나코?"


태블릿에 쌓인 메일과 채팅에 답신하며 걸어가던 선생님은 등뒤에서 말을 걸어와 돌아본다. 거기에는 파일을 양손으로 안은 하나코의 모습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짓는 그녀. 그 머리에는 순백의 리본이 곁들여져 있다.

선생님은 순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그런 후 그녀가 든 파일을 보고 대략적인 사정을 깨달았다.


"그 서류, 혹시 티파티?"

"네, 미카씨의 일을 돕기 위해 구호기사단에 조금....... 그래도 나기사씨가 복귀했다고 하니 조만간 풀려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그럼 시스터후드의 일을 도우러 가보겠습니다."

"........."


그 말에 선생님은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그것은 하나코의 내면이나 성질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런 선생님의 태도에 하나코는 쓴웃음 지으며 온화하게 말한다.


"그런 얼굴 하지 말아 주세요. 확실히 저는 파벌간의 이것저것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의 트리니티는 확실히, 조금씩이기는 해도...... 변하려는 걸 알 수 있어요. 게다가 이것은 저 자신에게 있어서 속죄이기도 하고."


비록 대다수의 학생들이 동참했다고 해도, 사적인 감정으로 아리우스와 적대했던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 순간, 하나코는 분명 이성과 타산 같은 걸 내던지고 감정 하나로 아리우스라는 존재를 키보토스에서 지우려 했다. 설령 그것이 민의였다고 해도 그녀 자신이 용서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얘기다.


"미카씨에게도, 저에게도, 이렇다 할 처분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저 자신이 납득하기 위해 필요한 의식 같은 것――그렇게 생각해 주실 수 없을까요?"

"......그런 식으로 말해 버리면, 나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돼 버리네."


꺼리는 일이 아니라면 벌이 되지 않는다――그녀의 고지식함이 그 벌을 바라고 있다. 선생님은 뺨을 긁적이며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카와 하나코의 폭주――아니, 지난 사건에 있어서 두 사람의 행동은 애초에 폭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정당한 폭력에 대해,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을 모아 방어했다는 게 현 트리니티의 견해다.

사실 학생사이의 인식으로는 하나코 및 미카의 전투행위에 의문이나 반감을 가지는 학생은 극소수였다. 결과론이지만 고성당에 파견되어 있던 구조대의 엄호 및 전투 결과 살아난 학생이 많으며, 최종적으로 아리우스를 밀어낸 공적은 그녀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 오히려 도주해 잠적한 아리우스에 대한 추격, 철저한 탄압을 외치는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티파티는 그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제하며 트리니티를 재건하는 게 우선이라고 발표하고 컨트롤하는 데 주력해야 했다.

전쟁의 불씨는 아직도 이 학원 내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내게 말해줘. 어떤 때도 반드시 힘이 될 테니까."

"......네."


그 말에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하나코. 그녀의 어깨에 걸친 가방의 옆에서 보충수업부 인형이 튀고 있었다. 하나코는 그 인형을 내려다보며 조금 그늘진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하마터면――제 스스로가 이 마음편함을 놓아버릴 뻔 했어요."

"......하나코?"


그 중얼거림이 선생님에게 닿지는 않는다. 하나코는 자신에게 벌을 바랐다. 그것은 그 폭주 끝에 보충수업부라는,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이었던 자리를 파괴해 버릴 뻔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하나코는 알고 있었다. 그 지성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감정대로 행동하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해 버릴 정도로――눈 앞의 어른은, 자신들 사이에서 너무 커져버렸다.


그게 옳은 일일 리도 없는데.

눈앞의 사람이 그런 일[복수]을 바랄리가 없는데.

그 존재의 거대함 때문에, 하나코는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또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이 같은 길을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상으로 자신을 징계하고, 자신을 다시 바라보기 위해 벌을 원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 꾸미지 않는 자신――그 위험함을 깨달은 것 또한 그녀가 총명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응?"

"선생님이야말로, 곤란한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하나코는 감정을 가슴 속에 숨긴다. 웃는 얼굴 뒤에 모든 것을 숨기고 겉모습을 꾸미는 일은 능숙했다. 다만, 그것이 평소와 다른 것은 상대가 그걸 바라지 않는다는 것. 상대가 원하는 자신을 연기하고, 요구받은 역할을 완수한다――숨쉬기 힘들어도 그렇게 있는 것은 그녀에게 수고스러울 것도 없고, 그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재치와 지성을 그녀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해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런 식으로 허세를 부려 감정을 숨기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대답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한다. 그것을 상세히 드러낼 필요는 없다고.


왜냐하면――마음은 최대한으로 숨기는 거니까.


"무슨 일이든 도와드릴 테니까요."

"......고마워."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웃는 하나코.

선생님은 그런 그녀를 향해 감정을 삼키는 듯한 미소를 보냈다.

그러는 사이 선생님의 태블릿이 진동한다. 또 어디선가 연락이 온 걸까. 그 사실을 깨달은 하나코는 한발 물러서서 작게 인사한다.


"그럼 선생님. 보충수업부는 졸업하게 됐습니다만, 다음에 또 그 교실에서 뵙겠습니다."

"......?"

"후훗, 의미는 분명, 다음에 만났을 때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이만.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하나코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본다. 그러고는 나온 말은.


"......역시 강하네, 하나코는."


그녀의 굳은 심지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강함에는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녀의 강함이란 배우고, 자신을 훈계하는 강함――학생 모두가 그 가슴속에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다. 히후미도, 아즈사도, 코하루도, 하나코도.

그렇기에 선생님은 그런 그녀들의 강인함을 볼 때마다 안도한다.

이거라면 괜찮다고, 그녀들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라고.


――그 힘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선생님은 하나코의 작아지는 등에서 시선을 떼고 발길을 돌린다. 태블릿을 꺼내 탭하자 연락은 트리니티 총괄 본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아니면 티파티 관련인지. 여하튼 한 번 본교사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아마 히후미와 코하루, 아즈사도 기다려주고 있을 테고 빨리 돌아가야겠지.

그런 마음과 함께 구호기사단 본채의 밖으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읏――"


밖으로 내딛자 강한 햇빛이 얼굴을 가린다.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고 열기가 살갗을 태웠다. 최근은 비뿐에다 구름만 하늘을 뒤덮었었는데 이제는 흔적조차 없다. 살며시 비강을 간질이는 초목 냄새. 하늘은 높디 높고 한없이 펼쳐져 있다.

눈부심에 가늘어진 시야, 그 푸르름 아래 학생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게 보였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녀들의 일상이 돌아온다.

아무리 다툼이 있어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어도, 그 경험이, 기억이, 그녀들의 피와 살이 되어 더 큰 빛으로 변해간다.

선생님은 그것을 조금이지만 기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강한 바람이 불었다.

무심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릴 정도의 바람. 걸친 제복이 나부끼고, 텅 빈 소매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거기에 학생들의 모습은 없고.

오직 넓은 수면만 펼쳐져 있었다.


"―――"


푸른 교실――선생님이 아는 한, 이 장소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보자, 난잡하게 쌓인 책상 위에 걸터앉은 한 소녀의 모습.

그녀는 무료한 듯이 발을 흔들며, 어딘가 서글픈 기색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하늘, 부서져 가는 교실, 펼쳐진 수면, 발밑을 적시는 물에 파동을 만들며 선생님은 입을 연다.


"아로나."

"........."


그 목소리에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선생님에게 향한다.


"이렇게 이곳에 불려왔다는 건, 처리가 끝났구나."

"......네."


목소리는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이 어떤 감정을 품은 목소리였는지, 너무나도 많은 색이 섞인 그것은 몹시 복잡했다. 빛은 두 사람의 그림자로 뻗었고, 뻗은 그림자는 수면에 비쳐 파문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선생님의 보완상태 고착화와 생명 반응 기만 조치가 완료되었기에 이렇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평소처럼 선생님과 접촉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가, 고마워. 여러모로 폐를 끼쳤네."

"......아뇨."


침묵이 내려앉는다. 그것은 선생님도, 아로나조차도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온 침묵이었다. 지난 소동에서 선생님이 취한 행동, 선택한 길 중 하나. 그 대가의 무게를 아로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감정은 넘실거리고, 입은 무겁고, 그 시선은 깊은 슬픔을 띠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걸로 괜찮으신 건가요."

"괜찮냐는 건?"

"제가, 선생님의 생명 유지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치료를 기다렸다면, 어쩌면 다른 길이."

"그 상태의 나는 확실히 생명 활동을 정지하고 있었어. 외부로부터의 조치는, 어느 쪽이든 부활은 어려웠겠지."

"하, 하지만, 제가 한번 보완해 버리면, 이제――......"

"그리고."


선생님은 아로나의 목소리를 가로막고 말을 잇는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부드러움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 이상 상태가 악화됐더라면, 늦었을지도 몰라."

"........"

"그러니 분명, 이걸로 잘 된 거야."


아로나는 말에 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 숙여 침묵을 지켰다. 선생님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뺨을 긁는다. 몇 번, 호흡을 사이에 둔 그는 어느 정도 말을 고르듯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그러나 아무리 말을 선택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상처받는 것도 회피할 수 없다고, 그 약함을 삼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다지 빙빙 돌려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


한 걸음, 아로나를 향해 내딛는다. 진동이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고 그것은 큰 원이 되어 푸른 교실을 뒤덮었다.


"아로나, 내 목숨은――앞으로 얼마나 남았어?"

"읏......!"


――보완을 통한 육체의 생명유지 한계점.


아로나의 힘, 싯딤의 상자의 힘은 절대적이다. 물리학이나 기존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 근간이 상실되지 않는 한 소유자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약속하는 오파츠.

그러나 결코 만능은 아니다.

잃은 손발이나 장기의 보완, 뇌만 무사하다면 유사 부활조차 이룰 수 있는 그 힘은 결코 영속적인 게 아니었다. 슈퍼 아로나라 강조하는 대단한 OS인 그녀, 그리고 싯딤의 상자의 연산 처리, 그 대부분을 사용했음에도 며칠이 소요되었을 정도의 보완 고정 처리. 안구와 왼팔을 제외한 육체 내부의 장기 대체, 그것을 계속 행사할 경우의 남은 목숨.


한번 죽은 육체를 다시 일으켜 단 몇 시간도 안 돼 재차 만전의 상태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다. 당연히 육체에 대한 부하는 엄청나다. 그리고 그런 부자연스러운 상태가 계속될 리도 없었고, 그것은 말 그대로 수명을 깎아서 행하는 일회성 기적이었다.


당연히 기적에는 대가가 따른다.


구멍 투성이의 육체[이미 죽은 육체]를 대체품[오파츠]에 의해 보충하는 삶――진정으로 계속 움직일 리가 없다.

반드시 어디선가 끝이 온다.

그리고 그 끝이 결코 멀지 않은 미래라는 것을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


"서, 선생님의 육체는......"


아로나의 목소리가 선생님의 귀에 닿는다. 그녀가 앉은 책상이 덜컹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감출 수 없는 공포에 의한 것이었다. 말로 하면 현실이 확실한 윤곽과 함께 얼굴을 내밀고 만다. 그 확정된 미래를,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대로, 제 연산을 이용해 유사 생명 활동을 계속할 경우――......."


――앞으로 1년 안에, 그 생명활동이 중단됩니다.


"........."


말은 없었다. 그저 각오하고 있었기에 그 감정을 삼키는 데 성공했다.

길어야 1년, 혹은 더 짧게.

그것이 아로나의 가공할 연산력을 통해 도출된 선생님의 남은 수명[타임 리미트]. 그것이 지나면 선생님의 육체는 물리적으로 붕괴되고 그 생명은 끝을 맺는다.


기적의 대가. 선생님에게 지불해야 할 대가는 남은 1년을 제외한 삶[수명]의 전부. 그것을 버리고 얻은 기회[시간]은 1년 미만.

짧은가 긴가, 그것은 사람마다 달라지겠지.

그리고 선생님에게는――


"아마도, 반년 정도는 확실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서."

"최소 반년인가."


그 말을, 시간을 음미하듯 중얼거리며――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앞으로의 한 해, 그것은 선생님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반년이 될지도. 어느 쪽이든 앞으로를 생각하며 선생님은 작게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봄까지는 살 수 있네."


봄, 만남과 이별의 계절. 3학년이라면 졸업이고, 새로운 학생[작은 빛]이 찾아오는 계절. 그것은 선생님에게 큰 의미를 갖는 시기였다.


――키보토스의 여름도 곧 끝난다.

매미 소리는 서서히 잦아들 것이며 초록은 주홍으로 변해갈 것이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정확히 봄이 오고, 그래서 서서히 반년하고 조금.

선생님이 생각하는 최후의 일전[데드라인]에는 어떻게든 닿는다.


"어느 쪽이든 한 해가 지날 무렵에는 그 존재와 부딪힐테니, 내 육체가 1년 내에 쓰러진다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거야....... 그러니, 이건 요행이라는 거겠지."

"서, 선생님......"

"――괜찮아. 나는 해낼테니까."


아로나의 목소리에, 선생님은 확고한 어조로 대답했다. 선생님은 허공을 올려다 본 채로 그 눈을 가늘게 뜬다. 창공은 넓고,상쾌하다. 하지만 선생님 안에 있는 푸르름은 이미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열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이 몸의 말로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눈동자에서 의지가 사라지는 일은 없다.


비록 남은 시간이 1년이든, 반년이든, 혹은 한 달이든, 일주일이든――하루든.

남은 생[시간]을 모두 보내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들에게 다가간다. 그 결의는, 결의만큼은 결코 퇴색되지 않는다.

설령 육체를 잃는다 해도, 이 정신이 마모된다 해도.

우리가 꿈꾼, 미래를 위해.

아득히 먼, 마음에 그리던 내일을 위해.

학생들[아이들]의――서로 웃을 수 있는 세계를 위해.


"......봄이 되면."


툭, 중얼거린다.

목소리는 푸른 하늘로 빨려 들어가듯 울렸다.


――그래, 봄이 되면.


그 말에 이어지는 것은 없다.

선생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것은 그의 마음속에서 쥐어짠 마지막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로나는 그저, 하늘을 계속 쳐다보는 선생님을 슬픈 듯이, 분한 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두 사람의 발밑에 펼쳐진 수면이 완만하게 그 푸르름을 비춘다.

그 파란색으로 드리워지는 손가락, 테이프로 덮인 선생님의 손 끝에.

서서히――밤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색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에덴조약편・후편 제 1장 완.




――――――――――――――――――――――




Q 선생님의 몸은 어떻게 된 건가요~?


A. 불가사의한 파워로 완전 부활! 은 아니다. 선생님이 심정지했을 때 아로나쨩이 거의 없는 힘을 짜내 아슬아슬하게 뇌사를 회피해줬다. 일단 선생님이 사망했을 때도 램프가 켜져 있는 묘사가 있기도 하다. 감각으로서는 본편의 프레나파테스 선생 루트, 그 직전과 같다. 「제가 선생님의 손이 되고 발이 되고 귀가 됩니다.」 상태. 즉 아로나쨩 파워로 억지로 선생님의 몸을 보조하고 결함 부분을 보완해 움직이고 있는 느낌. 파손된 장기 같은 것도 생존 가능한 수준까지 일시적으로 복구됐다. 그래서 앞으로 한 번이라도 아로나쨩의 전원이 꺼지면 그 순간 선생님의 심장을 포함한 여러 장기들도 파손, 정지해 죽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배리어~! 를 연발하면 여유롭게 선생님 사망 루트가 된다.


Q 그럼, 선생님은 살아있는거죠?


A 솔직히 선생님을 살아있다고 표현해도 좋을지 망설여진다. 단순히 죽지 않았을 뿐. 정말 죽기 직전의 인간에게 초기술이니 뭐니로 연명하고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일뿐. 뭣하면 심장이 멈춰도 생명반응을 기만할 수 있다고 할까, 반쯤 그 상태. 그리고 이렇게 되면 어른의 카드의 대가가 곧바로 선생님에게 반영되기 시작한다. 쓰고 나면 쓴 만큼 선생님의 육체와 정신, 생명 자체가 깎여간다. 큰 기적 같은 건 한 두번에 몸이 사라지는 수준. 학생 소환 정도면 아직은 어떻게든 된다. (물론 그래도 반복하면 치명적이 된다. 이건 본편과 같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아마 선생님의 생명, 혹은 존재와 맞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최종편에서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Q 즉, 무슨 말인가요~?


A 학생 앞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게 가능해지는 거야! 카드를 쓸수록 시각적으로 선생님의 육체가 망가지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학생의 변화하는 감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겠네. 해냈어, 선생님! 순애가 늘어간다구!


아직 써야 할 게 많지만 일단 이것으로 에덴조약 후편, 제 1장은 완결이에요. 미카와 아리우스의 불화, 세이아가 본 미래, 아리우스 스쿼드의 전말, 베아트리체와의 결전, 쿠로코의 통곡, 미카(미래)의 노림수, 불길한 빛의 관측――아직 삭이지 않은 이것저것, 복선, 쌓인 모든 것은 제 2장으로 계승돼요! 그 2장을 거쳐 전편, 후편 1장, 후편 2장으로 나누어진 『에덴조약』은 완결을 맞이해요.

즉, 다음이 에덴조약 최종편이라는 게 돼요.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두운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적합한 산산조각날 기회가 기대되네요~!


자 그럼, 에필로그에서는 연례 행사인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저는 깨달았어요. 이거 일부 진행하는 데만 50만자 필요하다고. 아비도스 편 50만자, 에덴조약 전편 50만자, 에덴조약 후편 제 1장 50만자, 그래서 총 150만자――즉 에덴조약 후편, 제 2장도 50만 자인 셈이죠.


그래서 총 200만자, 여기에? 파반느도 넣고? 전편이랑 후편 넣으면 100만자가 더해지고? SRT도 하면 50만자 더? 더더 최종편을 박으면 최소 50만자로.......? 이대로 이벤트나 이것저것 무시하고 달려도 400만자. 즉, 저는 아직 이야기의 절반에조차 도달하지 않았다는 계산 결과가 되겠네요. 저를 죽일 생각인가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이번 달로 10개월이나 11개월 정도가 되는데, 부를 끼우기 위해 쉬고 있던 두 달을 빼도 한 8개월. 지금 현재 워드의 글자 수가 160만자이기 때문에 대략 한 달에 20만자 쓰고 있다는 거군요. 3부 진행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으니 당연히 같은 속도로 계속 쓰면 완결까지 1년이 더 걸린다는 얘기죠


벌써 1년...... 벌써 1년인가.


개인적으로 골이 에덴조약편이었기 때문에, 이제 완전히 여기서 쓰러질 생각으로 집필하고 있었던 거죠. 사실은 베아트리체 결전 뒤에 키보토스 동란편을 연결해서 마지막으로 할 생각이었고요. 쓰고 있는 도중에 SRT나 파반느편, 최종편까지 실장돼 버려서....... 벌써 초기의 플롯같은 건 찌꺼기 뿐이에요, 찌꺼기.

그래도 최종편의 선생님과 프레나파테스를 보고 싶은 마음은 아무래도 있기 때문에 아마 또 피를 토하면서 쓰게 될 거예요.

어쩔 수 없죠, 그치만 제가 보고 싶거든요.


이 작품의 컨셉은 200만자 쓰든 300만자 쓰든 다르지 않아요. 저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가운데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고, 그럼에도 더욱더 발버둥치고 희망을 바라며 외치는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거기에 학생들의 비명과 절규가 겹쳐져 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넘치는 광경이 생겨날 거예요. 사랑이야말로 선생님을 제외한 모든 것을 구하는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처음부터 정했던 엔딩, 거기까지 도달하면 뭔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뭔가가 보일 거 같아요......


일단 다음 투고는 막간부터네요. 보충수업부 재결성 이야기라든가, 미카의 처우 운운이라든가, 선생님의 의수 문제라든가, 각 학원의 반응이라든가, 사실은 에필로그로 쓰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대사와 뼈대를 짜면 3만자가 넘을 거 같아 단념했어요.

맨 처음에 쓰고 싶은 건 많으니까 최소한 3~4화 정도는 부풀어오를까요? 거기서부터 에덴조약 후편 2장으로 이어져~ 그런 느낌이에요.


우선 평소처럼 일부를 끝냈으니 휴가를 받습니다! 이번에도 한 달이나 늦어도 두 달 정도면 돌아올 거예요! 연재 재개하면 트위터에 공지할 테니 괜찮으시다면 확인 부탁드려요! 무슨 일이 있으면 메일 주소로 주시면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이번 휴식동안 배드엔드 세계선 학생들의 이야기를 마구 써낼게요! 지난 휴식때는 게임개발 합숙하고 한 꺼풀 벗겨진 게임개발부 앞에서 선생님이 비참하게 죽었어요! 죽음이란 걸 이해하지 못하는 아리스 앞에서 「괜찮다」라고 말하다가 조금씩 스치고 힘없이, 머지않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없게 된 선생님이 늘어질 때까지의 침묵은 최고의 선율이에요! 물론 그 후 아리스는 선생님을 부활시킬 「아이템」을 찾기 위해 시체를 짊어지고 키보토스 안을 활보하겠죠.

언젠가 이 작품들도 발표될 일이 있을까요? 뭐 빛을 본다고 해도 이 소설이 완결되고 나서가 되겠죠. 안봐도 제가 보고 즐길 수 있어서 문제없어요. 스스로 쓰고 스스로 소비하고 만족하는, 이거야말로 최고의 취미라고 하는 겁니다~!


이번장 완결기념으로 감상이라든지 좋아요라든지 평가해주세요~!

그럼 여러분, 다음 장에서 뵙겠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안녕히~!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3

고정닉 2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2862 AD 희귀 정령 획득 기회! <아스달 연대기> 출석 이벤트 운영자 24/05/23 - -
10980855 공지 호출기 1호 [37] ㅇㅇ(118.235) 24.05.05 147249 191
11245958 공지 한국서버 미래시 관련 정보 [4]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23 2699 12
10256626 공지 현재 진행중 / 진행 예정 이벤트 모음글 [12] 오토매틱깡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6 50793 53
10526521 공지 ❗+블루아카이브 애니메이션 시청 완벽 정리❗+ [5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57468 190
11192042 공지 [중계공지]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 중계 [49] kai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19 10278 58
10528752 공지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 공지 (2024.04.15) 개정판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20612 13
9292130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클리스트 모음집 (2024/02/28) [3]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9 56055 17
9272984 공지 갤 내에서의 굿즈 교환 및 대리수령에 대한 공지 [3] 유다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8 44085 26
11016343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러리 각종 정보글 모음 [5] solhar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12615 12
10386680 공지 블루 아카이브 갤러리 정보글 2.0 📖 [21]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6 83485 14
9847062 공지 기부 관련 정보글 모음집의 모음집 매실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13 39518 20
11265258 일반 블아빵 이벤트 언제까지임 근데 써코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0 0
11265257 일반 내 블루아카 첫 시작날이 22년 8월29일이군 히든폐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5 0
11265256 일반 용산역 미니페스가는 블붕이들 음식점 추천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9 0
11265255 일반 블아빵 전품목 샀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22 0
11265254 일반 편의점 도시락 한번도 안먹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6 0
11265253 전술대 이게 말이 되노 7ㅏ-르-7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24 0
11265252 수하루 수나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3 21 0
11265251 일반 빵 두개 샀는데 둘 다 중복이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10 0
11265250 일반 오늘의 미니페스 후기 [3] 로탈제다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34 3
11265249 일반 요즘 블빵사는거 좀 귀찮아졌음 [7] 정실은미야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63 0
11265248 일반 개씹정공새끼들모여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21 0
11265247 일반 오랜만에 실베댓글창 똥통 다이브 해봤는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38 0
11265246 일반 요새 만화판들 좆망하는거 보니까 이새끼가 선녀같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51 1
11265244 일반 비오는 날에는 강간하지 마라.....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 81 6
11265243 일반 행사장 못찾는 블붕이는 이글을 봐라 ㅇㅇ(39.118) 15:11 17 0
11265242 일반 파딱년 감히 내 글을 지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42 0
11265241 일반 도시락 사먹으려면 5월 전까지 먹으라는데 [11] 세미나코유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49 0
11265240 일반 메리스 전3 찍을까 [1] 굿-훈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12 0
11265239 일반 뜌땨이 Ar카드깡 개씹비틱했다 HaRoo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11 0
11265238 일반 나 오늘 미니페스티벌 가서 이거 그려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57 0
11265237 일반 블빵 6월부터 뭐 호재 있음? [2] ㅇㅇ(211.40) 15:11 22 0
11265236 🗾JP . [2] ㄱㅍ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49 0
11265235 일반 스타 폭발형 진동형 따지는 사람 있는줄 몰랐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29 0
11265234 취소 안할거야 [7] 김덕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69 1
11265233 질❓문 슌이랑 코코나 어케 키움 되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25 0
11265232 일반 블갤에 천사가 산다 [12] 코코나교관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61 4
11265231 일반 블붕이를 마주친 학생별 반응...react [7] 써코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82 0
11265230 일반 아이리눈나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38 0
11265229 일반 평일 이 시간에 갤질하는 블붕이들 돈 많은 백수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28 0
11265228 일반 와 방금 아이리 닮은 여대생이 면접보러옴 ㅋㅋ [1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173 11
11265227 일반 이 둘 같이나오는 만화 없냐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42 0
11265226 일반 곧 수영복 시즌일텐데 [2] F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39 0
11265225 일반 님들 학생수 몇명임 [1] ㅇㅇ(59.4) 15:10 39 0
11265224 일반 도시락 쿠폰 미유빼고 다있는데 미유 존버 해볼까 AA-1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21 0
11265221 일반 블부이들 "교미배란"이라고 알고있음?????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0 77 1
11265220 일반 사촌누나랑 얘기하다 롤모델같은 사람 있냐길래 [2] 모에스트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9 63 0
11265219 일반 블갤 완장이랑 서로 맞딸 쳐주고 싶다........❤+ [2] ㅇㅇ(221.154) 15:09 67 7
11265218 🗾JP 세트 왤케 렉걸리지 ㅇㅇ(61.74) 15:09 13 0
11265217 일반 미니페스 굿즈는 언제사? col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9 2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