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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블루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12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1 16:26:12
조회 3938 추천 2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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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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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에필로그 전편




"잘도, 잘도 이 마코토님을 속였겠다아아아아아!?"

"......시끄러워."


게헨나 자치구――만마전, 집무실.

집무용 책상에 쌓인 서류를 앞두고 외치는 의장, 마코토. 그런 그녀를 소파에 앉아 펜을 손에 들고 바라보는 이로하. 한쪽은 얼굴을 붉히며 화내고, 다른 한쪽은 그런 상사의 모습에 질렸다는 태도를 감추지 못했다.


"이로하! 어이, 이로하!? 당장 그걸 준비해라! 이대로 당하고 있을까보냐.......!"

"그거라고 해도 뭔지 전혀 모르겠고, 그렇달까 뭔가요 대체."

"뭐냐니! 트리니티 녀석들, 이 마코토님에게 선생이 죽었다느니 하는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는......!"


그렇다, 그녀가 분개하는 것은 샬레의 선생님이 사망했다는 정보가 잘못됐기 떄문이다. 묘하게 진지한 얼굴로 앞으로의 처신, 그리고 게헨나의 방침을 진지하게 생각하던 그녀, 그러나 조금 전 트리니티에서 온 「에, 선생님 말입니까? 무사합니다만?」라는 통보에 분개했다.

또한, 그 정보 앞에서 판데모니움 소사이어티가 눈엣가시로 여기던 풍기위원회가 조금도 놀라지 않은 사실도 마코토의 분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참고로 눈앞의 이로하도 놀라지 않았지만 그 일은 전혀 모른다.

책상을 내리치며 분노를 드러내는 그녀를 앞에 두고, 이로하는 보란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 딱히 그건 트리니티 어쩌고가 아니라, 저희 정보관이――아아, 안 듣고있네요, 예에."

"젠장! 뭐가 공동전선이냐, 마음에 안드는 트리니티 녀석들이니 십중팔구 선생의 부상을 미끼로 게헨나의 전력을 꺼내게 한 게 틀림없어! 내부 전력까지 꺼내게 하고 이 마코토님이 비밀리에 운용할 예정이던 비용이, 예산이....... 으이이이익!"


제멋대로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끝내고 제멋대로 트리니티를 악당으로 만든 마코토는 이제 누가 막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쓰던 모자를 양손에 쥐고 이를 악무는 게헨나 대표[의장]. 아무래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이로하에게는 그걸 지적할 기력도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테이블 위에 정리된 서류를 클립으로 고정하고 일어서서 마코토 앞으로 발을 움직인다. 그리고 나른한 듯이 어깨를 움츠리더니 그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이거, 오늘 아침에 제출하는 걸 깜빡했습니다."

"응......? 뭐냐, 이건."

"뭐냐고 해도."


보고서 치고는 묘하게 두꺼운 종이 뭉치. 그것을 본 마코토는 무의식 중에 받아 내용을 설렁설렁 넘기며 확인한다. 시야에 늘어선 숫자의 나열, 그리고 후반에는 묘하게 격식을 차린 딱딱한 말투의 문서. 이 서식은 눈에 익은데, 증오스러운 트리니티가 이용했던 것이었다.


"지난번 전투에서 사용한 탄약, 연료, 식량, 의복....... 뭐 여러가지 비용을 정리한 겁니다."

"........."

"아아, 그리고 저희 부대[기갑 연대]와 일부 부대가 파괴한 트리니티 자치구 내의 건물, 도로, 공공시설에 대한 재건, 보수 비용 청구도 와 있었으니 확인 부탁드려요."

"어, 어이, 이로하.......?"

"그럼 저는 낮잠――크흠, 격납된 토라마루의 정비가 있어서, 그걸로."

"기, 기다려 이로하! 어이, 이로하!?"



"나기사님, 몸 상태는――"

"처음에는 헤일로가 부서지는 줄 알았습니다만, 지금은 다소 괜찮아졌습니다."


구호기사단, 병동――개인실.

일반 학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그 곳에서 홀로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는 나기사, 그런 그녀의 곁에 있는 건 같은 분파의 행정관이자 보좌관인 학생, 그 손에는 몇 개의 서류를 들고 있다.


"정말로,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지금은 부디 무리하지 마시고."

"아뇨――저만 누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건이 한창일 때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적어도 사태 수습에는 움직여야 호스트로서 기율을 세울 수 있겠죠."

"나기사님......"


그렇게 말하며 마련된 침대 테이블 위에서 펜을 움직이는 나기사. 아직 몸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워있을 수도 없다. 팔과 머리가 움직인다면 서류 작업 정도는 가능하다. 눈을 뜬 뒤부터 그녀는 홀로 이 병실에서 묵묵히 집무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용건이 있는 건가요? 오늘 아침에 필요한 만큼의 서류는 받았습니다만――"

"아, 그랬었죠, 그, 대행 업무 중인 미카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서."

"미카씨로부터......?"


그 말에 나기사는 눈썹을 꿈틀했다.

현재 트리니티의 호스트는 나기사인 채 바뀌지 않았지만,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실질적으로 호스트로 활동하는 것은 미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는 본래라면 구속된 몸이라 그 행동은 항상 감시되며 권한의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박탈되어 있다. 티파티의 권한을 이용하는 경우는 한번 나기사에게 넘어와 인가를 받는 형태로 행사되고 있었다.


구호기사단, 시스터후드, 정의실현위원회, 그 어느 곳도 현재는 조직 재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일시적인 조치로 대행의 직함을 가지게 해뒀다만――

설마, 현재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건가? 일시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그녀를 복귀시킨 게 좋지 않았나. 그런 생각과 함께 편지를 받고 겉의 봉인을 제거한다. 안에는 몇장으로 나뉜 고급 편지지가 들어 있었다.


『야호~ 나기쨩! 이걸 읽고 있다는 건 이제 눈을 뜬거지? 미사일에 맞은 뒤부터 계속 푹 자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도 편하게 자고 있었다니 호스트로서 꽤나 모두에게 보여줄 수 없는 모습 아냐? 뭐, 계속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쉬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푹 쉴 줄은 몰랐어!』


『일단 일어났으면 부탁 좀 들어줄래? 빨리 호스트에 복귀해서 어떻게든 해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티파티는 나밖에 없으니까 대리로서 여러가지 집무라고 할까, 회의라든지 결재라든지 하고 있는데, 너무 성가셔서 반나절만에 질려버렸어! 특례조치로 독방에서 일시적으로 꺼내주는 건 고맙지만, 이런 데스크워크 같은 거? 정~말 싫어! 그러니 빨리 돌아와서 나기쨩이 대신 해줬으면 좋겠는걸☆』


『아, 그리고 저번 전투에서 손이 거칠어졌으니까 핸드크림 같은 거 사다 줄래? 내가 항상 쓰는 거, 파는 곳은 나중에 알려줄게. 아무리 그래도 외출까지는 허용되지 않아서 말야~ 좀 괜찮겠지? 아, 이왕이면 헤어 드라이기도 교체할까, 나기쨩이 항상 쓰는 거! 그거 엄청 비싼 회사의 최고급 모델이지? 나기쨩이 머릿결이 좋아진 타이밍에 바꾼 그거, 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있지, 방에 목욕타월이――!』


꾸깃, 나기사의 손 안에서 편지가 구겨졌다.

조금씩 떨리는 손끝이 그녀의 내면을 더없이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없는 분노를 감지한 행정관은


"저, 나기사님...... 그, 어떻게 할까요? 역시 감옥이 아니라――"

"미카씨의 식사는 앞으로 전부 롤케이크만으로 해도 상관없습니다."

"네――!?"



"으으......"

"......아, 아루님."

"돌아온 뒤로 계속 저런 모습이네."


흥신소 68――아비도스 자치구 사무소.

그곳에는 홀로 집무 책상에 늘어져 코를 훌쩍이는 아루의 모습이 있었다.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하루카, 카요코, 무츠키 세 명은 그런 리더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안해 하거나 걱정스러워 하거나, 혹은 의아해하거나 한다.


여느 때처럼, 은 아니지만 그와 가까운 분위기의 동료들을 본 아루는 그 붉게 부어오른 눈가를 닦으며 원망스러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오히려, 어째서 너희들은 그렇게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그치만, 선생님이, 선생님이――......"

"아니, 확실히 크게 다치긴 했지만......"


카요코가 그렇게 말하자 아루는 그 눈빛을 날카롭게 바꾸며 책상을 내리치고 일어섰다.


"크게 다친 정도가 아니잖아!? 선생님은, 선생님은, 주, 죽――!"

"에, 선생님은 살아있다구, 아루쨩?"


어딘가 귀기 어린 표정으로 외치는 아루를 앞에 두고 무츠키는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말한다.

몇 초, 방안에 침묵이 내려앉는다.


"......에."

"사장, 못 들었어? 선생님, 사망 판정을 받고 나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고."

"ㄴ, 네, 확실히 그렇게, 트리니티의 하나코씨라는 학생이 가르쳐 주셔서――"

"아~ 그러고 보니 아루쨩, 전투 끝나고 계속 얼빠져 있었지? 우리가 기뻐할 때도 계속 그랬고, 혹시 못들었어?"

"뭐, 뭐........ 뭐."


당연한 것처럼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그것이 질 나쁜 농담 같은 것도 아니라는 걸 이해한 아루는.

그 몸을 조금씩 떨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라고오~~!?"

"쿠후후, 아루쨩도 참, 계속 착각하고 있었구나?"


흰눈을 뜨고 절규하는 아루를 보며 배를 움켜쥐고 깔깔 웃는 무츠키. 본인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겠지만 틀림없이 전부 아는 줄만 알았기에 아무리 해도 얼빠진 모습으로 보이고 만다. 유리창을 흔드는 절규에 불온했던 방안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하아, 정말 못들은거네. 정황상 상태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아와와, 아, 아루님......!"


카요코는 나른한 듯 한숨을 내쉬고 하루카는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어쩐지 아루의 모습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듣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루는 머리를 싸맨 채 책상에 엎드려 외쳤다.


"모, 모른다구, 그런거! 어, 어, 선생님 정말로 무사한거야!? 살아있어!?"

"지금은 치료랑 여러가지 사정으로 트리니티에 있는 거 같은데? 풍기위원회도 무사하다고 했고......"

"샬레의 계정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카요코가 손에 들고 있던 폰을 아루에게 보여주면 거기에는 샬레의 공식 계정에서 알림 형식으로 선생님의 위치가 현재 트리니티에 있음을 공지하고 있었다. 급한 용무는 여기까지――라는 문구와 함께 써있는 그것에 아루는 입술을 바들바들 떤다.


"어, 어째서, 아아, 정말! 그럼 지금이라도 트리니티에――"

"소동의 영향으로 지금은 복구 작업 중이고, 그 전투 이후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관계는 평소처럼 험악하니까 지금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아마 게헨나의 기갑부대가 트리니티의 건물 같은걸 날려버렸었나? 아하하, 재미있어~"

"아, 아루님의 지시가 있다면 트리니티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전원을 날려버리겠습니다만.......!"

"그건 그만둬!?"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총기를 가지러 가려는 하루카를 멈추고 아루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자신의 부주의라고는 하지만 설마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다니 뼈아픈 실수. 이를 갈고 책상에 뺨을 붙이며 머리를 싸매는 아루는 생각한다. 만나고 싶다, 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하지만 상대는 트리니티, 적지 중의 적지라고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렇게 쉽게 허가가 날 거 같지는 않다. 이럴 줄 알았다면 트리니티에 머물다 선생님을 만나러 갈 걸 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트리니티로 돌아간다고 해도 교통비는 충분해?"

"아하하, 저쪽에서 여러가지로 돈을 써버렸단 말이지~ 생활비 정도는 있지만 왕복 티켓을 4인분 사면 어렵지 않으려나?"

"어, 그러니까, 아슬아슬...... 하죠."

"으으읏......."


모두의 말에 아루는 눈물을 삼키고 이를 간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트리니티 중앙구――구호기사단 본동.

환자들로 가득 차 많은 단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병동과 복도로 연결된 그곳. 그런 소란 속에 문득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그녀는 본채로 이어지는 통로를 나아가 거칠게 문을 활짝 연다. 그녀가 들고 있던 방패가 바닥에 긁히고 소리가 울렸다. 그것에 이끌려 시선을 향한 단원들이――눈을 번쩍 뜬다.


"여러분."

"어...... 다, 단장님!?"

"단장님!?"


목소리를 높인 건 세리나와 하나에. 의료품을 두 손에 들고 뛰어다니던 그녀들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경악한 표정으로 그녀――구호기사단 단장 아오모리 미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애용하는 방패와 애총을 한 손에 들고 깊이 고개를 숙인다. 그 옅은 푸른 머리가 흔들리고 그녀의 날개가 살짝 접혔다.


"아무런 말 없이 잠작해서 죄송합니다."

"다, 단장니임~!"

"지, 지금까지 대체 어디에......!? 그, 그게, 단장님이 부재중인 사이에 정말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네, 알고 있습니다."


하나에가 곧바로 그녀에게 뛰어들고 미네는 그 풍만한 가슴으로 가볍게 그녀를 받아낸다. 몸의 중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여러가지 전하고 싶은 말로 입을 우물거리는 세리나를 앞에 두고 그녀는 여느 때처럼 힘차게, 그러나 자애로운 미소로 화답했다.


"오래 기다렸죠....... 늦었지만 지금 돌아왔습니다."



"아코, 다음 서류를."

"ㄴ, 네......!"


게헨나 자치구――풍기위원회 본부, 집무실.

거기엔 엄청난 기세로 펜을 움직이는 히나와 아코의 모습이 있었다. 산처럼 쌓인 미결재 서류를 모조리 살펴보고 분류해 나가는 히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코는 어딘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히, 히나 위원장님, 오늘은 더 손이 빨라진 거 같은데――"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네,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결재한 서류를 집어드는 아코. 전부 제대로 살펴본 후 판단하는 건 이해하고 있고, 그 점은 신뢰도 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보다 페이스가 두 배 가까이 빠르다. 이건 뭔가 있다고 의심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 뭔가 예정이라도――?"

"오후부터 선생님 병문안을 간다, 그래서 지금 오후 분량도 끝내고 싶어."

"어, 아, 그.......그렇지만, 현재 트리니티는."

"티파티, 뭐 정확히 말하면 샬레 측에서겠지만 인가는 받았으니까 문제없어."

"그, 그런가요......."


여전히 빈틈없는 해답. 현재 트리니티 본교사는 정식으로 트리니티 학적을 가진 학생이 아니면 출입이 금지되어 있을 텐데, 어느 새 절차를 조정한 건가. 아코는 후회를 담은 표정으로 말을 삼켰다. 생각하는 것은 단 한사람, 그 소동으로 부상을 입은 선생님.

걱정하는 마음은 물론 있다. 살아났다고 해도 결손은 그대로라 안구와 팔을 잃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지. 평소에는 다소나마 신세를 지고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도와주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녀[히나 위원장]의 마음이 선생님에게 다가가는 것을 느끼는 건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게 표정에 나왔는지, 문득 이쪽을 올려다본 히나가 물음표를 띄우며 묻는다.


"무슨 일이야, 아코? 뭔가 엄청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아뇨――그저 두 가지 마음이 있을 뿐이라서."

".......?"



"이쪽도 심한 상태네요――"


고성당 지구, 중앙 지구로 이어지는 대로에서.

스즈미는 회색 제복을 나부끼며 돌바닥을 걷는다. 주변에는 폭발에 의해 무너지거나 탄흔이 남은 건물이 많이 보였다. 도로도 금이 가고 파헤쳐진 돌바닥도 여기저기 보이며 꺾인 외등이나 표지판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것들을 바라보며 스즈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렇게나 아름다웠던 거리 풍경이 이렇게 간단하게......."


포격과 폭발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 특히 멀리 보이는 고성당 주변은 심하다. 조인식장에서 큰 폭발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파괴 흔적을 남기는 폭발은 어느 정도였을까. 생각만 해도 핏기가 가신다.

트리니티에 의한 재건 작업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선은 인구와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중앙 지구부터 착수되어 절반 이상이 붕괴된 고성당 본채나 그 주변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투의 영향으로 붕괴 위험이 있는 건축물도 있어 일시적으로 고성당 주변은 피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


발밑에 나뒹굴던 잔해를 넘으며 스즈미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싸움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불행한 결과만 남긴다.

싸움 같은 게 일어나니까――선생님도 그런.


"읏.......!"


순간, 스즈미는 자신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쓸데없는 생각을 섞을 뻔 했다. 지금은 순찰 중, 기분이 가라앉아 판단을 잘못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스즈미는 자신의 감정을 눌러 삼키고는 조용히 애총의 그립을 움켜쥐고 두세 번 심호흡을 했다.


"아, 있다, 스즈미씨!"

"......레이사씨?"


인적이 드문 길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컬러풀한 머리색을 나부끼며 달려오는 학생, 레이사의 모습이 있었다. 흘러내릴 듯한 총과 가방을 손으로 누르며 그녀는 초조한 표정으로 외친다.


"저기, 저쪽에서 뭔가 다툼이 있는 거 같아서요!"

"다툼? 이 일대는 대피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텐데, 대체 누가――"

"잘 모르겠지만, 불량 학생이 제멋대로 무인인 공공 시설을 점검하고 아지트로 선언했다던가......."

"――바로 가죠."


그렇게 말하고 즉시 판단을 내린다. 피난 후의 건축물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그뿐만 아니라 아지트로 선언하다니, 대체 얼마나 신경이 굵은 건지. 스즈미는 총을 고쳐 들고 레이사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재건 작업이 진행되는 중에 그런 건 논외입니다. 바로 진압하겠습니다."

"ㄴ, 네!"


스즈미가 그렇게 말하고 달려나가면 레이사도 기뻐하는 모습으로 뒤를 잇는다.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나와보니 이렇다. 정말로 정의의 길은 멀다.

하지만.


"정의란, 작은 하나를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되는 거니까요......!"


비록 자신의 이행동이 아주 조그만 영향밖에 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작은 하나를 바로잡는 행위에, 의미란 분명히 있을 터.



"세나 부장."

"......치나츠인가요."


게헨나 자치구――구급의학부 본부, 병동.

게헨나 측 부상자가 들어오던 그곳은 수많은 학생들로 가득 차 있어 분주하게 부원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그 병동 끝에 간소한 스틸 책상을 놓고 집무와 지시를 내리며 가끔 치료를 하는 구급의학부 부장 세나. 그녀에게 몇 장의 서류를 들고 나타난 것은 풍기위원회의 치나츠였다.

그녀는 바쁜 병동 안을 가볍게 둘러본 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세나에게 내민다.


"이쪽은 풍기위원회 쪽에서 사용한 의료비품 리스트입니다, 전의 전투 규모가 규모인만큼 상당히 소비가 심하고......."

"확실히 그렇군요, 이후에 확인해서 소비한만큼 창고에서 옮겨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민 그것을 받으며 세나는 치나츠를 한 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책상 위로 되돌린다. 책상 위에는 다수의 파일이 수납, 쌓여 있었고 구급의학부 부장으로서 결재를 필요로 하는 서류 또한 모여 있었다.

그녀의 보좌관인 듯한 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자신 혼자서 처리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것도 어쩔 수 없나 라며 치나츠는 속으로 흘렸다. 풍기위원회도 요즘은 비슷한 상태로, 주위의 뛰어다니는 구급의학부 부원들을 보니 그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에덴조약의 소동으로 촉발되어 날뛰는 게헨나 학생도 일정 수 존재했고, 그 단속과 부상자 발생으로 어느 곳도 손이 모자랐다.

늘어선 병상, 그리고 그 자리에 누운 부상자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아직 침대는 비울 수 없을 거 같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사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세나는 가볍게 자신의 눈가를 주무른다. 치나츠가 아는 그녀는 철인도 이러할까 싶은 인물이지만, 역시 연일 바쁜 날이 계속되면 피로가 배어나는 모양이다. 그도 그렇겠지 라며 치나츠는 어깨를 움츠린다. 그녀의 눈밑에는 희미하게 다크서클이 보였다.


"이럴 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치나츠. 당신은 즉시 전력감이니까 도와준다면 대단히 든든합니다."

"아뇨, 그, 저는 풍기위원회 소속이라."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처음부터 그 대답을 상정하고 있었겠지, 세나는 평소처럼 담담한 모습으로 답했다.

그러는 사이 본부 입구에서 「응급 환자입니다!」 하는 소리가 퍼진다. 세나는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책상 위에 놓고 일어섰다.


"일입니다, 저는 시ㅊ――"


거기까지 입에 담은 후, 세나의 몸이 부자연스럽게 경직된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환자나 부상자를 『시체』라고 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치나츠도 몇 번이나 들은 말이고.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중간에 멈추고 뭔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희미하게 그 이마에 땀이 배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그녀답지 않은 태도였다.


"......부장?"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치나츠가 묻자 세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숨을 내쉰다. 두 번, 세 번, 자신을 진정시키듯이. 그렇게 몇 초쯤 눈을 감은 그녀는 평소와 같은 상태를 되찾아 치나츠를 향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응급 환자에 대응할 테니, 다음에 또."

"......네."


그렇게 말하고 훌쩍 떠나는 세나. 그 등을 보내는 치나츠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한다.

착각일까? 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나에게서는 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그러나 앞을 바라보며 확고한 걸음걸이로 방을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여느 때와 같다.

결국, 그 위화감을 파고들지 못하고 치나츠는 풍기위원회로의 귀환길에 오른다. 등뒤에서는 변함없이 환자와 부원들의 소란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비도스 자치구――아비도스 고등학교, 대책위원회 본부.


"후아~ 겨우 돌아왔다~......."

"왠지 그리움마저 느껴지네요☆"

"하, 학교 건물이 이렇게 더웠었나?"

"응, 에어컨......."

"아, 아하하, 확실히 이번에는 여러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트리니티 자치구에서 아비도스[우리 집]로 돌아온 대책위원회 멤버들.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리쬐는 태양과 모래로 뒤덮인 도로를 보면 왠지 모르게 그리운 기분이 든다. 승강구에서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대책위원회 부실로 돌아온 멤버들은 피로감을 머금고 각자 제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시노는 메고 있던 방탄 방패를 구석에 놓고, 노노미는 벽에 설치된 건랙에 애총 리틀 머신건Ⅴ를 기대어 세운다. 시로코와 세리카도 이를 따르고, 아야네는 배낭에 넣어뒀던 드론을 꺼내 책상 위에 살짝 올려놨다. 이어서 에어컨 리모컨을 들고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 찬바람이 모두의 피부를 쓰다듬는다. 피로로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아 각자 의자에 앉아 잠깐의 휴식을 누리고 있었다.


"하아, 그건 그렇고 트리니티 녀석들, 그렇게 갑자기 따로 내쫓는 짓을 할 필요는 없잖아......."

"자자, 세리카쨩, 저쪽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거야. 특히 트리니티 같은 큰 학원은 어쩔 수 없어."

"선배는 너무 관대해! 우리도 선생님 옆에서 호위라든가 하고 싶었는데......! 게다가 우린 일단 샬레에도 재적 중인 학생 취급이잖아!?"

"뭐, 확실히 그렇지만 그쪽도 일단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형태였고."

"거기서 불필요한 불화를 일으킬 필요는 없잖아~"


의자에 기대면서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세리카. 이에 호시노는 태연한 태도로 대답한다.

전투 후, 이전처럼 트리니티 본교 부지 내에 머무르려던 아비도스에 트리니티 측은 조직 개편 및 부흥 작업과 그에 따른 경비 강화라는 명목으로 퇴거를 요청한 것이다. 그것은 아비도스만이 아닌, 정식으로 트리니티에 학적이 없는 학생은 남김없이 본교사 부지 내에서 내보내는 철저함, 게다가 아비도스 같은 샬레 소속 학생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정식 지시, 혹은 명령으로 교외로 쫓아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항의할 생각이었던 아비도스였지만 호시노가 대표로 잠시 행정관과 협상하고 몇 가지 문답을 거친 뒤 이런저런 일 끝에 아비도스 멤버들은 선생님과 히후미에게만 인사를 나누고 아비도스 자치구로 귀환하는 신세가 됐다.

그녀들도 여러가지로 생각이 들긴 하지만 트리니티 측 사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야네는 쓴웃음을 지으며 달래듯 말을 돌렸다.


"마음은 똑같습니다만,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티파티 쪽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거 같았어요. 원래 트리니티는 여러 분파가 모여서 생긴 종합학원이라고도 하고, 반석처럼 굳건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응...... 게다가, 선생님에게는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다는 언질도 받았고, 히후미도 선생님에게 붙어 있는데다 꾸준히 근황보고도 해준다고 해."

"뭐, 지금은 그걸로 참을 수밖에 없겠지."


트리니티를 뒤로 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던 건 아니다. 본래라면 본교사 가까운 곳에 숙소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지만――아비도스는 애초에 금전 사정이 빠듯하다. 다른 건 몰라도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 아르바이트 일도 있고 자치구를 계속 비워둘 수 없으니 한동안 아비도스에 머물게 되겠지. 의자를 삐걱거리며 기지개를 켠 호시노는 어딘가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정되면 다시 다 같이 선생을 만나러 갈까."

"네, 그래요."

"당연하지!"

"응."

"네!"


호시노의 말에 대책위원회 모두가 찬동한다. 호시노는 천천히 의자에 몸을 맡기며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눈부신 듯 올려다보았다. 내리쬐는 태양은 오늘도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다.



"큿, 어째서 이런 처사를, 저와 그분 사이를 갈라놓는 일 따위는 누구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리가―― 그분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건 이 와카모뿐인데 어째서.......!"

"뭐, 뭔가 와카모가 엄청 무서운데.......?"


샬레 거주구, 휴게실에서.

소파에 앉아있으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원망의 말을 흘리는 와카모를 앞에 두고 미치루는 전전긍긍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샬레의 즉응부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들은 평소 백귀야행에 있는 낡은 부실과 샬레 사이를 오가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 줄 알았지만 막상 이런 생활에 익숙해져 보니 꽤 나쁘지 않다. 애초에 샬레 안에는 편의점과 도서실, 체육고나에 오락실까지 마련돼 있으니 아늑한 건 당연했다.

특히 교실이니 시청각실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여건도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뭣하면 BD 관련 교육은 모두 샬레 내에서 마칠 수 있을 정도. 역시 그건 좋지 않다고 정기적으로 백귀야행 자치구에도 돌아가고 있지만, 최근에는 거의 눌러앉아 사는 상태였다. 지금은 선생님이 부재중이라고 하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음, 저기, 부장, 이즈나쨩도......"

"주구우우우우운~~!"


미치루가 문득 등 뒤를 보자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이즈나의 모습. 귀가 축 늘어져있고 꼬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바닥을 내리친다. 곁에서 필사적으로 위로하며 등을 쓰다듬은 츠쿠요는 등을 굽혀 휴지곽을 끌어당긴다. 이즈나의 뺨은 눈물로 뒤덮였고 콧물까지 흘러내렸다.


"이, 이즈나쨩, 콧물, 자, 흥 하자......?"

"이즈나는, 이즈나는, 중요한 때에 아무것도, 아무것도........――흥~!"


선생님의 부상을 듣고 혼란스러워하며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느냐고 계속 울부짖는 이즈나. 몸을 아끼지 않고 돌봐주며 필사적으로 위로하는 츠쿠요. 트리니티에서 쫓겨나 원한이 뼛속까지 사무친 모습의 와카모. 그런 멤버들을 바라보며 미치루는 팔짱을 끼고 신음한다.


애초에 에덴조약 행사장이 폭파당해 큰일이 됐다는 소식은 널리 보도됐다. 당초 그 영상을 보고 있을 때는 무심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샬레 휴게실에서 그 영상을 보던 이즈나가 앞다퉈 뛰쳐나갔고 미치루와 츠쿠요도 황급히 그 등을 따라 현장으로 가려 했지만 비슷한 생각의 학생이 많았는지 폭발로 인한 영향인지 트리니티 고성당 지구 및 트리니티 중앙 구획으로 통하는 교통망은 전부 마비됐고 철도와 전철은 물론 고속도로도 줄줄이 봉쇄돼 있었다.

그래도 겨우 살아있는 교통수단과 자신의 발을 이용해 현지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대부분 사태가 수습되고 있었다.

그리고 멍해있는 사이 트리니티 측으로부터, 「사람이 너무 많고 지금은 다른 학원과 관계할 틈이 없으니 돌아가라(의역)」라고 다른 많은 학생들과 함께 통보받고 성과없이 돌아가는 처지가 되어 지금에 이른다.

그리하여, 이번에 샬레조인 자신들은 와카모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사실에 생각하는 바는 있다. 처음에는 엄청난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번민해도 소용없다. 반성하고, 자책하고, 고친다. 그것 또한 진정한 닌자를 목표로 하는 데 필요한 길――그러나 그건 그거고, 지금은 이 폭발할 것 같은 두 사람을 어떻게든 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으, 으음, 역시 선생공을 만나러 가는 것 말고는 두 사람을 달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하, 하지만 지금 트리니티 중앙구는 신분증과 정식 절차를 밟아 인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그렇단 말이지, 우리야 어쨌든, 와카모는, 음,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고 미치루는 말끝을 흐린다. 샬레로서 움직이는 자신들은 필요에 따라 실동부대로서의 권한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전해들었다. 그 지위를 사용하면 억지로 트리니티로 밀고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권한을 이용한다 해도 와카모만은 어쩔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여하튼 그녀는 칠수인, 재액의 여우라 불리는 대범죄자, 이렇게 실제로 접촉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그녀가 의외로 이성적이고 극히 일부 사건――주로 선생님 관련――이 아니면 성실하다는 걸 알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하물며 보수적인 학원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트리니티에 그녀 같은 존재가 침입해 버리면 어떤 소동이 일어날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선생님의 시간을 한층 더 깎는 결과가 되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선생공은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소동을 일으키거나 하면 본말전도고....... 으음."

"큭......!"

"야,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겠죠........"

"주구우우우우운~!"


미치루가 어깨를 떨구고 츠쿠요가 찬동의 목소리를 흘린다. 그 말에 와카모는 가증스럽다는 듯이 이를 갈고 이즈나는 더욱 울부짖는다. 미치루는 한동안 샬레에 울음소리와 원망이 울려퍼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 와카모를 달래고 이즈나를 위로하기 위해 미치루는 애쓰기로 결심한다.



트리니티 자치구――티파티, 테라스에서.


"후우, 정말이지, 미카씨는――"

"아하하, 나기쨩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엄청 건강하잖아!"

"미카씨에게 집무를 맡겨둘 수 없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티테이블에 늘어선 서류를 집어들고 재빨리 훑어보았다. 그 맞은편에서는 똑같이 서류에 둘러싸여 있던 미카가 무엇이 즐거운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미카로부터 편지를 받은 나기사는 그 길로 미카에게 향해 집무의 조력을 신청하려 했다. 틀림없이 할당된 집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겠거니 했지만, 거기에 있던 건 대량의 서류에 둘러싸인 행정관이 몇 명. 미카씨는 어디냐고 묻자 전전긍긍하는 표정으로 이곳을 가리켰으니, 틀림없이 일을 빼먹고 티타임이라도 즐기고 있나 싶어서 봤더니 이렇다. 미카는 서류를 이 테라스로 가져와 홍차를 한 손에 들고 불평을 늘어뜨리며 일하고 있었다.


어째서 테라스에서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그치만 지금까지 쭉 지하였고, 개방적인 장소라면 기분도 좋아지려나~ 생각해서.」 라는 아무런 악의도 없는 대답이 돌아오는 꼴.

티테이블에 중요한 서류를 가져오는 건 괜찮을까 하고 옆에 있는 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만약 내용물이 흘러 서류에 묻으면 어쩌려는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바람에 날아갈 가능성이라든지, 누군가가 서류 내용을 훔쳐볼 수 있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웃는 미카를 보면서 그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바보스러워졌다.


그렇게 맞은편에 앉아 말없이 펜을 요구한 나기사는 묵묵히 서류를 처리해 나간다. 몇 분에 한 장, 마지못해 훑어보는 미카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기분 탓인지 수행하는 학생들의 안색이 좋아지고 분위기가 밝게 변한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이 지나가는 테라스에는 광장이나 학내 학생들의 떠들썩함이 자주 들려온다. 특히 재건 작업과 조직 개편 중에 있는 트리니티에는 다양한 소리가 넘쳐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 소리는 우아한 티타임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지금의 자신들에게는 이 정도가 딱 좋을지도 모른다고, 나기사는 그런 생각을 한다.


문득 미카는 맞은편에 앉은 나기사의 표정 변화를 깨달았다. 쌓인 서류를 읽어나가는 동안 불안과 우려가 커진 거겠지. 그렇기에 그녀는 갑작스레 환히 웃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나기쨩, 또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다구? 잘 된 일은 뭐 적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도 아니고."

"네, 그렇네요....... 적어도, 제가 상정하고 있던 것보다 소동의 수습은 빨리 될 것 같습니다."


잃은 것도 결코 적지 않다. 앞선 아리우스 습격에 더해 이번 에덴조약의 소동. 결국 ETO[에덴조약 기구]라는 존재는 덧없이 사라지고 그 권한은 아직 선생님이 소지하고 있지만 정작 실동부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헨나와의 관계도 여전하고, 지난 소동에서는 일시적으로 공동 전투를 벌였지만 눈에 띄는 적이 없게 되자 자연스럽게 관계도 원래대로 돌아간다. 정전협정으로서는 실패중의 실패, 그 뼈대만이 남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잃게 된――선생님의 오른쪽 눈, 그리고 왼쪽 팔.


샬레 선생님의 부상과 결손이라는 알기 쉬운 추태는 나기사에게 눈을 가리고 싶게 만들 정도. 에덴조약 조인식 회장은 게헨나와의 공동 경비라는 형태이긴 했지만, 이 조약을 주도한 것은 자기 자신. 당연히 강한 책임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과연 자신은 어떻게 갚아 나가야 할까.

병상에 누워 있을 때부터 줄곧 그렇게 생각하던 나기사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지....... 그렇지 않나?"


문득,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익숙한 소리, 그러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소리였다. 두 사람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세, 세이아씨!?"

"세이아쨩......!"


헐렁한 소매를 가볍게 흔들며 미소짓는 소녀――유리조노 세이아.

행방을 감추고 사망했다는 거짓 정보로 몸을 지키던 그녀는 오랜만에 티파티의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억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녀의 모습. 부상다운 부상도 보이지 않고, 그 머리에 있는 큰 귀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우리는 이제 서로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말하지 않았던 것, 말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사실은 말하고 싶었던 것, 오해도 있겠지, 믿을 수 없는 것도 있을 거야. 설령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타인의 마음이라는 증명 불가능한 문제로 향할 수밖에 없어."


원형 티테이블, 세이아는 오랫동안 공석이던 그녀의 자리로 걸음을 옮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자리는 깨끗이 닦여 먼지 하나 뒤집어 쓰지 않았다. 그 일에 그녀는 미소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을 이었다.


"우리는 모두 나가야 해, 주어진 숙제를 계속 짊어지면서, 그럼에도 이 어둠 속을, 그저 앞을 향해."

"......여전히 어려운 얘기만 잔뜩, 세이아쨩,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거잖아? 조금은 자각하고 있어?"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 그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던 두 사람. 그러나 너무나도 평소대로인 그녀의 모습, 그리고 그 어려운 언동에 미카는 재기동에 성공했다.

오랜만의 재회인데도 입에서 나온 건 실로 지독한 악담. 처음엔 아차 하고 얼굴을 찡그린 미카였지만 그건 그거고 본심이기도 하다.

세이아의 눈썹이 움찔한다. 잘 보지도 않아도 알 수 있다. 「아 화났다」라고. 세이아는 자신의 의자에 손을 얹으며 다소 가시 돋친 어조로 답했다.


"......우선 미카는 그 텅 빈 머리에 교양과 품격을 넣는 게 좋을 거 같다만?"

"어, 저기, 두 분?"

"그래도 세이아쨩보다 내가 더 강하고 말이지~? 뭐, 지금부터라도 해볼까?"

"무슨 일이든 힘으로 해결하려는 자네 같은 학생에게 어울리는 사고야, 부러워."

"그런 빈약한 몸이니까 총알 정도로 누워버리는 거라구! 운동 좀 하면 좋지 않을까?"

"적당한 운동과 과도한 운동을 착각하고 있군, 애초에 미카, 자네가 상정하는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흐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싸움, 위태로운 기척. 두 사람의 말싸움이 가열되기 전에 나기사는 보란 듯이 헛기침을 넣었다. 수행하는 학생이 뒷걸음질치고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크게 한숨을 내쉰다.

정말이지 어째서 이렇게도 이 두 사람은――


"하아, 확실히 대화하는 건 중요합니다만....... 싸움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두 분? 우선 앉아주세요, 미카씨도 트리니티 학생인 자, 항상 우아하고 얌전하게."

"......네~☆"

"......후우."


나기사의 말에 미카는 만들어낸 듯한 미소로 대답한다. 세이아도 머리에 피가 쏠렸었다는 사실에 자각은 있는지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듯 손에 얹은 오목눈이를 쓰다듬으며 자리에 앉았다.

오랜만에 모인 티파티. 이제는 모이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테이블에 모인 세 사람. 파테르, 필리우스, 상투스, 각각의 분파 대표.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기사는 자세를 바로잡는다. 세이아가 복귀한 이상 호스트로서의 권한은 그녀에게 돌려줘야겠지만――어쨌든 지금은 자신이 호스트다.

그 의식을 지니고, 그녀는 고한다.


"앞으로 저희 티파티――아뇨, 트리니티는 변혁을 강요받을 겁니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금처럼 계속 있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티파티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며, 각 파벌간의 관계, 게헨나와의 여러가지, 트리니티 자치구의 치안, 건축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 양쪽 모두다.

그렇기에 변화가 필요했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트리니티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 키보토스에서 사라지게 되리라. 선인이 남긴 것, 전례, 관습이라는 건 확실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연연하여 쇠퇴해 사라지는 것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선 아리우스 습격, 그리고 이번 에덴조약에서도 트리니티와 티파티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것은 바로잡을 수 있다.

바로잡지 않고 방치하는 것――그것이야말로 잘못이다.


"우리는 배웠을 것입니다. 다양한 일을, 그러니까――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그렇게 말하며 나기사는 조용히 컵을 집어든다. 비강을 간질이는 홍차의 향기는 그녀의 마음을 크게 달랬다. 변화에는 아픔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 의지가 그녀에게는 있다. 더 나은 학원을 위해, 이 학원에 모인 수많은 학생을 위해.

무엇보다도――자신들의 마음에 그리는 미래를 위해.


"다시 한번, 우리의 청춘[티파티]을."


그 말을 이번에야말로 믿겠다고[눈에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는 그것을 믿겠다고] 그녀는 다짐했다.




――――――――――――――――――――――




너무 길어져서 에필로그를 둘로 나눴어요. 전반부는 주로 학생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묘사가 메인이에요. 이것만으로 1만 6천자가 됐어요. 히엑~ 하면서 쓰고 있었어요.

선생님 파트는 후반부터입니다. 시스터후드라든가, 히나타라든가, 보충수업부라든가, 트리니티 운운하는 건 그쪽에 채워 넣을게요! 아무쪼록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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