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에 초대를 받아
노도카와 시구레와 함께 주말을 보낸 어느 날
저녁부터 시구레가 노도카에게 계속해서 먹인 음료 때문에
완전히 취해서 뻗어버린 노도카를 빈 방에 재워두고서
시구레와 잠시 한 밤의 온천에서 잔을 기울이며
늦은 밤이 될 때까지 시간을 보냈는데,
시간이 늦었으니 슬슬 자러 가자고 했던 시구레가
곤란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이불이 딱 하나밖에 안 남았다고 말하면서
노도카가 실수했나봐, 라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마지막 남은 이불을 시구레에게 양보하고
적당히 휴게실에서 자겠다고 말하면,
어느새 이불을 바닥에 깔아두고
푹신한 이불에 몸을 눕힌 시구레가
방금 온천에 있다 나왔으니 추울거라면서
그대로 휴게실에서 자면 감기에 걸릴 테니
몸이 데워질 때까지 잠시만 있다 가라고
부드러운 털로 감싸인 꼬리를 살랑거리며
이불 속에서 유혹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그 부드러운 웃음에 이끌려
시구레가 가리킨 옆자리에 몸을 눕히면
이불이 작으니 그렇게 멀리 있으면 함께 덮을 수가 없다면서
작은 소리로 쿡쿡 웃은 시구레가
어깨를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거리를 좁히고
자신의 이불을 덮어주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두 명이 쓰기에는 약간 작아 보이는 이불을 함께 덮어쓴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밀착한 이불 속에서
시구레의 체온으로 달아오른 공기가 피부를 감싸고
얇은 유카타 한 장 너머로 느껴지는
시구레의 뜨거운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이
차가운 새벽의 공기에 식은 피부 아래로
서서히 스며드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바로 옆에서 같은 베개를 베고 마주 본 시구레에게서
어지러운 과일 향이 감도는
달콤한 숨결이 흘러와 얼굴을 간지럽히고
방 안으로 새어들어온 달빛이
아직 살짝 젖어있는 시구레의 머리카락에 흘러내려
흐릿하게 반짝이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마주친 시구레가
싱긋, 하고 작은 눈웃음을 짓는 것을 신호로
마치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무심코 고개를 기울여
점점 시구레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다가
아주 잠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멈춰있으면
갑자기 품에 안기듯 확 다가온 시구레의 얼굴이
얼마 남지 않은 몇 센치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와서
부드러운 입술을 겹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시구레가 온천에서 건네주었던
특제 과일 우유의 단맛이 남아있었던 것일지
아니면, 뜨거운 온천의 열기와 술기운이
아직도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는 탓이었는지
녹아내릴 것처럼 달콤한 향기가
혀끝을 타고 흘러내려 입안을 적시고
가슴 깊은 곳에서 함께 토해낸 뜨거운 한숨이
입안에서 어지럽게 뒤엉키다가
누구의 것이었는지 모를 열기가 숨결을 타고
다시 서로에게 흘러들어오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어느새 맞잡은 손을 서로 꽉 움켜쥐면서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게 하려는 듯
입술을 꽉 밀어붙이고 혀를 뻗으며
아주 긴 시간이었는지, 혹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지
둘 모두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빠져들어 있었던
잠깐의 시간이 스쳐가고
천천히 시구레의 입술이 떨어진 후
살며시 다시 물러난 시구레가
살짝 지친 듯한 얼굴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어때, 따뜻해졌어? 라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어보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방금 전의 일은 꿈이었던 것처럼
서로 원래 있었던 자리로
원래 있어야 할 거리로 물러난
아주 짧은 침묵의 순간,
마치 방금 일어난 그 일들을
실수로 마신 알코올의 취기 때문에 일어난
아주 작은 실수로 넘기려는 것처럼
시구레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지만
처음 입을 맞출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꽉 맞잡고 있던 손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었다는걸 뒤늦게 깨달은 시구레가
약간 부끄러워하면서 급하게 놓으려고 하는거 꼴릴 것 같지 않냐...
손을 빼려고 하는 시구레의 손을 뒤쫓아
자그맣고 가느다란 시구레의 손을 다시 꽉 움켜쥐면
움찔, 하고 힘없이 손을 붙잡힌 시구레는
자기도 모르게 힐끔 시선을 돌려서
취한 노도카가 쓰러져 자고 있는 옆방 쪽을 바라보더니
노도카가 저기에서 자고 있는데... 라고
약간 곤란해 보이는 얼굴로 대답하는데,
과연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몽롱한 눈동자로 눈을 마주치는 시구레의
흐릿한 눈빛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시구레의 위에 올라타, 작고 부드러운 몸을 덮쳐누르면
몸을 웅크려 이불과 베개에 몸을 파묻은 시구레는
잠깐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 채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무언가를 허락하는 것처럼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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